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불 켜진 더불어민주당 속사정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4.23 11:14:41
  • 호수 11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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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높지만 사람이 문제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이번 6·13지방선거는 미니 총선이라고 불릴 만큼 중요하다. 국회의원 보궐선거도 많을 뿐만 아니라 집권 정부와 여당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번 선거 유력 후보들이 잇따른 구설로 줄줄이 불출마 선언을 하거나 휘청거리고 있는 상황. 민주당 지방선거 위기론이 심심찮게 거론되는 이유다.  
 

6·13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는 최소 10곳 이상서 펼쳐지는 ‘미니 총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결과에 따라 원내 1당의 지위가 바뀔 수 있는 만큼 여야 모두 총력전을 예고하고 있다. 현재 재·보선이 확정된 곳은 서울 노원구병과 송파구을, 부산 해운대구을, 울산 북구, 전남 영암·무안·신안군, 광주 서구갑, 충남 천안갑 등 모두 7곳이다. 

여기에 최근 공천과 경선이 마무리된 3곳이 추가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경남지사 공천을 받은 김경수 의원의 경남 김해을이, 충남지사 후보로 선출된 양승조 의원의 지역구인 충남 천안병이 각각 추가됐다. 자유한국당에서는 이철우 의원이 경북지사 후보로 확정되면서 경북 김천이 재·보선 지역이 됐다. 

진행 중인 경선 결과에 따라 보궐선거 지역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에서는 서울시장 선거를 치르는 박영선(서울 구로구을), 우상호(서울 서대문구갑) 의원, 경기지사에 출마한 전해철(경기안산시 상록구갑) 의원과 인천시장 후보로 나선 박남춘(인천 남동구 갑) 의원 등의 경선이 진행 중이다. 

‘미투’ 논란으로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민주당 민병두 의원(서울 동대문을)의 사퇴서가 임시국회서 처리되면 재·보선 지역은 최대 13∼14곳까지 늘어날 수 있다. 

선거 결과는 정국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승리하면 정국 운영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민주당이 이번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연이은 악재로 민주당 유력 후보들이 하나, 둘 떨어져나갔다. 


주저앉은 잠룡 안희정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는 지난 대선 당시 유력대선 후보였다. 19대 대선 여론 조사 지지도를 살펴보면 안 전 지사는 문재인 대통령 다음으로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2월 갤럽이 조사한 대선 지지도 여론 조사에 따르면 안 전 지사는 지지율은 19%로 문재인 대통령 다음으로 높은 지지세를 보였다. 

당시 호감도에서는 오히려 문 대통령을 앞질렀다. <한국일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 전 지사의 호감도는 59.4%로 조사됐다. 문 전 대표(50.5%)와 이재명 성남시장(47.4%)를 크게 앞선 적도 있다. 비록 안 전 지사가 경선서 패했지만, 가장 유력한 차기 대통령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안 전 지사는 이런 인지도를 발판으로 이번 지방선거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서 서울 송파을에 출마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했다. 안 전 지사가 3선 도지사 출마 대신 여의도 입성을 노릴 것이라는 게 정치권서 정설처럼 굳어갔다. 안 전 지사의 지지도를 미뤄볼 때 송파을서 그를 견줄 후보는 많지 않아 보였다. 

유력 후보들 줄줄이 불출마 선언
사활 걸었는데 연이은 악재 산적

그런 안 전 지사에게 ‘미투’ 여파로 송파을 불출마를 넘어 정치적 사망선고가 내려졌다. 지난 3월 안 전 지사 수행비서가 안 전 지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또 다른 피해자도 안 전 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즉시 안 전 지사를 제명했고, 안 지사 역시 도지사직을 사임했다. 

당시 안 전 지사는 SNS를 통해 비서의 주장이 맞다고 시인했으며, 도지사직을 내려놓을 뿐만 아니라 모든 정치 활동을 중지하겠다고 선언했다. 


현재 안 전 지사는 지난해 6월부터 약 8개월간 자신의 비서였던 김지은씨를 4차례 성폭행하고 5차례의 기습추행(강제추행), 1차례의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을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다 된 밥에 그만…박수현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은 충남도지사에 출마하기 위해 대변인 직도 던졌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서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패하면서 재선에 실패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전략홍보본부장을 맡았다. 안 전 지사와 절친한 사이로 충남지사 대변인 역할도 맡았다. 

19대 대선서 문재인정부가 출범하면서 청와대 대변인으로 임명됐다. 지난해 4월부터 올해 2월까지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다. 그는 꾸준히 유력 차기 충남지사 후보로 거론됐다. 또 안 전 지사가 충남지사 3선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하자 박 전 대변인이 대체자로 급부상했다.

지난해 11월25일부터 26일까지 <굿모닝충청>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세종리서치에 의뢰해 진행한 ‘충남도지사 적합도’ 조사 결과 박수현 대변인은 17.2%로, 8명의 후보군 중 1위를 차지했다. 

절친한 사이였던 안 전 지사의 미투가 불거졌는데도 충남지사 민주당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박 전 대변인이 16.6%를 기록해 가장 앞섰다. 

박 전 대변인은 지난 1월22일 청와대 대변인을 던지고, 지난 2월5일 충남도지사 선거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런데 때마침 불륜설이 터졌다. 

박 전 대변인이 권력을 앞세워 내연녀를 공주시 기초의원 비례대표에 공천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충남 공주시 더불어민주당원인 오모씨는 지난2월6일 자신의 SNS를 통해 “2014년 지방선거서 반대에도 불구하고 위원장의 권력을 앞세워 내연녀를 공주시 기초의원 비례대표에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어 공천한 부적절함을 지적한다”고 밝혔다. 
 

사건은 일파만파 퍼졌다. 박 전 대변인이 부인과 2005년부터 별거 중이긴 했으나 2016년에 이혼절차에 들어가 2017년에 이혼이 확정됐다. 당시 김영미 시의원을 공천 준 것은 박 전 대변인이 이혼하기 전 사안이었다. 

박 전 대변인 측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돌파하겠다고 했지만, 지난달 14일 민주당 비공개 최고위원회서 불륜 의혹을 소명한 뒤 충남도지사 예비후보서 사퇴했다. 

순식간에 무너진 정봉주


정봉주 전 의원은 서울시장 3선에 도전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유력한 대항마였다. 정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첫 특별사면 대상으로 10년 만에 정치권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정 전 의원은 2007년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의 BBK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선봉에 섰다. 그래서 ‘BBK 저격수’라는 별명도 얻었다. 

하지만 “이명박 후보가 BBK 주가 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등의 허위사실을 유포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됐고 2011년 12월 징역 1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2012년 12월 만기 출소했지만 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피선거권은 2022년까지 박탈된 상태였다. 

하나같이 당선 눈앞에 두고…
사건·사고에 휘말려 집으로

사면 덕분에 정 전 의원이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할 자격을 얻었다.  

정 전 의원은 여러 언론을 통해 서울시장에 도전한다고 밝혔다. 당시 민주당에선 재선에 도전하는 박 시장에 이어 박영선·우상호 의원 등이 후보군으로 있었다. 정치권에선 정 전 의원이 이번 서울시장 선거의 판도를 뒤집을 수 있는 후보라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현역 의원'이 아니라는 점과 '친문 후보'로 구분된다는 점에서 민주당 경선의 신흥 강자로 부상했었다.

정 전 의원은 지난달 7일 서울시장 출마 선언이 예정돼있었다. 그런데 이날 정 전 의원에 대한 미투가 터졌다. 

이날 인터넷 언론 <프레시안>이 정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을 보도했다.  정 전 의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실소유주 의혹과 관련한 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을 받아 수감되기 전날 당시 대학생이던 현직 기자를 만나 껴안고 강제로 키스하려 시도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보도가 나오자 정 전 의원은 출마 선언을 연기했다. 민주당에선 성추행 보도가 나오자 그의 복당도 불허했다. 그럼에도 그는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하면서 끝까지 돌파하겠다고 밝혔다. 그랬던 그가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거짓 해명'에 대한 책임을 지고 같은 달 28일 서울시장 출마를 철회했다. 

나가긴 하지만…김경수

이번 지방선거서 경남도지사 유력 후보로 꼽힌 김경수 의원도 위태롭다. 김 의원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차기 경남지사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18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부산일보>와 부산 MBC의 의뢰를 받아 지난 13∼14일 경남·부산시·울산시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남녀 800여명에게 각각 조사한 결과경남지사 선거의 경우 지지도 조사에서 민주당 김경수(43.2%) 후보가 한국당 김태호(34.1%) 후보보다 우세했다. 

하지만 최근에 불거진 ‘드루킹’ 논란이 김 의원의 발목을 잡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의뢰로 수사가 시작된 이후 블로거 드루킹을 비롯한 경제적 공진화 모임 카페 회원이면서 더불어민주당 당원 3인이 카페 회원 아이디들을 동원해서 매크로를 이용하여 남북단일팀 논란 등의 사안과 그 앞서 몇몇 기사에서 사이버 여론조작을 했다는 혐의로 지난달 22일, 체포 구속된 사건이다.

김 의원이 드루킹의 인사 청탁을 들어줬다는 의혹과 관련해 댓글 조작에 관여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 의원은 지난 19일 예정돼있던 경남지사 출마선언 일정을 돌연 취소해 불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서 기자회견을 열며, 경남지사 출마에 끝까지 도전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향후 드루킹과 관련된 수사에서 김 의원이 연루된 의혹이 나온다면 출마 철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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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