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전 국회’ 묶여있는 법안들

"제발 일 좀 하시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4월 임시국회가 정상궤도서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방송법 개정안 처리 문제로 인한 여야간 갈등으로 본회의를 비롯한 대정부질문, 상임위원회 의사일정은 모두 취소됐다. 최근 발생한 김기식 전 금융감독위원장의 사퇴와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으로 국회는 답보상태다. 법안에 대한 이견과 갈등은 정상적인 국회 운영의 일환으로 바라볼 수 있다. 다만 법안 계류와 정쟁을 일원화하는 것은 책임 있는 정당의 모습이라 보기 어렵다.  
 

앞으로의 일정을 감안했을 때 4월 임시국회는 동력을 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오는 27일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은 각종 이슈를 제치고 그 중심에 설 가능성이 높다. 5월 임시 국회가 이론적으로 열릴 수 있지만 다가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시계 제로

6월 지방선거 이후에는 20대 국회 하반기 원 구성이 예정돼있다.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해 전당대회를 비롯한 정치적 이벤트가 연이어 개최될 것이다. 4월 임시국회가 하루빨리 정상궤도에 안착해야 하는 까닭이다.

4월 임시국회가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방송법 개정안이다. 지난 2일 야당은 일명 ‘박홍근 안’으로 불리는 방송법 개정안 처리를 요구했다. 이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를 조건으로 내세우면서 갈등이 격화됐다. 

야당이 내놓은 개정안은 민주당이 야당이었던 시절 당론으로 내세운 개정안이다. 


개정안의 내용에 따르면 공영방송 이사는 여당 7명, 야당 6명이 추천해 13명으로 구성된다. 또한 재적이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시장을 임명하는 특별다수제 도입을 명시하고 있다. 

이 법안의 골자는 야당의 이사진 추천 비율을 늘려 야당 동의 없이는 공영방송 사장 선출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현재 여당이 돼 입장이 바뀌게 됐다. 
 

민주당은 “이명박·박근혜정권 시절 정부가 낙하산 인사를 통해 방송을 장악하려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차악의 방안이었다”며 새로운 법안을 제시했고, 야당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발생한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은 국회 정상운영을 막고 있는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지난 18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 설치한 천막서 비상의원총회를 열었다.

한국당은 김기식 전 금감위원장의 인사 책임과 관련해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의 사퇴를 촉구하면서 댓글 사건에 대한 특검도 요구하고 있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드루킹서 시작된 사건이 (민주당) 김경수 의원을 거쳐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사건 구도가 고영태서 최순실로 이어진 국정 농단 사건과 놀랄 만큼 닮았다”고 입장을 밝혔다.


바른미래당(바미당) 유승민 공동대표 역시 지난 18일 ‘문재인정권 인사 참사 및 댓글 조작 규탄대회’를 열고 댓글 사건을 ‘드루킹 게이트’라 명명했다. 유 공동대표는 “드루킹 게이트에 대한 국정조사와 특검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도 “검찰 수사가 미진할 경우 국정조사와 특검도 불사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다만 정의당은 특검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민주당은 일부 당원의 일탈행위로 보고 특검 수사나 국정조사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처럼 꽉 막힌 국회서 여러 법안들이 표류하고 있다. 추가경정예산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재난 수준의 청년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경을 편성했다. 조선·자동차와 같은 주요 산업의 구조조정에 따른 지역 경제 지원방안도 포함됐다.

4월 이후에도…정상 운영 힘들어
정쟁 속에서 표류 법안들 무엇?

정부는 이달 국회서 추경이 통과된다면 다음 달부터 본격 집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국회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여당은 추경안 처리를 주장하지만 야당은 지방선거를 겨냥한 ‘선심성 돈 풀기’라며 반대하고 있다. 각종 민생 법안들도 산적하다.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의 경우 소상공인들이 법제화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 10일 소상공인연합회는 국회 밖에서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에 돌입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회장은 “대기업의 소상공인 업종 침탈을 적합업종 특별법으로 막아내야 한다”며 특별법 제정을 국회에 호소했다. 소상공인들은 임시국회의 파행으로 대기업의 무분별한 시장 진출이 허용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한 ‘중소기업 적합 업종 제도’가 있지만 지난해 49개 관련 품목의 권고 기간이 만료됐다. 올해는 제과점업 등 24개 품목만 유지되고 있는 상태다.

최저임금법 개정안도 시급한 사안이다. 최저임금 산입범위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경영계는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과 숙박비 등 수당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을 주축으로 하는 노동계는 상여금과 숙박비 항목 둘 다를 범위에 포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여당의원들은 1개월 단위의 상여금만 포함하자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한국당은 상여금에 더해 숙식비까지 포함할 것을 사실상의 당론으로 채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법적 시한인 6월29일까지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의 합의를 통해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심의 및 의결해야 한다. 개정법을 적용하려면 늦어도 5월말까지 법안을 처리해야 하지만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5월 임시국회가 제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 4월 임시국회서 처리돼야 한다는 것이다.


갈등만

그 외에도 ‘재활용 쓰레기 대란’ 문제와 미세먼지 대책 등 국민의 삶과 직결된 법안들 역시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정치적 쟁점에 대해 이견을 보이고 갈등을 겪을 수 있지만 정쟁이 법안을 발의하는 입법 활동의 상위에 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시각이 있다. 4월 임시 국회 이후 여러 이슈들이 산재하고 있는 가운데 국회 공전 사태가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그 상황 속에서도 과연 국회가 정상 운영의 끈을 놓치지 않을지 주목된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임시국회란?

임시국회란 정기국회와 달리 필요에 의해 소집되는 국회다. 임시국회는 1회에 30일을 초과할 수 없다. 다만 대통령이 요구한 임시회의 회의일수는 산입하지 않는다.

임시국회가 열리는 조건은 대통령이나 국회재적의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어야 한다. 다만 대통령의 요구로 열린 임시국회에서는 정부가 제출한 의안에 한해서만 처리한다. 대통령은 임시 국회의 기간과 소집 이유를 명시해야 한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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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