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진짜 깨진다면…최악의 시나리오

‘장사꾼’ 트럼프의 얄팍한 상술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하자 미국이 6월12일로 예정돼 있던 북미정상회담을 돌연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정상회담 취소 사실을 통보했다. 회담이 취소 된 배경을 두고 여러 가지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 기저에는 비핵화 방식을 두고 양국이 보였던 시각차가 존재한다. 북한과 미국은 비핵화 방식에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미국은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를 기조로 일괄타결 해법을 제시했다. 반면 북한은 단계적-동시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남북정상회담서 북한은 비핵화 의지를 드러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선언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그 의지의 일환으로 풍계리 핵 실험장을 폐쇄하겠다고 전했다. 이후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 내정자는 두 차례 방북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다. 북핵 문제의 해결 가능성이 현실로 다가올듯 했지만 상황은 반전을 맞았다. 

강력한
경고 메시지

미국은 비핵화 방법에 대해 CVID 방식을 원칙으로 했다. 반면 북한은 단계적으로 비핵화 절차를 밟으며 동시에 체제보장과 같은 보상을 원했다. 핵 처리 방법을 두고 갈등에 불이 붙던 시점에 김 위원장은 중국을 재방문해 2차 북중정상회담을 열었다. 

중국의 개입을 통해 북한이 비핵화 논의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에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후 북한은 맥스선더(한미연합공중훈련)와 태영호 전 공사의 발언 등을 문제 삼아 남북고위급회담을 취소했다. 이어 북미관계 역시 경색국면에 들어섰다. 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다시 한 번 중재자 역할에 나섰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기에 이르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각) 오전 백악관을 통해 김 위원장에게 전달된 서한을 공개했다. 북미정상회담이 지금 시기에는 부적절하다는 내용이었다. 풍계리 핵 실험장이 폭파된 직후 벌어진 일이었다. 

한국 정부는 당황스러운 기색을 내비췄다. 한미정상회담이 열린 지 불과 이틀 만에 취소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한미정상회담이 무색해지는 시점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두고 여러 가지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중 가장 먼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장과 김계성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서한서 “최근 당신들의 발언들에 나타난 극도의 분노와 공개적 적대감으로 인해 애석하게도 지금 시점에서 회담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느낀다”고 밝혔다. 최 부장과 김 제1부상은 각각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백악관 내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취소를 결정하는 데 기여했다는 것이다.

풍계리 폐쇄 당일 일방적 취소 통보
‘핵? 대화?’ 기로에 선 한반도 평화

김 제1부상은 지난 16일 담화문 방식으로 볼턴 보좌관을 정조준했다. 볼턴 보좌관이 리비아식 핵 폐기를 주장했다는 이유에서다. 리비아 모델은 ‘선조치·후보상’을 핵심으로 한다. 또 핵과 그와 관련된 시설·장비 등을 모두 미국에게 넘겨 핵 폐기를 완료한 상태에서 보상을 차례로 제공받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해법과 상충된다. 북한은 핵을 단계적으로 폐기하고 동시에 보상을 요구하는 입장이다. 김 제1부상은 볼턴 보좌관을 비판했다. 그는 담화문을 통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날을 세웠다. 또한 북미회담을 “재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북한과 볼턴 보좌관의 갈등은 이미 예견됐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과 그는 구면이다. 볼턴 보좌관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시절 이미 한 차례 갈등을 겪은 바 있다. 그는 부시 행정부서 국무부 군축·국제안보담당 차관을 지내며 북한에 비난을 쏟아냈다. 

당시 그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상대로 “폭군 같은 독재자”라고 비난했다. 이에 북한은 “인간 쓰레기, 피에 주린 흡혈귀”라며 되받아쳤다. 볼턴 보좌관은 백악관 내에서 대북 강경파로 불리는 네오콘으로 통한다.

김 제1부상의 발언으로 백악관 내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강하게 제기됐던 것으로 보인다. 김 제1부상의 발언은 그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는 것이다. 이어 최 부장의 발언은 결정적이었다. 최 부장은 지난 24일 펜스 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얼뜨기’와 같은 원색적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펜스 부통령이 지난 21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서 북한과 리비아를 연결 지어 언급한 것이 화근이었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김정은이 합의하지 않을 경우 리비아 모델이 끝났던 것처럼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최 부장은 “선의를 무시하고 불법무도하게 나올 경우 북미정상회담 재고 문제를 최고 지도부에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 대미외교 핵심 인사로 꼽힌다.

이례적으로
자세 낮추고…

그러나 북미가 다시 대화국면에 나설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격적으로 취소를 통보했지만 대화 재개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열어뒀다. 그는 서한의 마지막에 ‘마음이 바뀐다면 망설이지 말고 전화를 하거나 편지를 보내달라’는 문장을 덧붙였다.

북한 역시 대화의 가능성은 열려있다는 입장이다. 김 제1부상은 지난 25일 담화를 통해 “미국 측에 시간과 기회를 줄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북미정상회담의 취소가 공개된 다음날 아침 신속하게 발표됐다. 

그는 “우리는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음을 미국 측에 다시금 밝힌다”고 강조했다. 대화재개 가능성에 힘이 실린 것이다.

이어 중재자의 위치에 자리한 한국도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시동을 거는 모양새다. 지난 25일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폼페이오 장관과 전화 통화를 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과의 대화 지속에 의지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북미 대화를 위한 여건 조성에 노력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와 반대로 북미정상회담의 재개 가능성이 낮다거나 아예 열리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양국이 핵 폐기를 두고 보이는 입장 차가 현저하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CVID와 같은 완전한 핵 폐기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또 그 방법이 최소한의 시간을 배제한 채 일괄타결 형식으로 실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특정 조건’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이 조건들을 얻어내지 않으면 북미정상회담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변인을 통해 그 조건이 북한의 CVID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즉, CVID 기준에 부합하는 조건을 북한이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정상회담을 열지 않을 것이란 해석이다.

북 미사일 도발 다시 시작?
중국 등 주변국 움직임 주목

트럼프 대통령은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대화에 나서지 않을 수 있다는 의지를 보인 바 있다. 최근 이란 핵 협정을 탈퇴한 것이 그 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 협정에 있어 두 가지의 사안을 지목했다. 

일몰조항과 핵사찰이 그것이다. 그는 이란의 핵 개발을 일시적으로 유예했던 일몰조항을 지목해 불완전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일몰조항이란 핵 합의 체결 10년 후인 2025년부터 이란에 대한 우라늄 농축, 핵물질 반입 등을 규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란이 핵 합의를 이행하더라도 다시 핵 개발에 나설 수 있다고 비판이 제기된 이유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강도 높은 핵사찰이 전제되지 않았기에 핵 합의가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틈을 보이는 조치에 대해서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통해 ‘충분한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협의는 수용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북한에게 전한 것으로 보인다. 볼턴 보좌관 역시 “(북한에) 불충분한 합의는 수용할 수 없다는 매우 분명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단계적·동시적 비핵화를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지난 2차 북중정상회담서도 김 위원장은 이를 반복·강조했다. 북한은 단계적 비핵화와 동시에 체제보장 등과 관련해 안전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은 빈틈없는 일괄적 타결을 주장한다. 재차 CVID를 언급하는 것도 그런 연유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정상회담 취소는 양국이 비핵화 처리 방법에 대한 간극을 줄이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양국 간 입장차가 가시적인만큼 향후 북미회담의 개최 가능성에 대해서도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또다시
격랑 속으로

당장 정상회담은 취소됐지만 양국은 완전히 등을 돌리지 않았다. 대화 재개를 희망하는 입장을 미뤄봤을 때 앞으로의 물밑협상이 차후 정상회담의 향배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물밑협상은 정상회담만큼 중요하고 치열해질 것으로 보여진다. 다만 북한과 미국이 입장 차를 좁히는 데 실패할 경우 동북아 정세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미지수다. 양국이 대화의 장으로 들어서 비핵화에 성공할지, 과거처럼 핵 대 핵 대결을 언급하며 핵의 장으로 진입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잘 나가다…’ 트럼프의 속셈

내재된 기업가 본능이 깨어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정된 협상테이블을 엎었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한 지 2시간 만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하자 많은 이들이 왜라는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두 국가 핵심 인사들 사이서 벌어진 설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서 “최근 당신들의 발언들에 나타난 극도의 분노와 공개적 적대감에 근거, 애석하게도 지금 시점서 회담을 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대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주고받은 상대에 대한 지독한 비난이 북미정상회담 취소로 이어졌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단순히 감정이 상했다는 이유만으로 ‘세기의 만남’이라는 북미정상회담이 취소됐다고 보기는 힘들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도 여느 때와 달랐다는 점에서 뭔가 다른 속셈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공개서한을 보내면서 트위터 정치를 하지 않았다. 워싱턴서보다 트위터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는 우스갯소리가 들릴 정도로 주요 의제가 있을 때마다 트위터에 본인의 생각을 선 공개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이전 행보를 봤을 때 분명 주목할 만한 차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알리는 과정서 최대한 예우를 갖췄다는 점이다. 공개서한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친필 서명을 확인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 김정은’이라고 한 부분도 눈에 띈다. 북한을 하나의 국가로 인정하는 외교적 예를 모두 갖춘 것이다.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감정의 문제로 볼 수 없는 이유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한 테이블에 앉았을 때 발생할 손익을 따져봤을 것이라고 해석하는 게 보다 합리적이다. 협상의 달인이라고 불렸던 기업가 출신이라는 점,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가 미국 입장에선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는 점 등을 본다면, 이번 북미정상회담 취소는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을 가져가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된 수로 읽힌다.

북한과의 협상에 있어 미국에 유리한 방향이라는 건 결국 중국을 배제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시진핑 중국주석을 두 차례나 만나는 상황에 불쾌함을 드러낸 바 있다. 미국은 중국과 공동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이끄는 게 아닌, 미국 단독으로 비핵화를 이끌어 동아시아의 맹주로 거듭나고자 하는 욕심을 오랫동안 보여왔다. 

이미 북한과의 협상테이블에 중국의 입김이 들어간 상황서 ‘미국의,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북미정상회담’이라는 실익이 없어졌다. 오히려 지금 상황서 북미정상회담을 강행했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중국에 너무 끌려가는 것 아니냐’는 자국의 비난에 직면했을 것이다. 북미정상회담 취소는 철저히 미국 국익만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보는 게 옳다. <ch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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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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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