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명운 쥔 과거사위 막전막후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5.09 12:37:34
  • 호수 11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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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님 잡을 저승사자 뜬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검찰 특수부가 지고 과거사위원회(이하 과거사위)가 뜰 전망이다. 과거사위는 검찰의 과거 인권침해나 검찰권 남용 등을 반성하기 위해 지난해 발족됐다. 하지만 과거사위가 재조사 권고한 사건들은 하나같이 반성 차원이 아니다. 향후 전현직 검사들에게 불똥이 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장자연 리스트’ 사건을 비롯해 수사 과정서 의혹과 논란을 남긴 이른바 과거사 사건에 대해 검찰 진상조사단이 옛 수사에 문제점이 있었는지 밝히기 위해 성역 없는 조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장자연 사건 등 
11건 규명 착수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위원장 김갑배) 위원인 이용구 법무실장은 지난 3일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과거 검찰권 행사에서 부적절했던 점들을 밝히고 이를 토대로 앞으로 비슷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개선을 하는 데 초점을 둘 것”이라고 활동 방향을 설명했다. 

이 실장은 “위원회는 조사방향에 대해 권고할 뿐이고 구체적인 방식은 대검찰청 소속 진상조사단이 자율적으로 맡아 결정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조사단은 의혹 연루 정황이 드러난다면 당시 검찰총장은 물론 법무부장관까지 대상으로 삼아 성역 없이 조사할 계획을 가진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앞서 과거사위는 지난달 6일 과거 인권침해 및 검찰권 남용 의혹이 있는 12건의 사건을 1차 사전조사 대상 사건으로 선정했다. 

조사단 42명으로 증원…본격 채비
수면 아래 가라앉은 사건 다시 수사

대상 사건은 ▲김근태 고문사건(1985년) ▲형제복지원 사건(1986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1987년)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1991년) ▲삼례 나라 슈퍼 사건(1999년) ▲약촌오거리 사건(2000년) ▲PD수첩 사건(2008년) ▲청와대 및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사건(2010년) ▲유성기업 노조파괴 및 부당노동행위 사건(2011년)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사건(2012년) ▲김학의 차관 사건(2013년) ▲남산 3억 원 제공 의혹 등 신한금융 관련 사건(2008년·2010년·2015년) 등 12건이다.

과거사위는 “지난 3월12일부터 지난 16일까지 3회에 걸쳐 대검 진상조사단으로부터 1차 사전조사 대상 사건에 대한 조사결과를 보고 받아 검토했다”며 “그 결과 수사나 공판과정서 인권침해 또는 축소·은폐 의혹이 있다고 판단된 3건에 대해 추가로 본 조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의결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조사단은 외부단원인 교수 12명, 변호사 12명과 내부 단원인 검사 6명이 참여하는 규모로 꾸려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방대한 업무량 등을 감안해 검사 6명을 추가 파견하고 수사관 6명도 조사단에 합류한 상태다. 

위원회는 업무량에 따라 조사단 추가 확대도 검토 중이다. 논란이 됐던 여러 사건을 조사 대상으로 선정하고, 조사단 규모를 확대하는 등 위원회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전전 정권 
부실수사 겨냥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향후 과거사위가 특수부보다 더 주목 받을 것이라고도 평가했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과거사위는 현 정부서 밀어주고 있는 곳”이라며 “이뿐만 아니라 당시 사건들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는데도 석연치 않게 끝났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나 과거사위 조사 과정에 전현직 검사들이 연루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과거사위에 선정된 장자연 리스트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사건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연예계의 성상납 실태를 고발하고 세상을 등진 장자연 사건이 청와대 국민 청원 재수사 요청으로 인해 재점화된 바 있다. 

지난 2월26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고 장자연의 한 맺힌 죽음의 진실을 밝혀주세요’라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이 청원은 한 달만에 동의자 수가 20만명을 넘어섰다. 청와대는 지난달 13일 이 청원에 대해 “앞으로 검찰 진상조사단은 사전조사를 통해 본격 재수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고 답변까지 했다.

장자연 사건은 2009년 신인 배우 장자연이 유력인사들에게 성상납을 강요받다 이를 폭로하는 내용의 유서 및 성 상납 대상자인 유력인사에 대한 리스트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다. 
 

일명 ‘장자연 리스트’에선 언론사와 기업체 대표, 방송사 PD 등 실명 등이 공개돼 큰 파문이 일었다.

대형 의혹들
봐주기 있었나

장자연은 당시 지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31명에게 100여번의 술 접대와 성상납을 강요받았다. 내가 죽더라도, 죽어서라도 저승에서 꼭 복수하겠다”고 전했다. 그는 “룸살롱서 술 접대를 시켰다. 잠자리를 강요받았을 뿐 아니라 방안에 가둬놓고 때리고, 온갖 욕설을 들었다. 그렇게 지내면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당시 넉 달간 경찰 수사에 이은 검찰 보완수사에도 불구하고 술접대 강요와 유력인사 성접대 의혹에 대해 모두 증거 부족을 이유로 ‘혐의 없음’ 처분이 내려졌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사건은 검찰의 대표적인 ‘제 식구 감싸기’ 수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현직 검사들에게 불똥이 튈 것으로 전망된다. 법조계에선 조사 결과에 따라 당시 수사 라인에 있었던 전현직 검사들의 형사처벌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김 전 차관은 지난 2013년 3월 강원도 원주시 한 별장서 건설업자로부터 성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에 연루됐다. 당시 현장서 찍은 동영상이 유출되면서 논란이 일었고, 김 전 차관은 취임한 지 6일 만에 차관직서 사퇴했다.


경찰은 수사를 벌인 뒤 같은 해 6월 김 전 차관과 윤씨에 대해 특수강간 등 혐의를 적용,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같은 해 11월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이후 피해 여성으로 알려진 A씨가 등장해 동영상 속 여성이 자신이라며 지난 2014년 7월 검찰에 김 전 차관 등을 고소했고 재수사가 진행됐지만 ‘혐의없음’으로 결론났다. 

A씨 진술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등이 근거였다.

벌벌 떨고 있는 전현직 검사들 
당시 특혜·면죄부 여부 초점

당시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수사 결론에 대한 비판이 고조됐다. 특히 재수사 과정서 김 전 차관 등을 단 한 차례도 소환 조사하지 않고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기 때문에 검찰이 사실상 ‘봐주기’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검찰 재수사가 종결된 지 4년이 지나 과거사위의 본 조사 결정으로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다. 특히 과거사위는 김 전 차관 사건을 두고 부당한 사건 축소·은폐 의혹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진상 규명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진상조사단이 실체적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지 의문도 제기된다. 조사단에 정식 수사권이 없기 때문이다. 과거 사건에 대해 파악하기 위해서는 전·현직 검사 등 당시 사건에 연루됐던 당사자들에 대한 조사가 필수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당사자들이 조사를 거부하면 이를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과거사위 관계자는 “조사단의 조사는 임의조사에 불과하고 강제 조사할 방법이 없다. 임의 협조에 의존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구체적으로 어떤 분들에 대해 조사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다만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당시 수사상 불가피했던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적극 진술할 분들도 계신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강제성이 없는 조사에 전현직 검사 등 핵심 인물 등이 응할지는 불투명하다. 이미 종결된 사건이기에 이들이 조사를 거부한다면 수사가 한계를 노출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걸리면?
처벌·징계 주목

또 위원회 활동 기간에 비해 조사 대상이 많다는 점도 한계라는 평가가 나온다. 위원회 활동이 한 차례 연장되더라도 최장 9개월에 불과하다. 시간에 쫓겨 진상 규명에 이르지 못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일부 위원이 담당했던 사건이 조사 대상에 포함되는 등 사건 선정을 두고 공정성 시비도 일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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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