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12월 거사설 실체 추적

준비된 ‘미래권력’ 대권행 ‘탄탄대로’(?)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차기 유력 대권주자 중 한 명인 박근혜 전 대표의 일거수일투족이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좀처럼 자신의 입장을 직접 밝히지 않고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을 통한다. 그런 이 의원에게서 박 전 대표의 활동이 ‘임박’했다는 언급이 나오면서 박 전 대표의 대권행보 시점이 내달로 점쳐졌다. 그런데 다음날 바로 ‘잘못된 말’이라고 밝혀 해프닝에 그치고 말았다. ‘미래권력’으로 점쳐지는 박 전 대표의 대권행보 꿍꿍이 속내를 짚어봤다.

이정현 의원 “임박했다” 발언으로 화제 모아
다음날 “임박했다 표현 잘못됐다” 발언 수정

이정현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3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박 전 대표의 본격 활동 시점이) 임박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정치권에 적지 않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 의원은 “과거 대표 때 살인적인 일정을 수행했고 국민 앞에 모든 것을 검증받고 드러냈다. 자신이 본격적으로 나서도 국민이 상식적으로 이해해줄 시점이 되면 그렇게 (활동)할 것이고, 다가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5년 임기의 대통령이 최소한 4년 동안은 일할 수 있도록 경쟁자들이 조용히 있어주는 것이 중요한 일이고, 지금까지 그렇게 해오지 않은 게 오히려 구태정치이자 잘못된 정치”라고 덧붙여 9월 대선 행보 개시에 힘을 실었다.

화제와 추측 남긴
박근혜의 ‘입’ 이정현

이 의원의 발언은 박 전 대표의 의중을 잘 안다는 친박(친박근혜) 인사들도 취지가 와전된 것 아니냐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한 측근은 “박 전 대표한테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도 없고, 대표를 만났을 때 들은 기류와 다른 이야기여서 다소 의아했다”면서 “3주만 지나면 바로 정기국회이고 전국적인 수해로 국민의 고통이 심한데 본격 정치 활동에 돌입한다는 주장은 맞지 않는 얘기라고 본다”고 말했다.

화제가 계속되고 온갖 추측이 난무하자 이 의원은 다음날인 4일 다른 라디오 방송에 나와 “임박했다는 표현은 솔직히 잘못됐다”며 자신의 발언을 전격 수정했다.

이 의원은 “지금 당장에 활동을 시작하거나 하는 것은 누가 봐도 맞지 않다”며 “한 마디로 말해서 이제는 국민 상식에 맞는 시점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 이어 “박 전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도 노 대통령이 일 할 수 있도록 조기 대선 붐이 일어나지 않도록 비서실을 조금 넓히는 정도의 사무실을 냈고 본격적인 활동은 그 다음해 초에 가서 했다”고 밝혔다.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선거를 1년 5개월여 앞둔 2006년 7월에 공식 행보에 나섰으며, 박 전 대표는 그해 8월께 소규모 캠프 활동을 시작했었다.

이 의원은 또 “대통령 임기가 5년으로 정해져 있는데 정치권도 그 분이 일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은 줘야 한다”며 “지금 이 시점만 하더라도 대통령의 임기가 19개월이나 남아있는데 이 시점에 소위 말하는 차기 예비대선 주자들이 너나없이 나서서 활동하고 얘기하고 이런 식으로 하게 되면 그 쪽으로 블랙홀이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내일 모레 정기국회이고 대선주자라고 1년 5개월 남겨놓고 떠벌리고 돌아다니면 국가나 국민에게 도움이 안된다”며 올해 정기국회 안에는 대선행보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핵심 친박 인사도 “박 전 대표의 본격적인 활동은 내년 총선의 공정 공천과 맞닿아있다고 본다면, 그 시점은 많은 이들의 예상보다 늦은 12월 말이나 내년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 측근은 “박 전 대표가 정치행보를 한다고 광고하고 그럴 스타일이 아니다. 본격 정치행보를 한다는 표현도 박 전 대표가 싫어할 것”이라며 “다만 이번에 수해현장을 조용히 방문한 것을 볼 때 앞으로도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되는 경우가 있으면 그런 기회를 자연스럽게 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열공’한 박근혜
정책분야 마스터

박 전 대표는 활동을 시작하더라도 우선은 정책비전을 밝히는 쪽에 우선순위를 둘 가능성이 높다

. 지난 3년 반 동안 내년 대선에 대비한 국정현안 파악과 정책개발에 전념해 왔다. 한 측근은 “박 전 대표는 그동안 정말 열심히 공부해 왔다. 실제 토론을 하면 박 전 대표를 당해낼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박 전 대표의 ‘정책 스터디’가 마무리 단계라는 것이다.
 
실제 박 전 대표는 분과별로 전문가들과 정책토론모임을 만들어 일주일에 서너 차례 토론을 해왔다. 지난해 말 출범한 국가미래연구원은 외교·안보와 거시금융, 재정·복지 등 18개 분과별로 일주일에 두세 차례 모여 스터디를 진행했다. 18개 분과별 과제는 최근 정리 작업이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비공식 라인은 ‘5인 스터디 그룹’이 대표적이다. 2007년 경선 전후로 박 전 대표를 도와온 인사들인 이들은 경제, 복지, 외교·안보, 교육, 과학기술 등 분야별 책임자급 인사들로 안종범(성균관대) 신세돈(숙명여대) 김영세(연세대) 김광두(서강대) 최외출(영남대) 교수 등 5명이다. 박 전 대표는 지난 경선 이후 4년 가까이 격주마다 스터디를 하고 의견을 청취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정책은 이미 다 준비돼 있다. 어느 분야에 대해 물어도 잘 대답할 수 있을 정도”라며 “역대 이렇게 준비된 대통령은 없었을 것”이라도 했다.

4년간 정책 부분 ‘열공’ 정책 스터디 마무리 단계
지지기반 조직구성도 마무리, 민주당 예의주시


박 전 대표는 이메일이나 컴퓨터 파일보다는 종이 자료를 선호한다. 모임마다 수십~수백 쪽의 자료를 받아 읽는다. “정책에 필요한 예산이 얼마냐” “실현 가능성이 있느냐”를 따져보고 답이 미진하면 “해결책을 정리해 보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잦다고 한다. 요구한 자료 목록을 수첩에 적었다가 보좌진에게 자료가 왔는지 꼬박꼬박 확인한다.

박 전 대표의 핸드백에는 손으로 대충 찢은 신문·잡지 기사들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시간 날 때마다 꺼내서 밑줄을 쳐가며 읽는다는 것이다. 한 친박 의원은 “여행 중 계속 읽어서 너덜너덜해진 신문 조각을 본 일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당 일각에선 “박 전 대표가 이론 공부에 치중하다보니 현장감각이 부족하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따라서 박 전 대표가 주어진 기회마다 정책비전을 드러내는 예열기간을 가지며 본격적인 대권행보를 준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렇게 준비된 정책들은 8월 임시국회나 9월 정기국회에서 법안 발의의 형태로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와 같은 패러다임이나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안’ 같은 법안 발의 등으로 미루어 보면 중도적 스탠스를 취할 것임이 분명 할 듯하다.
 
이명박 정부가 워낙 우파적으로 완고한 정책을 펼쳤다는 이미지가 강해 이에 대한 반발을 자연스럽게 지지로 전환시키면서 야권의 공세를 무력화 시킬 수 있는 포석이다.

또한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것보다 강연을 하거나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식으로도 자신의 정책기조를 밝힐 것으로도 보인다.

박 전 대표는 그동안 국가 위기 대응 체제, 지식 기반 사회, 복지·교육 정책의 문제점, 미래 에너지 확보 방안, 지속적 성장 방안 등 국정의 다양한 분야를 챙겨왔다. 최근엔 미래 성장 동력과 첨단 과학기술, 맞춤형 복지에 관심을 쏟고 있다.

조직구성도 마무리
민주당 초긴장 모드

정책부문에 이어 조직구성도 완료됐다는 평가다. 박 전 대표 지지 조직은 이미 전국적으로 구성이 마무리된 단계다.

‘국민희망포럼’이 대표적 조직으로 이미 지난달 16개 시·도별 조직 구성을 완료했다. 강창희 전 의원이 상임고문을 맡고 있고, 친박 핵심 이성헌 의원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전직 국회의원인 H씨가 3년째 이끌어 온 모 포럼은 서민복지 등에서 박 전 대표의 정책구상에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300여명의 회원이 전국 광역도시는 물론 교민들이 많이 사는 뉴욕과 도쿄, 상하이에서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캠프 홍보팀에서 활동했던 대기업 홍보분야 간부 출신인 B씨는 최근 마포에 사무실을 내고 박 전 대표의 홍보동영상 제작에 열중하고 있다. 이를 중심으로 과거 캠프에서 활동한 원외 인사들의 결집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대선주자로서의 활동을 본격화하더라도, 내년 총선에서 선거대책위원장직을 수렴 할지는 미지수다. 총선 결과에 따라 대권주자 위상에 크나큰 상처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정치컨설팅 업계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설 경우 ‘친박표’가 복구되면서 한나라당에는 플러스가 되지만, 박 전 대표 입장에선 이명박 정권에 대해 공동책임을 져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는 점에서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국민의 다수가 박 전 대표의 대통령 당선을 ‘정권교체’와 다를 바 없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는 상황에 이명박 정권과 박 전 대표를 하나로 묶어 비판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민주당은 박 전 대표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대응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당내에선 박 전 대표의 본격적인 행보와 관련해 “‘이명박 심판’이 아니라 ‘박근혜 선거’가 된다면 야권이 선거 연대만으로 승리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이인영 최고위원의 우려와 “박 전 대표가 나서면 이명박 정부 실정의 공동 책임자라는 점이 분명해질 것”이라는 전병헌 의원의 낙관론이 엇갈리고 있다.

미래권력 박 전 대표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한나라당은 물론이고 정치권이 요동치는 형국이다. 그만큼 박 전 대표의 가치가 높다는 방증이다. 대선을 향한 첫걸음을 어떻게 뗄지 그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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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