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번 낙선한 원칙과 소신의 ‘왕바보’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

“노무현이 ‘바보’라면 나는 ‘왕바보’다”

[일요시사=이주현 기자]부산시민들은 김정길 전 장관을 ‘왕 바보’라 부른다. 부산에서 2번, 종로에서 1번 낙선 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바보’, 원칙과 소신을 지키며 부산에서만 21년간 총 6번 낙선 한 김 전 장관은 ‘왕바보’라는 것이다. 굴곡 많은 정치 인생을 보냈지만 노 전 대통령과 함께 3당 합당을 거부한 유일한 정치인으로 알려졌고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부산을 떠나지 않은 정치인으로 호평이 나있다. 지난 6월 대규모 출판기념회를 가지며 대권 출마 의사를 밝힌 김 전 장관, 국지성호우가 내리다 마다를 반복하는 여름날 여의도에 위치한 김 전 장관의 팬클럽 ‘길벗’ 사무실에서 만나봤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3당 합당 거부한 유일한 정치인
광주에서 대규모 출판기념회 가지며 대권 출마 의사 밝혀

김정길 전 장관은 인터뷰 도중 ‘원칙’과 ‘소신’을 가장 많이 언급했다. 그만큼 정치적 명분과 원칙, 소신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김 전 장관은 1990년 3당 합당 당시 고향선배이자 정치적 스승인 YS의 손을 잡았다면 지금은 7선 국회의원으로서 화려한 정치인생을 펼쳤을지도 모른다.

그간 민주당을 버리라는 주변의 권유도 많았고 공천심사특위 위원장으로 수도권의 유리한 지역에 자신을 공천해 충분히 당선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은 원칙과 소신을 분명히 지키며 끝없이 사지(死地)인 부산으로 내려가 지역주의와 맞서 싸웠다.

김 전 장관은 3당 합당 당시 “59명의 국회의원 중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의원들도 많았으나 마지막에 남은 사람은 노무현과 나 뿐이었다”며 “당시 언론에서는 우리를 ‘버려진 낙동강 오리알’로 불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하나의 알은 부화해 자신의 꿈을 펼쳤지만 하나의 알은 아직도 알을 깨고 나오지 못하고 있다”며 “이제 두꺼웠던 껍질을 깨고 나오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비추는 김 전 장관이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버려진 낙동강 오리알
이젠 껍질 깨고 나올 것


Q. 한진중공업 사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전반적인 입장은?
- 한진중공업은 작년 2월 더 이상의 해고는 없다고 노사합의를 했다. 하지만 사측에서 일방적으로 합의를 깨고 9월 400명을 해고 했다. 회사가 어려워서가 아니다. 해직 통보를 한 다음날 주주들에게 174억 주식을 배당하고 임원들 금여를 50% 인상했다. 한진중공업은 4000억원의 흑자를 냈다. 납득 할 수 없는 결과다. 노사합의를 깬 것은 사측의 잘못이지 노조 책임이 아니다. 대화조차도 안하려는 사측의 태도와 200일이 넘도록 방치하고 있는 정부의 잘못이 크다.

Q. 3차 희망버스 시행 때 경찰과 보수단체들의 반발이 심했는데?
- 각자의 입장이 다르니 반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폭력은 안 된다. 전직 장관이었던 내가 가는데도 경찰이 길을 막더라. 보수단체들은 시민들에게 신분증 확인을 요구하며 폭력을 행사했다. 집회와 시위의 권리는 헌법에 보장돼있다. 이들에게 그럴 권리는 없다. 이것은 명백한 헌법위반이다. ‘무탄무석’을 제안하고 실제로 실천했던 초대 행정자치부 장관이었던 나로서는 정말 기가 찰 노릇이었다.

Q. 200일이 넘게 고공 크레인에서 투쟁중인 김진숙씨에 대해 한 말씀 하신다면
- 김진숙 지도위원에게 밤·낮·새벽 할 것 없이 ‘지켜 달라’는 문자가 온다. 인간의 생명은 천하보다 귀하다. 사람이 희망이다. 그는 소중한 사람이다. 이것은 더 이상 노사 간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계의 상징적인 사건이다. 극한 선택을 안했으면 한다. 살아서 싸우자고 당부하고 싶고 꼭 지켜주겠다.

Q. 해결방안은 어떠하다 보는가?
- 먼저 극한투쟁은 안 된다. 서로 신뢰해야 하고 대화로서 풀어나가야 한다. 갈등을 털어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양측의 입장차는 내가 중재 하겠다.

Q. 최근 문재인 이사장이 “장관님이 힘을 써준다면 총선 분위기를 바꾸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한 입장은?
- 당연히 힘 쓸 것이다. 당에 힘이 될 수 있도록 나의 역할을 다 할 것이다. 도리어 문 이사장도 함께 하자고 당부하고 싶다. 요즘 가수 2PM이 인기던데 나와 김두관 경남지사, 문재인 이사장을 묶어 ‘2KM’이라 칭한다. 2KM이 힘을 합쳐 내년 총선에서 과반 이상의 의석을 확보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Q. 부산 영도에 출마해 김형오 전 의장과 맞대결을 벌일 것이라 전망된다. 각오는?
- 영도는 나에게 있어 정치적 고향이다. 여건만 허락한다면 마지막 정치 인생을 영도에서 마무리 하고 싶다. 하지만 나의 입장만 내세울 수는 없다. 당을 생각해야 한다. 부산 출마는 확실하지만 지역구는 정하지 않았다. 한나라당의 유력 인물이 나오는 곳으로 출마해 어려운 싸움을 할 것이다.

Q. 야권 대통합에 대한 입장은?
- 나는 ‘백만민란’에서도 활동 중이다. 통합을 주장해왔다.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야권통합을 이루어야 한다. 통합이 힘들면 한나라당과 1:1 구도를 형성해야만 한다. 총선은 모르겠지만 대권에서의 야당 단일후보는 합의를 도출해 낼 수 있을 거라 본다.

Q. 내년 총선을 예상한다면?
- 최소 절반 이상을 생각한다. 쉽지 않겠지만 지난 6·2 지방 선거와 4·27 재보선 선거 때 할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실제 유력 인사들이 나에게 출마 의사를 드러내고 있다.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Q. 대규모 출판기념회를 가지며 대권출마의사를 밝혔다.
- 의사를 나타낸 것이지 공식 선언은 아니었다. 최선을 다 할 것이지만 선택은 국민이 하는 것이다. 치열한 경선을 통해 검증되고 이길 수 있는 후보가 나와야 한다. 당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Q. 정치적 경륜은 누가 봐도 인정할 듯 보이지만 낮은 인지도가 신경 쓰이실 듯하다.
- 경륜은 하루아침에 만들지 못하지만 인기도는 하루아침에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슈퍼스타K’와 ‘나는 가수다’ 프로그램이 인기인데 실력 있는 허각과 임재범이 하루아침에 스타가 됐다. 나의 경륜과 정치적 소신으로 정치권의 허각, 임재범이 되겠다.

국가는 모든 국민에
행복한 집이 되어야


Q. 손학규 대표를 비난하셨는데?
- 역량은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정체성과 일관성이 문제 된다고 본다. 차라리 한나라당에 있었다면 차기 대권주자 자리를 보장 받았을 것이다. 옷은 민주당 옷을 입고 생각은 한나라당 생각을 하고 있으니 잘못된 것이다. 민주당의 옷을 입었으면 민주당의 당적을 따라야 하는데 종북진보와 같은 발언은 잘못됐다.

Q. 박근혜 전 대표를 평가하신다면?
- 박 전 대표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는 정치인이다. 그중에서도 침묵하는 장점이 있다. 천막당사 시절 당을 일으킨 점과 세종시 원안 강행을 주장 한 점들은 존경할 만하다. 하지만 민생문제나 주요현안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침묵만이 미덕이 아니다. 진정한 정치 지도자라면 바른말을 할 줄 알아야 한다.

Q.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3당 합당을 거부한 일화로 유명하시다. 그때를 회고하신다면
YS의 손을 잡았더라면 7선 의원이 되어 있었을 것이다. 국회의원 한 번 더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정치적 명분과 소신을 지키고 싶었다. 야당 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국민과 자식들에게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 어느 시대든 시대적 양심을 지키는 이가 있어야 한다. 한 지도자가 당적을 옮긴다고 다 따라가는 것은 치욕의 역사라 생각해 거부했다. 하지만 당시는 당적을 옮긴 57명이 아니라 노무현과 나를 배신자라 칭했다.

Q. 지난 지방 선거 때 44.57%의 높은 득표율을 보였지만 아쉽게 낙선했다. 하지만 지역주의의 균열을 가져온 선거혁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 당시 조경택 의원, 문재인 실장, 김두관 후보자, 정세균 대표까지 찾아와 시장 출마를 권유했다. 몇 번을 거부 했지만 이들의 5고, 6고 초려 끝에 승낙하게 되었다. 결과는 떨어졌지만 당당했다. 45%의 높은 득표율을 보였고 부산에서도 민주당이 가능 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6·2 지방선거가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Q. 부산시장 출마 당시 아내의 반대가 심했던 걸로 알고 있는데?
- 20년간 패배만 하는 선거를 하다 보니 아내도 많이 지쳤다. 미안한 마음에 정치를 안 하겠다 약속했고 밀양에 내려가 전원생활을 하며 지내자고 했다. 아내가 너무 좋아하더라. 집 설계도 끝난 마당에 부산의 지역지에 부산 시장 출마로 대서특필 된 것이다. 아내의 반대가 말도 못하게 심했다. 보름동안 여관방 생활을 지냈다. 나 때문에 원치 않은 오해도 샀고 힘든 나날을 보낸 아내에게 많이 미안하고 믿고 따라줘서 고맙다.

내년 총선에서 역할 다하겠다. ‘2KM’ 뭉치자!
‘지켜달라’는 김진숙씨 문자, “꼭 지켜주겠다”

Q. 원칙과 소신을 지켜왔지만 빛을 보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다.
- 사실 조금 섭섭한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과정을 중시한다고 하지만 결과를 중시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부산에서 두 번 낙선하고 종로로 지역구를 바꿔 출마 할 때 명분이 없어 고민했다. 그 명분을 내가 그 지역구로 출마하며 만들어 줬다. 원칙과 소신을 지켜왔지만 사람들은 당선 된 자들에게만 관심이 집중되더라.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당을 고집하며 시장 출마했지만 관심은 무소속으로 당선된 김두관 지사에게만 집중되더라. 노무현의 그늘에서 살아왔는데 요즘은 문재인의 그늘에서 살고 있다. 무슨 기구한 운명인지 모르겠다.

Q. 문재인 이사장과 여러모로 비교되고 있다. 차이점은?
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가장 힘들고 어려울 때 함께 했다. 문 이사장은 노 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가장 화려하고 소위 잘나갈 때 함께했다. 문 이사장은 정치경험 없이 청와대에서 대통령만 모셔봤다. 나는 국회의원과 장관을 지냈고 스포츠 외교관으로 세계 100여 개국을 돌며 저변을 확대했다는 차이점이 있다.

Q. 노무현 전 대통령을 회고 하신다면?
- 1살 차였지만 가장 힘들고 어려울 때 함께한 정치적 동지이자 친구다. 비슷한 정치 인생을 보내 서로에게 많이 의지되고 위로됐다. 함께 포장마차에서 소주잔을 기울였던 때가 기억에 남는다. 노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정치인생을 마감하려 마음먹었지만 그의 서거가 다시 나를 정치하는 계기가 되었다.

Q. 김대중 전 대통령을 회고 하신다면?
- 나에게는 두 분의 정치적 스승이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굉장히 열심히 공부하시는 분이다. 하지만 결단력은 김영삼 대통령이 나았다. 원칙과 소신을 지키며 살아온 정치인으로 는 대한민국 최고라 생각 했지만 김대중 대통령의 일대기 영상물을 보고 너무 부끄러웠다. 3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끝까지 굴하지 않고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지킨 그를 생각하면 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그런 대통령을 모셨다는 사실이 영광스럽다.

부자에게는 명예를!
빈자에게는 존엄을!


Q. 이명박 정부가 대한체육회장을 ?아내려 할 당시 심정은?
-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임기가 남아 있는데 ?아 내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떳떳했다. 나는 공·사가 분명한 사람이다. 판공비를 허비할 수 없어 해외 출장을 나갈 때 비행기도 이코노미를 탔고 휴대전화도 사적인 전화기와 업무용 전화기 두 대를 썼다. 10일간의 감사원 감사를 받았지만 감사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당당했다. ?아내려 했던 이명박 정부가 도리어 올림픽까지만 해달라고 잡더라.

Q. 이명박 정부를 평가한다면?
- 많은 국민들이 경제 살리기에 기대를 하고 뽑았지만 모든 국민들이 실망하고 있다. 남북관계는 물론 민주주의도 후퇴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10년 이상 후퇴시켰다고 본다. 국가는 모든 국민에 행복한 집이 되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부자들에만 행복한 집이 되고 있다. 서민들에게 너무 힘든 집이 되고 있다.

Q. 장관님이 희망하는 대한민국의 모습은?
- 부산 시장 선거 당시 당감동 판자촌에 유세를 간 적이 있다. 힘들게 사시는 할아버님의 모습을 보고 정치하는 우리가 잘못해 이런 힘든 서민들이 있다고 생각해 말을 이을 수 없을 정도로 눈물이 흘렀다. 모든 국민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 북 유럽식 보편적 복지를 희망한다.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그것이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부자에게는 명예를, 빈자에게는 존엄을 줄 수 있는 사회가 돼야한다.


<김정길 전 장관 프로필>

▲ 2010년 제5회 지방선거 부산 시장 범야권단일 후보
▲ 2007년~2008년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위원장
▲ 2005년~2008년 대한올림픽위원회 위원장
▲ 2005년~2008년 제35대 대한체육회 회장
▲ 2004년 열린우리당 상임고문
▲ 2004년 제22대 대한태권도협회 회장
▲ 1999년 대통령 정무수석비서관
▲ 1998년 제1대 행정자치부 장관
▲ 1997년 새정치국민회의 부총재
▲ 1992년 민주당 최고위원
▲ 1991년 민주당 초대 원내총무
▲ 1988년 제13대 국회의원
▲ 1985년 제12대 국회의원


<주요 저서>

<우리의 가을은 끝나지 않았다> - 1978년
<공무원은 상전이 아니다> - 1998년
<3인행-사람의 숲을 거닐다> - 2006년
<김정길의 희망> -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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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속 중독?’ 김건희 조언 그룹 대해부

‘무속 중독?’ 김건희 조언 그룹 대해부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건희 여사의 ‘무속 중독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김 여사에게 공적 사안마다 조언해 주는 무속 인물 7~8명이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건진법사, 천공 등이 아닌 명리학자 류모씨가 새롭게 등장하면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분위기다. 윤석열 캠프 출신 여권 인사들도 김 여사의 무속 중독 논란과 관련해 여러 차례 윤석열 대통령에게 직언했으나 컨트롤되지 않았다고 한다. 개인이 사주를 보거나 점을 보는 건 욕먹을 일이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의 부인이 공적 사안에 대해 무속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대통령실과 윤석열 캠프 출신 복수의 여권 인사들은 과거 김건희 여사의 무속 중독 논란에 대해 “설마 그럴 리가 있겠느냐”고 입을 모았다. 지금은 다르다. 터질 게 터졌다며 한숨부터 나오고 있다. 위기 상황 의지 지속 서울 강남구 광평로 한 빌딩서 H 학술원을 운영하는 류모 원장은 대구·경북 지역서 활동해 왔다. 대중 강연과 지역 일간지 기고, 언론사와 보수 유튜버 등에도 출연해 정치인들의 사주풀이 등으로 활발한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박근혜 전 대통령 당선, 안철수 대선후보 사퇴’ 등을 예측해 정치권에서는 나름 알려진 인물이다. 류 원장에게 먼저 연락을 취한 건 김 여사다. 류 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사주를 예측하면서 본인의 자택인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로 초대하게 된 것이다. 류 원장은 김 여사와 5번 이상 상담을 진행했다. 상담은 김 여사가 류 원장에게 자동으로 삭제되는 타이머가 설정된 텔레그램 채팅방을 통해 질문하면 이에 답해주는 형식으로 진행됐다고 한다. 류 원장은 지난 2020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빚던 갈등에 대해 김 여사에게 “천운이 좋으니까 살아난다”고 답했고,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직을 사퇴한 직후에 대선에 출마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당연히 나가야 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는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와의 갈등에 대해서도 물었다. 김 여사가 이준석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하길래 ‘하극상을 벌일 사람’이지만 슬슬 달래서 가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고 주장했다. 류 원장은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는 “지난해 12월에는 김 여사가 ‘저 감옥 가나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은둔하면 된다. 당신도 많이 깨달아야 한다. 제발 좀 나서지 마라. 위기인 것은 분명하나 아직 기운이 좋아 (감옥에)가지는 않는다고 충고했다”고 했다. 윤 당선 예측하자 아크로비스타로 류 초대 정치적 위기마다 5번 텔레그램 상담 진행 당시 김 여사에게는 악재가 잇따라 터졌다. 지난해 11월27일 <서울의소리> 보도를 통해 김 여사가 최재영 목사에게 명품백을 받는 영상이 공개됐고, 보름 뒤인 12월14일에는 <뉴스타파>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당시 김 여사가 직접 증권사 직원과 통화해 주문하는 녹취록을 공개했다. 류 원장의 조언이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으나 실제로 김 여사는 이후 153일 동안 공식 활동을 자제했다. 류 원장은 “나 말고도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 분야별로 7~8명 더 있는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캠프 출신 한 여권 인사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일반 사람들이 강남이나 종로서 사주나 전생운을 보듯이 김 여사도 가볍게 보는 거라고 여겨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줄 알았다. 3년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며 “터질 게 터지고 있는 셈이다. 윤 대통령이 결정해야 할 일을 김 여사가 개입해 ‘누구한테 들었는데 그건 이렇게 해야 한다더라’라고 말하는 과정 자체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도 “대통령실 직원 이력서를 김 여사가 본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이력서를 봤다면 조처해야 하는 문제고 무당을 통해 그 이력서의 인물이 어떤지 평가한다는 풍문까지 있다”며 “영부인이 설마 인사에 개입했겠느냐며 넘겼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면 합리적 의심이 가시질 않는다”고 말했다. 류 원장 이전 무속 논란의 진앙지는 건진법사 전모씨라고 할 수 있다. 전씨는 윤석열 캠프 네트워크본부 고문으로 활동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인물이다. 전씨의 딸은 지난 2013년부터 코바나컨텐츠 행사를 담당했고 2년 뒤 한 화장품회사의 대표를 역임했다. 중국 진출을 염두에 뒀던 이 회사는 한한령과 코로나19 등 상황 악화로 2017년을 전후로 사업을 철수했다. 미국유학생 출신인 전씨의 처남 김모씨는 네트워크본부 활동을 장악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았다. 본인과 가족이 함께 대선 캠프서 일한다는 것은 캠프 내 실세의 지시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무속의 진앙지 전씨의 무속 활동에는 산 채로 소가죽을 찢는 행사로 물의를 빚은 지난 2018년 수륙대제 및 국태민안 대동굿 등불교 축제가 있다. 이 행사에 대한 항의 게시물을 보면 대한불교종정협의회, 한국불교일광조계종과 함께 연민복지재단과 전씨의 딸이 대표로 있는 화장품 회사가 공동으로 행사를 주최했다. 전씨 외에도 김모 교수와 대통령실에 들어간 지인 자녀·친인척들이 차례차례 논란이 됐다. 황 회장 아들 황모씨(시민사회수석실 5급 행정관)에 이어 같은 지역 전기공사업자 우모씨의 아들(시민사회수석실 9급 행정요원, 현재 퇴사) 문제가 불거졌다. 여기에 윤 대통령 외가 쪽 6촌의 대통령실 근무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윤 대통령 외가 6촌으로 삼성 출신인 최모씨는 선대위 회계팀장을 지냈고 대통령 부속실 선임행정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전씨의 제자로 지난 대선 당시 코바나컨텐츠에 상주하다 ‘김건희 목덜미 영상’으로 알려진 역술인 심모 박사는 이명수 <서울의 소리> 기자가 폭로한 ‘김건희 녹취록’서 등장한다. 그는 이 기자와의 연락서 자신이 황씨라고 주장했다. 전씨는 대선 전 불거진 네트워크본부 논란으로 인해 축출됐다. 전씨는 서울 용산구의 한 모처서 지난 2022년 6월까지 윤석열 캠프 출신 인사들과 자주 소통해 왔으나 이후 강남서 늦은 저녁에만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윤석열 캠프 출신 인사 중 이른바 ‘MB 라인’으로 분류되는 정치권 관계자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낙원동 쪽에 MB 청와대 인사들이 사무실을 차렸다. 인수위 네트워크 본부 출신 40여명이 들어가 있을 때부터 알려진 얘기”라며 “김 여사와 연락이 끊기면서 ‘MB 라인’ 인사들과만 소통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류 원장 외에도… 김 여사와 전씨의 사이가 틀어진 이유는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의 읍소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YS계로 알려진 N씨가 전씨와 같이 활동하면서 이권과 인사청탁에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소위 ‘지라시’로 돈 데 이어 정치권에서는 전씨와 N씨의 불화설까지 들렸다. 윤석열 캠프 출신 한 인사는 “서울 한 건설사에서 마련한 땅 임대료를 두고 둘이 싸웠다. 특히 지방선거 시즌 강남구청장 선거서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한 인사가 두 사람을 믿고 경쟁하다가 제3자가 공천을 받았다는 뒷말이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전씨의 영향력이 가라앉자 ‘MB계’ 국민의힘 중진들이 N씨에게 줄을 섰다는 얘기는 2년 전에 언급됐다. 특히 그가 특정 지역 인맥을 활용해 경찰 인사에 개입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른바 ‘왕따’가 된 전씨는 지난해까지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이용해 세무조사나 인사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처럼 행세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전씨로부터 청탁을 받았단 고위 공직자의 이름까지 떠돌았다. 전씨가 고위 공무원을 상대로 한 중견기업 세무조사를 무마하려 했다는 구체적인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윤석열 캠프 출신 여권 인사들은 전씨 외에도 김 여사에게 조언하는 무속인이 더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굿당의 당주이자 70대 할머니인 A씨가 그 주인공이다. 김 여사는 A씨로부터 자신과 어머니이자 윤 대통령의 장모인 최은순씨가 구속 위기에 있을 때 여러 차례 조언을 받았다고 한다. A씨는 약 10년 전부터 김 여사와 알고 지냈다. 소위 ‘무정 스님’으로 알려진 심모씨와도 밀접한 관계가 형성된 인물이다. 심씨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결혼을 주선한 장본인이며 윤 대통령에게 ‘검사’ 직업까지 지정해준 멘토였다. 원주 굿당 당주 ‘영빨’로 김 측근 관리? 측근 주장 대부분 이권 개입·청탁 의혹 연루 심씨가 세간의 주목을 받은 건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의 개인 일정표가 공개되면서다. 지난 2011년 8월 등이 포함된 일정표에 심씨는 ‘무정 스님’이란 호칭으로 여러 차례 등장했다. 윤석열 캠프 출신 인사는 “2년 전 캠프서 전씨 말고도 김 여사와의 친분을 이용해 이권을 차지하려던 인물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때 A씨가 김 여사에게 ‘걔는 영빨이 부족해서 안 된다’며 여러 차례 물갈이를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다른 인사도 “어머니인 최씨가 2021년 7월에 구속되기 전 김 여사가 명태균씨를 비롯한 A씨로부터 조언을 여러 번 구했다. 어떻게 하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등 상당히 많이 의지했던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명씨가 최근까지 김 여사와 소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소위 ‘영빨’로 김 여사의 환심을 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실제 명씨의 지인은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녹취서 “지금 당선인(윤 대통령)이 아예, 진짜, 완전히 광화문 그쪽으로 (이전)할 모양인가 보네”라고 물었고 명씨는 “경호고 나발이고 내가 (김건희 여사에게)거기 가면 뒈진다 했는데, 본인 같으면 뒈진다 하면 가나”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당선 직후 청와대 이전을 위한 대통령 집무실 후보로 광화문 정부청사를 거론한 바 있는데, 명씨 본인이 김 여사에게 대통령 집무실을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조언했다는 주장이다. 명씨는 지인과의 대화서 김 여사에게 ‘무속적인 조언’을 했다고 밝히기도 한다. 명씨는 “내가(김 여사에게) 뭐라 했는지 알아요”라며 “본인이 영부인 사주가 들어앉았고, 그 밑에 대통령 사주가 안 들어왔는데”라고 했다. 명씨는 “내가 3월9일이라서 당선된다고 그랬다. 꽃 피기 전에는 윤석열이가 당선이(되고), 피면 이재명이를 이길 수가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감으로 승부수? 명씨는 또 “내가 이랬잖아. 그 청와대 뒷산에, 백악산(북악산)은 좌로 대가리가 꺾여있고, 북한산은 오른쪽으로 꺾여있다니까”라며 청와대 기운이 좋지 않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해당 대화서 명씨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광화문 사무실 15층서 청와대를 봤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