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의 MB맨 배신의 MB맨 ‘총정리’

정승이 죽으면 개도 안 온다더니…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 소환 조사를 마쳤다. 이 전 대통령은 혐의를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스는 누구 겁니까?’를 시작으로 그를 향한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이 전 대통령은 ‘보복성 정치공작’이라며 의혹 자체를 부인했다. 그러나 그는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포토라인에 서서 “국민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지난 14일, 이 전 대통령은 검찰에 출두하기 전 사저서 ‘MB맨’들을 만났다. 10여명의 관계자들이 사저로 향했다. 그들은 마지막까지 이 전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줬다. 또 다른 ‘MB맨’들이 있다. 그들은 반대로 이 전 대통령의 의혹에 힘을 실어줬다. 여러 의혹들이 검찰 소환 조사의 증거가 된 배경에는 이들의 도움이 있었다. 그들도 한때 ‘MB맨’이었다.

MB에 치명적
진술 쏟아내

지난 14일 이 전 대통령은 100억원대 뇌물수수와 20개가 넘는 범죄 혐의로 검찰에 소환됐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조사에서 본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쏟아낸 측근들에 대해 “죄를 경감받기 위해 나한테 뒤집어씌운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 전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기자회견에서 “모든 책임은 나에게 물어 달라”며 본인의 책임을 강조한 것과는 상반되는 입장이다.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은 ‘MB의 집사’로 불린다. 그는 이 전 대통령과 고려대 동문으로 40년 이상 인연을 맺어왔다. 


김 전 기획관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이 전 대통령의 재임기간을 함께했다. 이명박정부 시절에는 인수위 비서실 총무 담당 보좌역, 청와대 총무비서관,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지냈다. 김 전 기획관은 이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서 수십 년 보좌하고 그의 재산을 관리했다. 

그러다 지난 1월 검찰은 국정원 특수활동비(이하 특활비)를 불법으로 수수한 혐의로 김 전 기획관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김 전 기획관은 특활비 관련 혐의에 대해 “기억이 없다”며 일관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 1월17일 “국정원 돈을 받는 과정서 이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며 기존의 증언을 뒤집었다. 

이후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급물살을 타게 됐다. 김 전 기획관은 3월14일 열린 첫 번째 공판에서 국정원 자금 수수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희중 전 대통령 제1부속실장의 진술 역시 결정적이었다. ‘MB의 영원한 비서관’으로 통하는 김 전 실장은 오랜 시간 이 전 대통령과 함께했다. 

김 전 실장은 1997년 이 전 대통령이 초선 의원이었던 시절 비서관으로 그를 보좌했다. 이어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에 당선됐고 그는 의전비서관으로 수행했다. 

이명박정부 시절에는 대통령 제1부속실장으로 재임기간 5년을 그와 함께했다. 김 전 실장은 지난 1월12일 국정원 특활비를 불법으로 상납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그는 조사 과정서 “국정원 직원에게 받은 특활비 10만달러를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 측 행정관에게 직접 건네줬다”고 진술했다. 

그는 이 내용을 진술하기 전 이 전 대통령의 한 측근에게 “나도 살아야겠다”며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김 전 실장은 최근 JTBC와의 인터뷰서 “자신이 생각해도 (증거의 구체성 정도가) 심하다고 생각할 정도였다”며 “이 전 대통령도 조사에 임하면 (태도가)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변하지 않은
영원한 측근

이 전 대통령은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아왔다. 또한 이 전 대통령의 의혹 상당수는 다스를 기반으로 한다. 그 연유로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것을 밝히는 데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서 검찰은 MB의 최측근들로부터 결정적인 진술을 받게 된다.

김성우 전 다스 사장은 ‘MB의 오른팔’로 불린다. 김 전 사장은 이 전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이었던 시절부터 함께했다. 명실상부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다스의 설립과정을 알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김 전 사장은 다스의 120억원 횡령과 관련해 피의자로 입건됐다. 그는 검찰 조사 중 자수서를 제출했다. 김 전 사장은 “2007년 검찰수사와 2008년 특별검사팀 수사 때 다스와 관련해 거짓진술을 한 부분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2008년 특검 당시 “도곡동 땅과 다스는 MB와 관련이 없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번엔 스스로 당시 진술을 부정하면서 이번 조사 때는 제대로 답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전 사장은 “다스는 이 전 대통령의 지시로 설립한 것”이라며 “다스 창업자금도 지원받았다”는 진술도 내놨다. 또한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인사와 회계에 관련한 사안을 보고 받았다고 했다.

‘MB의 금고지기’로 불리던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은 이 전 대통령의 재산을 관리하던 인물이었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도곡동 땅 매각 대금 중 일부를 다스 지분을 매입하는 데 썼다”며 “일부는 논현동 사저를 수리하는데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도곡동 땅 매각 대금이 다스 지분 매입에 쓰였다는 것은 다스의 실소유주 파악에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중요한 단서다. 검찰은 도곡동 땅의 실제 주인을 이 전 대통령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MB의 자금관리사’로 통하는 이영배 금강 대표의 구속 역시 이 전 대통령을 사면초가의 위기에 놓이게 했다. 금강은 다스의 협력업체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시형 씨가 대주주로 있는 에스엠(SM)의 자회사 ‘다온’에 16억원을 무담보 저리 대출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대표가 100억원에 가까운 비자금을 조성해 이 전 대통령에게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강의 최대주주는 이 전 대통령의 처남인 고 김재정씨의 부인이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금강 지분을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4일 MB 측근들은 이 전 대통령의 사저를 방문했다. 이명박정부 시절 청와대서 호흡을 맞췄던 전직 관료부터 현역 국회의원들까지 약 10여명의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출두 직전 자신의 소회를 풀어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조사 후에도 이들은 MB 곁을 지켰다.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MB의 최측근으로 통한다. 그는 2011년 청와대 정무수석에 임명됐다. 2012년에는 ‘한나라당 돈봉투 사건’으로 자리서 물러났다. 김 전 수석은 지난달 1월 한 방송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문재인정부의 적폐청산은 누군가의 기획”이라며 비판했다. 

김 전 수석은 이 전 대통령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 조사 하루 전날에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은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해 재정적 어려움으로 변호사 선임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미디어 출연
비호에 앞장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2007년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 때 이 전 대통령 캠프에 합류했다. 이 전 수석은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공보특보를 맡았다. 당선 이후 그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대변인과 청와대 대변인, 청와대 홍보수석 그리고 언론특별보자관을 역임했다.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청와대 정무수석 정무 2비서관과 대통령실 메시지기획관, 청와대 기획관리실장을 역임했다. 2011년에는 청와대 홍보 수석의 자리에 올랐다. 


지난달 18일 김 전 수석은 CBS 라디오에 출연했다. 그는 “보수에 대한 반감과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한풀이”라며 수위 높은 발언으로 여권과 현 정부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올해가 개띠의 해”라며 “저희들도 이전투구를 한번 해 볼까요?”라고 다소 거친 발언을 내뱉었다.

류우익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한반도 대운하 입안자’로 알려져 있다. 이후 주중대사와 통일부 장관을 역임하게 된다. 또한 류 전 실장은 박영준 전 기획조정비서관과 함께 이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측근으로 꼽힌다.

정정길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류 전 실장의 뒤를 이어 2대 대통령 실장에 내정됐다. 그러나 2010년 7월 6·2지방선거서 한나라당이 패배하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김효재, 이동관, 김두우, 류우익…
여론 눈치 안보고 끝까지 지켰다

임태희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2010년 고용노동부장관서 3대 대통령 실장으로 내정됐다. 임 전 실장 역시 MB맨으로 알려져 있다. 

'UAE 원전 의혹’이 불거진 시점에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임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명박정부의 비위를 캐내려는 것이 아니다”고 해명할 정도로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통한다.

하금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4대 대통령 실장으로 이 전 대통령 임기의 마지막을 함께했다. 하 전 실장은 이 전 대통령과 동문으로 ‘고대 후배’로 통한다. 하 전 실장은 ‘노무현 4주기 추도식’ 날 이 전 대통령과 골프를 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빚었다.

장다사로 청와대 총무기획관은 이상득 전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다. 이 대통령은 당시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장 전 기획관을 청와대 총무기획관에 임명했다. 

당시 이 전 의원 보좌관의 거액 수뢰 사건에도 불구하고 그의 심복인 장 전 기획관의 임명은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한병도 정무수석이 전달한 평창동계올림픽 초청장을 이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도 장 전 기획관이다.
 

맹형규 전 행정안전부장관은 청와대 정무수석과 대통령 정무담당특보를 역임했다. 그는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는 이 전 대통령을 검찰까지 수행했다. 맹 전 장관은 “5년 동안 MB정부서 일했던 사람으로서 대통령이 어려울 때 자리를 피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수행 이유를 밝혔다.

자유한국당 권성동, 김영우, 주호영 의원은 ‘MB키즈’로 통한다. 권 의원은 이명박정부 때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냈다. 그는 검찰청까지 가서 이 전 대통령을 배웅했다. 

김 의원은 ‘안국포럼’ 출신이다. 안국포럼은 2007년 대선서 이 전 대통령의 친위그룹 역할을 했다. 김 의원은 이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문재인정권은 이 전 대통령을 포토라인에 세우기 위한 치졸한 꿈을 오늘 이뤘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주 의원은 이명박정부 시절 초대 특임장관과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이 전 대통령의 사저에 방문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정치적 리스크가 존재하지만 그만큼 ‘정통 친이계’라는 걸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김백준, 김희중, 김성우, 이병모…
최측근서 내부고발자로 ‘뒤통수’

자유한국당 이재오 상임 고문은 ‘친이계의 좌장’ 또는 ‘MB 정권 2인자’로 불린다. 이 고문은 2007년에 늘푸른한국당을 이끌었다가 지난달 12일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했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의 검찰 수사에 대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정권처럼 보인다”며 그를 옹호했다. 이 전 대통령의 검찰에 출두한 후에는 YTN 라디오에 출연해 “이 전 대통령은 부패하지 않다”며 그를 비호했다.

김대식 여의도연구원장은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예비후보캠프 대외협력총괄단장과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 사회교육문화분과위원회 인수위원을 역임한 친이계 인사로 분류된다.

안경률·최병국 전 국회의원은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선출 전당대회서 당시 이명박 후보를 지지해 이들 역시 친이계 인사로 나뉜다.  최 의원은 이재오 상임 고문과 함께 늘푸른한국당 소속이었다. 최 의원은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해 상임고문을 맡게 됐다.

조해진 전 국회의원은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이었던 시절 서울시장 비서실 정무보좌관이었다. 그는 15일 JTBC <뉴스룸>서 “여권 쪽에서는 공공연하게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한을 풀어줘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며 “이번 검찰수사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보복”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조 전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청와대 출신
현역 의원까지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행보도 눈에 띈다. 유 전 장관은 검찰 조사 후 귀가하는 이 전 대통령을 마중했다. 유 전 장관은 이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인물을 연기했다. 그 과정서 그는 이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유 전 장관은 이명박정부 시절 문체부장관에 임명됐다. 그러나 다소 거친 성격으로 막말과 욕설 논란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성동조선 부실 책임은?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이 전 대통령에게 건넨 22억여원 중 20억원 가량이 성동조선해양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의 수첩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와 사위 이상주 삼성전자 전무, 이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에게 돈이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경영위기 상황이었던 성동조선서 비자금이 나온 만큼 이 전 대통령이 그 책임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검찰은 이 돈의 대가로 이 전 대통령이 성동조선의 부실경영을 방관한 것은 아닌지에 대해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동조선은 지금까지 9조6000억원을 수혈 받았다. 그러나 아직까지 경영정상화의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


<기사 속 기사> 자충수 된 MB 행보

이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 과정서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한 만큼 구속영장 발부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 전 대통령은 명백한 증거들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은 만큼 증거인멸의 우려가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스스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을 높인 셈이다. <수>


<기사 속 기사> MB 변호인단은?

지난 14일 검찰 조사를 받은 이 전 대통령이 변호인단을 확충 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하는 데다 사안이 복잡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지난 13일 MB의 측근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 전 대통령은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다”며 재정적 어려움으로 변호사 선임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전 대통령이 변호인단을 보강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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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