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김정은 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하겠다.” 지난 13일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이후 김 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 역시 이를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 위원장 홀로 미국의 심장부로 불리는 백악관으로 가기엔 다소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며 두 정상 간의 만남을 다시 한 번 조율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3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페라 호텔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양국 간 정상회담이 열리기까지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했던 만큼 비핵화라는 핵심 의제의 간극을 좁히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성명문이 충분한 구체성을 지니지 못했기 때문이다.
포괄적 성명
미국이 강조했던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명시되지 못한 것은 한계로 지적됐지만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또 양국이 빠른 시일 내에 후속 협상을 개최하기로 약속한 만큼 구체적인 성과는 차기 협의에 달려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미 간 후속 협상은 이번 주 내에 개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동성명서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장관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만나 회담을 갖기로 했다.
김 위원장의 방미는 향후 북미 실무자 간 협의를 통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싱가포르 선언에 명시된 완전한 비핵화가 구체적인 이행과정을 담게 됐을 때 북미 정상이 만날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양국이 이번 공동성명에 이어 또 다른 성명을 발표할 만한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방미를 기대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의제를 본인의 정치적 이슈와 함께 견인하고자 한다는 분석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장 11월 중간 선거와 로버트 뮬러 특검을 앞두고 있다. 뮬러 특검은 지난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의 공모 혐의를 수사 중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를 정치적 치적으로 내세워 정치적 위험을 극복하려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 이후 기자회견서 자신의 정치적 성과에 대해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전임 대통령과 행정부의 과거 북핵 대응 방식은 틀렸다고 지적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방문을 고대한다 하더라도 김 위원장이 미국을 방문하는 데에는 다소 부담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이 가장 예민해 하는 신변 문제 등을 비롯해 북한과 미국 내 반발 여론이 제기될 수 있어서다. 이 같은 우려를 어느 정도 불식시키기 위해서 문재인 대통령이 동반으로 방미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김, 트럼프 방문에 제약 있어
중재자 문, 둘 만남 조율할까
문 대통령의 동반 방미 가능성은 그간 북한과의 정상회담서 쌓은 신뢰를 통해 재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지난 1차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2차 정상회담서 공고한 신뢰관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양국 정상이 1·2차 남북정상회담 때 각각 군사분계선을 넘을 수 있었던 것은 상호 신뢰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특히 2차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의 취소를 일방적으로 통보하자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과의 만남을 요청해 성사된 회담이다. 양 정상은 이를 계기로 북미 정상회담을 정상 궤도에 안착시킬 수 있었다.
두 정상 간의 신뢰는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함께 방미할 때 김 위원장의 신변이 보장되는 요소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김 위원장의 단독방미는 북한 내 군부 강경파들의 반발을 야기할 수 있다. 북한은 그동안 미국을 ‘철천지원수’로 여기며 적대 기조를 유지했다. 김 위원장의 방미가 북한 강경 군부들의 반발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북핵은 북한 군부가 가지고 있는 힘과 기득권으로 통한다. 김 위원장이 지난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드러낸 만큼 북한 군 내부의 불만도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과의 동반을 통해 내부 불만을 어느 정도 불식시킬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을 단독으로 방미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는 것보다 문 대통령과 함께 한다면 군부 내 갈등을 조율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북한을 향한 미국 내 반발기류도 김 위원장의 방미에 있어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지난 싱가포르 선언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단독 기자회견서 백악관 출입 기자들은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물었다.
미국에서는 지난 오토 웜비어 사건이 기폭제가 돼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함께 방미한다면 북미 정상 간의 직접적인 만남보다 거부감을 덜할 것으로 보인다.
가능성은?
김 위원장의 방미 시점을 두고 7월과 9월이 언급된다. 다음달 27일은 정전협정 65주년을 맞이하는 때다. 지난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판문점 선언서 남북정상은 올해 종전을 선언하기로 합의했다. 이때를 맞춰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과 함께 방미해 종전을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 또 9월에는 국제연합(UN) 총회가 뉴욕서 열릴 예정이다. 김 위원장이 UN 총회에 맞춰 방미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가능성도 언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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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기사> 북미 합의 4개 조항
지난 12일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서 만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포괄적 선언으로 불린 만큼 그 내용이 다소 구체적이지 않지만 후속 회담을 통해 빈 공간이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공동 성명은 합의된 4개 조항을 골자로 한다.
우선 북미는 평화와 번영을 위한 양국 국민의 바람에 맞춰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기로 약속했다.
또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약속했고, 이어 판문점 선언의 재확인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노력과 약속이 명시됐다. 마지막으로 양국은 전쟁포로와 전장 실종자들의 유해 송환과 유해 수습을 약속했다.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