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뒤흔들 핵뇌관 ‘박태규의 입’

‘판도라의 상자’ 열리면 메가톤급 후폭풍…정치권 후덜덜

[일요시사=이주현 기자]캐나다로 도피하며 “내 이름을 철저히 비밀에 부쳐야 은행의 재기가 가능하다”는 말을 남긴 것으로 알려진 부산저축은행의 ‘핵심 브로커’ 박태규(71)씨가 돌연 자진 입국했다. 박씨는 저축은행 사태가 불거지자 캐나다로 도피했으며 검찰은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캐나다 법무부에 범죄인 인도 청구를 해 송환을 추진하는 한편, 국내 지인과 변호인을 통해 귀국을 설득해왔다. 하지만 박씨는 귀국 요구에 불응하다 최근 돌연 귀국해 큰 파장을 일고 있다. 박씨의 진술에 따라 여·야는 물론 청와대까지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이 커 정치권은 지금 ‘패닉상태’에 빠진 모습이다.

행방 몰라 체포 못한다더니 7일전 캐나다서 일정 조율?
박씨 “정권교체 하는데 도움 주겠다” 박지원에 ‘딜’ 제안 


‘판도라의 상자’는 과연 열릴 것인가?

박씨는 이전 정권부터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두텁게 쌓아온 인맥 등에 비춰볼 때 부산저축은행그룹이 퇴출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구명로비를 벌이며 기용한 로비스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이다.

이에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박씨의 입을 주목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주당은 박씨가 부산저축은행 정·관계 로비 의혹의 몸통이라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고, 한나라당은 부산저축은행 임직원들이 호남출신 야당인사들과 유착돼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박씨의 입을 주목하며 긴장하고 있다.


수사 촉구하면서도
긴장하는 정치권


현재 무엇보다 큰 관심은 박씨의 귀국시점이다.

그간 박씨는 인터폴에 수배 되고서도 귀국하지 않아 “못 잡는 것이냐, 잡지 않는 것이냐”는 등의 질타를 받아 왔다. 차일피일 귀국을 미루던 박씨는 곽노현 교육감 ‘2억 파문’이 불거지자 그날 바로 입국해 의혹을 낳았다.

<SBS 8시뉴스>가 “검찰은 박씨 귀국 일주일 전 쯤 캐나다에서 박씨를 직접 접촉해 귀국 일정을 조율”해 온 것으로 보도하자 입국 배경에 대한 음모론이 확산됐다. 

민주당은 검찰과 청와대가 곽 교육감의 2억원 제공을 인지한 시점은 8월10일 전후인데 사전 조율로 검찰이 정권에 불리한 이슈를 덮기 위해 곽 교육감 사건을 특정 시점에 터뜨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박씨가 자진 입국했다고 주장하며 음모론을 일축했다.

박영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검찰은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과 저축은행 관련 로비스트 박태규 수사를 동시 진행하고 있는데, 박태규 수사는 곽 교육감에 가려있는 느낌”이라고 지적하며 개운치 않은 속내를 나타냈다.

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박씨로부터 거래제의를 받았지만 단호히 거절했다고 밝혀 또 다른 화제를 모았다.
 
박 전 원내대표는 “(저축은행 수사 시작 후) 출국했던 박씨가 한 달 뒤쯤 지인을 통해 ‘내년 민주당이 정권교체를 하는데 도움을 주겠다’며 자신을 도와달라는 취지의 제의를 전해 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내가 BBK 사건처럼 이 문제에 달려들면 (여권에서) 내가 그를 유혹했다고 할 것으로 보여 제의를 거절하고 귀국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박 전 원내대표에 따르면 박씨는 당시 6~7개의 치아를 뺄 정도로 건강이 매우 좋지 않아 병원에 다니고 있으며, 건강이 좋아지면 귀국하겠다는 의사까지 지인을 통해 전달했다고 한다.

이어 “내가 아는 바로는 박씨가 한나라당 대선후보와도 굉장히 가까운 사이이고, 그가 여권 핵심이나 부산저축은행과 관계가 있는지는 검찰이 밝힐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부산저축은행 사태 초기부터 박씨의 핵심 로비대상으로 포항 출신의 핵심 실세 정치인을 줄기차게 지목하고 있다.


핵심 로비대상
대통령 최측근?


검찰은 박씨가 자진입국하기 전에 이미 부산저축은행그룹 관계자를 여러 차례 불러 박씨에게 전달한 로비자금의 규모와 어떤 명목의 청탁을 했는지 등을 조사해 왔다.

또 박씨의 1년치 휴대전화 통화목록과 신용카드 사용내역 등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구명 로비가 본격화된 지난해 6월부터 캐나다로 도피하기 전인 지난 4월까지의 행적을 파악했다.

검찰은 이 같은 수사 결과를 종합해 부산저축은행그룹이 박씨를 통해 벌인 정관계 로비의 밑그림을 어느 정도 완성한 상태였다.

하지만 박씨는 현재 검찰의 로비 의혹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자신이 접촉해온 부산저축은행 측 인사는 김양 부회장(59·구속기소)뿐이라고 진술했다.

특히 박씨는 부산저축은행이 KTB자산운용을 통해 삼성꿈장학재단과 포스텍에서 총 1000억원을 투자받도록 알선하고 사례비 명목으로 6억원을 챙겼다는 혐의에 대해 사실관계 자체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퇴출저지를 위한 로비 자금으로 15억원을 줬다는 김 부회장의 진술과는 달리 박씨는 “받은 돈은 10억원이며 대부분 개인적인 용도로 썼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구나 박씨는 부산저축은행그룹에서 로비자금을 현금으로 넘겨받아 자신의 집에 보관해 두고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꺼내 쓴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통상적인 계좌추적으로는 자금의 흐름이 드러나지 않아 검찰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같이 수사가 난항을 맞이하자 검찰은 우선 김 부회장과 KTB자산운용 관계자 등을 불러 진술이 어긋나는 부분에 대해 대질신문을 통해 사실 관계를 다시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검찰은 박씨와 접촉이 잦았던 것으로 파악된 여야 중진의원과 고위공직자의 소환조사를 검토하는 등 로비자금의 용처를 파악하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정·관계 로비 의혹 집중 수사, 5명 실명 거론
2명 우선 소환예정 소식에 떨고 있는 정치권


국회와 검찰 주변에서는 이미 ‘박태규 리스트’가 나돌고 있다. 검찰이 로비대상으로 지목된 여·야 국회의원은 여당의 K의원 4명, 야당의 J의원 1명으로 현재까지 5명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들을 포함한 청와대 핵심인사 3명이 검찰 수사를 받을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중 여당의 중진의원 2명을 우선 소환할 것이라 알려지자 긴장의 수위는 한껏 높아졌다.

이들은 대체로 부산이 지역구이거나 연고지로 알려져, 부산지역 의원들은 적잖이 당혹해 하는 눈치다. 현재까지 박씨와의 관계를 인정한 부산지역 의원은 김무성 전 원내대표 뿐 대부분이 관계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원내대표의 측근은 “김 전 원내대표가 박씨와 10년 전부터 알고 지냈다”며 “올해 초 두 차례 전화 통화를 한 적은 있지만 청탁은 없었다”고 밝혔다.

통화 당시 박씨는 ‘언론사 고위간부 5명을 모아놨으니 식사를 같이하자’며 전화를 걸어왔고, 이후 ‘저녁자리가 취소됐다’는 전화를 다시 했다고 한다. 이처럼 김 전 원내대표도 관계사실만 인정했지 혐의는 전면 부인했다.


‘박태규 리스트’
K씨 4명, J씨 1명


소환설이 나온 또 다른 K의원은 “박씨는 성도, 이름도, 얼굴도, 목소리도 몰랐던 사람”이라며 “왜 이런 소문이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펄쩍 뛰었다. 그러면서 “만일 내가 연루됐으면 평소 검찰을 향해 강도 높은 수사를 주문했겠느냐”고 반문하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지목된 나머지 3명의 의원들도 “박씨를 인터넷 검색으로 알았다. 나는 그렇게 산 사람이 아니다” “(의혹이 있다는 식으로) 비슷하게라도 보도하면 바로 법적 조치에 들어가겠다” “총선 앞두고 생사람 잡지 마라”며 박씨와의 관계와 혐의를 부인했다.

일각에서 박씨가 실명을 거론했다고 보도했지만 박씨는 구속영장에 ‘부산저축은행의 퇴출을 막기 위해 고위 공무원과 국회의원 청탁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취지의 내용을 적시하면서 이들의 실명을 구체적으로 적지는 않았다.

검찰의 수사기록에는 박씨의 진술을 토대로 일부 인사들의 실명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돈을 줬다고 하면 자기 형량도 늘어나는데 박씨가 검찰에 뭘 기대하고 이름을 대겠느냐”고 말해 검찰이 물증을 들이대지 않는 이상 박씨가 로비 대상 정치인의 이름을 고분고분 밝힐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로비 지목 대상으로 언급된 5명 중 4명이 여당의원으로 지목되자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색출해야 한다”면서도 “서민이 피눈물을 흘리게 한 캄보디아로의 수천억원 유출 의혹과 부실 PF대출을 기획한 정권실세들을 모두 수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부산저축은행이 무분별한 해외투자와 대출을 하던 지난 정권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라는 주장이다.

홍 대표는 특히 “캄보디아에 수천억원이 유출된 것과 부실 PF대출을 반드시 같이 수사해 그 배후가 누구인지 꼭 밝혀줄 것을 당부한다”고 강조하며 당내로 초점이 맞춰진 수사를 민주당에게 돌리려 애썼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실제로 박씨가 퇴출 저지 로비를 벌였다면 야당보다 여권에 관련자가 더 많을 것”이라면서 “‘부패 정당’ 이미지가 커지면 서울시장 보궐선거도 힘들어진다”고 우려했다.

민주당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부산저축은행 관련 비리로 구속된 이들이 대부분 호남인맥이고 부산저축은행이 과거 정권에서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수사의 최종 목적지가 야권의 핵심 인사 3명이 아니겠느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검찰이 저축은행 퇴출 저지 로비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기를 바라는 속내다. 하지만 여론을 인식해 현 정권 실세까지 포함하는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했다.


완강한 혐의 부인
지지부진한 수사


김진표 원내대표는 “로비를 받은 권력 핵심이 사태 해결을 질질 끄는 바람에 피해가 눈덩이처럼 늘었고, 금융 불안으로 이어졌다”면서 “저축은행을 둘러싼 현 정부 권력 핵심들의 비리를 낱낱이 파헤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용섭 대변인도 “검찰이 소환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당연히 응해야 한다”면서 “더 이상 야당에 대한 표적수사는 안 되며 여야 성역 없이 철저히 수사해 권력형 로비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정상적인 로비스트라면 힘없는 야당에 로비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검찰 수사가 야권에 불똥 튈 것을 경계했다.

이처럼 로비스트 박씨는 귀국과 동시에 정국의 메가톤급 핵뇌관으로 등장했다.

수사 결과에 따라  당장 눈앞의 10·26재보선과 내년 총·대선에 엄청난 후폭풍으로 닥칠 전망이다. 여·야 할 것 없이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진짜 이유도 그것이다.

박태규의 ‘입’에 한반탕 요동칠 정치판, 그 결과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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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