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세먼지가 심각할 정도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미세먼지는 대기 중에 머물다 호흡기를 거쳐 폐에 침투하여 만성 폐 질환뿐만 아니라 뇌졸중 같은 심폐혈관질환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여러 요인들과 그에 대한 대처 방법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기주의에 함몰되어 있는 인간들의 정신 구조에서 단기적으로 실현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하여 내 글을 읽어주는 고마운 독자들을 위해, 주로 역사소설을 집필하는 필자로서 조그마한 대책이라도 내놓아야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 과거 문헌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닐 수도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절대로 해가되지 않는다는 차원에서 이 글을 쓰게 됨을 밝히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자.
먼저 우리 세대에게 상당히 친숙했던 연탄가스 중독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연탄가스에 중독된 경우 의료시설이 변변치 않았던 당시에는 십중팔구 동치미 국물에 의존했었다.
필자 또한 상기의 경험을 지니고 있다. 연탄이 보급되기 시작한 초창기에 일이다. 한겨울에 점심을 먹고 연탄난로가 설치되어 있던 방에서 잠시 눈을 붙였던 일이 화근이 되어 동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그리고 정신을 차린 순간 어머니께서 나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강제로 내 입으로 동치미 국물을 집어넣고 있던 장면을 발견하게 되고, 잠시 후 연탄가스 중독의 위험성에 대해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그런데 그 일이 우연이었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과거 우리 선조들은 그와 유사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동치미와 나박김치, 엄밀하게 이야기해서 무에서 그 해결책을 찾았다.
조선 제11대 임금인 중종이 보위에 앉아있을 당시에 일이다. 당시 평안도 일대에 전염병이 발병하여 무수한 사람이 사망하자 중종은 순무로 담근 나박김치 국물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한 사발씩 마시라고 지시한다.
아쉽게도 나박김치 국물을 마신 결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으나 당시 중종이 왜 그런 조처를 내렸는지 이해할 수 있는 근거가 나타난다. 조선조 명의인 허준의 동의보감에 실려 있는 글이다.
『어느 사람이 동굴 속에서 피란을 하는데 도적이 동굴에 불을 때어 연기에 질식되었다. 그리하여 답답해서 죽으려 하는 것을 나복(蘿葍)을 씹어서 그 즙을 먹여주니 소생하였다.』
이어 연기의 독을 치료하는 방식으로 다음을 권장하고 있다.
『탄(炭)의 연기를 사람이 쐬면 머리가 아프며 구토가 나는데, 이따금 죽기도 한다. 생나복(生蘿葍)을 짓찧어 즙을 내어 먹이면 즉시 풀린다.』
나복은 물론 무를 언급한다. 이를 염두에 두고 현대 한의학에서 주장하는 무의 효능에 대해 살펴본다.
『무는 서늘하면서 매운 성질이 있기 때문에 폐가 가지고 있는 기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효능이 있으며 무즙을 많이 먹게 되면 폐의 기능이 원활해지면서 면역기능이 향상된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아닐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미세먼지에 대한 단기적 대처방식으로 감히 무를 재료로 만든 식품인 동치미와 나박김치를 권장하는 바다. 참고로 나박김치는 애초에 나복저(蘿葍葅)로, 무만으로 만든 김치였음을 밝히며 필자의 추측이 맞기를 기대해본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