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빠진 드루킹 특검 막전막후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6.19 09:20:13
  • 호수 11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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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 골든타임 놓쳤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이미 묻힐 대로 묻혔다. 남북·북미정상회담과 6·13 지방선거로 드루킹 특검은 여론의 관심 밖이다. 역대 특검 중 가장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 나아가 드루킹 사건의 중심에 섰던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압도적인 지지로 경남도지사에 당선됐다. 차기 대권주자로 한 발짝 나아간 만큼 특검 수사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된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로 자유한국당의 추천을 받은 허익범(59·사법연수원 13기) 변호사를 임명했다. 이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춘추관 브리핑서 “문 대통령은 국회의 합의와 추천을 존중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며 “사건의 실체에 대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수사를 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허익범
그는 누구?

허 특검은 지명 직후 기자들과 만나 “법에 의해 엄정하게 수사하도록 하겠다”며 “분명히 고도의 정치적인 사건인 만큼 중요한 임무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앞으로 구성될 수사팀과 함께 해결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뉴라이트 단체 활동 경력이 있는 허 변호사를 문 대통령이 특검으로 임명한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허 특검은 검사장 등 요직을 거치지는 않았지만, 재직 중 수사 의지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는 1986년 대구지검을 시작으로 인천지검 공안부장, 서울남부지청(현 서울남부지검)·대구지검 형사부장 등 21년간 검사로 근무했다. 

서울남부지청 형사5부장이던 2000년 10월, 수천만원 뇌물수수 혐의가 드러난 여당(새정치국민회의) 출신 영등포구청장의 구속영장 청구를 놓고 검찰 지휘부와 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직’을 걸었던 허 특검의 판단대로 구청장은 결국 구속돼 유죄가 확정됐다. 대검에선 불구속 수사를 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지만, 허 특검은 구속 수사를 관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수사 이후 인사에서 밀려나기 시작해 결국 검찰을 떠났다. 현재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이다. 

출범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진척 우려
북미회담 6·13 등 대형 이슈에 묻혀 

허 특검은 2007년 뉴라이트 단체인 ‘나라선진화 공작정치분쇄 국민연합’ 자문변호사단으로 활동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해 허 특검은 “같이 일했던 변호사의 부탁으로 이름만 올렸을 뿐”이라며 “활동한 것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법조계는 허 특검의 임명이 예상 밖이라는 반응이다. 허 특검과 함께 추천됐던, 임정혁 변호사는 고검장 출신으로 수사 경력이 상대적으로 긴 반면, 부장검사를 하다가 개업한 허 특검의 경우 검찰 고위급 출신도 아닐뿐더러 논란도 있었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오는 27일부터 본격 활동할 전망이다. 

특검법은 특별검사에게 임명 후 20일 동안 준비 기간을 준다. 수사 기간은 원칙적으로 60일이지만 한 차례(30일) 연장할 수 있다. 준비 기간을 포함하면 수사 기간은 최장 110일이다. 규모는 특별검사 1명과 특검보 3명, 파견검사 13명, 특별수사관 35명, 파견공무원 35명 등 총 87명이다. 

허 특검은 12일 특검보 후보자 6명의 선정을 완료했다.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서 기자들에게 “오늘 오전 특검보 후보 6명을 대통령께 추천했다”고 밝혔다. 허 특검이 임명을 요청한 특검보 후보는 ▲김대호(60·사법연수원 19기) ▲최득신(53·25기) ▲김진태(54·26기) ▲임윤수(49·27기) ▲송상엽(49·군법무관 11기) ▲김선규(49·32기) 변호사 등 6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특검보는 특검의 지휘·감독을 받아 수사는 물론 기소 후 공소유지 업무를 담당하고, 파견검사와 수사관 등을 지휘·감독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허 특검은 “후보자를 추천하면서 개인적 인연이나 학연 또는 지연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특검 업무를 수행하는 데 부족한 부분을 보좌해주실 수 있는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갖춘 분을 모시려 했다”고 인선 기준을 설명했다.

이대로라면…
고? 스톱?

수사는 특검법에 따라 크게 네 갈래로 전개될 전망이다. 특검법은 드루킹과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등 연관 단체의 불법 여론조작, 수사과정서 드러난 관련자들의 불법 행위, 드루킹의 불법자금 조성 및 사용, 수사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을 수사하도록 정하고 있다. 

특히 ‘수사과정서 인지된 관련 사건’을 근거로 특검이 수사 범위를 확대할 가능성도 열려 있어 결과를 속단하기는 어렵다.
 

내용적으로는 드루킹과 이번 경남지사로 당선된 김경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송인배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의 관계, 검찰·경찰의 수사 축소 및 은폐 의혹 등이다. 의혹, 지난 대선 과정서 매크로(자동 반복 입력 프로그램) 등을 사용한 댓글 조작과 김 전 의원의 관여 여부 등이 핵심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번 특검은 과거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모든 이슈가 남북정상회담과·지방선거에 묻혔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 지난 4월부터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의 기대감으로 모든 이슈가 덥혔다. 

애초에 드루킹 사건이 별다른 여론의 힘을 받지 못했던 상황. 더불어 드루킹 특검은 지방선거가 끝난 뒤 수사가 돌입돼 여론과 정치권의 관심에서 멀어진 인기 없는 특검이 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이런 상황은 당초 드루킹 특검 후보 추천 접수 때부터 예견됐다. 선임단계부터 난항을 겪었다. 추천 접수는 처음엔 지난달 16일부터 시작돼 18일에 마감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추천자들이 전부 고사해 21일로 마감일이 연장됐다. 

보수 텃밭서 일낸 김경수 
야권 몰락에 원동력 상실

특검 흥행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 추천자들이 미리 몸을 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추천 고사 이유도 여러 가지였다. 정권 초기에 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해야 한다는 정치적 부담도 이유가 됐다. 경제적인 문제도 그중 하나다. 

특검은 수사와 이후 진행되는 재판까지 맡아야 하기 때문에 수년간 변호사 업무를 할 수 없다. 공직서 물러난 지 1년이 지나지 않았단 이유로 특검법상 결격사유에 자동적으로 해당하게 되는 추천자들도 많았다. 


난항 끝에 변협은 특별검사로 오광수, 김봉석, 임정혁, 허익범 등 후보군 4인을 추천했다. 법조계 안팎에선 후보군 중 임정혁 변호사와 허익범 변호사를 제외한 2인은 명목상 후보군에만 올라있을 뿐, 특검에 참여할 의지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허 특검은 김 전 의원도 “필요하면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드루킹 사건의 중심에 있던 김 전 의원의 경남지사 당선도 특검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지방선거서 김 전 의원이 과반이 넘는 압도적인 지지로 경남지사에 당선됐다. 민주당 출신 정치인이 경남지사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전 의원은 이번 선거를 통해 명실상부 전국구 정치인으로 발돋음했다. 드루킹 사건이 다분히 정치적인 사건인 것을 고려하면 선거를 통해 정치적으로 면죄부를 받은 김 전 의원에 대한 특검 수사가 주춤할 수밖에 없다. 

역대 특검이 살아 있는 권력을 상대로 성과를 낸 적이 거의 없다는 점도 드루킹 특검팀에 부담이다. 

특검의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먼저 ‘수사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 많다. 드루킹 등을 체포한 경찰이 ‘정권 눈치보기’ 수사를 하느라 시간을 흘려보내는 동안 다수의 증거가 인멸·훼손됐을 것이라는 우려가 가장 크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선 이번 수사의 성패는 디지털 증거를 얼마나 복구하고 찾아내느냐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언제 그랬냐
여론 관심 밖

검찰의 협조가 여느 특검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의미다. 대검이 보유하고 있는 국내 최고 수준의 디지털 포렌식 장비와 전문 인력을 얼마나 지원해주느냐가 관건이다. 허 특검도 임명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수사의 특성이 매크로를 이용해 댓글 작업을 한 부분”이라며 “검찰에 포렌식에 유능한 검사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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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