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모드’ 중국의 한반도 플랜

시진핑은 김정은 놔줄까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북미정상회담의 시계가 빠르게 흘러가면서 중국 변수가 부상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의 혈맹국로 한반도 문제에 상당한 입지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남북미 주도의 비핵화 흐름에 로우 키(low key)로 일관하고 있다. 또 일각서 제기되는 ‘중국 배후론’과 ‘차이나 패싱론’에 대해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했을 뿐 주목할 만한 행보는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은 비핵화 협상이 계속될수록 자국의 입지가 저절로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취소 통보로 북미회담은 한때 좌초위기에 빠졌지만 다시 정상궤도에 올랐다. 오는 12일로 예정된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미는 치열한 물밑협상을 ‘쓰리 트랙’으로 이어갔다. 회담 간 의제와 의전을 다룰 ‘판문각 팀’과 ‘싱가포르 팀’이 전면에 나섰고, 양국 정보당국 간 접촉도 이어졌다.

좌초위기 후
다시 본궤도

북한과 미국은 6·12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회담 의제와 의전 등에 관한 협상을 가졌다. 북측 대표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 부국장으로 꾸려졌다. 미국 측 대표는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를 중심으로 엘리슨 후커 백악관 한반도 보좌관, 랜달 슈라이버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로 갖춰졌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한 다음날인 지난달 27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서 첫 회담을 가졌다. 이들은 같은 달 30일에도 만나 협상을 진행했다.

또 북미는 의전·경호 등을 논의하기 위해 싱가포르서 만났다. 북한에선 ‘김정은의 집사’로 불리는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이, 미국에선 조지프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회담장에 나섰다.


북미는 이외에도 미국 CIA와 북한 정보당국 간 협상채널을 연 것으로 보인다. CIA와 접촉하는 북한의 정보당국은 통일전선부로 전해진다. 특히 CIA 산하 ‘KMC’라는 조직이 협상의 전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KMC는 코리아미션 센터를 뜻하는 말로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CIA국장으로 있던 시절 대북 핵심조직으로 창설했다. KMC를 이끌고 있는 인물은 앤드류 김으로 북미정상회담 준비 과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비밀리에 방북했을 당시 동석했던 인물이다.

판문점과 싱가포르 외에 정보당국 간의 접촉으로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회담은 투 트랙을 넘어 ‘쓰리 트랙’으로 진행됐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지난달 30일, 미국 뉴욕에 도착해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만나 회담을 가졌다. 판문점서 다뤘던 의제에 대해 보충하며 조율하는 과정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김영철 부위원장과의 만찬 이후 “아주 멋졌다”며 북미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의 기대감을 높였다.

뉴욕회담 이후 김 비핵화 의지 재확인
“북미대화 그치지 않고 협상 지속될 것”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다음날 김영철 부위원장과의 고위급 회담 결과에 대해 설명했다. 미국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와 북한의 체제보장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 골자였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조건들을 설정하는 데 지난 72시간 동안 실질적 진전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72시간은 판문각과 싱가포프서의 협의, 뉴욕서의 고위급회담을 포함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아직 많은 일이 남아있다”며 북미정상회담의 전망만을 언급했을 뿐 구체적인 진행상황은 설명하지 않았다.


이어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지도자라고 믿는다”라며 “앞으로 수주 또는 수개월간 그것이 이뤄질 수 있는지 시험해보는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회담의 핵심의제인 비핵화 문제에 대해 김 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한 것이다. 정상회담이 대화를 위한 대화가 아닌 비핵화 궤도에 오를 수 있는 만남이 될 수 있도록 의지를 보이라는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비핵화 방법에 대해 CVID를 재차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목표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의 비핵화”라고 밝혔다. 이어 비핵화 범위에 대해 “핵 프로그램의 모든 요소들을 포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와 이를 충족하기 위한 조건들을 강조한 것이다. 완전한 비핵화의 보상 격으로 주어지는 체제보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세계가 북한에 요구하는 비핵화와 북한에 필요한 체제보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할지 많은 대화를 했다”며 완전한 비핵화와 체제 보장을 맞바꿀 수 있다는 ‘빅딜’을 암시하기도 했다. 

비핵화의 보상 격으로 주목되고 있는 주한미군 감축에 대해선 “알 수 없다”고 언급했다.

완전 비핵화
김 결단 촉구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 방법을 두고 완전한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달 개최되는 정상회담이 추가로 열릴 가능성이 부상하고 있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북한과 비핵화 합의를 하기 위해서는 한 번 넘게 회담이 필요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협상 과정이 지난할 것으로 점쳐지지만 김 위원장 역시 비핵화 의지를 언급한 점은 긍정적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만남서 “조선반도 비핵화에 대한 우리의 의지는 변함없고 일관하며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북미정상회담의 성사 가능성이 높아지고, 남북미 주도의 비핵화가 진행되면서 중국의 입장이 주목된다. 중국은 대북 영향력이 가장 큰 국가로 꼽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의 동맹국을 넘어 혈맹국가로 통한다. 또한 중국은 과거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의 중심에 자리할 정도로 한반도 내 주도권을 쥐고있다.

중국은 과거 북한의 연이은 핵·미사일 도발에도 이를 정면으로 비판하지 않았다. 중국은 ‘한반도 평화’를 언급하는 데 그쳤고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소극적이었다. 북한 인권문제가 UN 안전보장이사회서 논의될 때 중국은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다. 중국이 북한의 ‘뒤’를 봐준다는 목소리가 나올 만큼 양국은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이 북한에 힘을 보탠 까닭은 미국과의 패권다툼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에게 한반도는 미국과의 패권을 다툴 수 있는 장으로 여겨진다. 미중 간 패권 다툼의 무대가 형성되려면 한반도의 분단과 북핵문제가 지속돼야 한다. 

분단과 북핵이 완전히 해결된다면 중국과 미국은 패권을 다툴 명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의 한반도 내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뿐 아니라 동북아 정세의 주도권 역시 흔들리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상황서 중국이 직접적인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 이유다. 


남은 건 중 선택…원론만 되풀이
“패권도 주도권도 놓지 않을 것”

중국은 남북미 주도의 비핵화 협상에 있어 직접적으로 입장을 드러내거나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 않다. 이에 ‘차이나 패싱론’과 ‘중국 소외론’ 등이 제기됐지만 중국은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일각서 제기되고 있는 ‘차이나 패싱론’ ‘중국 소외론’ 등에 선을 그었다.

<환구시보>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각) ‘한국과 미국은 중국을 경시해도, 의존해서도 안 된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했다. 신문은 “북한이 최근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강경 발언을 한 뒤 중국이 북한을 선동해 태도를 바꾸게 했다는 소문을 한미 언론이 퍼트려왔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배후론’을 언급한 것에 대해 비판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개최된 2차 북중정상회담 이후 김 위원장이 강경한 태도로 나오자 ”배후에 중국이 있다“며 중국을 향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이후에도 배후론을 재차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시진핑 중국 주석을 ‘세계 최고의 포커 플레이어’라고 말한 바 있다.

발등에 불
꽤나 차분


중국은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북미정상회담 취소에도 당황스러운 기색을 나타내지 않고 오히려 관망하는 모양새였다.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부위원장의 뉴욕회담 이후 발표에도 덤덤해 보였다. 

중국이 크게 흔들리지 않고 로우 키(low key)로 기조를 이어가는 까닭은 북핵을 해결하는 데 있어 시간이 걸릴 것이고, 또 그 과정서 본인들의 입지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단 한 번의 북미정상회담으로 북핵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미국과 북한이 핵 해결방식을 두고 큰 이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완전한 비핵화와 북한의 동시적-단계적 해결은 상반된다.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부위원장의 만남 이후에도 양국은 기존 입장만 되풀이했다. 한미의 비핵화 해결이 지난하게 흘러갈 경우 한미는 중국의 문을 두드릴 가능성이 높다. 북한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중국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북한 역시 한미 주도의 비핵화에 충분한 신뢰가 쌓여있지 않기에 중국을 이용할 여지가 높다. 남북미가 비핵화의 접점을 찾는 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고, 결국 중국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해석에서다.

중국은 다양한 방법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이 대표적이다. 종전선언 등은 북한에 대한 체제 보상의 일환으로 작용한다. 지난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발표된 판문점 선언서 남북은 정전협정 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 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또 평화협정 체결과 관련해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명시했다. 중국을 포함해 남북미중 4자 회담 개최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중국 역시 지난달 31일,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중국은 한반도 문제의 주요 당사국이자 정전협정 서명 당사국으로서 역할을 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은 북한이 한미에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기회로 평가받는다. 종전선언이 비록 정치적 선언에 그친다는 한계가 있지만 종전선언이 있어야 평화협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종전선언에 중국이 설령 빠진다고 해도 평화협정에는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 대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을 배제한다면 향후 정세가 시계제로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또, 중국은 한국전쟁 교전 당사국이면서 정전협정의 서명국이다. 그런 연유로 중국은 평화협정 체결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한국은 다시금 중재자의 위치에 서서 중국의 개입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아도 그 입지가 올라가는 까닭이다.

현재 정세는 한미가 중심이 돼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는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실제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는 데 충분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북한을 중국과 연계해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위해서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대북 영향력은 여느 국가들보다 강력하다. 중국은 북한을 통해 동북아 정세에 막강한 파급력을 행사했다. 미국과의 패권다툼 역시 북한을 사이에 둔 측면이 크다.

북한과 연대
입지 자동상승

중국이 오늘날과 같은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북핵이었다. 북핵을 통해 입지를 드러낼 명분을 쌓았기 때문이다. 중국이 북한의 무력도발을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고 경제적 도움을 지속한 것도 그 이유에서다. 중국은 그 명분이 한미 주도의 비핵화로 흔들리는 것을 원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가 중국과 접촉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아직까지 중국은 평화와 비핵화를 지지하는 입장이지만 향후 어떤 목소리를 낼지 주목된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러시아 움직임은?

북한과 러시아는 수교 70년인 올해 북러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데 합의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지난달 31일 백화원 영빈관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친서를 전해 받으며 정상회담에 합의했다고 지난 1일 보도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김 위원장과의 만남서 러시아에 방문해줄 것을 요청했다. 

김 위원장은 라브로프 장관과 만남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지도부가 미국의 우월주의에 저항하고 있는 것을 평가한다. 우리는 항상 이와 관련한 깊은 공조에 대해 러시아 측과 협의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와 우리의 우호 관계를 더 강화·발전시키고, 긴밀한 우리의 협력을 더 심화시키기 위한 향후 협력에 기여할 것”이라 밝혔다.

러시아는 남북미 주도의 비핵화 협의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한반도 평화’를 언급하며 원론적 입장에 그쳤다. 

오는 12일 예정된 북미 싱가포르 회담에 대해서는 북미 정상회담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에 대해 지지를 보냈다. 비핵화 과정서 중국의 입지가 부상하는 것과 관련해 러시아의 움직임 또한 주목된다. 러시아 역시 북한의 우방국으로 통한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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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