[일요시사=이주현 기자]4년간 여론조사 1위 자리를 고수하며 ‘대세론’을 지키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안철수 신드롬’에 부닥치며 흔들리는 듯했지만 ‘박근혜의 힘’은 여전했다. 안철수라는 강력한 쓰나미에 휩쓸려 추락한 지지율을 다시 회복하며 자신의 입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안철수 신드롬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란 위기감이 박 전 대표의 대권행보를 재촉하고 있다. 대세론에 처음으로 일격을 맞은 박 전 대표의 돌파구와 해법을 파헤쳐봤다.
5촌 조카 은지원과 친근한 사진 공개, “젊은층과 소통 예고?”
“제도·정책 잘 갖춰 ‘국민이 행복한 나라 실현’ 정치인생 꿈”
추석 전만 해도 박근혜 전 대표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최대 26.4%포인트의 격차(7, 8일 MBC·엠비존 조사)를 보이며 1위 자리를 내준 바 있다.
하지만 추석 연휴 말미에 실시된 3개 여론조사에서 쉽게 사그러들지 않는 ‘대세론의 위력’을 입증했다.
14일 발표된 조선일보·미디어리서치 여론조사(13일 실시)에서 박 전 대표와 안 원장의 양자대결 지지율은 각각 45.2% 대 41.2%로 나타났다. 오차범위 내(4.0%포인트)긴 하지만 안 원장을 앞선 결과다.
같은 날 실시된 국민일보·GH코리아 여론조사에서는 둘의 격차가 9.7%포인트(박 전 대표 49.8%, 안 원장 40.1%)였으며 서울신문·여의도리서치 조사(12일 실시)에서도 박 전 대표가 근소하게나마 안 원장을 제쳤다.
탄탄한 지지기반,
대세 복원력 입증
이렇듯 민족의 최대 명절 추석을 거치며 박 전 대표는 탄탄한 지지기반을 거듭 확인했고 ‘대세 복원력’까지 증명해 보였다.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대세론의 내구력을 입증한 것이다.
이에 비해 안 원장의 지지층은 박 전 대표만큼 탄탄하게 다져지지 않아 향후 상당기간 ‘롤러코스터식’ 지지도를 보일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안 원장의 지지율이 추석 전 ‘정점’을 찍고 앞으로 답보 상태이거나 등락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심각한 ‘반여 정서’가 감지되는 부산·경남(PK·울산 포함) 지역에서 안 원장의 지지율이 현저하게 빠진 점이 그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지난 6, 7일 동아일보·코리아리서치 조사 결과 안 원장은 PK지역에서 박 전 대표를 45.2% 대 37.7%로 앞섰으나, 국민일보 조사에서는 거꾸로 박 전 대표가 60.7% 대 30.1%라는 더블스코어 차로 안 원장을 눌렀다.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한 박 전 대표지만 당 안팎에서는 한번 흔들린 대세론이 다시 한 번 흔들릴 수 있다며 박 전 대표에 변화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쇄도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박 전 대표의 ‘경제선생’으로 통하는 이한구 의원은 지난 14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박 전 대표는 그동안 국민에게 많이 노출되면 현 정권에 부담이 된다고 판단, 현안 언급을 자제해 왔다”며 “그러다 보니 (박 전 대표의 입장을 알고 싶은) 국민의 요구와 상충되는 모습이 보여진 것 같다”고 진단했다.
MB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박 전 대표가 의견 표명을 최소화한 것이 오히려 불통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축적시키는 역효과를 낳았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이어 “내용에 따라서는 MB와 100% 같을 수 없는 만큼 박 전 대표가 매사에 국민 중심으로 행동하고 이제 청와대도 양해를 해줘야 한다”고 차별화 행보를 촉구했다.
반론도 적지 않다. 친이계의 한 의원은 “이제 MB는 힘 빠진 약자인데 박 전 대표가 차별화하면 강자의 핍박으로 받아들여져 역효과가 날 것”이라며 “세종시 수정 등에서 MB와 대립하다 지지율이 하락한 경험이 있어 박 전 대표가 차별화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차별화가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박근혜의 반전카드
‘현장정치’ 강화
내년 초 캠프를 꾸리고 대선행보를 박찰 계획이었던 박 전 대표는 상황이 반전되자 조금씩 정치행보를 내딛고 있다.
대세론이 흔들리는 상황을 맞은 박 전 대표가 내놓은 해법은 ‘현장정치’다. 박 전 대표는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에 앞서 취재진들과 만나 “어제 현장에 다녀와 정책에 많은 참고가 됐다”며 “가능한 한 현장에 자주 다니려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그동안 주력해 온 복지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다방면에 걸쳐 현장 방문을 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박 전 대표는 “복지 외에도 다른 분야에서도 현장 목소리를 듣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자주 가려고 한다. 분야는 가리지 않겠다”며 적극성을 띠고 있다.
그동안 대외활동을 자제했던 박 전 대표의 이같은 행보에 정치권에서는 안 원장의 행보가 자극제 노릇을 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청춘콘서트’를 비롯해 TV 예능 프로그램 출연 등으로 대중에게 보다 친숙하게 다가선 안 원장의 모습에 자극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우려되는 부분도 남아있다.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 ‘유연성 부족’을 아직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7일 인천지역 방문 때 취재진의 ‘안철수 지지율’에 관한 질문에 “병 걸리셨어요?”라고 말해 논란이 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바로 그 다음날 “부적절했던 것 같다”고 유감 표시를 했지만 이미지에 생채기를 입은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민감한 사안에 대한 ‘유연성 부족’ 지적, 난제로 작용
대외적, ‘준비된 지도자’의 이미지 전파시키는 데 주력
또한 눈에 띄는 부분은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모토로 내걸고 이를 기자들에게 알리고 있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지난 16일 국회 본회의 출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언급한 ‘새로운 정치’에 대해 “정치의 근본 목표는 국민의 행복”이라며 “국민이 안고 있는 어려움과 고통을 실질적으로 해결할 정책을 만들어 국민의 피부에 와 닿게 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우리 정치가 미흡한 게 아닌가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가 생각하는 ‘국민이 행복한 나라’는 어떤 지역에서 살건 어떤 분야에서 일하건 국민 개개인이 꿈이나 열정을 실현시켜 행복과 자아를 실현하는 나라”라며 “제도나 정책을 잘 갖춰 그런 나라가 실현되도록 하는 것이 정치를 하면서 꼭 실현하고 싶은 저의 꿈”이라고 덧붙였다.
국정감사를 전후해 자신의 정책기조를 펼칠 것으로 보였던 박 전 대표가 드디어 입을 연 것이다.
자신의 정책기조를 밝히는데 이어 현안에 대해서도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전날 발생한 정전사태에 대해 “시민들에게 굉장히 큰 충격과 혼란을 줬다. 수요예측 문제도 그렇지만 예고도 없이 정전사태가 났다는 게 당하는 시민으로서는 얼마나 혼란스럽고 당황스러웠겠느냐”면서 “이런 일이 절대로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간 정책현안에 대해서 침묵으로 일관하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 박 전 대표였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한나라당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중요하게 여기는 주제가 등장한 것 같다”며 “국민 우선의 정치를 펴겠다는 정치적 캐치프레이즈로 받아들여도 무방할 듯하다”고 해석했다.
최근 들어 ‘현장 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박 전 대표이기에 ‘국민 행복’이라는 키워드는 앞으로 그녀의 대권행보에 주요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도 커졌다는 얘기다.
눈에 띄게 활발해진 트위터
젊은층과 소통 강화
박 전 대표는 대중과의 소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SNS정치’가 그 힘을 발휘하고 있음에 착안한 것인지 트위터 활동이 눈에 띄게 활발해지고 있다.
일방적인 메시지 전달과 자신의 근황을 전하는 수단으로 이용해온 트위터를 이용자들과 자주 소통하는 것으로 바꾸고, 표현방식 또한 예전에 비해 한층 자유로운 형식으로 탈바꿈해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에는 90년대 아이돌 열풍의 원조이자 요즘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5촌조카 은지원과 함께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려 화제가 되었다.
두 사람이 혈연인 사실은 이미 알려져 왔으나 두 사람이 나란히 찍은 사진을 공개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이는 현장방문 정치를 통해 대중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편 또 다른 네티즌이 최근 박 전 대표의 조카들의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해 “근혜님의 지지자는 아니지만, 이번 사건으로 마음이 천근만근 무거우실 것 같다. 힘내시라”고 글을 남기자 “감사합니다. 힘이 되네요”라며 답글을 달았다.
또 다른 트위터리안이 자신의 학교에 초청강의를 제안하는 글을 남기자 “초청 감사합니다. 하지만, 9.19~10.8까지는 국정감사 기간이기 때문에 이번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총학생회에서 준비하는 이번 행사가 성공적으로 개최되길 바랍니다”라고 쓰기도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그는 지난달 말 인사동을 깜짝 방문해 만났던 젊은이들과도 트위터를 통해 인사를 주고받고 있다.
“오늘 인사동에 갔다가 우연히 박근혜 의원님을 뵈었습니다. 찻집에 올라오시는 모습을 보고 바로 달려가 사진 한방^^”이라는 글에는, “짧은 순간의 우연한 만남이었지만, 반가웠어요...^^”라고 화답했다.
인사동에서 만난 또 다른 트위터리안이 남긴 글에는 “직찍 선물 고맙게 잘 받았습니다~”라고 했다. ‘직찍’은 직접 찍은 사진의 줄임말로 젊은이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말이다.
박 전 대표의 젊은이들과의 소통 행보는 향후 오프라인을 통해 더욱 활발히 이뤄질 전망이다.
이와 동시에 박 전 대표는 지난 19일 시작된 국정감사에서 그간 현장에서 전달받은 서민들의 목소리와 현장을 통해 확인한 정책들을 펼쳐 보이고 있다.
이를 통해 국민들의 중심에서 행동하는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콘텐츠 부족’이라는 일각의 오해도 씻어버리겠다는 복안이다.
안철수 신드롬으로 대세론에 일대 위기를 맞았지만 박 전 대표는 보란 듯이 극복해 내고 있다. 마치 자신의 정치적 역량과 내공을 과시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여기에 10·26재보선과 총선 승리라는 날개를 단다면 ‘박근혜 대세론’은 위기가 아닌 굳히기에 들어가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관측이다.
선거의 여왕‘ 박 전 대표의 거침없는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