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구속’ 결정적 증언들 공개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3.26 10:36:16
  • 호수 11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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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서 원수로…9명의 배신맨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MB(이명박 전 대통령)가 구속됐다. 그의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등장인물들이 많다. 대부분 측근이거나 뇌물을 건넨 인사들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MB의 구속영장 청구서엔 전직 대통령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직 ‘돈’과 ‘배신’만 있었다. 그 중심에 MB맨들 등장한다. 
 

이명박(77) 전 대통령이 지난 22일 밤 구속됐다.  14일 서울중앙지검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받은 지 8일 만이다. 

박범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의 많은 부분에 대해 소명이 있고 피의자의 지위, 범죄의 중대성 및 이 사건 수사 과정에 나타난 정황에 비춰볼 때 증거인멸 염려가 있으므로 피의자에 대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및 상당성이 인정된다”며 검찰이 청구한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이 청구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은 총 207쪽(별지 포함)이고 영장담당판사를 위한 구속사유서는 1000쪽을 넘어간다. 검찰은 뇌물액이 약 110억원, 횡령액이 약 3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 350억원대 비자금 조성 ▲다스의 BBK 투자금 140억원 반환 개입 ▲다스 차명재산 의혹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17억5000만원 수수 ▲삼성전자 다스 미국 소송비 대납액 60억원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부터 22억5000만원 불법자금 수수 ▲김소남 전 의원·대보그룹·ABC 상사·종교계 등 기타 불법자금 수수 10억원대 등 혐의를 받고 있다.

영장 범죄사실·구속 필요 사유 보니…
배신과 증오 주요 등장인물 20명 넘어 


이번 수사에서는 이 전 대통령의 측근들과 뇌물 공여자들의 진술 등이 증거 확보와 범죄혐의 입증에 주효했다. 이 때문에 이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서에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온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총 21명의 인사들이 등장한다. 검찰은 이번 수사서 이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많은 인사들이 얽히고설켜 있어 ‘피의자 및 관련자들의 신분 관계’ 등으로 등장인물을 정리했다. 이중 주요 인사들의 면면을 살폈다. 

[집사 김백준]

이 전 대통령과 30년 지기로 ‘MB 집사’로 불리던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은 이 전 대통령의 지시로 청와대 수석실과 장관실에 국정원 돈을 줬다고 진술했다. 김 전 기획관은 지난달 2월5일 이 전 대통령 지시를 받고 2008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국가정보원서 특수활동비 4억원을 뇌물로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김 전 기획관은 지난 14일 법정서 혐의를 모두 시인하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를 핵심 측근으로 여겼던 이 전 대통령의 기대를 완전히 뒤엎고 결정적 순간에 등을 돌린 셈이다. 김 전 기획관은 이날 법정서 “자신의 혐의에 대해 변명하지 않을 것이라며 여생을 속죄하며 살겠다”며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철저한 수사로 진실이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전 기획관은 이 전 대통령이 설립한 청계재단의 감사로 재직했으며, 내곡동 사저 건립 업무를 담당했다. 


[분신 김희중]

김희중 전 대통령 제1부속실장의 진술 역시 결정적이었다. ‘MB의 분신’으로 통하는 김 전 실장은 오랜 시간 이 전 대통령과 함께했다. 김 전 실장은 1997년 이 전 대통령이 초선 의원이었던 시절 비서관으로 그를 보좌했다. 이어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에 당선됐고 그는 의전비서관으로 수행했다. 

이명박정부 시절에는 대통령 제1부속실장으로 재임기간 5년을 그와 함께했다. 김 전 실장은 지난 1월12일 국정원 특활비를 불법으로 상납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그는 조사 과정서 “국정원 직원에게 받은 특활비 10만달러를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 측 행정관에게 직접 건네줬다”고 진술했다. 

[오른팔 김성우] 

김성우 전 다스 사장은 ‘MB의 오른팔’로 불린다. 김 전 사장은 이 전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이었던 시절부터 함께했다. 이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현대건설서 퇴사했다. 이후 김 전 사장은 이 전 대통령의 자금으로 다스를 설립했다.  
 

1996년 11월부터 이 전 대통령 친형 이상은 다스 회장과 다스 공동대표이사에 올랐다. 

김 전 사장은 다스의 120억원 횡령과 관련해 피의자로 입건됐다. 그는 검찰 조사 중 자수서를 제출했다. 김 전 사장은 “2007년 검찰수사와 2008년 특별검사팀 수사 때 다스와 관련해 거짓진술을 한 부분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2008년 특검 당시 “도곡동 땅과 다스는 MB와 관련이 없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번엔 스스로 당시 진술을 부정하면서 이번 조사 때는 제대로 답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전 사장은 “다스는 이 전 대통령의 지시로 설립한 것”이라며 “다스 창업자금도 지원받았다”는 진술도 내놨다. 또한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인사와 회계에 관련한 사안을 보고 받았다고 했다. 

[조카 이동형]

이 전 대통령 조카 이동형(이상은 회장 아들) 다스 부사장도 검찰 공소장에 등장한다. 이 부사장은 2008년 다스 경영지원본부장으로 입사했다. 총괄부사장으로 근무하다가 2016년 8월 경 좌천돼 다스 아산 공장 부사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지난달 동부지검 출석 당시 이 부사장은 “(다스는)당연히 저희 아버님(이상은 회장)이 지분이 있으니까 전 그렇게(아버지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 조사에서는 입장을 바꿔 ‘다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사장은 검찰 조사서 “아버지의 다스 지분은 작은 아버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것”이라고 진술했다. 가족 중 처음으로 이 전 대통령이 차명으로 다스를 실소유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이 부사장 아버지 이 회장은 다스 지분 47%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금고지기 이병모]

‘MB 금고지기’로 불리던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은 이 전 대통령의 재산을 관리했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도곡동 땅 매각 대금 중 일부를 다스 지분을 매입하는 데 썼다”며 “일부는 논현동 사저를 수리하는 데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도곡동 땅 매각 대금이 다스 지분 매입에 쓰였다는 것은 다스의 실소유주 파악에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중요한 단서다. 검찰은 도곡동 땅의 실제 주인을 이 전 대통령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자금관리 이영배]

또 다른 ‘자금관리사’로 통하는 이영배 금강 대표의 구속 역시 이 전 대통령을 사면초가의 위기에 놓이게 했다. 금강은 다스의 협력업체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가 대주주로 있는 에스엠(SM)의 자회사 ‘다온’에 16억원을 무담보 저리로 대출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대표가 100억원에 가까운 비자금을 조성해 이 전 대통령에게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강의 최대주주는 이 전 대통령의 처남인 고 김재정씨의 부인이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금강 지분을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사위 이상주]

사위 이상주 삼성전자 전무도 검찰서 이 전 대통령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자술서를 제출했다. 이 전무는 이 전 대통령의 첫째 딸인 이주연씨와 결혼했다. 1993년 사법시험 합격 후 검사를 거쳐, 2004년부터 삼성서 근무했다. 

대통령 모습 없고 ‘돈, 돈, 돈…’
검찰 불려간 측근들 대부분 불어

검찰은 이 전무로부터 “성동조선해양 등으로부터 5억원가량을 전달받아 이 전 대통령 측에 넘겼다는 점을 인정한다”는 내용이 담긴 A4용지 한 장 분량의 자술서를 받았다.
 

이 전무는 그간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자신에게 건넸다는 14억5000억원에 대해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이를 번복한 것이다. 사위마저 검찰에서 불리한 진술을 함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은 향후 재판 과정서 더욱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

[절친 천신일]

절친이자 MB정부 시절 막후실세로 통했던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도 구속영장에 등장했다. 천 회장은 이 전 대통령과 고려대학교 동창으로 각별한 사이다. 2009년부터 박연차 세무조사 무마, 이수우 대출 청탁 등 관련 알선 수재 등 비리 수사를 받을 때 까지 ‘대선 일등공신’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했다. 

천 회장은 지난 3일 18대 대선 전후 불법자금 수수와 관련해 4∼5시간 검찰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이날 오전 천 회장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의 사무실과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고, 이날 오후 이들을 비공개 소환했다.

[연결고리 이팔성]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부터 인사 청탁 등 명목으로 22억6230만원을, 레미콘 회사를 운영한 김소남 전 의원으로부터 공천 대가로 4억원을, 건설사 등을 가진 최등규 대보그룹 회장으로부터 4대강 관급 공사 수주 대가로 5억원을 건네받았다.

강연 등을 이유로 몇 차례 방문해 안면이 있던 능인선원 주지 지광스님에게도 불교대학 설립에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3억원을 받았다. 산업형 바닥재 생산 업체를 운영 중인 손병문 ABC상사 회장에게는 해외 사업 진출 등에 도움을 주는 명목으로 2억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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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