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회고록> 3000억 파문 일파만파 전모

YS “혼자 책임진다 해놓고 말년에 이래 뒤통수치기가?”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노태우 전 대통령이 발간한 회고록으로 파문이 일파만파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1992년 대선 때 김영삼 전 대통령 측에 3000억원을 지원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정치자금에 대해 “1995년 11월 수감 직전에 ‘나 혼자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밝힌 이후 그동안 어떤 발언도 하지 않았다”며 “이제 역사를 위한 기록을 남기는 자리이니만큼 핵심적인 내용은 밝혀두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썼다. 20년이 지난 불법 정치자금은 과연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을까?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밝힌 노 전 대통령의 저의는 무엇일까? 확산되고 있는 <노태우 회고록> 파문을 총정리 해봤다.

회고록에서 “YS에 대선자금 3000억 건넸다” 밝혀
공소시효 완료 검찰 수사 불가능, 파문으로 끝날 듯

노 전 대통령은 지난 9일 출간한 <노태우 회고록>(상·하권)에서 “1992년 총선과 대선이라는 양대 선거를 맞아 많은 자금이 필요했다”면서 정치자금과 북방외교를 비롯한 6공화국의 비화를 공개했다. 특히 대선 비자금을 상세히 공개하면서 “비자금으로 파생된 일들로 함께 일한 많은 사람과 국민에게 걱정과 실망을 안겨준 데 대해 자괴할 따름”이라며 “내가 마지막 사람이었기를 진실로 바란다”고 썼다.

“YS의 요청으로
3000억원 지원”


이번 회고록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노 전 대통령이 1992년 대선 당시 김영삼 당시 민자당 후보 측에 3000억원을 지원했다고 밝힌 부분이다.

그는 김 총재가 그 해 5월 대선후보로 결정된 직후 대선자금과 관련해 “적어도 4천억원에서 5천억원이 들지 않겠느냐. 그 많은 자금을 조성할 능력이 없으므로 대통령께서 알아서 해 주십시오”라며 지원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노 전 대통령은 “금진호 상공부장관과 이원조 의원을 김 총재에게 인사시키면서 선거자금을 김 총재 쪽에서 직접 조성하고 나는 뒤에서 돕기로 했다”며 “그 후 금 장관과 이 의원 두 사람이 각각 1천억원 정도의 기금을 조성해줬다고 들었다”고 기록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어 “대선 막바지에 이르러 김 총재와 당 선거 관계참모들로부터 자금이 모자란다는 SOS(긴급요청)를 받았다”며 “금 장관을 통해 한몫에 1천억원을 보내줬다”고 밝혔다.

이에 “김 총재가 한밤중에 전화를 걸어 ‘이제 살았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감사 인사를 했다”며 “결국 내가 김영삼캠프의 선거자금 3천억원 조성을 도운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 금고에 대해 “1993년 2월 25일 청와대에서 인사를 나누고 대통령 취임식장으로 떠나기 전 그 금고에 100억원 이상을 넣어두게 했다”고 전했다.

그는 비자금 사건 수사를 통해 드러난 2757억원의 보유 배경에 대해서는 김 전 대통령이 당선 후 청와대로 자신을 찾아오지 않아 전달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가 끝난 후 이현우 안기부장의 보고를 받고는 예상외로 많은 자금이 남아 있어 깜짝 놀랐다”며 “앞으로 후임자가 나라의 큰일에 쓸 수 있지 않겠는가 판단했지만 그는 끝내 청와대에 오지 않아 남은 자금을 후임자에게 전해주지 못한 채 퇴임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새 정부가 6공 사람들을 ‘개혁’이란 이름으로 잡아들이는 상황이라 통치자금 문제는 상의할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며 “남은 자금을 반드시 후임 대통령에게 인계해줄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비록 퇴임하더라도 국가를 위해 유용하게 쓰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모은 돈은 훗날 유용하게 쓰자’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정치, 통치자금은
대기업으로부터 ‘충당’


노 전 대통령은 “나의 재임 시까지 여당의 정치자금은 대부분 대기업으로부터 충당했다”며 “기업들은 정부의 국책사업에 참여함으로써 얻은 이익을 상당 부분 정치자금으로 내놨고 정권 측에서는 이 자금을 정치 또는 통치에 필요한 여러 용도로 사용했을 것”이라고 했다.
 
집권 시절 통치자금 마련 방법과 관련해서는 “서울올림픽이 끝나자 기업인들의 면담신청이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면담이 끝날 때쯤 그들은 ‘통치자금에 써 달라’며 봉투를 내놓곤 했고, 기업인이 자리를 뜨면 바로 이현우 경호실장을 불러 봉투를 넘겨줬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인들의 방문은 통상적으로 추석이나 연말, 그리고 선거가 있기 전에 이뤄졌다”고 전했다.

그는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돈 문제로 인해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았다”면서 “기업인들로부터 돈을 받아 정치적으로 사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남아 있던 돈은 대부분 금융기관 등에 위탁해 놓았다가 전액 몰수돼 국고로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는 ‘이런 일들이 필요한가’ 하고 회의를 느낀 적이 있었지만 취임하고 보니 살펴야 할 곳이 너무 많았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1995년 11월 수감직전에 ‘나 혼자 모든 책임을 지고 어떤 처벌도 나 혼자 달게 받겠다’고 밝혔다”며 “이후 정치자금과 관련해서는 어떤 발언도 하지 않았지만 이제 회고록을 작성해 역사의 기록으로 남기는 마당에 사실관계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이러한 사실들을 밝히는 이유를 들었다.

노 전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에게 걱정과 실망감을 안겨준 데 대하여 자괴할 따름”이라며 “이런 일로 국가원수를 지낸 사람이 법정에 서는 일은 내가 마지막이기를 진실로 바란다”고 했다.

YS측 “일고의 가치도 없다. 저의 의심스러워”
노측 “YS와 대화 육성 녹음테이프 있다” 폭로


노 전 대통령의 이 같은 폭로에 김 전 대통령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매우 불쾌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통령의 김기수 비서실장은 “김 전 대통령은 보도 내용을 보고받고 어이없어하셨다”며 “그 사람 지금 어떤 상태냐?”라고 반문했다고 전했다.

김 실장은 “4, 5년 전에 쓰러져 식물인간 상태인 그가 회고록을 어떻게 썼는지, 이제 와서 그런 주장을 했는지 저의가 의심스럽다”며 “김 전 대통령이 감옥에 넣은데 대해 앙심을 품은 것 아니냐”고 강력히 비난했다.

그는 특히 “노태우씨가 자기 월급에서 줬다면 모를까, 이원조 의원과 자기의 동서인 금진호 장관을 통해 기업에서 받은 더러운 돈을 자기 주머니에서 준 것처럼 말하는데, 노씨는 무슨 더러운 돈을 그렇게 많이 받았느냐”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김 실장은 “그런 주장을 한다고 해서 국민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느냐. (노태우 전 대통령이야말로) 도둑놈 아니냐”며 노 전 대통령을 강력히 비난했다.

그는 “더러운 돈을 당에다 주고 나서 김 전 대통령의 이름을 들먹이는데, 회고록이 오랫동안 기획된 것으로 보인다”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부소장도 “사실 관계가 의심스럽다”면서 회고록 내용을 반박했다. 김 부소장은 “후보에게 대선자금을 직접 전달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런 자금은 당으로 가지 후보가 개인적으로 받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의) 심기가 불편하신 것 같다”면서 “20년 지난 일을 이제 와서 얘기하는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공고시효 완료
검찰수사 불가능


김 실장과 김 부소장의 이러한 반박에도 논란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김 전 대통령 측이 강력 부인하고 나서자 이번에는 노 전 대통령 측이 당시 대선자금 지원과 관련해 김 전 대통령과 나눈 대화를 녹음한 테이프를 가지고 있다고 폭로해 김 전 대통령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전직 사정기관 관계자에 따르면 “녹음은 노 전 대통령이 재직 중인 시점에 청와대에서 이뤄졌다”며 “녹음된 대화에는 ‘3000억원’이라는 구체적인 액수까지 등장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노 전 대통령의 아들 재헌씨는 1995년 당시 김 대통령 측과 접촉해 아버지의 구속을 막으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무산됐다”면서 “재헌씨는 전·현직 대통령의 육성이 담긴 녹음테이프의 공개 문제를 고민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구속돼 있던 노 전 대통령은 정국에 미칠 파장, 진행 중인 비자금 사건 재판에 미칠 악영향, 향후 노 전 대통령 사면·복권 문제 등을 고려해 녹음테이프를 공개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녹음테이프가 있다는 사실은 함께 구속돼 있던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까지 알려졌으며, 전 전 대통령도 테이프를 공개하자고 설득했지만 노 전 대통령 측에선 끝끝내 테이프를 주지 않았다고 한다.

노태우 정권 당시 ‘6공 황태자’로 불리던 박철언 전 체육청소년부장관도 “옛날부터 알고 있었던 사실”이라며 “책이 정식으로 나오고 투병 중인 노 전 대통령이 쓴 이상 진실 그대로다”고 회고록 주장을 뒷받침했다.

한편 박 전 장관은 <노태우 회고록>과 관련해 “이미 3년 전에 회고록은 초본이 완성됐다”면서 “그러나 참모들이 YS 비자금을 넣을 것인가 뺄 것인가 때문에 회고록 출간이 미뤄졌다”고 설명했다.
 
박 전 장관은 또 “YS는 이에 대해 역사 앞에 당당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YS가 떳떳하다면 명예훼손에 해당된다. 그러면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면 된다”면서 “그러나 하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노 전 대통령의 회고록으로 밝혀진 이번 사안에 대한 검찰 수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다는 게 검찰 안팎의 시각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정치자금위반법은 공소시효가 5년이다”고 밝히며 공소시효가 완료돼 관련자를 재판에 넘길 수 없다고 말했다. 공소시효를 감안하지 않고 수사가 진행된다고 해도 노 전 대통령의 건강이 극도로 좋지 않아 사실상 수사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역사를 위한 기록을 남기는 자리’라며 회고록에서 밝힌 노 전 대통령의 폭로는 전 대통령 간의 앙금과 김 전 대통령 측의 강한 반발만 불러일으키는 선에서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논란 속에 전 전 대통령도 회고록 출간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되고 있다. 전 전 대통령 관계자에 따르면 1979년 10·26, 12·12 사태를 겪으며 권력의 핵심으로 부상해 권좌에 오르기까지의 과정과 재임 시절, 그리고 퇴임 후 5공청산과 김영삼 정부의 비자금 수사 등에 대한 내용 등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회고록 파문에 빠진 정치권에 또 한 번의 후폭풍이 들이닥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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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속 중독?’ 김건희 조언 그룹 대해부

‘무속 중독?’ 김건희 조언 그룹 대해부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건희 여사의 ‘무속 중독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김 여사에게 공적 사안마다 조언해 주는 무속 인물 7~8명이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건진법사, 천공 등이 아닌 명리학자 류모씨가 새롭게 등장하면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분위기다. 윤석열 캠프 출신 여권 인사들도 김 여사의 무속 중독 논란과 관련해 여러 차례 윤석열 대통령에게 직언했으나 컨트롤되지 않았다고 한다. 개인이 사주를 보거나 점을 보는 건 욕먹을 일이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의 부인이 공적 사안에 대해 무속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대통령실과 윤석열 캠프 출신 복수의 여권 인사들은 과거 김건희 여사의 무속 중독 논란에 대해 “설마 그럴 리가 있겠느냐”고 입을 모았다. 지금은 다르다. 터질 게 터졌다며 한숨부터 나오고 있다. 위기 상황 의지 지속 서울 강남구 광평로 한 빌딩서 H 학술원을 운영하는 류모 원장은 대구·경북 지역서 활동해 왔다. 대중 강연과 지역 일간지 기고, 언론사와 보수 유튜버 등에도 출연해 정치인들의 사주풀이 등으로 활발한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박근혜 전 대통령 당선, 안철수 대선후보 사퇴’ 등을 예측해 정치권에서는 나름 알려진 인물이다. 류 원장에게 먼저 연락을 취한 건 김 여사다. 류 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사주를 예측하면서 본인의 자택인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로 초대하게 된 것이다. 류 원장은 김 여사와 5번 이상 상담을 진행했다. 상담은 김 여사가 류 원장에게 자동으로 삭제되는 타이머가 설정된 텔레그램 채팅방을 통해 질문하면 이에 답해주는 형식으로 진행됐다고 한다. 류 원장은 지난 2020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빚던 갈등에 대해 김 여사에게 “천운이 좋으니까 살아난다”고 답했고,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직을 사퇴한 직후에 대선에 출마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당연히 나가야 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는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와의 갈등에 대해서도 물었다. 김 여사가 이준석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하길래 ‘하극상을 벌일 사람’이지만 슬슬 달래서 가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고 주장했다. 류 원장은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는 “지난해 12월에는 김 여사가 ‘저 감옥 가나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은둔하면 된다. 당신도 많이 깨달아야 한다. 제발 좀 나서지 마라. 위기인 것은 분명하나 아직 기운이 좋아 (감옥에)가지는 않는다고 충고했다”고 했다. 윤 당선 예측하자 아크로비스타로 류 초대 정치적 위기마다 5번 텔레그램 상담 진행 당시 김 여사에게는 악재가 잇따라 터졌다. 지난해 11월27일 <서울의소리> 보도를 통해 김 여사가 최재영 목사에게 명품백을 받는 영상이 공개됐고, 보름 뒤인 12월14일에는 <뉴스타파>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당시 김 여사가 직접 증권사 직원과 통화해 주문하는 녹취록을 공개했다. 류 원장의 조언이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으나 실제로 김 여사는 이후 153일 동안 공식 활동을 자제했다. 류 원장은 “나 말고도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 분야별로 7~8명 더 있는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캠프 출신 한 여권 인사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일반 사람들이 강남이나 종로서 사주나 전생운을 보듯이 김 여사도 가볍게 보는 거라고 여겨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줄 알았다. 3년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며 “터질 게 터지고 있는 셈이다. 윤 대통령이 결정해야 할 일을 김 여사가 개입해 ‘누구한테 들었는데 그건 이렇게 해야 한다더라’라고 말하는 과정 자체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도 “대통령실 직원 이력서를 김 여사가 본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이력서를 봤다면 조처해야 하는 문제고 무당을 통해 그 이력서의 인물이 어떤지 평가한다는 풍문까지 있다”며 “영부인이 설마 인사에 개입했겠느냐며 넘겼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면 합리적 의심이 가시질 않는다”고 말했다. 류 원장 이전 무속 논란의 진앙지는 건진법사 전모씨라고 할 수 있다. 전씨는 윤석열 캠프 네트워크본부 고문으로 활동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인물이다. 전씨의 딸은 지난 2013년부터 코바나컨텐츠 행사를 담당했고 2년 뒤 한 화장품회사의 대표를 역임했다. 중국 진출을 염두에 뒀던 이 회사는 한한령과 코로나19 등 상황 악화로 2017년을 전후로 사업을 철수했다. 미국유학생 출신인 전씨의 처남 김모씨는 네트워크본부 활동을 장악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았다. 본인과 가족이 함께 대선 캠프서 일한다는 것은 캠프 내 실세의 지시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무속의 진앙지 전씨의 무속 활동에는 산 채로 소가죽을 찢는 행사로 물의를 빚은 지난 2018년 수륙대제 및 국태민안 대동굿 등불교 축제가 있다. 이 행사에 대한 항의 게시물을 보면 대한불교종정협의회, 한국불교일광조계종과 함께 연민복지재단과 전씨의 딸이 대표로 있는 화장품 회사가 공동으로 행사를 주최했다. 전씨 외에도 김모 교수와 대통령실에 들어간 지인 자녀·친인척들이 차례차례 논란이 됐다. 황 회장 아들 황모씨(시민사회수석실 5급 행정관)에 이어 같은 지역 전기공사업자 우모씨의 아들(시민사회수석실 9급 행정요원, 현재 퇴사) 문제가 불거졌다. 여기에 윤 대통령 외가 쪽 6촌의 대통령실 근무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윤 대통령 외가 6촌으로 삼성 출신인 최모씨는 선대위 회계팀장을 지냈고 대통령 부속실 선임행정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전씨의 제자로 지난 대선 당시 코바나컨텐츠에 상주하다 ‘김건희 목덜미 영상’으로 알려진 역술인 심모 박사는 이명수 <서울의 소리> 기자가 폭로한 ‘김건희 녹취록’서 등장한다. 그는 이 기자와의 연락서 자신이 황씨라고 주장했다. 전씨는 대선 전 불거진 네트워크본부 논란으로 인해 축출됐다. 전씨는 서울 용산구의 한 모처서 지난 2022년 6월까지 윤석열 캠프 출신 인사들과 자주 소통해 왔으나 이후 강남서 늦은 저녁에만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윤석열 캠프 출신 인사 중 이른바 ‘MB 라인’으로 분류되는 정치권 관계자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낙원동 쪽에 MB 청와대 인사들이 사무실을 차렸다. 인수위 네트워크 본부 출신 40여명이 들어가 있을 때부터 알려진 얘기”라며 “김 여사와 연락이 끊기면서 ‘MB 라인’ 인사들과만 소통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류 원장 외에도… 김 여사와 전씨의 사이가 틀어진 이유는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의 읍소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YS계로 알려진 N씨가 전씨와 같이 활동하면서 이권과 인사청탁에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소위 ‘지라시’로 돈 데 이어 정치권에서는 전씨와 N씨의 불화설까지 들렸다. 윤석열 캠프 출신 한 인사는 “서울 한 건설사에서 마련한 땅 임대료를 두고 둘이 싸웠다. 특히 지방선거 시즌 강남구청장 선거서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한 인사가 두 사람을 믿고 경쟁하다가 제3자가 공천을 받았다는 뒷말이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전씨의 영향력이 가라앉자 ‘MB계’ 국민의힘 중진들이 N씨에게 줄을 섰다는 얘기는 2년 전에 언급됐다. 특히 그가 특정 지역 인맥을 활용해 경찰 인사에 개입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른바 ‘왕따’가 된 전씨는 지난해까지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이용해 세무조사나 인사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처럼 행세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전씨로부터 청탁을 받았단 고위 공직자의 이름까지 떠돌았다. 전씨가 고위 공무원을 상대로 한 중견기업 세무조사를 무마하려 했다는 구체적인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윤석열 캠프 출신 여권 인사들은 전씨 외에도 김 여사에게 조언하는 무속인이 더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굿당의 당주이자 70대 할머니인 A씨가 그 주인공이다. 김 여사는 A씨로부터 자신과 어머니이자 윤 대통령의 장모인 최은순씨가 구속 위기에 있을 때 여러 차례 조언을 받았다고 한다. A씨는 약 10년 전부터 김 여사와 알고 지냈다. 소위 ‘무정 스님’으로 알려진 심모씨와도 밀접한 관계가 형성된 인물이다. 심씨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결혼을 주선한 장본인이며 윤 대통령에게 ‘검사’ 직업까지 지정해준 멘토였다. 원주 굿당 당주 ‘영빨’로 김 측근 관리? 측근 주장 대부분 이권 개입·청탁 의혹 연루 심씨가 세간의 주목을 받은 건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의 개인 일정표가 공개되면서다. 지난 2011년 8월 등이 포함된 일정표에 심씨는 ‘무정 스님’이란 호칭으로 여러 차례 등장했다. 윤석열 캠프 출신 인사는 “2년 전 캠프서 전씨 말고도 김 여사와의 친분을 이용해 이권을 차지하려던 인물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때 A씨가 김 여사에게 ‘걔는 영빨이 부족해서 안 된다’며 여러 차례 물갈이를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다른 인사도 “어머니인 최씨가 2021년 7월에 구속되기 전 김 여사가 명태균씨를 비롯한 A씨로부터 조언을 여러 번 구했다. 어떻게 하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등 상당히 많이 의지했던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명씨가 최근까지 김 여사와 소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소위 ‘영빨’로 김 여사의 환심을 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실제 명씨의 지인은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녹취서 “지금 당선인(윤 대통령)이 아예, 진짜, 완전히 광화문 그쪽으로 (이전)할 모양인가 보네”라고 물었고 명씨는 “경호고 나발이고 내가 (김건희 여사에게)거기 가면 뒈진다 했는데, 본인 같으면 뒈진다 하면 가나”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당선 직후 청와대 이전을 위한 대통령 집무실 후보로 광화문 정부청사를 거론한 바 있는데, 명씨 본인이 김 여사에게 대통령 집무실을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조언했다는 주장이다. 명씨는 지인과의 대화서 김 여사에게 ‘무속적인 조언’을 했다고 밝히기도 한다. 명씨는 “내가(김 여사에게) 뭐라 했는지 알아요”라며 “본인이 영부인 사주가 들어앉았고, 그 밑에 대통령 사주가 안 들어왔는데”라고 했다. 명씨는 “내가 3월9일이라서 당선된다고 그랬다. 꽃 피기 전에는 윤석열이가 당선이(되고), 피면 이재명이를 이길 수가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감으로 승부수? 명씨는 또 “내가 이랬잖아. 그 청와대 뒷산에, 백악산(북악산)은 좌로 대가리가 꺾여있고, 북한산은 오른쪽으로 꺾여있다니까”라며 청와대 기운이 좋지 않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해당 대화서 명씨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광화문 사무실 15층서 청와대를 봤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