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4년 전 묻힌 ‘김경희 파일’ 건국대-예맥 수상한 거래 추적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2.05 10:32:05
  • 호수 11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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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수록 먼지 폴폴…검찰만 몰랐나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대학 법인이 이사장 지인의 화랑서 수십억원 상당의 미술품을 구입했다. 검찰은 수사에 착수했지만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당시 사건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한둘이 아니었다. 검찰 수사 과정도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고가 미술품은 재벌 비자금 세탁의 단골 메뉴였다.

김경희 전 건국대학교 이사장이 수상한 미술품 거래로 지난 2014년 검찰 조사를 받았다. 당시 건국대 학교법인은 김 전 이사장의 지인이 운영하는 화랑 ‘예맥’서 미술품 198점 28억원어치를 독점 공급 받았다는 특혜 의혹을 받았다. 미술품의 구입 가격이 경매 낙찰가보다 2배서 많게는 20배에 달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사장과 무관?
혐의 없음 종결

그러나 검찰은 이와 관련한 내용을 수사 결과에 포함하지 않았다. 이때 검찰은 김 전 이사장 자택과 갤러리 예맥 등 압수수색까지 했지만 건진 게 없었다. 이를 두고 건국대 내부에선 ‘검찰이 사건을 덮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조사를 받았던 건국대 핵심 관계자는 “수사관들이 압수수색 목록에 나온 미술품을 압수하려고 갔지만 해당 미술품이 없었다”며 “피의자들도 그림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수사 과정서 석연치 않은 진술이 많았지만 검찰이 혐의 없음 처분을 내린 것.  


최근 건국대 사학비리가 불거지자 미술품 수사에 대한 의혹이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건국대학교 재단 현 이사장의 형사처벌 방안 등 검토 의견서’에 따르면 검찰이 미술품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혐의 없음 처분이 석연치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의견서는 지난 2014년 1월 건국대의 정상화를 바라는 4개의 단체가 모 법무법인에 김 전 이사장의 비리에 대해 형사처벌이 가능한지 의뢰한 보고서다.

먼저 건국대 학교법인은 시가보다 부풀려 예맥서 미술품을 매입했다. 미술품 가액은 통상 시장서의 경매가로 결정한다. 감정가보다 미술품 시장인 K옥션과 서울옥션의 경매 기록이 가액 선정에 중요한 근거자료가 된다. 

고가 미술품 독점 공급·매입 
모두 198점 28억원어치 매매  

예맥 납품 미술품 목록 상의 주요한 고가 작품들의 취득가액을 K옥션과 서울옥션의 경매기록에 비교한 결과 건국대 학교법인은 시가보다 2~20배가량 부풀려 예맥으로부터 미술품을 매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하종현 작품 = 건국대 학교법인은 2007년 12월24일 하종현 작가의 180X120cm 크기 작품 2점, 2008년 4월25일 같은 크기의 작품 1점을 예맥서 구매했다. 1점 당 6000만원으로 1억8000만원을 지급했다. 그런데 경매 기록 검토 결과 하종현 작가의 같은 크기 미술품은 이보다 훨씬 못 미치는 금액에 거래되고 있었다. 2009년 6월29일 하종현 작가의 미술품이 2800만원에 경매됐다. 건국대 학교법인은 시가보다 두 배 이상 비싼 가격에 그림을 매입한 셈이다.


▲David Gerstein 작품 = 건국대 학교법인은 2007년 12월24일 David Gerstein 작가의 130X160cm 작품 2점을 총 8400만원(각 4200만원)에, 6X1.5m 작품을 3억5000만원에 예맥서 구입했다. 더불어 위 작가의 작품 7점을 총 10억800만원에 구입한 사실도 확인됐다. 

하지만 경매기록 검토 결과 이 작가의 작품은 경매 최고가 기록이 1250만원에 불과했다. 경매기록상 1㎠당 가액 1183원으로 환산된다. 이러한 시가로 최고가였던 크기 6X1.5m의 작품 가격은 1억602만원에 불가하다. 따라서 시가보다 두 배 가까이 비싼 가격에 공급된 사실을 알 수 있다. 

▲전광영 작품 = 건국대 학교법인은 2010년 9월13일 전광영 작가의 175X142㎝ 작품과 171X143㎝ 작품 등 2점을 총 2억4000만원(각 1억2000만원)에 예맥으로부터 사들였다. 또 2011년 1월31일 162X125㎝ 크기 작품 1점을 1억원에 매입했다. 건국대 학교법인은 전관영 작가 작품을 총 3억4000만원에 샀다.

하지만 전광영 작가의 작품은 위 작품과 유사한 크기인 163X131㎝ 작품이 각각 4000만~5200만원 사이서 경매된 기록이 있다. 경매 기록상의 1㎠당 가액은 2040원이다. 건국대 학교법인이 매입한 가장 큰 175X142㎝ 작품의 가격을 환산하면 5069만원에 불과하다. 시가보다 두 배 이상 비싼 가격에 공급됐다. 

갤러리 대표와 
30년 지기 친구

▲이정자 조각 = 건국대 학교법인은 2009년 10월30일 이정자 작가의 45X30X100㎝ 및 30.6X37X102㎝ 작품 2점을 예맥을 통해 총 7000만원(각 3500만원)에 매입했다. 하지만 이정자 작가의 조각은 건국대 학교법인이 구입한 것보다 훨씬 큰 높이 141㎝과 144㎝ 크기 작품이 각각 630만원과 420만원에 경매된 기록이 있다. 

이정자 작가의 작품 가액은 1㎠ 당 13.85원으로 환산된다. 이런 시가를 건국대 학교법인이 산 작품인 45X30X100㎝ 작품의 크기로 환산하면 가격은 197만원에 불과하다. 건국대 학교법인은 시가보다 무려 스무 배 가까운 비싼 가격에 예맥으로부터 작품을 구입한 셈이다.
 

이처럼 예맥서 공급한 주요 작품 대부분을 시가보다 수십배 비싼 가격에 건국대 학교법인이 매입했다. 

이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한 법무법인은 “이런 미술품의 독점 공급, 그것도 부당하게 부풀려진 가격으로 공급을 통해 얻은 막대한 이익 중 상당부분은 이사장에게 전달되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이를 본 복수의 화랑 관계자들도 ‘비자금일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인사동서 갤러리를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이렇게 큰 거래를 할수록 뒷돈을 안 받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고가 미술품은 재벌 비자금 세탁의 단골 메뉴였는데 실제로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서 400여점의 미술품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임직원들의 이름으로 고가 미술품을 사들였다. 삼성그룹의 비자금 특검의 핵심은 고가 미술품이었다. 미래저축은행 로비 사건 때도 미술품이 등장했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로비 사건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쯤 되면 ‘고가 미술품=비자금’이라는 공식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때 그 작품들 어디?
공중에 뜬 차익 누가?

그렇다면 왜 건국대 학교법인은 예맥을 통해서만 고가의 미술품을 매입했던 것일까. 이는 예맥 대표 정모씨가 김 전 이사장의 절친한 친구였기에 가능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씨는 김 전 이사장과 30년 지기다. 김 전 이사장이 화랑서 일하던 시절 같이 근무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뿐만 아니라 정씨는 김 전 이사장의 집안일에도 발 벗고 나섰다고 한다. 

김 전 이사장과 그의 둘째 딸이 전시회가 있을 때 장소 섭외는 물론 다과까지 챙겼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관계 때문에 당시 정씨가 예맥 갤러리와 카페 임대료 특혜를 건국대 학교법인으로부터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실제로 2014년 교육부 감사에서 정씨가 운영하는 카페와 화랑 갤러리가 ‘법인 수익사업체 및 대학 부속병원 임대료 책정 부적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건국대학교 병원은 지하 1층 노른자 위치인 로비공간을 정씨와 임대보증금 5000만원에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건국대 병원 내 임대료와 비교했을 때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건국대 학교법인 소유 호텔 ‘더 클래식 500’에 입주한 예맥 갤러리는 당시 바로 옆 ’우리투자증권‘ 사무실의 평당 임대료와 비교했을 때 임대료가 3분의 1수준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이사장과 정씨의 이런 긴밀한 커넥션이 있었음에도 검찰은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건국대 한 내부 관계자는 “당시 정씨는 참고인 조사만 받았다. 미술품 구입 형태나 미술품이 현존하는지는 따지지 않았다. 계좌 압수수색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학교법인이 소유한 그림들의 행방을 둘러싸고 뒷말도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제대로 안했나
부실수사 의혹

 
이 같은 의혹에 대해 김 전 이사장과 정씨 그리고 건국대 측은 ‘사실 무근’이라고 답했다. 먼저 김 전 이사장은 전화 및 문자 등으로 입장을 듣기 위해 시도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정씨는 “검찰 수사도 다 받았으며 아무 문제없이 끝났다. 어떠한 비리도 없었다”고 말했다. 

건국대 관계자도 “이미 검찰서 혐의없음으로 끝난 사안이다. 현재 미술품 관리는 학교서 잘하고 있다. 당시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그 미술품 갖고 불법적인 일은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미술품 수사 어려운 이유

미술품 거래는 주로 현금으로 이뤄지고 세금이 부과되지 않아 재벌가의 비자금 조성 및 탈세의 ‘온상’으로 지적돼 왔다. 미술품 거래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미술품의 특수성과 비과세 영향이 크다. 미술품은 특성상 ‘정가’를 못 박기 어렵다.

얼마든지 가격 조작이 가능해 기업의 비자금 조성 및 세탁 창구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 과세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불법 증여 수단으로도 용이하다.

과세 당국은 고가의 미술품 보유 여부를 알 수 없고, 존재 자체가 파악되지 않기 때문에 상속세나 증여세를 아예 부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미술품 비자금 수사는 번번이 실패로 끝났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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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5000만원 관봉권’ 출처를 두고 소문이 무성하다. 검찰은 대통령실 특활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씨는 그저 ‘기도비’라고 진술 중이다. 검찰이 김건희씨까지 수사 대상에 올린 점을 보면 전씨의 진술은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 전씨가 전방위 로비를 벌인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김씨의 소환조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일가를 향한 수사는 그간 서울중앙지검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로비 사건은 중앙지검이 아닌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포문을 열었다. 전씨는 통일교와 캄보디아 사업 및 정·재계를 가리지 않고 돈을 받았다. 윤석열 일가와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수상한 증거들 남부지검은 전씨를 수사하기 이전에 한 가상자산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최근 정식 부서로 신설된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해 7월 ‘퀸비코인(QBZ)’ 관계자 이모씨 외 3명을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사업 진행 능력이 없음에도 허위 자료를 제출해 스캠 코인을 상장했다. 1만명이 넘는 투자자로부터 가로챈 금액은 300억원에 육박한다. 남부지검은 수사 과정서 퀸비코인 관계자 이씨가 2018년 1월 자유한국당 경북 영천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정모씨를 전씨와 연결한 정황 및, 이들 간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정씨는 전씨 법당을 찾아 1억원을 건넸다. 이 사실을 파악한 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전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고 그의 법당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두 달여 전에는 경기 성남의 카카오 판교 서버를 압수수색해 전씨의 카카오톡 기록까지 확보했다. 전씨는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대선캠프 네트워크본부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그의 처남으로 알려진 ‘찰리’ 김모씨도 전씨와 같이 활동했다. 전씨는 김건희씨가 운영하던 전시기획회사 코바나컨텐츠의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전씨의 딸도 잠깐이지만 코바나컨텐츠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남부지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과 김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로비 행위를 벌였다고 보고 수사를 시작했다. 실제 전씨가 로비 창구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남부지검은 지난달 30일 윤 전 대통령 사저인 아크로비스타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피의자들이 2022년 4월부터 8월 사이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선물을 제공했다”고 적시됐다. 청탁 사유로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ODA(공적개발원조) 사업 ▲YTN 인수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교육부 장관 통일교 행사 참석 ▲대통령 취임식 초청 등이 담겼다. 이 압수수색은 전씨를 통해 통일교 세계본부장 출신이자 2인자였던 윤모씨가 수천만원 상당의 그라프(Graff)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 가방, 천수삼 농축차 등을 김씨에게 전달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 남부지검은 윤씨가 지난 2022년 7월 전씨에게 ‘김 여사가 물건(천수삼) 잘 받았다더라, 건강이 좋아지셨다고 한다’고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확보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찍혔는데…통상 정부 예산 활용 금융권 “개인이 갖고 있을 수 없다” 일축 검찰이 지난 3일 전씨를 청탁금지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만큼 김씨에 대한 소환조사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남부지검 수사팀 내부에서는 김씨를 대선 직전에 소환조사해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목걸이와 명품백을 잃어버렸다. (김 여사가 잘 받았다는 문자는) 거짓 문자”라고 부인하는 상황이다. 김씨 측도 “전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검찰은 윤씨가 전씨에게 윤석열정부의 캄보디아 ODA 사업 추진을 청탁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는 중이다. 검찰은 윤씨가 “윤 전 대통령과 독대했고 국가 단위 ODA 연대 프로젝트에 동의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 2022년 3월 윤씨가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김씨를 인수위서 만난 뒤 캄보디아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통일교는 같은 해 메콩강 핵심 부지에 ‘아시아태평양유니언 본부’를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윤씨는 훈센(Hun Sen) 당시 캄보디아 총리와도 이 사업을 논의했지만 자금난으로 추진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윤씨는 2022년 5월 한 통일교 행사에서 “3월 22일 대통령을 만나 1시간 독대를 하면서 이 나라가 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하고 암묵적 동의를 구한 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ODA는 비영리기구(NGO)가 펀딩 가능하고 국가가 지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이 직후인 2022년 6월 기획재정부가 제4차 한-캄보디아 ODA 통합 정책협의서 대(對)캄보디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지원 한도액을 기존 7억달러에서 15억달러로 늘리는 기본 약정을 체결한 점을 주목했다. 한도액이 늘면 중기후보사업 승인 절차가 간소화돼 ODA 사업 수주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김씨가 나토 순방 당시 착용했던 6000만원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와 관련해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이 불거지자, 윤씨는 전씨에게 “김 여사에게 빌리지 말고 하고 다니라”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건넸다. 검찰은 지금까지 김씨 명의 휴대전화 3대를 확보했다. 이 중 1대는 김씨가 지난달 11일 서울 한남동 관저서 나오면서 보안 비화폰(안보폰)을 반납한 뒤 개통한 휴대전화다. 나머지 2대는 옛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사용하던 휴대전화로, 사실상 공기계로 알려졌다. 자택 압색 그 이후… 검찰은 100여개에 달하는 압수 대상에 윤씨 선물 명목으로 전씨에게 제공했다는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인삼주 등도 적시했지만 확보하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윤씨의 청탁이 성사됐거나 윤씨와의 직무 관련성 등이 입증된다면 김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와의 전화 통화에서 “카톡 기록과 전달됐거나 전달되려 했던 물품들은 이미 수사팀이 확보했으니 김씨가 대면 조사를 피하긴 힘들다”며 “남부지검서도 성역 없이 수사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현행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를 청탁금지법으로 처벌할 수 없으니 직무 관련성 입증이 관건”이라며 “입증만 된다면 알선수재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가장 중요한 건 전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당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전씨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5만원권 3300매(1억6500만원)를 확보했는데, 이 중 5000만원은 비닐 포장이 벗겨지지 않은 상태였다. 검찰은 전씨에게 이 관봉권의 출처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관봉권은 ‘제조권’과 ‘사용권’ 두 종류로 나뉜다. 제조권은 한국조폐공사에서 한은이 받아온 신권으로 돈다발에 십자 형태의 띠를 두르고 비닐로 싸 압축한 형태다. 사용권은 한은이 시중은행서 회수한 돈을 검수해 낡은 돈은 폐기하고 사용하기 적합한 돈만 골라낸 것이다. 발견된 돈다발 김씨와 전씨 사건서 등장하는 관봉권은 모두 사용권이다. 전씨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 돈다발은 한은이 적힌 비닐로 포장돼있었고, 비닐엔 기기 번호와 담당·책임자 일련번호도 적혀 있었다. 그러나 김씨 측이 옷값을 치를 때 썼던 관봉권은 비닐 없이 띠지만 둘러져 있는 돈다발 형태였다. 관봉권은 국가 예산으로 편성되는 대통령실(청와대)과 검찰, 국가정보원 등 사정기관의 수사나 조사에 필요한 특수활동비로 쓰이기도 한다. 과거 정부에서는 이 특활비가 로비 자금으로 악용됐다. 한은은 전국에 16개 지역 본부를 두고 금융기관에 관봉권을 보낸다. 서울엔 남대문 본점 및 강남본부 등 두 곳이 있다. 이 중 강남본부가 대통령실과 사정기관 등에 예산 조달을 담당해 왔다. 다만 민간인의 집에서 관봉권이 발견될 수 없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대개 일반 정부 예산은 관봉권 형태가 아닌 계좌이체 등을 통해 전달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천만원 상당의 관봉권이 묶인 채로 남아 있는 건 영수증 내역도 남지 않는 특활비”라며 “통상 정보와 사정기관이 ‘돈의 주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검찰도 전씨의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 강남본부서 나왔다고 보고 있다. 이 관봉권에는 ‘2022년 5월13일’이라는 날짜가 기재돼있다. 윤 전 대통령 취임일 사흘 뒤다. 전씨는 검찰 조사에서 주로 돈은 ‘기도비’ 명목으로 받아왔지만 관봉권은 정확하게 누구에게 받은 돈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한은 방문 이후 전씨의 집에서 발견된 관봉권에 적힌 ▲기기번호 ▲담당자 ▲책임자 ▲발권국 항목 등의 의미를 확인했다. 기기번호의 뜻은 정사기(검수기) 기기번호와 기기호수를 뜻하고, 발권국 정보에는 정사 업무를 담당하는 발권국 화폐관리1팀을 의미하는 숫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MB 때 국정원 ‘입막음·로비’ 용도로 사용 검·정보 “이번엔 아니다”…남은 건 용산 포장지에 적힌 ‘2022년 5월13일 오후 2시5분59초’는 한은이 검수를 마친 시각이라고 한다. 다만, 한은은 개별 사용권이 어느 시점에 어느 금융기관으로 지급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금융기관서 화폐를 요청하는 경우 ▲지급한 금융기관명 ▲지급일자 ▲권종 ▲금액 등만 기록할 뿐, 어떤 사용권 묶음을 제공했는지는 별도 기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관봉권이 지난 대선 기간 전씨가 운영했던 윤 전 대통령 선거캠프 운영비일 수 있다고 보고 금융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올해 초 당시 네트워크 본부장으로 있던 오을섭씨를 소환조사하면서 양재동 캠프의 운영비 출처를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관봉권 출처가 불분명한 만큼 특활비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범죄 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변호사는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운 한은 뭉칫돈은 대부분 특활비”라며 “특활비라면 한은 검수 이후 수천만원 상당의 돈이 필요한 곳은 보통 사정기관이다. 일반적으로 정부 예산은 뭉칫돈으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결국 사정기관 담당자들을 불러 확인해봐야 하는데 정보기관에서는 특활비 활용 자체가 보안으로 분류돼 확인도 어려울 것이다. 출처 규명에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와 접촉한 복수의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국정원 특활비’는 아니라고 단언했다. 앞서 이명박정부 청와대는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받은 바 있다. 지난 2011년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국정원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폭로했는데, 당시 국정원은 관봉 형태의 특활비 5000만원을 장 전 주무관에 ‘입막음비’로 전달했다. 이 같은 내용은 검찰 수사와 공판 등을 통해 청와대서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 장 전 주무관에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불분명한 출처 어디?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과거 국정원 특활비와 흡사해 보이지만 2022년 이후의 특활비 활용이나 대통령실을 통해 쓰인 ‘국정원 특활비’ 등에 대해서 들여다봤을 때 불법적이거나 위법하게 쓰인 사실이 없다. 한 개인에게 갈 일은 더더욱 없다”고 못 박았다. 검찰 관계자도 “남부지검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검찰 특활비는 아니다. 남부지검 수사팀도 검찰과는 상관없는 관봉권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