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폭행 파문’ 광주 신양관광파 실체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5.28 10:53:11
  • 호수 11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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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린치 금지’ 룰 깨진 주먹세계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광주서 한 남성이 8명에 둘러싸여 주먹과 발로 수십 차례 구타당한 사건이 일어났다. 폭행 현장이 담긴 동영상이 온라인에 공개되면서 국민적 충격을 안겼다. 피해자는 수술 중 눈 깊은 곳에서 나무조각이 나왔으며,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할 위기에 처했다. 가해자 8명은 모두 폭력조직 가입돼있었다. 광주 신양관광파 조직원인 것으로 전해진다. 신양관광파는 어떤 조직일까. 
 

지난달 30일 오전 5시께 A(33)씨 일행은 광주 광산구 수완동의 한 노래방서 술을 마셨다. 일행 중 한 명이 먼저 집에 간다며 밖으로 나가 택시를 잡는 과정서 20, 30대 남성 7명, 여성 3명이 함께 있던 일행과 시비가 붙었다. 

단순 폭행만?
가중처벌 가능 

A씨 일행이 택시를 잡았는데, 상대 쪽이 먼저 자신의 일행을 태우려고 했기 때문이다. 뒤늦게 술집 밖으로 나온 A씨는 상황을 목격하고 말리러 다가가 말을 겄었다. 하지만 상황은 더욱 악화돼 다툼은 결국 몸싸움으로 번졌다. 

처음에는 상대측 남성들과 일대일로 싸웠지만, 이후 집단으로 달려들어 A씨를 폭행했다. 

촬영된 동영상을 보면 조폭으로 보이는 남성들이 상의를 벗은 채 A씨를 폭행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가해자 측 남성 3명은 상의를 벗고 있고, 온몸에 문신을 했다. A씨를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걷어차는 등 수 십 차례 폭행했다. 이 중 건장한 남성이 돌을 집어들어 때리는 장면이 있다. 


A씨는 현재 대학병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폭행 당하는 과정서 손가락이나 나뭇가지로 양쪽 눈을 심하게 찔려 사실상 실명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눈 주위의 뼈도 무너졌으며, 수술 중 4∼5cm 크기의 나무조각도 나왔다. 

대소변도 어려울 정도로 A씨의 상태는 심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광주 광산경찰서는 폭행 가담 정도를 구분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집단상해)혐의로 5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주변 CCTV와 피의자 조사를 통해 피해자 측에서 주장한 폭행 피해가 대부분 인정됐다고 전했다.

잔혹한 동영상 보고 국민들 분노 폭발 
가해자 8명 모두 폭력조직 가입 확인

하지만 A씨 가족 측은 살인미수로 전원 구속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경찰 수사가 잘못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A씨 형은 “가해자들이 모두 관광파 조폭이다.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은 전원 구속돼야 하고, 죄목도 살인미수”라고 주장했다. 

당시 경찰의 소극적인 대응도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특히 사건 당시의 상황을 담은 동영상이 온라인에 공개되고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는데도 폭행이 이어졌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여론의 질타에 불이 붙었다. 

사건을 맡은 광주 광산경찰서는 “적절하게 조치했다”고 해명했지만 여론은 싸늘하게 돌아섰다. 집단폭행 가해자들에게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해 엄벌해달라는 청와대 청원은 순식간에 20만명을 넘었다. 경찰의 부실 대응에 대한 비판은 집단폭행 사건 당시의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불이 붙었다. 


영상에는 폭행 당시 출동한 경찰관들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계속 폭행을 이어가는 가해자들의 모습이 담겼다. 가해자들은 경찰이 피해자를 순찰차에 태우는 와중에도 달려들어 폭력을 휘두르려 했다. 

피해자가 저항하지 못하는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하지 못한 경찰의 모습에 분노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여론이 계속 악화하자 경찰이 직접 해명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5월4일 김순호 광주 광산경찰서장은 페이스북에 2페이지 분량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던 체포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김 서장은 “SNS 동영상만 보면 경찰이 소극적으로 대응한다고 보일 수 있지만 신속한 현장출동, 상호 분리, 부상자 후송, 경찰장구를 이용한 가해자 체포 등을 순차적으로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피의자들의 강력 처벌을 요구하는 여론에 대해서는 “보강수사를 통해 불구속 가해자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추가 신청했다”며 “또한 피의자들의 조직폭력배 연관성을 철저히 수사하고, 살인미수 적용 여부에 대해서도 심도 깊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광주지방경찰청도 이날 오전 “대응 메뉴얼에 따라 순차적으로 대응했다”고 밝혔다.

광주 지역서 
수도권으로

조사결과 가해자들은 모두 신양관광파 폭력조직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 광산경찰서는 지난 22일, 공동상해와 범죄단체 구성 활동 등의 혐의로 한모씨를 구속했다. 앞서 경찰은 같은 혐의로 박모씨 등 5명을 구속하고 안모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조사 결과 이들은 지난해 1월과 올 2월, 폭력조직 신양관광파에 가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경찰에서 폭력조직 가입 사실을 털어놨다. 경찰은 이들이 SNS에 올린 가입 신고식과 단합대회 영상 등을 확보했다. 

폭행사건 전날에도 박씨 등은 선배 조직원의 집안 행사에 참석한 뒤 뒤풀이를 하고 돌아가던 중이었다. 

실제로 이들은 체포된 가해자 대부분이 폭력·상해 등 관련 전과 기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가운데 한 명은 전과 10범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초 경찰은 이들을 단순 추종 세력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잔혹한 폭행에 대한 시민들의 공분이 커지자 추가 수사를 통해 폭력조직 가입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재판서 폭력조직 가입이 인정되면 형량이 2분의 1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신양관광파 조직원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신양관광파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양관광파는 법원서 ‘범죄단체로 확정된 관리 대상 조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광역시 동구 지산동에 있는 신양파크호텔이 주무대였기 때문에 신양관광파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으로 전해진다. 


신양관광파는 오래 전부터 신규 이권 사업에 적극 나섰다. 1990년대 초반까지는 유흥업소 금품 갈취, 건설업체 입찰이나 아파트 재건축 폭력 등에 나서다가 점차 고리대금업 등에 손을 댔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성인 PC방 운영 등 사행성 도박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사업 영역 중에서 사행성 도박은 최대 수익원이다.

활동 무대도 광주서 서울 등 수도권으로 넓혔다. 신양관광파 조직원들끼리는 서울에 올라오거나 지방으로 갈 경우 서로 숙식을 제공하는 등 끈끈한 유대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동안 신양관광파는 온갖 사설 사행성 도박 등 불법 행위로 언론에 오르내렸다. 

2011년에는 지방서 수도권으로 진출한 6개 폭력 조직이 연합해 서울 강남 일대서 사설 도박장을 운영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여기에 신양관광파도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이들은 2009년 1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강남 일대 고급 빌라 등을 빌려 카지노 도박장을 운영하면서 판돈 합계 100억원가량의 도박판을 벌여 환전 수수료 명목으로 10억여원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당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조사 결과 이들 중 8명은 신양관광파와 국제PJ파 등 지방 폭력조직서 활동하던 폭력배로 밝혀졌다. 마카오 등지서 원정 도박꾼에게 자금을 빌려주는 이른바 ‘롤링’을 하면서 알게 된 유흥업소 마담 및 재력가들에게 도박을 시켜주고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각종 사행성 
도박장 운영

수사기관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하우스장·롤링(모집책), 꽁지(자금책), 문방 등의 역할을 조직적으로 분담했다. 5곳의 도박장을 단기 월세로 임대해 수시로 옮겨가면서 점조직으로 도박장을 운영했다.


이들은 또 수사기관의 자금 추적을 피하기 위해 하부 조직원, 지인이나 도박자 명의로 된 차명 계좌를 이용해 2∼3단계의 자금 세탁 과정을 거쳐 도박 자금을 현금화하는 등 치밀하게 도박 자금을 관리했다. 사설 경마서도 비슷한 수법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신양관광파는 2013년 신종 사설 경마 프로그램을 개발·공급해 2000억원대 사설 경마 조직을 운영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수원지검은 당시 한국마사회법 위반 혐의로 광주 신양관광파 조직폭력배 정모씨 등 2명을 구속 기소하고 장모씨 등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또 프로그램을 개발한 주범 이모씨 등 6명을 수배했다. 
 

이씨는 마권을 사이버머니로 살 수 있고 마사회 배당판이 실시간 업그레이드되는 등 편리성과 도박성을 살린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또 이를 도입한 897억원 규모의 사설경마 센터를 2010년 1월부터 2013년 1월까지 수도권을 돌며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컴퓨터 프로그래머 3명을 끌어들여 신종 프로그램을 개발한 뒤 사설경마 센터 운영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신양관광파였던 정씨 등 7명은 이 신종 프로그램이 도입된 1289억원 규모 사설경마 센터를 2010년 1월부터 2013년 1월까지 수도권 등지서 운영했다. 대신 프로그램 사용료로 이씨에게 1주일에 100만원씩 지급한 혐의를 받았다.

법원서 ‘범죄단체’ 확정
경찰 집중 관리대상 조직

2015년에는 유명 아이돌 그룹이었던 티아라의 일본 콘서트를 열어주겠다며 수억원을 가로챈 신양관광파 조직원이 2년 만에 체포되기도 했다. 당시 서울 강남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광주 신양관광파 행동대원 정모씨를 붙잡았다. 

정씨는 지난 2013년 7월 논현동 한 사무실서 “일본서 공연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며 티아라 전 소속사 대표 A씨로부터 2억원 상당의 엔화를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약속과 달리 일본 콘서트 개최 자체가 무산되자 A씨는 경찰에 정씨를 고소했다.

경찰 출석에 응하지 않아 체포영장이 발부됐던 정씨는 지난 4일 잠복 중이던 관악경찰서 형사들에게 덜미가 잡혔다. 광주 신양관광파 소속 조직폭력배인 정씨는 서울 논현동에 주거지를 마련하고 광주와 서울을 오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불법 보드카페를 운영하다 검찰에 적발됐다. 지난해 2월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는 서울 서초·강남 일대서 보드카페를 신종 카드게임 도박장으로 불법 운영한 혐의로 신양관광파 등 조직폭력배 15명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적발된 불법 보드카페는 모두 30여곳으로 도박금 규모만 541억여원에 이른다. 이들은 합법 업소를 단기간 빌리고 인터넷·SNS서 도박 참가자를 모아 사설 도박장으로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곳에서는 신종 도박 텍사스홀덤이 유행했다. 이 게임은 2장의 개인카드와 5장의 공통카드로 가장 좋은 조합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이기는 방식이다. 규칙이 간단하고 회전이 빨라 중독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돌 그룹 
이름 팔다 덜미

도박장은 관리자, 주최자(속칭 관계자), 딜러, 뱅커, 서빙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으로 운영됐다. 주로 차명계좌로 판돈을 입출금하거나 단기간만 운영하다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메뚜기식’ 활동으로 경찰 단속도 피했다. 신양관광파 등 다수 폭력조직들이 관리자 역할을 하면서 한 테이블 당 1시간에 60만∼80만원의 수수료를 챙겨 고정적인 수익으로 삼은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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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