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부인인 김정숙 여사가 판문점서 개최된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꺼냈다. 회담 다음날 경복궁 홍례문 광장서 개최된 ‘궁중문화축전’ 개막식에 참석해 발표한 축사에서다.
“어제 남북정상회담서 두 정상이 손을 잡고 마주선 자리 뒤편서 제가 장식해야 될 것이 무엇인가 생각을 하다가 훈민정음을 놔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훈민정음 서문을 놓았다”며 “국민의 평안과 민족의 태평성대를 꿈꾸는 세종대왕의 정신이 분단된 남북의 지도자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을 것”이라 언급했다.
얼핏 살피면 세종대왕을 추켜세우는 듯하지만, 그 이면을 살펴보면 자신의 남편인 문 대통령을 세종대왕과 동급으로 여겨달라는 이야기로 비쳐진다. 물론 아내로서 자신의 남편을 과대포장하고 싶은 측면은 이해하지만 나가도 너무 나갔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왜 그런지 두 가지 측면서 접근하겠다. 세종의 진실과 판문점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서다.
먼저 세종 임금의 진실에 대해 언급해보자. 김 여사는 세종을 국민의 평안과 민족의 태평성대의 대명사로 부각했는데 과연 그럴까. 백성의 평안을 위했는지 여부는 차치하고 민족의 태평성대에 초점을 맞춰보자.
필자는 일전에도 언급했었지만 우리 역사에서 가장 불행했던 임금 중 한 사람이 바로 세종이었다고 판단한다. 근시안적인 판단으로, 그저 선만 추구하고자하는 안이하기 짝이 없는 후사 결정으로 그가 받은 대가는 혹독했다.
자신의 둘째 아들인 수양대군, 세조의 손에 자신의 부인인 혜빈 양씨를 포함해 아들들, 손자 그리고 자신을 하늘처럼 떠받들던 김종서, 성삼문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충신들이 죽임을 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는 수양대군에게 종(宗)이 아닌 조(祖)라는 시호를 내린다. 왜 그랬을까. 바로 김 여사가 언급했던 국민의 평안, 즉 백성들의 곤궁한 삶을 해결하는 데 온 힘을 쏟았기 때문이다.
다음은 지나치게 호들갑떨고 있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결과에 대해서다. 이와 관련 지난 1972년 국제사회 분위기가 냉전서 화해로 급격하게 변화하는 과정에 분단 이후 최초로 발표된 7·4남북공동성명 내용을 살펴본다.
『쌍방은 다음과 같은 조국 통일 원칙들에 합의하였다. 첫째, 통일은 외세에 의존하거나 외세의 간섭을 받음이 없이 자주적으로 해결하여야 한다. 둘째, 통일은 서로 상대방을 반대하는 무력행사에 의거하지 않고 평화적 방법으로 실현하여야 한다. 셋째, 사상과 이념, 제도의 차이를 초월하여 우선 하나의 민족으로서 민족적 대단결을 도모하여야 한다.』
통일과 관련해 3대 원칙을 발표하면서 그를 위한 제반사항에 대해서도 덧붙였다. 남북한은 상대방에 대해 근거 없이 헐뜯지 말고 같은 민족으로서 대하며, 자주적인 평화 통일을 이루기 위해 서로 교류하고, 남북 적십자 회담을 열기 위해 노력하고 또한 서울과 평양 사이에 언제든 연락할 수 있도록 직통 전화를 설치하기로.
최근 발표된 남북정상의 공동 선언문 자체만을 살피면 자주, 평화, 통일로 7·4남북공동성명의 기본 틀을 유지하고 있다. 아울러 비핵화 등 현안에 대한 가시적이고 구체적 이행사항들이 빠져 있다.
북한의 3대 세습 정권의 속성을 살피면 동 선언문은 7·4남북공동성명처럼 말장난으로 그칠 확률이 농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여사는 세종까지 들먹이고 있으니 그들 부부를 위해 부창부수(夫唱婦隨)란 사자성어가 생겨난 듯 보인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