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개 지점을 가지고 있는 국내 최고의 여성전용바인 ‘레드모델바’를 모르는 여성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현재 레드모델바는 기존의 어두운 밤 문화의 하나였던 ‘호스트바’를 건전하게 바꿔 국내에 정착시킨 유일한 업소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꽃미남’들만 전국적으로 무려 2000명에 이르고, 여성들의 건전한 도우미로 정착하는 데 성공했으며 매일 밤 수많은 여성손님들에게 생활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한때 ‘전설의 호빠 선수’로 불리던 김동이 대표의 고군분투가 녹아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삶과 유흥업소의 창업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를 펴냈다. 김 대표의 책 내용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호빠의 종류와 등급-텐프로에서 클럽까지
생각보다 화려하지 않은 ‘선수’들의 생활전국
■ 세분화된 호빠 등급
다음 날 오전부터 전화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5분마다 한통의 전화가 울렸다.
“거기 위치가 어디죠?”
“몇 시부터 영업하나요?”
“술값은 얼만가요?”
“예약도 할 수 있나요?”
하루 만에 수백 통의 전화가 쏟아졌고 직원들은 전화 응대를 하는 데에만 진이 쏙 빠질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날 밤부터 손님들이 물밀 듯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날도 그 다음날도 그리고 일주일 뒤에도 계속해서 손님들이 불어났고 단골 마니아들까지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며칠 뒤에 또 한 통의 전화가 울렸다.
“아, 여기는 인천인데요, 거기 가맹점도 내주나요?”
누나와 나는 또 한 번 눈물을 흘렸다. 이제는 더 이상 매서운 칼바람 앞에서 우는 서러운 울음이 아니었다. 감격에 벅차고 심장을 뛰게 하는 성공의 눈물이었다.
모든 유흥업소의 종류에는 일정한 ‘레벨’이 있게 마련이다. 물건에도 명품과 짝퉁이 있고 그 사이에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하듯이 유흥문화도 비슷한 모양새를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일명 ‘호스트빠’가 다양한 세분화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과거 호빠는 세분화되었다고 해도 ‘정빠’, ‘뒤빠’ 정도가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욕구가 다양해지고 차별화되면서 이제 호빠도 이러한 세분화의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구분은 기본적으로 룸살롱의 레벨에 따른다. 룸살롱이 ‘클럽-점오-하이점오-텐프로’ 정도로 나눠지듯이 호빠도 대략적으로 비슷하게 나눠진다.
우선 룸살롱 업소들의 현주소를 알아보는 것은 호빠의 분화를 알아보는데 도움이 된다. 룸살롱은 최상위급에 ‘텐프로’가 존재한다. 1인당 하룻밤 술값이 1백만을 넘어서는 고가의 업소이다. 이하 ‘점오’, ‘하이점오’, ‘클럽’으로 차차 분화가 된다. 이러한 분화의 기준은 아가씨들의 수질과 불법 성매매인 2차의 여부 등이 요인이 된다.
이와 비슷하게 호빠에도 ‘텐프로’가 있다. 물론 여러 업소들이 자칭 ‘텐프로’를 내세우기는 하지만 업계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하는 ‘호빠 텐프로 업소’는 현재 약 4개 정도로 압축된다. 이곳은 어떤 여성들이 가도 입이 떡하고 벌어지는 ‘꽃미남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방송국의 연기자 대기실에 와있는 듯 한 착각을 느낄 정도다.
이런 텐프로 호빠의 경우 한 가지 공통적이면서 특이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뜨내기손님은 일체 받지 않고 오로지 소개를 통해서만 손님들을 받는다는 점이다. 이들이 이렇게 하는 것에는 단속의 위험도 어느 정도 예방하면서 검증되지 않은 진상 손님은 철저히 배제하겠다는 의미이다. 이 손님 저 손님 받아봐야 업소 물만 흐려지고 때론 외상이 쌓이면 여간 골치 아픈 것도 아니다. 따라서 텐프로 호빠들은 연예인들도 부러워할 만한 호빠 선수들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손님도 철저하게 가려 받겠다는 것이다. 사실 현재 호빠 텐프로가 4개 정도밖에 안 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이기도 하다. 그 많은 꽃미남 선수들을 유지하면서도 뜨내기손님을 받지 않을 정도가 되려면 적지 않은 자본의 밑받침이 되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텐프로의 바로 밑 단계에는 ‘점오’라는 업소가 있다. 이곳도 일반인들이 쉽게 찾기가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그런데 호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알아야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전단지 장사’라는 개념이다. 룸살롱에는 없는 이 새로운 유형의 영업방식은 말 그대로 전단지를 뿌리면서 영업을 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들어 유흥밀집가의 인근에 부쩍 호빠 전단지가 많이 뿌려지는 것은 이러한 영업방식을 강화한 호빠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점오’까지만 해도 전단지 영업을 하지는 않는다. 이들 역시 ‘길거리 뜨내기손님’을 받지 않겠다는 의지가 있다는 이야기다.
점오와는 또 다른 영업방식이 바로 ‘클럽’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클럽들은 전단지 영업을 하고는 있지만 그것이 곧 ‘뜨내기손님을 받는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는 없다. 이러한 유의 클럽들은 이른바 ‘여성음주문화의 대중화’를 선도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도 편안하게 들러 음주를 즐기고 멋진 꽃미남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클럽이 생기면서 여성음주문화에도 일종의 변화가 생겼다고 할 수 있다. 과거에 ‘호빠’라고 하면 그 주요 소비계층이 룸살롱 나가요 아가씨, 혹은 유한마담 등이 연상되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개념적 틀에서 벗어나 보다 광범위한 대중들이 이곳을 드나들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직장여성, 여대생들이다. 그들은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이러한 여성전용 클럽을 찾아 자신들만의 일탈과 해방감을 느끼고 있다.
■ 선수들의 생활
호빠 선수들은 화려한 생활을 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 꼭 그렇지만은 않다. 기존의 일반적인 호빠 선수들의 경우 철저한 능력제로 돈을 벌다 보니 여성을 ‘돈’으로 보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고, 또한 그들에게 무시를 당하기도 하고 다양한 ‘진상’을 만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우선 호빠 선수들도 사람인지라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뿐만 아니라 사람을 돈으로 보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보니 ‘여자를 돈’으로 생각해야만 하는 자신들의 처지에 일종의 자괴감을 느끼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선수들이 늘 만나게 되는 ‘진상’들도 괴로운 부분이다. 그 중에서도 제일 힘든 것이 다름 아닌 ‘지명진상’이라고 하는 것이다. 돈을 많이 벌게 해주는 단골이라 좋기는 하지만, 술버릇이 안 좋아 진상이 되는 것이다. 이른바 버릴 수도 없고 먹을 수도 없는 ‘계륵’과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손님들 앞에서는 속으로 싫지만 겉으로는 늘 웃어야 하는 처량한 신세가 되기도 한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