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4주민투표 후폭풍>오세훈이 남긴 파장 & 서울시 과제

철없는 ‘강남시장’ 자존심에 혈세 500억 날렸다

[일요시사=이주현 기자]여권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투표율 미달(25.7%)로 투표함 개봉조차 하지 못하고 끝났다. 이는 오 전 시장의 사퇴시기를 둘러싼 당 지도부와 청와대의 입장차, 차기 시장 재보선 문제, ‘오세훈 표’ 정책의 제동 등 정치권에 메가톤급 후폭풍을 몰고 왔다. 하지만 한나라당과 청와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존심 강한 오 전 시장은 끝끝내 자진사퇴를 강행했다. 이로써 여·야 할 것 없이 차기 서울시장 후보 물색에 분주한 모습이고, 10월 국정조사 이후 사퇴를 주장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오세훈의 덫’에 빠졌다는 평가와 함께 깊은 한숨을 내쉬는 모양새다.

청와대·한나라당의 반대에도 끝끝내 사퇴 강행해
홍준표, 오 전 시장 문전박대 “더 이상 볼일 없다” 

오세훈은 역시 ‘강남시장’이었다. 전체 투표율 25.7%를 기록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30%이상을 기록한 곳은 서초구(36.2%), 강남구(35.4%), 송파구(30.6%) 3곳에 불과했다. 더구나 주민투표 개표 가능 마지노선을 넘은 곳은 두 곳에 그쳤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투표율 25.7%를 보인 이번 주민투표가, 작년 6·2지방선거 때 오세훈 후보를 찍은 유권자의 수를 웃돈 점을 들면서 내년 총선에도 ‘청신호’가 켜졌다고 기대 섞인 평가를 내놓았다.

한나라당은 내년 총선에는 기대감을 나타냈지만 10월 재보선에 대해서는 불안감을 나타내며 4월 재보선을 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 전 시장의 전격 사퇴로 10·26 재보선이 확정되고 당내 갈등과 혼선이 이어지며 여권 전체는 혼란에 빠졌다.

약속 깬 ‘오세이돈’
격분한 ‘홍반장’

오 전 시장은 주민투표 무산이 공식 확정된 후 굳은 표정으로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시민들의 뜻이 오롯이 담겨있는 그 투표함을 개봉조차 할 수 없게 돼서 참으로 안타깝다”며 유감의 뜻을 밝혔다.
 
이어 “투표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여러 가지로 어려운 환경에서도 불구하고 투표에 참여해주신 서울시민 여러분, 그리고 유권자 여러분께 고개 숙여서 감사드린다”며 자신을 지지해준 유권자들에게만 고마움을 표시했다.
 
투표 직후 거취를 밝히겠다고 밝힌 오 전 시장이었지만 그는 이 같은 말만 남기고 일문일답도 없이 서둘러 기자회견장을 빠져 나갔다.

서둘러 자리를 옮긴 오 시장은 서울의 모처에서 홍준표 대표, 임태희 대통령실장,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과 심야 회동에 참석해 거취문제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홍 대표·임 실장·김 수석 모두 “당장 사퇴는 안된다. 사퇴시점을 10월로 넘겨야 한다”며 시장직 사퇴 시점 연기를 강력히 촉구했다.

특히 홍 대표는 투표 무산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오 시장이 승리 했다고 본다”고 궤변(?)을 늘어놓으면서까지 오 전 시장을 감싸며 사태를 추스리려 애썼다.

하지만 자존심 강한 오 전 시장의 고집은 꺾지 못했다.

오 전 시장은 주민투표 무산 이틀뒤인 지난 8월 26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주민투표 결과에 책임을 지고 시장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며 “이것이 국민의 뜻”이라고 밝히며 사퇴를 강행했다.

이는 홍 대표를 격노하게 만들었다. 오 전 시장이 사퇴한 26일 조찬 간담회를 가진 홍 대표는 “어젯밤(25일) 10시쯤 오세훈 시장이 집으로 찾아왔기에 쫓아내면서 ‘앞으로 다시는 볼 일 없을 것’이라고 했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오 전 시장에 대해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홍 대표는 이어 “국익이나 당보다도 개인의 명예가 더 중요하다는 것은 당인의 자세가 아니고 조직인의 자세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홍 대표는 특히 비공개회의에서 오 전 시장에 대한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어떻게 개인의 명예만 중요하냐. 오 시장이 당이나 국가를 도외시하고 자기 모양만 중요시한다”며 “당이 어떻게 되든, 10월 재보선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것 아니냐. 그런 식으로 하려면 혼자 정치하지, 왜 조직으로 하느냐”고 쏘아붙였다.

홍 대표는 앞서 오 전 시장의 즉각 사퇴 방침을 전해 듣고 “오 시장한테 세 번 농락당했다”며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대표가 언급한 ‘세번 농락’은 당과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주민투표를 강행한 것, 주민투표율과 시장직을 연계한 것, 10월초 사퇴약속을 번복하고 즉각 사퇴를 결행한 것 등으로 당 지도부는 이들 사안에 대해 모두 강력 반대했었다.

김기현 대변인은 “홍 대표의 설명을 듣고 간담회의 참석자들 모두 ‘이제서야 수긍이 간다’는 분위기였다”며 “지도부 책임론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홍 대표도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10월 보궐선거가 치러지면 홍 대표로선 좋을 게 하나도 없다. 만약 한나라당이 패배해 야권에 시장직을 빼앗길 경우 가장 먼저 지도력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사태를 잘 수습해 보궐선거에서 승리하더라도 오 시장의 결단으로 인해 보수세력이 결집한 만큼 오 시장만 ‘보수의 아이콘’으로 주목 받을 뿐 승리의 공이 홍 대표 몫으로 돌아갈 공산은 거의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내년 총선에서의 ‘홍준표식 공천’을 통해 ‘홍당’ 체제를 굳히고 내심 차차기를 도모하고 있는 홍 대표로선 중대한 변수이자 차질이 불가피하다.

홍 대표로서는 자신의 의도와는 전혀 관계없이 오 전 시장이 기획하고 주도한 무상급식 주민투표로 인해 시련의 시간을 맞고 있는 셈이라 화가 날 만도 하다.

오세훈 파장
당·청 대혼란 야기

오 전 시장의 사퇴 불똥은 청와대에도 튀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8월 18일 선거를 독려하며 부재자투표를 했고, 라디오 연설에서 “선심성 복지로 국가부도 위기에 이른 남유럽 국가들의 사례는 우리에게 큰 교훈을 주고 있다”고 지원사격을 했음에도 주민투표에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또한 투표 후 최측근인 임 실장과 김 수석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퇴를 감행한 것은 이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다는 증거라는 분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주민투표는 무상급식 확대에 대한 의사를 묻는 정책투표”라며 “투표 결과를 향후 정국운영과 연결지어 확대 해석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선을 그었다.

친박계에서 제기한 의혹도 청와대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한나라당 핵심 당직자는 “올해 초 박형준 사회특보가 ‘무상급식 문제를 복지포퓰리즘과의 대결구도로 몰고 가면 보수층을 결집시켜 우리가 이길 수 있다’며 도와달라고 요청했다”며 “오 전 시장에게 주민투표를 하자고 권유한 사람은 박 특보인 걸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박 특보는 지난해 말 서울시의회와 극한적으로 대립하던 오 전 시장에게 ‘주민투표에 부쳐 승부수를 띄워라. 이기면 보수의 영웅이 된다. 박근혜 전 대표의 대항마가 될 수 있다’는 취지의 얘기를 했다는 게 여권에 퍼져 있는 정설”이라고 주장했다.

친박계의 한 중진의원도 “일부 친박계 의원들이 주민투표에 거부반응을 보인 것도 박 특보의 의도를 의심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 차원에서 주민투표에 개입한 적은 없다”고 말했고 박 특보도 “어이없는 마녀사냥”이라고 일축했다.

박근혜 ‘조기 등판론’ 무르익어, 10·26재보선 활약?
급제동 걸릴 오세훈표 정책과 복지, 어떻게 되나?


당내분란도 불가피해 보인다. 무엇보다 “주민투표는 서울시민의 일”이라며 오 전 시장의 지원 호소 러브콜을 끝끝내 거절한 박 전 대표의 책임론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친이계를 중심으로 당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가 너무 수수방관했다”며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친박계 의원들이 반발하고 나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화해무드 속에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계파갈등이 재현될 우려도 점쳐지고 있다.

10월 재보선에 박 전 대표의 ‘조기 등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는 본격적인 대선행보의 시점을 내년 초로 설정하고 있는 박 전 대표에게 여간 부담스러운 대목이 아니다.

반면 민주당은 선거 승리로 정국의 주도권을 가져오며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복지에서 승리했다는 의미도 있다. 투표 불참 운동을 주도해 성공하면서 제1야당의 명분을 지켰다. 지난 6·2지방선거에서 시작된 상승세를 이어간 점도 수확이다.

주민투표 결과는 여야의 내년 총선·대선 전략에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무상급식’을 ‘복지 포퓰리즘’으로 선을 그은 여권도 복지 확대를 요구하는 민심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앞으로 ‘복지경쟁’이 가열될 공산이 커 보이는 이유다.

전면 중단, 축소 위기
‘오세훈표 정책, 복지’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오 전 시장의 전격 사퇴로 그동안 추진되던 한강르네상스, 뉴타운, 서울형 그물망 복지 등 이른바 ‘오세훈표 정책’에 급제동이 걸릴 전망이라는 것이다.

권영규 행정1부시장 권한대행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서울시는 시의회가 강력 반발하고 있는 일부 사업의 경우 전면 중단 또는 축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먼저 오 시장이 애착을 갖고 추진해온 한강 르네상스(한강 공공성 회복 선언) 사업은 궤도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강 르네상스는 한강을 시민 품으로 돌려준다는 취지로 한강 주변 경관과 문화시설, 생태계 복원 등의 프로젝트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서울항, 한강예술섬, 세빛둥둥섬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들 사업내용에 대해 시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 등 야권은 비용 대비 효과가 크지 않고 환경 파괴가 예상된다며 줄기차게 반대해 왔다.

압구정·여의도·합정·성수·이촌 등 한강변 5곳에 대한 재개발사업도 차질이 예상된다. 당초 시는 땅 일부를 기부채납 받아 공공용도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기부채납 비율을 두고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오 전 시장의 사퇴로 사업 추진동력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뉴타운사업도 재검토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부동산경기 침체 등으로 인해 사업성이 나빠지면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뉴타운 내 존치구역을 해제하고 휴먼타운 조성 등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대안을 내놨지만 한계에 달했다는 것이 야권의 주장이다.

디자인서울도 일부 수정될 공산이 커졌다. 막대한 사업비와 야권의 반발 등에 부딪쳐 있기 때문이다. 주요 사업은 서울신청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광화문광장, 디자인서울거리 등이다. 다만 이미 상당부분 진행 중인 신청사나 DDP 등은 그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한강 북측인 북한산과 남산, 용산을 거쳐 남측인 관악산에 이르기까지 녹지축을 조성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남산 르네상스사업도 고비를 맞았다. 주민 반발, 경제적 효과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김창수(건설위원회) 시의원은 “오 시장이 자신의 치적을 위해 무리하게 추진하던 한강 르네상스, 디자인서울 등의 사업은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당론”이라며 “현실적으로 전면 중단이 쉽지 않은 뉴타운사업이나 정책효과가 드러난 장기전세주택 등의 사업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복지정책은 크게 흔들리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서울형 그물망 복지’라는 이름으로 추진되는 정책은 저소득층 저축액의 2배를 돌려주는 ‘희망플러스·꿈나래 통장’과 ‘일자리플러스센터’ 등의 정책이 있다.

이처럼 오 전 시장은 야권에 대한 신랄한 비난과 자신을 지지한 유권자들에게만 사과의 말을 남기고 홀연히 물러났다.
 
하지만 그가 남긴 것은 말이 아니라 커다란 후폭풍과 크나큰 파장이다. 과연 10·26재보선에서 서울의 민심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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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