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판결> ‘과거’ 숨기고 결혼한 아내에 법원 ‘결혼취소’ 판결

“내 아내가 결혼했어요?”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14년간 한 이불을 덮고 살며 열심히 가정을 꾸려온 부부. 하지만 어느 날 남편에게 아내가 애가 둘이나 딸린 이혼녀였다는 사실을 알리는 투서가 날라 온다. 믿기지 않았던 남편이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족관계등록부를 떼어보고는 경악하게 되는데…. 14년간의 결혼생활을 파경으로 내몬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아내의 ‘사기 결혼극’ 그 사연을 들여다봤다.

전 남편 아이 2명과 이혼 사실 숨긴 채
가명 써 처녀행세 했건만 ‘투서’로 들통

이혼 전력과 출산 사실을 숨기고 결혼한 40대 여성에 대해 결혼생활 14년이 지났더라도 이를 취소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더불어 재판부는 상대방에게 위자료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법원이 이혼을 인정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결혼 자체를 취소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라 주목을 받고 있다.

아내의 과거 담긴 투서

사건은 아내 정모(48)씨가 현재의 남편 박모(45)씨를 만난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씨는 지인의 소개를 받아 3살 연하의 경찰관인 박씨를 만나 동거를 시작했다.

이윽고 1997년 혼인신고를 마쳤다. 박씨는 정씨를 처음 만났을 당시 별다른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고, 정씨 역시 자신의 과거를 철저하게 숨기며 결혼에 골인했다.

하지만 정씨는 엄청난 과거를 가지고 있었다. 이미 결혼한 전력이 있고, 두 명이나 되는 아이의 엄마였다. 박씨를 만날 당시에는 전남편의 잦은 도박으로 별거 중인 상태였을 뿐이었다.

때문에 박씨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정씨는 전남편과의 협의이혼을 서둘렀고, 박씨와 혼인신고 하기 직전 이혼을 마무리한 이혼녀였던 것이다. 이러한 자신의 과거를 숨기기 위해 정씨는 가명까지 쓰는 철저함을 엿보이며 남편 박씨를 속여 왔다.

그렇게 정씨는 박씨와 결혼하며 새로운 가정에 충실해왔다. 1998년과 2002년에는 박씨와의 사이에 아이까지 낳았으며 보통의 가정과 다를 바 없는 일상적인 부부생활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결혼생활 약 12년이 흐른 2009년 8월 한 장의 편지가 남편 박씨 앞으로 배달됐다. 편지에는 바로 정씨가 전 남편과 1남 1녀의 자식을 버리고 현재 박씨와 결혼한 것이라는 충격적인 내용이 적혀있었다.


박씨는 그저 놀랄 수밖에 없었고, 정씨에게 편지의 내용에 대해 물었다. 하지만 아내 정씨는 “부녀회 일로 이웃여자가 나를 음해하는 것”이라 말하며 사실이 아니라고 펄쩍 뛰었다.

하지만 의심을 지울 수 없던 박씨는 결국 지난해 2월 아내 이름 앞으로 기록된 가족관계등록부를 떼어봤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자신의 아내가 이미 1984년 결혼했으며 2006년 협의 이혼한 사실을 알게 됐다.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두 명 있었다는 편지의 내용까지 모두 사실임을 확인했다.

게다가 전남편과의 이혼은 자신과 동거 중이던 기간에 이뤄졌음도 알게 됐다. 더 이상 정씨를 믿지 못한 남편은 자신과 동거하는 기간에 여러 차례 임신중절 수술을 받은 점과 자신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가 질식사할 것이 모두 예전의 혼인사실을 숨기려는 의도적인 행동이었다고까지 의심하게 됐다.

박씨는 이에 지난해 3월 협의이혼을 신청했지만, 아내 정씨의 거부로 혼인무효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 결국 박씨는 정씨를 상대로 혼인의 취소 청구와 위자료 9000만원, 재산분할 등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하지만 정씨도 이에 맞서 박씨를 상대로 이혼 및 위자료 5000만원, 재산분할 등을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하며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며 법정앞에 섰다.

남편에 위자료 줘야

서울가정법원 가사4부(한숙희 부장판사)는 “원고가 피고의 기망행위, 즉 속임수로 인해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것은 민법상 혼인의 취소사유에 해당되므로 둘의 혼인을 취소한다”고 판결하며 남편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피고의 이혼전력, 특히 두 명의 자녀까지 두었다는 사정은 혼인의사를 결정할 때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라며 “원고가 초혼이고 혼인 당시 28세의 경찰관인 점 등에 비춰 보면 아내가 자신의 본명을 숨기면서까지 적극적으로 이혼 및 자녀 출생사실을 숨기지 않았더라면 피고와 혼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더불어 정씨에게 정신적 고통에 따른 손해배상금으로 박씨에게 위자료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다만 “혼인기간이 14년 정도이고, 정씨가 가사를 전담하면서 아르바이트 등으로 가계를 도운 점, 박씨의 예상 퇴직금 등을 고려해 재산분할 비율은 50대50으로 정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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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