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번 낙선한 원칙과 소신의 ‘왕바보’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

“노무현이 ‘바보’라면 나는 ‘왕바보’다”

[일요시사=이주현 기자]부산시민들은 김정길 전 장관을 ‘왕 바보’라 부른다. 부산에서 2번, 종로에서 1번 낙선 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바보’, 원칙과 소신을 지키며 부산에서만 21년간 총 6번 낙선 한 김 전 장관은 ‘왕바보’라는 것이다. 굴곡 많은 정치 인생을 보냈지만 노 전 대통령과 함께 3당 합당을 거부한 유일한 정치인으로 알려졌고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부산을 떠나지 않은 정치인으로 호평이 나있다. 지난 6월 대규모 출판기념회를 가지며 대권 출마 의사를 밝힌 김 전 장관, 국지성호우가 내리다 마다를 반복하는 여름날 여의도에 위치한 김 전 장관의 팬클럽 ‘길벗’ 사무실에서 만나봤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3당 합당 거부한 유일한 정치인
광주에서 대규모 출판기념회 가지며 대권 출마 의사 밝혀

김정길 전 장관은 인터뷰 도중 ‘원칙’과 ‘소신’을 가장 많이 언급했다. 그만큼 정치적 명분과 원칙, 소신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김 전 장관은 1990년 3당 합당 당시 고향선배이자 정치적 스승인 YS의 손을 잡았다면 지금은 7선 국회의원으로서 화려한 정치인생을 펼쳤을지도 모른다.

그간 민주당을 버리라는 주변의 권유도 많았고 공천심사특위 위원장으로 수도권의 유리한 지역에 자신을 공천해 충분히 당선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은 원칙과 소신을 분명히 지키며 끝없이 사지(死地)인 부산으로 내려가 지역주의와 맞서 싸웠다.

김 전 장관은 3당 합당 당시 “59명의 국회의원 중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의원들도 많았으나 마지막에 남은 사람은 노무현과 나 뿐이었다”며 “당시 언론에서는 우리를 ‘버려진 낙동강 오리알’로 불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하나의 알은 부화해 자신의 꿈을 펼쳤지만 하나의 알은 아직도 알을 깨고 나오지 못하고 있다”며 “이제 두꺼웠던 껍질을 깨고 나오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비추는 김 전 장관이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버려진 낙동강 오리알
이젠 껍질 깨고 나올 것


Q. 한진중공업 사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전반적인 입장은?
- 한진중공업은 작년 2월 더 이상의 해고는 없다고 노사합의를 했다. 하지만 사측에서 일방적으로 합의를 깨고 9월 400명을 해고 했다. 회사가 어려워서가 아니다. 해직 통보를 한 다음날 주주들에게 174억 주식을 배당하고 임원들 금여를 50% 인상했다. 한진중공업은 4000억원의 흑자를 냈다. 납득 할 수 없는 결과다. 노사합의를 깬 것은 사측의 잘못이지 노조 책임이 아니다. 대화조차도 안하려는 사측의 태도와 200일이 넘도록 방치하고 있는 정부의 잘못이 크다.

Q. 3차 희망버스 시행 때 경찰과 보수단체들의 반발이 심했는데?
- 각자의 입장이 다르니 반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폭력은 안 된다. 전직 장관이었던 내가 가는데도 경찰이 길을 막더라. 보수단체들은 시민들에게 신분증 확인을 요구하며 폭력을 행사했다. 집회와 시위의 권리는 헌법에 보장돼있다. 이들에게 그럴 권리는 없다. 이것은 명백한 헌법위반이다. ‘무탄무석’을 제안하고 실제로 실천했던 초대 행정자치부 장관이었던 나로서는 정말 기가 찰 노릇이었다.

Q. 200일이 넘게 고공 크레인에서 투쟁중인 김진숙씨에 대해 한 말씀 하신다면
- 김진숙 지도위원에게 밤·낮·새벽 할 것 없이 ‘지켜 달라’는 문자가 온다. 인간의 생명은 천하보다 귀하다. 사람이 희망이다. 그는 소중한 사람이다. 이것은 더 이상 노사 간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계의 상징적인 사건이다. 극한 선택을 안했으면 한다. 살아서 싸우자고 당부하고 싶고 꼭 지켜주겠다.

Q. 해결방안은 어떠하다 보는가?
- 먼저 극한투쟁은 안 된다. 서로 신뢰해야 하고 대화로서 풀어나가야 한다. 갈등을 털어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양측의 입장차는 내가 중재 하겠다.

Q. 최근 문재인 이사장이 “장관님이 힘을 써준다면 총선 분위기를 바꾸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한 입장은?
- 당연히 힘 쓸 것이다. 당에 힘이 될 수 있도록 나의 역할을 다 할 것이다. 도리어 문 이사장도 함께 하자고 당부하고 싶다. 요즘 가수 2PM이 인기던데 나와 김두관 경남지사, 문재인 이사장을 묶어 ‘2KM’이라 칭한다. 2KM이 힘을 합쳐 내년 총선에서 과반 이상의 의석을 확보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Q. 부산 영도에 출마해 김형오 전 의장과 맞대결을 벌일 것이라 전망된다. 각오는?
- 영도는 나에게 있어 정치적 고향이다. 여건만 허락한다면 마지막 정치 인생을 영도에서 마무리 하고 싶다. 하지만 나의 입장만 내세울 수는 없다. 당을 생각해야 한다. 부산 출마는 확실하지만 지역구는 정하지 않았다. 한나라당의 유력 인물이 나오는 곳으로 출마해 어려운 싸움을 할 것이다.

Q. 야권 대통합에 대한 입장은?
- 나는 ‘백만민란’에서도 활동 중이다. 통합을 주장해왔다.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야권통합을 이루어야 한다. 통합이 힘들면 한나라당과 1:1 구도를 형성해야만 한다. 총선은 모르겠지만 대권에서의 야당 단일후보는 합의를 도출해 낼 수 있을 거라 본다.

Q. 내년 총선을 예상한다면?
- 최소 절반 이상을 생각한다. 쉽지 않겠지만 지난 6·2 지방 선거와 4·27 재보선 선거 때 할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실제 유력 인사들이 나에게 출마 의사를 드러내고 있다.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Q. 대규모 출판기념회를 가지며 대권출마의사를 밝혔다.
- 의사를 나타낸 것이지 공식 선언은 아니었다. 최선을 다 할 것이지만 선택은 국민이 하는 것이다. 치열한 경선을 통해 검증되고 이길 수 있는 후보가 나와야 한다. 당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Q. 정치적 경륜은 누가 봐도 인정할 듯 보이지만 낮은 인지도가 신경 쓰이실 듯하다.
- 경륜은 하루아침에 만들지 못하지만 인기도는 하루아침에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슈퍼스타K’와 ‘나는 가수다’ 프로그램이 인기인데 실력 있는 허각과 임재범이 하루아침에 스타가 됐다. 나의 경륜과 정치적 소신으로 정치권의 허각, 임재범이 되겠다.

국가는 모든 국민에
행복한 집이 되어야


Q. 손학규 대표를 비난하셨는데?
- 역량은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정체성과 일관성이 문제 된다고 본다. 차라리 한나라당에 있었다면 차기 대권주자 자리를 보장 받았을 것이다. 옷은 민주당 옷을 입고 생각은 한나라당 생각을 하고 있으니 잘못된 것이다. 민주당의 옷을 입었으면 민주당의 당적을 따라야 하는데 종북진보와 같은 발언은 잘못됐다.

Q. 박근혜 전 대표를 평가하신다면?
- 박 전 대표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는 정치인이다. 그중에서도 침묵하는 장점이 있다. 천막당사 시절 당을 일으킨 점과 세종시 원안 강행을 주장 한 점들은 존경할 만하다. 하지만 민생문제나 주요현안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침묵만이 미덕이 아니다. 진정한 정치 지도자라면 바른말을 할 줄 알아야 한다.

Q.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3당 합당을 거부한 일화로 유명하시다. 그때를 회고하신다면
YS의 손을 잡았더라면 7선 의원이 되어 있었을 것이다. 국회의원 한 번 더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정치적 명분과 소신을 지키고 싶었다. 야당 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국민과 자식들에게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 어느 시대든 시대적 양심을 지키는 이가 있어야 한다. 한 지도자가 당적을 옮긴다고 다 따라가는 것은 치욕의 역사라 생각해 거부했다. 하지만 당시는 당적을 옮긴 57명이 아니라 노무현과 나를 배신자라 칭했다.

Q. 지난 지방 선거 때 44.57%의 높은 득표율을 보였지만 아쉽게 낙선했다. 하지만 지역주의의 균열을 가져온 선거혁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 당시 조경택 의원, 문재인 실장, 김두관 후보자, 정세균 대표까지 찾아와 시장 출마를 권유했다. 몇 번을 거부 했지만 이들의 5고, 6고 초려 끝에 승낙하게 되었다. 결과는 떨어졌지만 당당했다. 45%의 높은 득표율을 보였고 부산에서도 민주당이 가능 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6·2 지방선거가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Q. 부산시장 출마 당시 아내의 반대가 심했던 걸로 알고 있는데?
- 20년간 패배만 하는 선거를 하다 보니 아내도 많이 지쳤다. 미안한 마음에 정치를 안 하겠다 약속했고 밀양에 내려가 전원생활을 하며 지내자고 했다. 아내가 너무 좋아하더라. 집 설계도 끝난 마당에 부산의 지역지에 부산 시장 출마로 대서특필 된 것이다. 아내의 반대가 말도 못하게 심했다. 보름동안 여관방 생활을 지냈다. 나 때문에 원치 않은 오해도 샀고 힘든 나날을 보낸 아내에게 많이 미안하고 믿고 따라줘서 고맙다.

내년 총선에서 역할 다하겠다. ‘2KM’ 뭉치자!
‘지켜달라’는 김진숙씨 문자, “꼭 지켜주겠다”

Q. 원칙과 소신을 지켜왔지만 빛을 보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다.
- 사실 조금 섭섭한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과정을 중시한다고 하지만 결과를 중시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부산에서 두 번 낙선하고 종로로 지역구를 바꿔 출마 할 때 명분이 없어 고민했다. 그 명분을 내가 그 지역구로 출마하며 만들어 줬다. 원칙과 소신을 지켜왔지만 사람들은 당선 된 자들에게만 관심이 집중되더라.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당을 고집하며 시장 출마했지만 관심은 무소속으로 당선된 김두관 지사에게만 집중되더라. 노무현의 그늘에서 살아왔는데 요즘은 문재인의 그늘에서 살고 있다. 무슨 기구한 운명인지 모르겠다.

Q. 문재인 이사장과 여러모로 비교되고 있다. 차이점은?
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가장 힘들고 어려울 때 함께 했다. 문 이사장은 노 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가장 화려하고 소위 잘나갈 때 함께했다. 문 이사장은 정치경험 없이 청와대에서 대통령만 모셔봤다. 나는 국회의원과 장관을 지냈고 스포츠 외교관으로 세계 100여 개국을 돌며 저변을 확대했다는 차이점이 있다.

Q. 노무현 전 대통령을 회고 하신다면?
- 1살 차였지만 가장 힘들고 어려울 때 함께한 정치적 동지이자 친구다. 비슷한 정치 인생을 보내 서로에게 많이 의지되고 위로됐다. 함께 포장마차에서 소주잔을 기울였던 때가 기억에 남는다. 노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정치인생을 마감하려 마음먹었지만 그의 서거가 다시 나를 정치하는 계기가 되었다.

Q. 김대중 전 대통령을 회고 하신다면?
- 나에게는 두 분의 정치적 스승이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굉장히 열심히 공부하시는 분이다. 하지만 결단력은 김영삼 대통령이 나았다. 원칙과 소신을 지키며 살아온 정치인으로 는 대한민국 최고라 생각 했지만 김대중 대통령의 일대기 영상물을 보고 너무 부끄러웠다. 3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끝까지 굴하지 않고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지킨 그를 생각하면 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그런 대통령을 모셨다는 사실이 영광스럽다.

부자에게는 명예를!
빈자에게는 존엄을!


Q. 이명박 정부가 대한체육회장을 ?아내려 할 당시 심정은?
-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임기가 남아 있는데 ?아 내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떳떳했다. 나는 공·사가 분명한 사람이다. 판공비를 허비할 수 없어 해외 출장을 나갈 때 비행기도 이코노미를 탔고 휴대전화도 사적인 전화기와 업무용 전화기 두 대를 썼다. 10일간의 감사원 감사를 받았지만 감사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당당했다. ?아내려 했던 이명박 정부가 도리어 올림픽까지만 해달라고 잡더라.

Q. 이명박 정부를 평가한다면?
- 많은 국민들이 경제 살리기에 기대를 하고 뽑았지만 모든 국민들이 실망하고 있다. 남북관계는 물론 민주주의도 후퇴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10년 이상 후퇴시켰다고 본다. 국가는 모든 국민에 행복한 집이 되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부자들에만 행복한 집이 되고 있다. 서민들에게 너무 힘든 집이 되고 있다.

Q. 장관님이 희망하는 대한민국의 모습은?
- 부산 시장 선거 당시 당감동 판자촌에 유세를 간 적이 있다. 힘들게 사시는 할아버님의 모습을 보고 정치하는 우리가 잘못해 이런 힘든 서민들이 있다고 생각해 말을 이을 수 없을 정도로 눈물이 흘렀다. 모든 국민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 북 유럽식 보편적 복지를 희망한다.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그것이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부자에게는 명예를, 빈자에게는 존엄을 줄 수 있는 사회가 돼야한다.


<김정길 전 장관 프로필>

▲ 2010년 제5회 지방선거 부산 시장 범야권단일 후보
▲ 2007년~2008년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위원장
▲ 2005년~2008년 대한올림픽위원회 위원장
▲ 2005년~2008년 제35대 대한체육회 회장
▲ 2004년 열린우리당 상임고문
▲ 2004년 제22대 대한태권도협회 회장
▲ 1999년 대통령 정무수석비서관
▲ 1998년 제1대 행정자치부 장관
▲ 1997년 새정치국민회의 부총재
▲ 1992년 민주당 최고위원
▲ 1991년 민주당 초대 원내총무
▲ 1988년 제13대 국회의원
▲ 1985년 제12대 국회의원


<주요 저서>

<우리의 가을은 끝나지 않았다> - 1978년
<공무원은 상전이 아니다> - 1998년
<3인행-사람의 숲을 거닐다> - 2006년
<김정길의 희망> -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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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