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대표들의 무덤론’ 제기되는 까닭

‘홍반장-손학새’ 둘 중 하나는 ‘곡소리’난다

[일요시사=이주현 기자]여야 지도부가 뜻밖의 ‘10·26 사태’(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맞게 됐다. 당 대표들에게 재보선은 승패에 따라 입지를 다지는 ‘무대’가 될 수도, 사퇴 압박 등 타격을 입는 ‘무덤’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시절 재·보선에서 연패하면서 한때 당 대표의 평균 재임기간은 4개월 반에 불과했을 정도로 재보선은 대표들의 무덤으로 통했다. 따라서 홍준표, 손학규 대표에게 이번 재보선은 아주 중요한 심판의 장이 될 전망이다.

정기국회 후 내년 총선체제로 돌입해 ‘차차기’ 노리려했던 홍준표 
12월 전대, 우호적 인물 당선시키고 대권행보 가속화하려던 손학규

정기국회 개회 후 곧장 총선체제로 돌입해 배수의 진을 칠 예정이던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물론, 오는 12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자신과 우호적인 인물을 대표로 당선시키고 야권단일후보로서의 입지를 굳히려던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게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날벼락 같은 돌발 변수가 아닐 수 없다.

선거 결과에 따라 둘 중 하나는 정치생명에 결정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여 사상 초유의 사활을 건 치열한 보궐선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홍반장’ 대표 취임
4달 만에 조기교체?
 
홍 대표는 선거 패배 시 당장 조기 교체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대표를 맡은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은 홍 대표는 ‘홍준표식 공천’을 통해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고 안정적인 ‘차차기’구도를 노리다 크나큰 시험대에 섰다.

승리로 이끌시 당내 입지는 더욱더 확고해 질 것이지만, 패배 시 지도력에 의문을 제기하며 사퇴압박이 불 보듯 훤하기 때문이다.

홍 대표 측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우선 대전제는 ‘이기는 후보’를 찾는 것이다. 홍 대표는 “친이·친박 구도는 생각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다만 지난달 27일 “보수의 상징이 되는 인사를 서울시장 후보로 내세워야 한다”고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을 축으로 한 쇄신파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친이·친박 구도를 생각하지 않겠다는 홍 대표지만 당내 고질적 갈등인 이를 배제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 친이계 후보를 내세울 경우 박 전 대표의 선거지원은 물거품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당시 박 전 대표의 침묵으로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은 바 있어 박 전 대표의 지원이 절실함을 깨달은 홍 대표가 일방적으로 덜컥 친이계 후보를 내세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뽑히는 나경원 최고위원도 홍 대표로서는 껄끄럽다.
 
주민투표 기간 내내 박 전 대표를 비난한 나 최고위원이 후보가 된다면 박 전 대표가 지원유세 나오기 껄끄러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또한 박 전 대표와 나 최고위원의 복지관은 상극으로써 도저히 좁히기 힘든 벽이 존재한다.

홍 대표도 사실상 나 최고위원을 겨냥해 “제2의 오세훈, 오세훈 아류는 안 된다. 이벤트 정치인, 탤런트 정치인은 안 된다”고 말해 노골적인 나경원 불가론을 펼쳤다.
 
쇄신파 의원도 “주민투표에서 진 마당에 ‘제2의 오세훈’이라 할 수 있는 나 최고위원을 내보내자는 발상은 진보진영과 중도층 유권자들의 화를 돋우는 행위가 될 것”이라고 말해 나 최고위원 ‘비토론’에 힘을 보탰다.


나경원 ‘비토론’에
‘홍반장’ 후보 출마설


최근 홍 대표의 후보 출마설도 나왔다. 핵심 당직자에 의하면 “거물급이 나가야 이길 수 있지 않겠느냐”며 홍 대표를 지목하며 “‘사실상 승리론’을 말로만 하지 말고 직접 행동에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박계 의원들도 이를 지지했다. 대표 당선 후 사이가 멀어지긴 했지만 충분히 승산 있는 후보임은 분명해 지원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는 것이다. 또한 홍 대표가 시장 후보로 나서며 대표직을 사임하면 전대에서 2위를 차지한 유승민 최고위원이 대표로 자동 승계돼 친박 구도를 더욱더 강화할 수 있다는 속내다.

이 같은 논란 속에 홍 대표는 “나를 쫓아내려는 일부 세력의 모략”이라며 “나를 내보내면  유 최고위원이 재선인데 어떻게 내년 총선을 준비하겠느냐. 결국 비대위체제로 가게 되는데, 그런 식으로 당을 흔들어 당권을 잡으려는 일부 세력의 책동”이라고 발끈했다.
 
이어 “내년 총선까지 당을 이끌겠다고 했는데 지금 서울시장직에 나갈 정도로 무책임하지 않다. 난 오세훈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패자는 정치생명에 결정적 타격 ‘불 보듯 훤하다’
열린우리당 시절, 당대표 평균 재임기간 4개월 반


홍 대표 측은 이번 선거에 참여한 25.7%의 유권자들이 합리적인 보수계층이기 때문에 여기에 인물만 받쳐준다면 중도계층까지 아우르면서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외부인사 영입을 배제할 이유가 없다”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따라서 김황식 국무총리와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 정몽준 전 대표, 맹형규 행정안전부장관 차출설도 나돌고 있다.
 
차출설에 김 총리는 총리직을 충실히 수행 할 뜻을 밝혔고 정 전 대표는 대선에 뜻이 있지 시장직은 뜻이 없다고 분명히 했다.

지난 4·27 분당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 한나라당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정 위원장은 출마를 완강하게 고사했었다. 정권 중후반에 실시되는 재보선의 성격상 정권 심판론이 강했고,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출마한 상황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어 출마를 포기한 것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경우 심판론보다는 인물 경쟁력이 승부를 가를 것으로 보이고, 오 전 시장 동정론에 따른 보수표의 결집과 중도층 흡수 여부도 변수여서 승산이 있는 싸움으로 여겨져 정 위원장도 고민하는 듯 보인다.

당내에서도 동반성장위원장으로서 대중소기업 상생 전도사 역할을 한 정 위원장이 인물경쟁력을 기반으로 중도표를 흡수하는데 제격이라는 의견도 분분하다.


느긋한 듯 하지만
불안한 ‘손학새’


각종 설과 계파갈등 때문에 혼란스러운 홍 대표에 비해 손학규 대표는 다소 여유가 있어 보인다.

무상급식 투표가 투표율 미달로 개봉조차 하지 못하며 민주당의 뜻대로 무산된 것이 상당히 고무적이다. 최근 생긴 ‘반 여’ 흐름도 호재이며 복지가 선거의 최대 이슈로 부상한 것도 호재다. 하지만 마냥 안심할 수 있을 만큼 상황이 녹록한 것도 아니다.

만약 보수층이 집결한 상태에서 야권후보 통합이라는 숙제를 풀지 못하면 선거에서 질 가능성도 크다.

당장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후보매수 의혹의 검찰 수사도 손 대표로서는 걱정이다. 야권 전체의 도덕성이 도마에 올라 민심이반이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이고 여권에서는 이를 선거에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여 민주당에 크나큰 약점으로 남게 되었다.

여권에서는 매수, 금품 수수 등 문제에 대한 국민적 공감을 바탕으로 향후 후보단일화를 규제할 수 있는 선거법 개정을 검토키로 해 야권의 반발을 사고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후보단일화가 금지 된다면 패배는 기정사실화 되는 상황에 이를 저지 하는 것도 손 대표의 남은 임기 내 주어진 임무로 보여진다.

당초 12월 전당대회까지 대표직을 유지할 것으로 보였던 손 대표의 사퇴 시점도 앞당겨 질 것으로 보인다. 10·26재보선이 끝마치면 차기 지도부가 하루빨리 구축돼 총선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것이 당내 분위기로 굳어지고 있다.

따라서 4·27재보선의 영웅인 그가 10·26재보선도 승리로 이끌고 당당하게 ‘용퇴’할 것인지 4·27 이후 줄 곳 지지율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그가 또 다시 막다른 길에 몰린 후 ‘졸속 사퇴’ 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민주당은 선명하고 능력있는 후보를 선출하는 데 당력을 총동원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10여명의 후보군이 형성돼 있으나 한나라당 후보의 윤곽이 드러나면 손 대표가 직접 야권의 명망가 영입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손 대표는 정동영 최고위원 등과 서울시장 후보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장 자리에 어느 쪽 사람을 앉히느냐에 따라 내년 대권행보에서 유·불리가 확연히 갈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정 최고위원과 가까운 천정배 최고위원이 의원직 사퇴, 내년 총선 불출마의 배수진을 치며 출마하는 과정에서 손 대표와 정·천 최고위원 간에 노골적인 언쟁을 벌여 손 대표의 인선 작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또한 손 대표는 출마 의사를 가진 인사만 10여명에 이르러 외부 인사를 영입할 경우 ‘교통정리’가 당장 걱정이다. 당내 인사들도 넘쳐나는 마당에 일방적인 인선을 강행한다면 이에 따른 후폭풍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움츠린 ‘손학새’
‘용퇴’냐 ‘졸퇴’냐


두 대표는 당내 진부한(?) 인사보다는 참신한 외부인사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양상이다.

그러나 외부인사 영입은 당내 경선이라는 높은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터라 외부인사들이 정치권의 제안에 응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의문이다.

김정권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경선을 하지 않는 방법까지 포함해서 모든 것을 열어두고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내 기반이 없는 외부 영입인사가 당내 유력주자와 경선을 할 경우 불리할 수 있기 때문에 경선을 하지 않는 방법까지 고민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외부 인사를 영입해 시장 후보로 내세우려면 당 지도부가 당내 예비후보들을 압도할 만한 파워가 있어야 한다. 두 대표가 고민하는 이유다.

이렇듯 10·26재보선은 홍 대표와 손 대표에게 정치적 역량을 평가받는 중요한 기회이자 정치적 명운이 걸린 중요한 시험대로 작용될 것이다. 한 쪽은 정치적 날개를 달고 승승장구할 것이고, 한 쪽에선 ‘곡소리’가 울려 퍼질 것이 자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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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