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불위’ 파워블로거의 파워

여론 쥐락펴락 ‘포털 황제’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드루킹 사건’의 마침표가 언제쯤 찍힐 수 있을지 미지수다. 그는 포털에 게재된 뉴스 기사를 대상으로 불법프로그램을 이용해 댓글과 공감수 조작 혐의를 받고 있다. 표현의 자유라는 기저 아래 운용되던 댓글이 조작이라는 범죄에 오염된 것이다. 공론의 장으로 여겨졌던 포털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파워블로거는 가상의 인터넷 공간뿐 아니라 현실세계서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 17일 ‘드루킹’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던 김씨를 포함한 3명은 문재인정부를 비방하는 댓글을 달고 공감수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됐다. 드루킹은 이들 가운데 주범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조작프로그램을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과 관련한 기사 댓글 2개의 공감수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치 판세
분석·전망

댓글은 ‘문체부 청와대 여당 다 실수하는 거다. 국민들 뿔났다’ ‘땀 흘린 선수들이 무슨 죄냐’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남북여자하키단일팀 구성을 두고 2030세대 사이서 정부 결정에 대한 비판 여론이 증가했던 시기를 노린 것이다. 

김씨 등은 느릅나무 출판사라는 곳에서 함께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곳에서 주로 심야 시간에 공감클릭 작업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일 서울중앙지법은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드루킹의 공범 박모씨에 대해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했다. 박씨의 필명은 '서유기'다. 


박씨는 드루킹의 지시를 받아 불법 매크로 프로그램을 입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를 받은 드루킹이 기사 공감수를 조작한 것이다. 박씨는 드루킹과 함께 느룹나무 출판사 공동 대표를 맡았다. 박씨 역시 드루킹과 마찬가지로 SNS 등에 서유기라는 필명으로 여론과 관련된 글을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드루킹은 인터넷 포털을 무대로 삼았다. 대부분의 대중들이 인터넷 포털을 통해 뉴스를 이용한다는 사실에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7 언론수용자의식조사’에 따르면 지난 1주일간 미디어 이용률은 모바일 인터넷의 경우 82.3%로 TV(93.2%)의 뒤를 이었다. 

모바일 인터넷과 TV의 뉴스 이용률은 각각 73.2%, 85.5%였다. 많은 대중들이 TV만큼 모바일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포털을 통해 뉴스를 접하는 이용자들이 많다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 1주일간 1일 이상 모바일 인터넷을 통해 포털 뉴스를 이용한 빈도는 70.9%였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 1주일간 뉴스를 이용한 포털이 무엇인지 조사한 결과 네이버가 68.4%로 가장 높았다. 드루킹이 포털 중에서도 네이버를 선택한 이유다.

대중들은 네이버 자체를 많이 이용하기도 하는 편이다. 네이버의 검색 시장 점유율은 70%가 넘는다.

각 사이트 주름잡는 베일 속 블로거
댓글·공감 매크로프로그램으로 조작

네이버는 뉴스를 유통하는 데 있어서 적지 않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언론사들은 네이버와 제휴를 맺고 기사를 송고한다. 이를 바탕으로 네이버는 뉴스 서비스를 이용자들에게 제공하고, 언론사별로 보도되는 기사와 방송영상을 카테고리 형식으로 내놓는다. 


또, 이용자들이 가장 관심 있어 하는 뉴스를 상단에 배치해 이슈를 선정하기도 한다. 그런 연유로 네이버는 언론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포털을 언론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의 비율은 54.2%로 과반수를 넘는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7 언론수용자의식조사’) 네이버가 뉴스의 통로로 여겨지는 까닭이다.
 

네이버는 여론 형성에 상당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조회 수에 따라 기사를 배치하는 것을 비롯해 ‘공감·비공감’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기사 하단 부분에 이용자들은 댓글을 남길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의 댓글에 공감과 비공감을 표시할 수 있다. 공감을 많이 받은 댓글은 베스트댓글이 돼 댓글창 상위에 자리하게 된다. 포털을 통해 뉴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베스트댓글은 여론의 지표로 여겨지곤 한다. 반대로 비공감을 많이 받은 댓글은 창에서 내려가거나 삭제되기도 한다.

드루킹은 공감·비공감 시스템을 이용했다. 그는 네이버 아이디(ID) 614개와 불법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특정 기사 댓글에 공감을 클릭해 댓글을 조작했다.

시스템 한계
대책이 없다?

드루킹은 베스트 댓글을 임의로 조정해 여론을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댓글 시스템은 클릭이라는 다소 단순한 절차로 이루어져있다. 댓글이 순수한 대중의 참여와 조작이라는 기로에 서 있다는 평을 받는 이유다. 

댓글의 진입장벽은 낮은 편이다. 많은 이용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서 소득, 학력 등과 관계없이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로 댓글을 완전히 금지시키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댓글만큼 사용하기 편하고 대략적인 여론을 바라볼 수 있는 방법은 그리 흔하지 않다.

자유로운 의견 개진은 댓글로 나타난다. 댓글문화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 포털이 공론의 장으로 평가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정 기사에 대한 조회 수로 여론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댓글에는 그 기사에 대한 이용자들의 생각이 드러난다. 더 세밀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이번 드루킹 사태는 댓글문화가 활발하게 형성되고 있는 포털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이번 사건으로 댓글의 공감과 비공감 ,그리고 베스트 댓글은 대표성을 상실했다. 많은 이용자들 대신 아이디를 끌어 모으고,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했다. 앞으로는 순수한 참여마저 의심을 받고, 부정을 당할 여지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포털을 완전히 폐쇄하기는 어렵다. 포털은 공론의 장이다. 특히나 네이버와 다음 등 뉴스를 제공하는 포털의 경우 더욱 그렇다. 이용자들은 포털 속 뉴스들에 대해 댓글이라는 다소 손쉬운 시스템으로 여러 의견을 내세울 수 있다.


또한 포털은 이용자수가 다양하다. 포털이외에 카페, 블로그, 커뮤니티 등에서 대체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용자수가 포털보다 적고, 특정 기호를 바탕으로 모인 곳이기에 한계가 있다. 여론을 형성할 수는 있겠지만 포털만큼 일반화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공론의 장’ 역할 의문 제기
“혁신적 대안 필요하다” 지적 

공론의 장으로 여겨지는 포털에 대한 제약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논란으로 번질 우려도 있다. 이러한 이유들로 직접적인 폐쇄는 대안으로 보기 힘들다. 댓글을 실명제로 전환하자는 제안도 있다. 

이름을 밝힌 상태서 댓글을 작성한다면 여론 조작에 아이디가 동원되거나 불법 프로그램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좀 더 투명한 여론의 반영을 꾀하는 것이다.
 

이와는 상반되는 의견도 있다. 지금처럼 댓글문화가 정착하게 된 계기에는 익명제의 영향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름을 숨길 수 있기에 좀 더 자유로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변의 시선서 꽤 자유로워질 수 있다.

네이버는 댓글조작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아이디 1개당 하루에 쓸 수 있는 댓글 수를 20개로 제한하고 있다. 또한 댓글에 대한 답글은 40개로 제한했다. 여기에 10초의 등록 간격을 둬 댓글이 연속적으로 작성되지 못하게 하고 있다. 


또 동일한 IP(인터넷상 해당 컴퓨터의 주소)에서 일정 횟수 이상 로그인을 시도하거나 동일한 내용의 댓글을 반복해서 올릴 경우 ‘캡차(CAPTCHA)’가 적용된다.

네이버는 10분 내에 일정 수 이상의 공감을 클릭할 때도 캡차를 노출한다. 캡차는 사용자를 구분하기 위해 쓰이는 방법이다. 즉, 댓글을 등록하고 공감을 누르는 주체가 사람인지, 컴퓨터 프로그램인지를 구별한다는 것이다. 캡차에 있는 숫자와 영문은 기계가 알아볼 수 없도록 설정돼있다. 

이를 통해 매크로 작업이 벌어지게 된다면 자동으로 멈추게 된다.

현재 대책
허점 있어

현재 네이버의 댓글 노출 순서는 순공감순이다. 순공감순은 공감수에서 비공감수를 뺀 것을 의미한다. 네이버는 이에 대해 노출 순서를 최신순으로 변경하겠다는 입장이다. 지금도 댓글을 순공감순, 최신순, 공감비율순으로 선택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순공감순이 기본으로 돼있다. 또한 아이디 1개당 하루에 허용되는 댓글 수를 현재 20개서 그 이하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번 드루킹 사건을 미루어 볼 때 방지 시스템이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네이버 측은 “댓글 조작을 알고서도 방치한 게 아니다”라며 “조작 의혹 댓글들을 자체적으로 파악해 처리할 것은 처리하지만 모두 다 찾아 대응하는 건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매크로는 물론 한 사람이 여러 개의 아이디로 접속하는 식의 수작업을 하면 사실상 막을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네이버는 머신러닝과 딥러닝 등 AI 기술을 도입해 댓글의 어뷰징 탐지기술을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월 1회 댓글정책이용자패널 간담회를 통해 사용자 의견을 수렴할 입장인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네이버는 매크로 모니터링를 강화하고 뉴스 편집을 AI에 100% 맡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네이버를 비롯한 포털이 댓글과 공감조작의 위험서 자유롭지 못하다면 아웃링크 방식을 고려할 만하다. 현재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은 인링크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포털이 언론사 기사를 자신의 사이트에서 보여주는 방식이다. 이용자는 언론사가 제공한 뉴스를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가 아닌 네이버 포털 서비스 내에서 읽고 있다. 이와 반대로 아웃링크는 뉴스를 클릭하면 해당 언론사의 홈페이지로 옮겨가는 방식을 뜻한다. 현재 구글, 페이스북 등이 사용하고 있는 방식이다.

아웃링크 방식은 공감수에 따라 댓글 순서가 정해지는 포털 내에 부작용을 방지하자는 것이다. 인링크 방식에 따라 이용자 다수는 한 공간에 모여 특정 기사에 대해 댓글을 작성하고 공감과 비공감을 채택할 수 있게 된다. 

인링크 방식이 매크로 프로그램 등을 통한 기계적 여론조작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이를 차단하기 위해 언론사들의 기사는 모아두되 기사를 클릭하면 이용자들이 각 언론사 홈페이지로 분산되도록 해 부작용을 막겠다는 것이다.
 

포털 자체가 문제라 하더라도 이를 대체할 수 있는 플랫폼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양한 언론사의 기사를 모아 사용자들이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은 포털에 국한된다는 것이다. 

다른 플랫폼이 등장한다 하더라도 네이버와 같은 포털처럼 여론을 가늠해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다른 여러 사이트에서도 뉴스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중에서도 커뮤니티에선 많은 이용자들을 확보해 뉴스를 바탕으로 한 비판과 참여가 이루어져 있다. 포털과 비슷한 댓글 및 공감·비공감 체계도 갖추고 있다.

다만 포털은 공통된 관심사와 성향으로 뭉친 커뮤니티와는 조금 다른 측면이 있다. 포털은 뉴스를 공급하기 이전부터 이메일을 비롯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 까닭에 커뮤니티에 속해있는 이용자들보다 더 많은 이들을 확보하고 있다. 포털을 여론의 가늠추로 보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강한 영향력
포털의 책임?

포털 내 기사를 바탕으로 공감수를 조작한 김씨는 여론을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포털에서 제공하는 기사에 대한 댓글을 다소 공인된 여론으로 보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를 막지 못한 포털의 책임이 제기 될 수밖에 없다.

반면 일각에선 무조건적인 책임 제기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포털에 대해 책임을 묻는다 하더라도 여론조작 사건과 의혹은 과거부터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점을 미뤄봤을 때 기존 포털 플랫폼이 아닌 새로운 대안 플랫폼을 찾아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드루킹 뜻은?

김씨는 여론조작 사건으로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와 더불어 그의 필명인 드루킹의 뜻 역시 많은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드루킹이라는 필명의 뜻은 온라인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등장하는 캐릭터인 드루이드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2009년 SNS상에서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하고 있음을 밝힌 적이 있다. 또한 드루킹은 ‘피의자들의 수장’이라는 것으로 밝혀졌다. <수>


<기사 속 기사> 국정원도 댓글 조작?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은 지난 2012년 12월11일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 의원들이 인터넷에 불법 댓글을 올린다는 제보를 받고 역삼동 오피스텔을 찾아가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와 대치하면서 불거진 사건이다. 

이후 검찰 수사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심리전단국 직원들을 동원해 SNS와 인터넷 게시판 등에 댓글을 남겨 정치와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19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재상고심에서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국정원법 위반과 공직선거법 위반도 유죄로 확정됐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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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