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진짜 깨진다면…최악의 시나리오

‘장사꾼’ 트럼프의 얄팍한 상술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하자 미국이 6월12일로 예정돼 있던 북미정상회담을 돌연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정상회담 취소 사실을 통보했다. 회담이 취소 된 배경을 두고 여러 가지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 기저에는 비핵화 방식을 두고 양국이 보였던 시각차가 존재한다. 북한과 미국은 비핵화 방식에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미국은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를 기조로 일괄타결 해법을 제시했다. 반면 북한은 단계적-동시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남북정상회담서 북한은 비핵화 의지를 드러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선언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그 의지의 일환으로 풍계리 핵 실험장을 폐쇄하겠다고 전했다. 이후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 내정자는 두 차례 방북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다. 북핵 문제의 해결 가능성이 현실로 다가올듯 했지만 상황은 반전을 맞았다. 

강력한
경고 메시지

미국은 비핵화 방법에 대해 CVID 방식을 원칙으로 했다. 반면 북한은 단계적으로 비핵화 절차를 밟으며 동시에 체제보장과 같은 보상을 원했다. 핵 처리 방법을 두고 갈등에 불이 붙던 시점에 김 위원장은 중국을 재방문해 2차 북중정상회담을 열었다. 

중국의 개입을 통해 북한이 비핵화 논의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에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후 북한은 맥스선더(한미연합공중훈련)와 태영호 전 공사의 발언 등을 문제 삼아 남북고위급회담을 취소했다. 이어 북미관계 역시 경색국면에 들어섰다. 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다시 한 번 중재자 역할에 나섰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기에 이르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각) 오전 백악관을 통해 김 위원장에게 전달된 서한을 공개했다. 북미정상회담이 지금 시기에는 부적절하다는 내용이었다. 풍계리 핵 실험장이 폭파된 직후 벌어진 일이었다. 

한국 정부는 당황스러운 기색을 내비췄다. 한미정상회담이 열린 지 불과 이틀 만에 취소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한미정상회담이 무색해지는 시점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두고 여러 가지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중 가장 먼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장과 김계성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서한서 “최근 당신들의 발언들에 나타난 극도의 분노와 공개적 적대감으로 인해 애석하게도 지금 시점에서 회담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느낀다”고 밝혔다. 최 부장과 김 제1부상은 각각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백악관 내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취소를 결정하는 데 기여했다는 것이다.

풍계리 폐쇄 당일 일방적 취소 통보
‘핵? 대화?’ 기로에 선 한반도 평화

김 제1부상은 지난 16일 담화문 방식으로 볼턴 보좌관을 정조준했다. 볼턴 보좌관이 리비아식 핵 폐기를 주장했다는 이유에서다. 리비아 모델은 ‘선조치·후보상’을 핵심으로 한다. 또 핵과 그와 관련된 시설·장비 등을 모두 미국에게 넘겨 핵 폐기를 완료한 상태에서 보상을 차례로 제공받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해법과 상충된다. 북한은 핵을 단계적으로 폐기하고 동시에 보상을 요구하는 입장이다. 김 제1부상은 볼턴 보좌관을 비판했다. 그는 담화문을 통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날을 세웠다. 또한 북미회담을 “재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북한과 볼턴 보좌관의 갈등은 이미 예견됐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과 그는 구면이다. 볼턴 보좌관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시절 이미 한 차례 갈등을 겪은 바 있다. 그는 부시 행정부서 국무부 군축·국제안보담당 차관을 지내며 북한에 비난을 쏟아냈다. 

당시 그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상대로 “폭군 같은 독재자”라고 비난했다. 이에 북한은 “인간 쓰레기, 피에 주린 흡혈귀”라며 되받아쳤다. 볼턴 보좌관은 백악관 내에서 대북 강경파로 불리는 네오콘으로 통한다.

김 제1부상의 발언으로 백악관 내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강하게 제기됐던 것으로 보인다. 김 제1부상의 발언은 그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는 것이다. 이어 최 부장의 발언은 결정적이었다. 최 부장은 지난 24일 펜스 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얼뜨기’와 같은 원색적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펜스 부통령이 지난 21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서 북한과 리비아를 연결 지어 언급한 것이 화근이었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김정은이 합의하지 않을 경우 리비아 모델이 끝났던 것처럼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최 부장은 “선의를 무시하고 불법무도하게 나올 경우 북미정상회담 재고 문제를 최고 지도부에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 대미외교 핵심 인사로 꼽힌다.

이례적으로
자세 낮추고…

그러나 북미가 다시 대화국면에 나설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격적으로 취소를 통보했지만 대화 재개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열어뒀다. 그는 서한의 마지막에 ‘마음이 바뀐다면 망설이지 말고 전화를 하거나 편지를 보내달라’는 문장을 덧붙였다.

북한 역시 대화의 가능성은 열려있다는 입장이다. 김 제1부상은 지난 25일 담화를 통해 “미국 측에 시간과 기회를 줄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북미정상회담의 취소가 공개된 다음날 아침 신속하게 발표됐다. 

그는 “우리는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음을 미국 측에 다시금 밝힌다”고 강조했다. 대화재개 가능성에 힘이 실린 것이다.

이어 중재자의 위치에 자리한 한국도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시동을 거는 모양새다. 지난 25일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폼페이오 장관과 전화 통화를 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과의 대화 지속에 의지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북미 대화를 위한 여건 조성에 노력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와 반대로 북미정상회담의 재개 가능성이 낮다거나 아예 열리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양국이 핵 폐기를 두고 보이는 입장 차가 현저하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CVID와 같은 완전한 핵 폐기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또 그 방법이 최소한의 시간을 배제한 채 일괄타결 형식으로 실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특정 조건’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이 조건들을 얻어내지 않으면 북미정상회담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변인을 통해 그 조건이 북한의 CVID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즉, CVID 기준에 부합하는 조건을 북한이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정상회담을 열지 않을 것이란 해석이다.

북 미사일 도발 다시 시작?
중국 등 주변국 움직임 주목

트럼프 대통령은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대화에 나서지 않을 수 있다는 의지를 보인 바 있다. 최근 이란 핵 협정을 탈퇴한 것이 그 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 협정에 있어 두 가지의 사안을 지목했다. 

일몰조항과 핵사찰이 그것이다. 그는 이란의 핵 개발을 일시적으로 유예했던 일몰조항을 지목해 불완전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일몰조항이란 핵 합의 체결 10년 후인 2025년부터 이란에 대한 우라늄 농축, 핵물질 반입 등을 규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란이 핵 합의를 이행하더라도 다시 핵 개발에 나설 수 있다고 비판이 제기된 이유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강도 높은 핵사찰이 전제되지 않았기에 핵 합의가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틈을 보이는 조치에 대해서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통해 ‘충분한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협의는 수용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북한에게 전한 것으로 보인다. 볼턴 보좌관 역시 “(북한에) 불충분한 합의는 수용할 수 없다는 매우 분명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단계적·동시적 비핵화를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지난 2차 북중정상회담서도 김 위원장은 이를 반복·강조했다. 북한은 단계적 비핵화와 동시에 체제보장 등과 관련해 안전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은 빈틈없는 일괄적 타결을 주장한다. 재차 CVID를 언급하는 것도 그런 연유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정상회담 취소는 양국이 비핵화 처리 방법에 대한 간극을 줄이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양국 간 입장차가 가시적인만큼 향후 북미회담의 개최 가능성에 대해서도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또다시
격랑 속으로

당장 정상회담은 취소됐지만 양국은 완전히 등을 돌리지 않았다. 대화 재개를 희망하는 입장을 미뤄봤을 때 앞으로의 물밑협상이 차후 정상회담의 향배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물밑협상은 정상회담만큼 중요하고 치열해질 것으로 보여진다. 다만 북한과 미국이 입장 차를 좁히는 데 실패할 경우 동북아 정세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미지수다. 양국이 대화의 장으로 들어서 비핵화에 성공할지, 과거처럼 핵 대 핵 대결을 언급하며 핵의 장으로 진입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잘 나가다…’ 트럼프의 속셈

내재된 기업가 본능이 깨어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정된 협상테이블을 엎었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한 지 2시간 만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하자 많은 이들이 왜라는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두 국가 핵심 인사들 사이서 벌어진 설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서 “최근 당신들의 발언들에 나타난 극도의 분노와 공개적 적대감에 근거, 애석하게도 지금 시점서 회담을 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대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주고받은 상대에 대한 지독한 비난이 북미정상회담 취소로 이어졌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단순히 감정이 상했다는 이유만으로 ‘세기의 만남’이라는 북미정상회담이 취소됐다고 보기는 힘들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도 여느 때와 달랐다는 점에서 뭔가 다른 속셈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공개서한을 보내면서 트위터 정치를 하지 않았다. 워싱턴서보다 트위터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는 우스갯소리가 들릴 정도로 주요 의제가 있을 때마다 트위터에 본인의 생각을 선 공개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이전 행보를 봤을 때 분명 주목할 만한 차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알리는 과정서 최대한 예우를 갖췄다는 점이다. 공개서한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친필 서명을 확인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 김정은’이라고 한 부분도 눈에 띈다. 북한을 하나의 국가로 인정하는 외교적 예를 모두 갖춘 것이다.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감정의 문제로 볼 수 없는 이유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한 테이블에 앉았을 때 발생할 손익을 따져봤을 것이라고 해석하는 게 보다 합리적이다. 협상의 달인이라고 불렸던 기업가 출신이라는 점,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가 미국 입장에선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는 점 등을 본다면, 이번 북미정상회담 취소는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을 가져가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된 수로 읽힌다.

북한과의 협상에 있어 미국에 유리한 방향이라는 건 결국 중국을 배제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시진핑 중국주석을 두 차례나 만나는 상황에 불쾌함을 드러낸 바 있다. 미국은 중국과 공동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이끄는 게 아닌, 미국 단독으로 비핵화를 이끌어 동아시아의 맹주로 거듭나고자 하는 욕심을 오랫동안 보여왔다. 

이미 북한과의 협상테이블에 중국의 입김이 들어간 상황서 ‘미국의,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북미정상회담’이라는 실익이 없어졌다. 오히려 지금 상황서 북미정상회담을 강행했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중국에 너무 끌려가는 것 아니냐’는 자국의 비난에 직면했을 것이다. 북미정상회담 취소는 철저히 미국 국익만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보는 게 옳다. <ch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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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