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 만에…’ 문무일 검찰총장 사퇴론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5.21 15:00:37
  • 호수 11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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꿔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 될라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문무일 검찰총장이 취임 10개월여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강원랜드 수사 외압으로 의혹으로 일선 검사들의 항명이 불거졌다. 지난 2012년 11월 당시 한상대 검찰총장이 최재경 당시 대검 중수부장 등으로부터 공개적으로 퇴진 압박을 받은 ‘검란’ 사태를 연상시킬 정도다. 당장 정치권도 문 총장의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에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한 안미현(39·사법연수원 41기) 의정부지검 검사가 문무일 현 검찰총장 역시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의혹이 있다며 수사를 요구했다. 안 검사는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교육문화회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 총장이 지난해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을 소환하려는 춘천지검장을 호되게 질책하는 등 조사를 저지했다며 문 총장의 강요 혹은 직권남용 혐의점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견 제시냐
방향 강요냐

안 검사는 “문 총장이 작년 12월 8일 이영주 춘천지검장 대면보고서 ‘국회의원의 경우에는 일반 다른 사건과는 달리 조사가 없이도 충분히 기소될 수 있을 정도가 아니면 소환조사를 못 한다’며 다소 이해할 수 없는 지적을 했다고 한다”며 “이후 수사팀이 입장을 바꿔 권 의원을 소환하지 않겠다는 보고서를 썼다”고 말했다.

이어 “문 총장이 이 지검장을 심하게 질책한 것은 당시 춘천지검에 근무한 직원들 대부분이 아는 내용”이라며 “검찰 최고위직, 현직 국회의원을 불문하고 외압서 자유로운 성역 없는 수사가 이뤄지기를 촉구한다”고 언급했다.
 

안 검사의 기자 회견 이어 채 3시간 만에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단장 양부남 광주지검장)도 안 검사를 지지하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놨다. 수사단 역시 “양부남 단장이 지난 1일 권성동 자유한국당 국회의원(강원 강릉)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계획을 보고했는데, 문 총장이 대검찰청 차원의 ‘전문자문단’ 심의를 거쳐 영장 청구를 결정하라고 지시했다”고 털어놨다.


강원랜드 수사 외압 의혹 불거져
일선 검사들의 항명 사태로 확산

수사단 출범을 앞두고 “어떤 보고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수사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문 총장이 약속을 스스로 어겼다고 지적한 것이다. 

문 총장도 이에 즉각 반발했다. 

문 총장은 “사실관계가 다르다. 질책한 적이 있다”면서도 “이견이 발생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한 과정이고 이견을 조화롭게 해결해나가는 과정도 민주주의의 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권이 바르고 공정하게 행사되도록 관리 감독하는 게 검찰총장의 직무라고 생각한다”며 외압 의혹에 선을 그었다.
 

문 총장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일선 검사들의 이례적인 수장 비판 논란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문 총장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어쩔라고∼’
 하극상 운운

당장 정치권에선 문 총장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철저한 수사를 독려해도 모자랄 검찰총장이 직접 수사에 외압을 했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이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정의당 역시 “강원랜드 수사에 문 총장과 검찰 수뇌부 역시 수사대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 내부에선 앞서 수차례 청와대·여권과 불협화음을 낸 문 총장 입지가 더욱 좁아지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번 검란이 문 총장 사퇴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검찰 역사를 보면 수사 외압 의혹, 수사지휘권 행사 논란은 총장 낙마로 이어지기도 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수사 당시 천정배 법무부장관의 불구속 수사 지휘를 장고 끝에 수용한 뒤 사표를 낸 김종빈 전 총장이 대표적이다. 수사지휘권은 검사를 지휘하는 권한으로 검찰청법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규정하고 있다. 

‘법무부장관은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한 검찰청법 제8조를 근거로 삼은 조치였다.

한상대 시절 ‘검란’ 오버랩
정치권도 총장 책임론 부글

그런데 당시 천 장관은 법무부장관에게는 사실상 사문화됐던 수사지휘권을 사상 최초로 발동했고, 김 전 총장은 특정 사건 처리에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를 받아들인다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 보장이 어렵다고 항변하며 사퇴했다.

내부 반발 때문에 임기를 못 채운 총장도 있었다. 이명박정부 시절 김준규 전 총장은 2011년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 파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임기를 한 달 앞둔 채 퇴임했다. 당시 검찰 내부에선 “국회가 검경이 합의한 수사권 조정안을 일방적으로 수정했는데도 김 전 총장이 미온적으로 대응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국회서 수사지휘에 관한 구체적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수정해 의결하자 홍만표 당시 기획조정부장을 비롯한 대검 간부들이 줄줄이 사의를 표명했다. 대전지검 공주지청에선 평검사 2명이 사의를 밝히며 일선 검사들의 직접 행동을 촉구하기도 했다.

2012년 후임 한상대 전 총장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등의 개혁안을 밀어붙이다 당시 최재경 중수부장을 비롯한 내부 반발에 부딪힌 끝에 퇴진했다. 당시 한 전 총장이 중수부 폐지 등 개혁안을 추진하자 내부서 거센 반발이 일었다. 폐지 반대 의견을 밝힌 최재경 당시 중수부장에 대해 대검 감찰본부가 감찰 조사에 착수하면서 갈등이 심해졌다. 

결국 그해 12월 한 전 총장이 사퇴하며 내부 반발은 마무리됐다. 한 전 총장은 퇴임식서 “저에게 가장 어려운 싸움은 내부 적과의 전쟁, 바로 우리 오만과의 전쟁이었고 저는 이 전쟁서 졌다”고 밝혔다. 

최대 위기
리더십 타격

과거로 더 올라가면 1999년 심재륜 전 대구고검장의 항명 파동도 있다. 당시 심 전 고검장은 대전 법조비리 사건의 핵심이었던 이종기 변호사로부터 떡값과 향응을 받았다는 이유로 사퇴 종용을 받자 “검찰 수뇌부가 후배 검사들을 희생양으로 만든다”며 상경 기자회견까지 벌이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검찰 수뇌부는 징계위원회를 열고 심 고검장을 파면시켰지만 이후 대법원서 심 고검장은 파면 무효판결이 내려졌다. 
 

다만, 문 총장에 대한 두 검사의 폭로에 대해 일부 일선 검사들은 “안 검사의 폭로가 무리하다”는 주장을 해 문 총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 16일, 검찰 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에 대검 반부패부 김후곤(53·21기) 선임연구관(차장검사)은 강원랜드 수사단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위에서 치이고
밑에서 까이고

그는 “대검과 일선 청 사이의 이견은 수사 지휘권의 본질상 당연한 것”이라면서도 “한 사람(안미현 검사)의 주장만으로 대검의 수사지휘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있다”고 적었다. 

대검이 특수수사를 지휘하고 지원·조율·감독하는 건 당연한 업무라는 것이다. 

더불어 서울의 한 지방검찰청에선 이날 소속 검사 전원의 의견을 취합해 문 총장의 수사휘가 정당했다고 결론냈다. 문 총장이 수사 과정서 수사단의 보고를 받지 않았고 결론을 내는 과정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지시한 것이므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박상기 법무부장관도 문 총장을 신임하며 힘을 실었다. 
 

한편, 박 장관은 “수사 과정서 수사 관계자의 의견이나 주장이 언론을 통해 표출되고 그로 인해 검찰 조직이 흔들리는 것처럼 비쳐 국민이 우려하고 있는 점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신속하고 엄정하게 처리돼 불필요한 논쟁은 빨리 정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사례 땐
결국 옷 벗어 

일각에서는 역대 검란과 이번 문 총장 사안은 그 양상이 조금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동안의 검란은 검찰 수뇌부에 반발하는 검사의 입장이 분명했지만, 이번 강원랜드 수사팀과 수뇌부와의 갈등은 수사방향 조율 과정서 촉발됐다는 것이다. 즉 동일한 사안을 두고 해석의 차이가 빚어졌다고 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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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1일 이재명정부의 첫 정기 국회가 열리면서 100일 대장정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 각종 입법과 개혁, 예산안 등을 두고 여야가 거세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회 첫날부터 기싸움이 만연한 가운데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고삐를 틀어쥐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9월에 접어듦과 동시에 빽빽한 일정이 여야를 기다리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오는 10일, 국민의힘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고, 15~18일 나흘 동안 정부를 상대로 ▲정치▲외교 ▲통일·안보 ▲사회 ▲교육 ▲경제 등 대정부질문이 예정됐다. 벌써부터 국정감사 제보센터를 개설하는 의원실도 눈에 띄었다. 사면초가 국민의힘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과 성장, 개혁 안전 등 4대 핵심 과제를 골자로 한 224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금융위원회 등 정부조직법 개정을 포함해 언론개혁, 대법원 개혁 등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안도 지체 없이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계획을 ‘입법 폭주’라고 비판하며 ‘경제·민생·신뢰 바로 세우기’를 기조로 하는 100대 입법 과제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비롯한 경제 활성화 및 민생경제 회복, 청년 희망 및 취약계층 돌봄 등을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이번 정기국회는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인사청문회서 국민의힘은 최교진·주병기 후보를 정조준하면서 이정부의 ‘인사 실패’ 프레임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국민의힘은 최 후보의 과거 음주 운전 전력과 천안함 폭침 관련 음모론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내 교육위원회 간사인 조정훈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음주 운전, 학생 체벌, 막말, 천안함 음모론 제기, 부산·대구 폄하 발언, 입시 비리 조국 사태 옹호 등 셀 수 없는 범죄와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며 “그 사과가 진심이라면 자진 사퇴하라. 이재명정부는 후보를 즉각 지명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 후보에 대해선 세금 ‘상습 체납’ 이력 등을 파고들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주 후보와 배우자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에는 압류 등기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주 후보는 종합소득세 납부기한도 여러 차례 어겼으며 2023년(406만원)과 2024년(183만원) 종합소득세도 올해 6월에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민주당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요구서에 대한 국회 표결을 벼르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국회의장은 요구서가 접수된 후 다음 본회의인 오는 9일에 국회 보고를 거쳐 72시간 이내에 표결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다만 국민의힘 교섭단체 연설일인 10일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어 이날을 제외한 11일 또는 12일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정부 첫 정기국회 100일 대장정 권성동 체포동의안 변수도 ‘주목’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주도하에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권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며 체포동의안 처리와는 관계없이 구속 적부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은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에 저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집어넣으려 한다”며 “이는 야당 대표 연설을 덮으려는, 국회를 정치 공작 무대로 삼으려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당과 정치적 일정 거래에 저의 체포동의안을 이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국회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던 만큼 결국 개원 첫날부터 여야가 격돌했다. 우 의장은 “차이보다 공통점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화합의 메시지”를 예로 들며 개회식에서 한복 착용을 권유했지만, 국민의힘은 “국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정권의 독재정치에 맞서자는 심기일전의 취지”라며 검정 양복과 검정 넥타이, 근조 리본을 맨 상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에 항의하는 차원의 퍼포먼스라고 들었지만 정작 애도해야 할 대상은 국민의힘 자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 역시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것은 희망과 미래지, 장례식이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크고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검찰개혁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표결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석 앞으로 몰려가 항의했고, 초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가시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어”라고 반말로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굽히지 않는 강대강 매치 이를 두고 범여권에서는 나 의원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고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초선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5선 의원이 가만히 있으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냐. 초선 의원이 가마니인가”라고 직격했다. 정 대표는 “초선 의원이 무엇을 모른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 의원은 일단 예의를 모르는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검찰개혁 관련 공청회에서도 설전이 오갔다.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길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분리 및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신설인데, 국민의힘이 이를 두고 “검찰해체법을 통해 독재 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반발하면서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다는 점을 들어 추석 전에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오는 25일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개혁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3대 특별검사(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수사 인력과 기한을 확대하고 재판 중계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더 센 특검법(특검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상정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검 수사 기간은 기존 한 차례 30일 연장에서 두 차례, 최대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된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재판의 녹화 방송 중계도 가능해진다. 재판 내용이 공개돼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교훈을 후손에 남겨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노란봉투법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이 ‘사용자’와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제한하는 보완 입법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여야의 입법 주도권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형사처벌 규정 개선,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오는 12월까지인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기업 달래기에 나서면서 경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저항해도 질질∼ 국민의힘은 매일같이 보이콧과 논평을 쏟아내지만 무용지물이다. 의석수로 민주당을 이길 수 없을 뿐더러, 특검의 대대적 압수수색 등 당 내부도 시끄러운 만큼 민주당이 휘두르는 대로 속절없이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야당 탄압’ ‘야당 말살’ 프레임 씌우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정치 특검이 연이틀 국민의힘 심장부에 쳐들어왔다”며 “법사위에서는 특검 기간을 연장하고, 특별재판부도 설치하고, 재판까지 검열하겠다는 무도한 법들이 통과될 예정”이라고 소리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민주당을 향해 “요즘 정부여당을 보면 폭주 기관차를 떠올리게 된다”며 “역사적 전례를 보면 폭주 기관차는 반드시 궤도를 이탈해 전복된다”고 꼬집었다. 특검이 국민의힘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민주당이 내란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금처럼 과도한 행태를 계속 보이면 국민의 냉엄한 견제가 시작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금 국민의힘은 정권을 잃어버리고 이제 겨우 전열을 재정비하는 중”이라며 “그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과도한 정치 공세로 야당을 뒤흔드는 폭주 기관차의 모습에서 저는 정말 전복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번 특검은) 이재명정부의 앞잡이를 자처하고 있는 조은석 정치특검”이라며 “국회의 권위와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이재명정권과 특검의 야당 탄압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풍 기우제” 오히려 똘똘 뭉쳤다 윤석열·김건희 지지율 올리는 주역 오히려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뭉치면서 “역풍 기우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당시 개혁을 앞세워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려고 하면 역풍 타령이 이어졌다”며 “이는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 지금이 개혁 적기다. 순풍이 부는데 이를 자꾸 역풍이라 하는 건 민주당이 돛을 펼치는 걸 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당원 전체의 목소리로 인식돼 당분간은 이들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치 효능감을 느낀 강성 지지층이 당 분위기는 물론 방향까지 주도하는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강경한 태도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날이 갈수록 민주당 의원들의 혀가 독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강성 지지층에게 있어 지금은 ‘이재명과 개혁의 시간’이다. 아직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범’이라는 꼬리를 떼지 못한 만큼 여야 협치에서 국민의힘은 논외 대상으로 여겨진다. 범여권 의석수를 합하면 180석이 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눈치를 보거나 숙일 필요가 없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다시 솟아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일수록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다시 우호적으로 변하는 상황을 노리는 것이다. 그 예시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의 구치소 CCTV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속옷만 입고 있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관심이 다시 전 정권으로 쏠렸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자신의 SNS에 “체포영장을 모면하려 한참 나이 차이가 나는 젊은 교도관들을 상대로 온갖 술수와 겁박을 늘어놓는 궁색하고 옹졸한 모습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한때 대통령이셨던 분 아닌가, 옷을 입어달라”는 말에 “나 검사 27년 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이거 따르면 앞길이 구만리인 여러분 어떻게 할 거냐” 등 극구 반발했다.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내란의 밤에 불법 명령을 내리고, 사령관들에게 따르라고 거듭 재촉해 군 간부들의 신세를 망쳐 놨다”며 “재판 거부와 수사 방해, 회피로 책임지기를 거부하면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갈수록 첩첩산중 여기에 국정감사까지 줄지어 있어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해석이다. 국정감사는 흔히 야당의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탄핵의 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국민의힘은 갈 길이 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터지니 빠르게 수습해도 세월이 걸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어 “걱정인 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수사가 끝나고 상황이 일단락돼도 속은 여전히 곪아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계속해서 밀고 들어올 텐데 여기에 대응할 현실적인 방법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언제까지나 민주당의 실책에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또 다른 솟아날 구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띄우기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오는 22일부터 지급되는 정부의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언급하며 “지난번 1차 소비쿠폰이 마중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물이 콸콸 나오는, 경제계에 활기가 넘치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것만으로 재계엔 긍정의 시그널을 줬다”며 “주가도 3200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고 시총이 700조원 늘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이정부 출범 이후 실행한 민생소비쿠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2일부터 발급되는 2차 소비쿠폰은 내수와 소비 회복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여당 의원들의 평가로 미뤄볼 때, 민주당은 정기 국회에 돌입하면서 정쟁으로 치우친 국회를 벗어나 민생과 경제로 시선을 돌리며 다시 한번 지지율 견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