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선파워’ 유준상의 끝나지 않은 도전기

“나의 도전은 아직도 현재진행형”

[일요시사=서형숙 기자]39세라는 젊은 나이로 11대 국회에 입성해 14대까지 내리 4선을 역임한 유준상 한나라당 상임고문. 그는 60대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마라톤에 입문해 전문선수들도 힘들다는 ‘울트라 마라톤 대회’에서 100km를 완주해 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그의 도전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는데…. 뜨거운 열정으로 똘똘 뭉쳐 멈추지 않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가는 도전정신 충만한 유 상임고문을 <일요시사>에서 만나보았다.

“나에게 포기는 곧 실패” 100km 마라톤 완주
페이스북에 푹 빠져…4개국어 도전 ‘열공모드’

70세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에너지와 자신감이 넘치는 유준상 한나라당 상임고문. 그는 인터뷰 직전까지도 바쁘게 동분서주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롤러경기연맹의 회장으로서 최근 롤러 종목을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종목에 정식 채택되게 하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비인기 스포츠 종목에도 ‘르네상스시대’가 열리도록 도전하는 중이다. 그는 또 2011여수세계롤러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대회 개최 준비로 여름휴가도 반납한 채 삼복더위 속에서 서울과 여수를 오가는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는 한국정보기술연구원 원장으로 IT보안전문인력 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고, 남도일보 회장으로 언론발전을 견인하고 있으며, 틈틈이 건국대와 고려대에 초빙교수로 강의도 진행한다. 현재 한나라당 상임고문인 그는 지금도 예전 현역 국회의원 때 못지않은 활발한 정책제안활동도 펼치고 있다.

65세쯤 마라톤에 입문한 그는 현재 ‘마라톤 전도사’가 되어 주변사람들에게 해볼 것을 권유하고 있다. 실제로 그는 울트라마라톤에 참가해 전문 마라토너들도 힘들다는 100km를 완주한 헌정사 최초의 ‘마라톤 정치인’이기도 하다.

유 상임고문은 또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에 푹 빠져 소통과 교류의 폭을 넓히고 있으며, 내친김에 4개국어를 구사해 언어장벽을 허물겠다는 목표까지 설정하고 ‘열공모드’로 돌입한 상태다.

수십개의 직책에 맞게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고 늘 최선을 다하는 유 상임고문. 그는 오랜 정치인 생활 가운데서도 단 한 번도 부정부패사건에 연루된 일이 없다는 점을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그는 “내 인생이라는 마라톤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고 뜨겁게 달리고 있는 중이다”며 “잠을 자고 꿈을 꾸는 동안에도 달릴 정도로 나의 도전은 브레이크가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굉장히 바쁘게 지내시는 것 같다. 요즘 근황은?
▲ 롤러경기연맹 회장으로서 8월 29일부터 9월 5일까지 열리는 2011여수세계롤러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대회를 진두지휘 하고 있다. 조직위를 여수에 두어 주말이면 내려가서 체크하고 주중에는 서울에서 메일과 전화로 진행하고 있다. 참가국은 40개국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선수, 스텝 등 참가인원은 700~800명 정도로 예상한다. 우리나라 25명의 국가대표선수들도 막바지 훈련 중에 있다. 현재는 대회 준비 마무리 단계라 홍보에 집중하고 있다.

“끈기와 인내심 갖고 뛰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 100km 울트라 마라톤을 완주했다. 마라톤에 도전한 계기는?
▲ 건강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서 건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65살쯤 주위의 권고로 마라톤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2~3km뛰기도 힘들었다. 마라톤 마니아들의 조언을 참고해서 일주일에 3~4번씩 뛰면서 차례로 3, 5, 10km에 도전했다. 그러다 2007년 11월 스포츠서울 마라톤대회에서 42.195km를 뛰어 처음으로 풀코스를 완주했다. 지금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걷고 뛰는 것이 생활화 되었다.

- 마라톤 완주의 비법이 있는가?
▲ 일반적으로 마라톤하면 무조건 힘들고 무릎 인대 나갈 걱정들을 하는데 자기에 맞게끔 뛰면 된다. 이봉주나 황영조처럼 뛰면 안 된다. ‘유준상식’대로 나한테 맞춰 뛰고 걸으면 완주할 수 있다. 일주일에 3~4회 정도 반복해서 자기식대로 걷고·뛰기를 반복하면 10km부터 풀코스까지 누구나 완주할 수 있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고 의지의 문제다. 나이에 상관없이 다 할 수 있다. 뛰면 즐거움이 생기고 건강이 좋아지며 나아가 에너지가 넘치고 일상생활에 활력이 넘치게 된다. 누구나 한 번 꼭 도전해보길 바란다.


- 뛰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가?
▲ 결국 ‘마라톤은 인생의 축소판이구나’라는 걸 느꼈다. 빨리 출발한다고 해서 빨리 들어오는 것이 아니고 늦게 출발한다고 해서 늦게 들어오는 것도 아니다. 적절한 에너지 배분으로 꾸준한 연습만이 완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중간에 포기해 실패하면 내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는 것이라 생각해 이것을 이겨내야 한다는 생각과 끈기 인내심을 가지고 뛰었다.

-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을 자주하는 것 같다. 유 상임고문에게 SNS는 어떤 의미인가?
▲ 한국정보기술연구원장이 된 후 여기에 관심 가져 페이스북을 작년 7월부터 시작했다. 요즘에는 페이스북에 푹 빠져서 나이와 직업, 국적을 불문하고 각 분야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급변하는 SNS시대에 맞게끔 나이에 관계없이 활동해야 한다. 그래야 모두와 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 요즘 나는 주변 사람들 모두와 페이스북으로 소통한다. 또 페이스북에서 만난 새로운 친구들과는 좋은 얘깃거리로 대화하며 내가 모르는 세상 이야기를 공유하고 있어 나이를 잊고 젊게 산다.

- 외국어 공부도 열심히 하신다던데?
▲ 국제적 스포츠행사를 앞둔 만큼 스포츠용어, 식사법 등 세세한 부분까지 준비하지 않을 수 없다. 때문에 영어를 공부하고 있다. 원래 일본과 중국에서 유학했지만 지금은 언어를 안 써 거의 잊어버려 다시 공부 중이다. 또 스페인어도 독학 중이다. 이렇게 4개국어를 2012년 말까지 생활에 불편함 없을 만큼 구사할 수 있는 것이 목표다. 이로 인해 SNS와 외국여행을 통역없이 할 생각이다. 자기 인생은 자기가 즐겁게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지 남이 해주는 것은 별 의미 없다.

“한나라 총선승리 위해 ‘공천권’ 혁명적 쇄신 필요”
“국민이 믿을 수 있는 항해사가 되어 노 저어야”

- 과거 야당 시절 정책위의장을 지냈고 지금도 활발한 정책활동을 펼친다고 들었다.
▲ 민주당과 신민당 정책의장을 했었다. 당시 김대중 총재가 나를 정책위의장에 임명했다. 이에 내가 처음으로 야당인 우리가 주장하는 정책의 내용과 필요성 등 언론홍보를 위해 ‘정책뉴스’라는 것을 발간했다. 지금도 역시 정책을 제안중이다. ‘IT분야 사이버 전사 육성’과 ‘종이없는 그린 민원시대’ 그리고 ‘재외국민 인터넷 투표실시’ 등을 제안한 상태다.

- 재외국민투표의 경우 보안문제와 비밀투표 불가능, 조작가능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 네트워크 보안기술과 공인인증서 기술 그리고 익명화 기술을 이용한다면 충분히 합리적인 수준의 보안을 제공할 수 있다. 사람의 목숨과 직결된 기술도 인터넷 및 정보시스템과 통합되어가고 있는 추세다. 또 이미 미국, 프랑스, 독일 등이 지역별로 인터넷 투표를 병행하고 있다. 내년 선거철을 앞두고 재외국민투표부터라도 인터넷 투표시범의 장으로 먼저 실시해야 한다. 재외국민 투표에 500억이 들지만 인터넷 투표로 50억이면 가능해 비용을 혁신적으로 줄이며, 공간제약이라는 불편함을 해소해 투표율도 훨씬 높일 수 있다.

- 제안하신 정책 중 사이버 전사 육성이란?
▲ 농협, 현대캐피탈 등 디도스 공격에서 보았듯이 자료유출 및 전산망 해킹으로 서버를 무너뜨릴 수 있다. 우리나라가 IT 최대 강국임에도 보안에 대해서는 취약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현재 보안기술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때문에 한국정보기술연구원은 보안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여기엔 지속적인 투자와 정부지원이 절실히 요구된다. 국내외 최고의 강사들과 우리 연구소 자체 연구원들을 뽑아서 체계적인 전문인력양성 프로그램을 준비 하고 있다. 내년부터 한국정보기술연구원이 보안고급인력의 메카가 될 것이다.

“당의 혁명적 쇄신과 변화
삼고초려해서 인재 찾아야”


- 11대 총선에서 39세라는 젊은 나이로 국회의원이 되어 당시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들었다.
▲ 고려대 시절 64년도 4‧19혁명 이후 반독재 민주화운동에 많이 관심을 가질 때라 학생운동을 했었다. 당시 정의와 민주화, 인권 등에 관심을 가졌다. 이후 회사생활하면서도 선배들과 대학생 참관인을 만들어 공명선거캠페인에 동참했다. 당시 보성 이중재 의원 선거를 도왔고, ‘김대중내란음모사건’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 지지자였던 내가 이 과정에서 자금을 대지 않았나 하는 의혹 등으로 중앙정보부에 연행돼 회사에 강제 사표를 쓰게 됐다. 이후 직장생활을 못해서 해동유조주식회사 대표이사도 지냈고 사업도 하며 고생도 많이 했다. 이어 젊음과 패기로 보성에 출사표를 던졌고, 호남출신으로는 최연소로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 김 전 대통령과 갈라선 뒤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후보로 당시 지지를 선언했고, 이로 인해 MB정권 초 마사회장에 내정되었다고 들었다.
▲ 공천 탈락 후 4년간을 일본과 중국에서 유학했다. 돌아온 후 1997년 당적은 한나라당에 속해있었다. 당시 이명박·박근혜 후보 경선에서 이 후보가 대선후보로 당선되었고, 나와 동기동창이고 학생운동을 함께했던 절친한 친구였기 때문에 지지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마사회장 이야기는 당시 나는 전혀 몰랐고 공채 신청도 안했다. 훗날에야 나를 배려해주려 했다는 것을 듣긴 했다.

-호남 장성 32명을 한나라당에 입당시킨 것으로 유명한데?
▲나는 지난 대선 당시 문일석 전 국방부차관, 신일순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김필수 전 보안사령관  등 호남 장성 32명을 한나라당에 입당시켜 MB지지를 이끌어냈다. 그들은 호남인사로서 한나라당에 입당하는 것은 어려운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입당해 MB 대통령 당선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하지만 그들이 정권창출에 큰 기여한 것에 비해 만족할 만한 보답을 못해 나는 항상 빚쟁이 같은 무거운 심정이다.

- 현 정권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 노무현 정권에 실망한 국민들이 나라의 경제를 살리라는 의미에서 경제인 출신 이명박 대통령을 압도적으로 당선시켜줬다. 경제라는 것은 대통령의 의지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다. 세계가 점차 국경이 허물어지고 있어 그런 점을 감안하면 경제·외교분야를 악조건 속에서 대체적 성공을 했다고 본다. 그러나 정치부분에서는 근본적으로 공천부터 잘못됐다. 65세 이상의 3선의원과 박근혜를 지지했던 사람들을 다수 공천에서 배제했기 때문에 당내 화합과 결속력이 떨어지고 갈등의 소지를 안겨줬다. 국회라는 것은 국민의 대표이기 때문에 어른이 있어야 하고 이들이 젊은피와 섞여 화합을 이루었어야 했다.

-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 패배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 국민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줘야 한다. 헛군데 긁거나 타이밍을 놓치면 안된다. 버스 지난 후에 손 흔들면 소용없다. 지금부터라도 구호로만 그치지 않는 혁명적 혁신적 쇄신과 변화를 실천해야 한다. 또 한나라당이 살려고 하면 공천을 잘하면 된다. 전문가가 필요하면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사람을 찾고 진주를 찾아야 한다. 산골에 있는, 절간에 있는, 또 해외에 있는 사람들을 두루두루 찾아 공천해야 한다. 그런 인재들을 뽑아내는 노력이 있으면 승리하고 그렇지 않으면 참패할 것이다. 이것은 야당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는 정당에 일생 바친
누가 봐도 영원한 정치인”

- 4선 의원을 지낸 정치 선배로서 한나라당 새 지도부에 조언을 하신다면?
▲ 지금 홍준표 대표와 젊은 최고위들이 의욕적으로 하고 있고, 치열하게 싸우고 토론하는 모습은 좋다. 다만 결론이 나면 지체 없이 시행해야 한다. 홍 대표가 당·정·청과 회의하며 소통한 것은 진일보한 모습이다. 또 민심이 어디 있는가 알고 민심을 이끌어 노를 저을 줄 아는 항해사가 되어야 한다. 안보도 튼튼히 하고 특히 부정부패에 주의해야 한다. 몇몇 미꾸라지가 강물을 흐릴 수 있듯 일부 몰지각한 인사들로 부패공화국의 이미지가 덧칠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투표에 대해서는?
▲지금이 시대의 가치는 정의라고 할 수 있고 분배와 복지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야당의 주장도 나름대로 일리가 있고 궁극적으로는 무상급식으로 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재정상태상 세금폭탄의 우려가 있어 단계적으로 무상급식하자는 주민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내년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여권에서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대세론이, 야권에서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대망론이 불거지고 있다. 내년 대선을 어떻게 전망하는지?
▲지금은 대선에 대해 아무도 예단하기 어렵다. 한나라당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가 국민적 지지 제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당이 화합해 끝까지 하나로 갈 수 있느냐하는 것이다. 야권은 손학규 대표가 있고, 유시민 대표도 있다. 또 문재인 대망론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야권에서는 후보단일화를 낼 수 있느냐 하는 부분이 변수가 될 것 같다. 이렇게 갔을 때 그 승부라는 것은 겨우 40-50만표 즉 2~3% 차이로 박빙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재외국민의 240만 표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에 출마하실 예정인지?
▲ 나는 영원한 정치인으로 ‘포기는 실패다’라는 것이 나의 좌우명이다. 그래서 지금도 뜨겁게 달리고 있다. 꼭 국회의원뿐만이 아닌 기회 있으면 더 큰일을 하고 싶다. 희망만 가지고 되질 않기 때문에 부단히 내 자신을 수련하고 지금도 달리고 있다. 때문에 늘 새로운 도전이라면 어떤 도전이든지 할 것이다.

유준상 한나라당 상임고문 프로필

▲1981~1996 제11~14대 국회의원
▲1987 국회 민주당 수석원내부총무
▲1991 신민당,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
▲1993~ 통합민주당 최고위원, 부총재
▲1997~현재 일본 와세다대 아태연구센터 국제자문위원 
▲1998~2004 한나라당 21세기 위원회 위원장
▲2006~2008 건국대학교 초빙교수
▲2006 한나라당 중앙당 상임고문
▲2006~ 좋은나라포럼 상임대표
▲2008~ 대한울트라마라톤연맹 회장
▲2009~ 고려대학교 초빙교수
▲2009~ 대한롤러경기연맹 회장
▲2009.09~ 남도일보 회장
▲2010.07~ 제9대 한국정보기술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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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