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 9월 가볼만한 곳

“떠나요~” 구불구불 신나는 국도(國道) 테마여행

무더운 여름이 서서히 물러가고 가을의 문턱에 들어서는 9월을 맞이하여 한국관광공사는 ‘구불구불 신나는 국도여행’이라는 테마 하에 2011년 9월의 가볼만한 곳으로 10곳을 각각 선정, 발표했다.


마음을 채우는 여행길
양평~횡성~평창 간 6번국도

수도권에서 강원도로 가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반도의 동서를 잇는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한다. 하지만 속절없이 막혀 오가기 어려워 짜증났던 적이 있지 않은가.

이럴 땐 6번 국도를 이용해보자. 양평에서 횡성, 평창으로 이어지는 이 길은 각광받는 드라이브 코스이기도 해 차창을 열고 달리는 것만으로도 삼림욕이 저절로 되는 듯 상쾌함이 이어진다.

그중 다양한 즐거움이 있는 곳은 태기산 너머 평창군의 봉평면과 진부면을 잇는 구간이다. 이효석 생가, 평창무이예술관, 달빛극장, 한국자생식물원, 월정사와 상원사 등 볼거리도 다양하다. 평창 한우와 봉평 메밀국수, 진부의 산나물 등 지역특산물을 맛볼 수 있는 길이라서 더욱 즐겁다.


타이머신을 타고 떠나는 여행
문산~전곡 간 37번 국도

파주 문산과 연천 전곡을 잇는 37번 국도는 시간을 거스르는 길이다. 한국전쟁의 흔적부터 조선, 신라, 고구려, 선사시대의 유적들이 나란히 담겨있어 가족이 함께 타임머신을 탄 듯, 시간여행을 즐길 수 있다. 연천 전곡리 선사유적지는 한반도에 남아 있는 태고적 신비와 선사인류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이색 장소다. 올해 봄 전곡선사박물관도 문을 열면서 아이들의 학습체험장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선사유적지 길 건너 한탄강변에는 어린이 공룡캐릭터원 등이 들어서 있다. 37번 국도를 따라 문산방향으로 이동하면 선사시대에서 역사의 한 가운데로 진입한다. 임진강 장남교를 건너면 신라 경순왕릉, 고구려 호로고루성이 위치했고 두지나루터에는 조선시대 황포돛배가 재현돼 있다.

경순왕릉은 신라의 왕릉 가운데에서 경주지역을 벗어나 유일하게 경기도에 위치한 능이다. 인근 법흥읍에는 율곡 이이 선생 유적지도 고즈넉하게 조성돼 있다. 역사의 자취를 두루 만난 뒤 임진각에 서면 분단의 현실과 통일의 염원이 한층 성숙하게 다가선다. 


허브향기 체험마을 어울린 소풍길
용인~안성 간 17번 국도

17번 국도의 용인-안성 구간 주변에는 한택식물원, 백암순대, 죽주산성, 안성허브마을, 안성구메농사마을, 칠장사 등의 여행명소와 별미가 깃들어 있다. 가을날 한택식물원을 찾으면 벌개미취, 구절초, 마타리, 솔체꽃 등 아름다운 우리 꽃을 감상하게 된다.

안성허브마을에서는 허브향에 취하면서 허브 요리를 맛보기에 좋다. 칠장사는 산책과 명상을 동시에 즐겨보는 명찰이다.

백제문화의 아름다움 느끼고 삼림욕까지
부여~서천 간 4번 국도

충남 부여와 서천을 잇는 4번 국도는 역사유적탐방과 휴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코스다. 백제의 마지막 수도였던 부여에서는 부소산성과 정림사지5층석탑, 궁남지 등을 돌아본다.

부소산성에서는 기분좋은 가을 산책을 즐길 수 있고 정림사지에서는 가장 아름다운 백제탑을 볼 수 있다. 궁남지에서는 서동과 선화공주의 애틋한 사랑을 상상해보자. 아이들과 함께라면 국립부여박물관을 돌아보는 것도 좋을 듯. 찬란한 백제의 문화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유유히 흐르는 백마강을 따라 유람선을 타보는 건 어떨까. 시원한 강바람이 무더위를 식혀줄 것이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능산리 고분군이나 무량사를 함께 돌아보는 것도 더욱 알찬 여행을 만드는 한 방법이다.

서천에는 지친 몸을 쉬게 할 휴양림이 기다린다. 희리산해송휴양림은 사철 푸른 해송으로만 이뤄진 휴양림. 피톤치드향 가득한 숲속을 걷다보면 스트레스가 말끔히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다. 모래찜질로 장항송림산림욕장도 이색적인 체험을 제공한다. 

우리네 멋과 전통, 예술이 흐르다
전주 27번 국도

27번 국도엔 우리 전통의 멋과 예술, 그리고 보는 이의 기분을 좋아지게 하는 풍광이 조화롭다. 길위의 명소들이 자꾸만 발길을 붙잡는다.

이 멋을 잠시 느껴보라고, 이 풍광을 잠시 누리다 가라고…. 설레는 고향길, 아쉬운 귀성길이지만 그 감정을 잠시 접어두고 에둘러가도 좋겠다. 연잎 뒤덮인 덕진공원은 화려한 연꽃 뒤에 오는 열매의 결실을 보게 하고, 옛 멋 그윽한 전주한옥마을과 경기전에서는 박제된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역사를 만날 수 있어 흐뭇하다.

모악산자락의 새로운 명물 전북도립미술관은 행복충전소로 충분하고, 안덕마을은 도시의 공해에 찌든 몸에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 옥정호반을 따라가는 구불구불 드라이브는 편리한 직선보다 아름다운 곡선이 있어 삶이 더 풍성해 진다는 걸 일깨운다. 흥겨운 장단이 울리는 필봉문화촌엔 우리네 전통을 이어가려는 젊은이들의 땀방울이 빛난다.


바다로 미래로 여수로 가는 길
여수 17번 국도

17번 국도가 시작되는 전남 여수는 바다와 함께 성장해온 도시로 이순신 장군이 호령하던 과거의 바다, 현재의 바다를 즐길 수 있는 전남해양수산과학관과 소호요트장, 바다와 인간이 공존하는 미래를 만날 수 있는 2012여수세계박람회 등이 그 역사를 말해준다.

이 모든 역사를 만날 수 있는 벽화골목도 있다. 여수 시민들이 참여해 만들고 있는 고소동천사벽화골목이다. 그곳에서 우리나라가 처음 참가했던 1893년의 시카고세계박람회에서부터 2012년 5월 12일부터 8월 12일까지 열리는 2012여수세계박람회까지의 역사를 만날 수 있다.

한창 준비 중인 박람회장을 보고 싶다면 2012여수세계박람회홍보관으로 가면된다.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을 주제로 한 미래의 바다가 현실로 다가오는 공간이다. 완성된 전시관에 담길 전시내용을 상상해보는 즐거움도 만끽할 수 있다.



숲과 와인의 로맨틱 휴식공간
대구~청도 간 25번 국도

대구에서 청도로 이어지는 25번 국도에는 가족끼리, 연인끼리 편안한 휴식을 취하면서 낭만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여행지가 숨겨져 있다. 대구의 수목원과 청도의 와인터널이 그 주인공. 대구수목원은 쓰레기 매립장 위에 조성된 국내 최초의 도시형 수목원이다.

쓰레기 악취로 시민을 괴롭히던 장소가 꽃과 나무가 울창한 수목원으로 변모해 시민들의 휴식처로 재탄생했다. 코스모스가 하늘거리는 길을 따라 걷다보면 조롱박과 수세미가 주렁주렁 매달린 터널도 지나고 싱그런 나무 향이 가득한 숲도 지난다. 각각의 주제를 지닌 21개의 소원에서 하루 종일 꽃과 나무 속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경부선 증기기관차가 다니던 옛 남성현 철도터널은 와인을 저장하는 창고로 변신해 와인을 주제로 한 로맨틱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오래된 철도 터널에서 은은한 조명 아래 와인을 마시는 시간은 여행이 제공하는 선물이다.

산 따라 물 따라 서정이 흐르는 길
진주~하동 간 2번 국도

진주와 하동을 잇는 가장 빠른 길은 남해고속도로다. 속도와 효율을 생각한다면 편리한 지름길을 택하는 것이 정답이겠지만, 둘러가는 2번 국도에 굳이 눈길을 주는 건 그 길에 서정과 여유가 함께하기 때문이다. 유유히 흐르는 남강을 굽어보며 묵묵히 서 있는 진주성은 진주의 상징이자 진주시민의 자랑이다.

지리산 자락이 한눈에 들어오는 진양호에서 바라본 노을은 황홀하기 그지없다. 진주를 벗어나 사천시 곤명면으로 들어선 후 58번 지방도로로 슬쩍 빠지면 봉명산 다솔사에 이른다. 김동리의 소설 <등신불>이 탄생한 곳이다. 2번 국도 진주~하동 여행의 종착지는 하동읍. 섬진강을 곁에 둔 송림 끝자락에 경전선 섬진강철교가 있고, 강 건너편은 전라도 광양 땅이다. 2번 국도는 섬진강 건너 광양으로 이어진다.


바다부터 오름까지 제주 자연속을 달리다
제주 1118번 국도 
 
제주 동쪽 산간 지역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1118번 국도는 제주의 역사와 문화, 자연을 엿볼 수 있는 최적의 여행 코스다. 옛 제주의 관문인 연북정부터 시작된 국도 여행은 호젓한 산길을 지나 신기한 화산암들이 가득한 제주돌문화공원과 자연 친화형 테마파크인 에코랜드로 이어진다. 곶자왈 지역에 세워진 에코랜드에서는 증기기관차를 타고 신비한 숲 속 여행을 만끽할 수 있다.

교래 사거리에서 잠깐 1112번 국도로 갈아타면 가을철 명소인 산굼부리가 나타난다. 거대한 분화구를 가진 산굼부리는 화산 폭발로 이뤄진 섬의 신비를 다시금 깨닫게 한다. 다시 1118번 국도로 돌아와 남원 쪽으로 내려가는 길목에 물영아리 오름을 지나게 된다. 물영아리오름은 국제적인 습지보호구역(람사르습지)으로 화구호 안에 펼쳐진 신비로운 자연 생태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국도 여행의 마지막은 남원 큰엉해안 경승지이다. 해안 절벽에 서서 바라보는 바다 절경이 장엄하기 짝이 없다.

자연·예술의 기운이 가득한 여행
포천 신북 368번 지방도

포천시 신북면을 관통하는 368번 지방도로는 한마디로 자연과 예술의 향기가 가득한 싱그러운 길이다. 포천 허브아일랜드에서 심신이 절로 여유로워지는 향에 취하고 허브를 이용한 다양한 테마형 체험과 즐길 거리를 만끽하는가 하면, 폐 채석장을 한 편의 예술이 어우러진 문화 공간으로 변화시킨 포천 아트밸리에서 온 가족이 부담 없이 예술과 문화의 향에 젖어 본다.

아울러 중탄산나트륨을 함유해 지친 몸에 기운을 불어 넣어 주는 신북 온천에서 독일식 온천욕을 즐기며 368번 지방도로 여행을 마무리 하면, 도심에서 지쳐 있던 몸과 마음이 절로 생기를 되찾는 기분에 피로를 모르는 즐거운 주말여행을 챙겨 보게 될 것이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