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록을 출간한 노태우 전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들을 포함한 주요 인물들에 대해 인물평을 내놔 눈길을 끌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현대사 주역들의 비화와 함께 인물평을 솔직하게 내놓았다.
노 전 대통령은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해 “취임 전 만나보니 그는 정치에서 쌍방 간에 시각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 (1987년)대선 결과에 대해서도 그는 승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고집도 보통 고집이 아니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혹평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 “‘다른 야당 지도자들과는 다르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수없는 난경을 겪어 오면서 얻은 경험이 몸에 배어 있었다. 관찰력이 예리한 것은 물론이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한 대목도 놓치지 않았다. ‘어쨌든 대단한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노 전 대통령은 친구였던 전두환 전 대통령과 관련해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활동적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는 우정과 동지애가 유난히 강했지만, 우정을 국가보다 상위에 놓을 수 없게 됐다”며 “인식의 차이로 해서 전임자는 나에 대해 배신감을 느끼면서 서운해 할 수 있는 것이고 나는 미안해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마음을 가지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김종필 전 총리에 대해선 “30년 가까이 국정에 몸담아 온 관록이 있어서인지 믿음직스럽게 여겨졌다”고 말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관련해선 “청와대 경호실 작전차장보를 하던 1978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신년 가족 식사자리에 함께했다.
박 전 대통령은 날밤 1개를 집어 ‘이것 참 맛있겠구나’라며 큰영애(근혜)에게 줬는데 근혜양이 받지 않았다. 순간 미묘한 분위기가 흐르자 옆에 앉았던 근영양이 ‘아버지 저 주세요’하고 받아선 입에 넣어 깨물었다”며 “나는 그 장면을 보면서 박 전 대통령이 참으로 외롭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에 대해선 “정 전 회장이 전두환 전 대통령을 찾아와 ‘아파트를 평당 60만원에 지을 수 있다’고 했다는데 그 말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며 “한 달쯤 지나 전 전 대통령을 만났더니 ‘내가 그 영감한테 속았다’고 하기에 나는 ‘빨리 아셔서 다행입니다’ 하면서 그의 인간됨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부정적인 평가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