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야구 평생교육원 야구리그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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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8.01.22 11:38:27
  • 호수 11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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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에서 희망으로”

방학 기간이라 인적이 드문 인천대학교 제물포캠퍼스. 교문 입구서부터 정체모를 비장함이 흘러나왔다.

서형준(21)씨는 야구 명문 대구상원고서 140km/h 중반을 던지던 전도유명한 투수였다. 그러나 부상, 유급 등의 불운이 겹치며 대학진학에 실패했고 이미 21살이다. 군 입대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는 “충분히 잘할 수 있는데…부상만 아니었어도…기회만 더 있었어도…”라며 고개를 떨궜다.

갈 곳 없는
체육특기자

문제는 이렇게 선택을 받지 못하고 갈 곳 없는 선수들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7년 12월 기준으로 국내 고등학교 야구부는 75개. 그러나 대학 야구부는 그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치는 28개뿐이다(23개의 4년제 대학교와 5개의 2년제 전문대학이 있으며 서울대학교는 제외한다).

2018년도 대입 야구 종목의 체육특기자 진학 상황을 살펴보면 서울지역 16개의 교교야구팀의 졸업예정자 선수 중 18%가, 전국적으로는 30% 이하의 선수들만이 대학교 야구부로 진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전국적으로 해마다 700여명의 선수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가운에 이들 중 상급학교인 4년제 종합대학교와 2년제 전문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선수들은 약 200여명에 불과하다.


프로야구단의 지명자(지난해 11월 프로야구단 지명대상자는 954명이었으나 단 110명만이 프로 유니폼을 입게 됐다)를 더해도 야구특기생들을 모두 담아내기는 턱없이 부족하다. 나머지 선수들은 야구를 그만두는 것은 물론 ‘청년백수’로 방황하거나 군에 입대해야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그들이 이대로 방치될 경우 야구도, 제2의 길도 찾을 수 없는 잉여인력이 돼버린다는 점이다.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면 엘리트 야구인으로서의 길이 사실상 막혀버린다. 선수생활이 끝났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다고 지금부터 공부해서 입시를 준비한다거나 취업을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경기도 소재 모 고등학교서 왔다는 A선수의 어머니는 “이 아이들은 정규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입학에 실패했을 때 뭘 시켜야할지 막막했다”고 말했다.

선수 출신 학생 매년 700여명
진학 못하면 청년백수로 방황

매년 700여명의 야구특기생 졸업생들이 생겨난다. 따라서 이들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서 나온 대안이 국내 4년제 대학교의 ‘평생교육원 야구부’ 창단이다.

김형기 인천대학교 평생교육원 교학팀장은 “지난 전국체전서 인천시 태권도부가 생긴 이래 10년 만에 은메달을 땄다. 여기에서 모티브가 나왔다. 우리는 그들에게 장학금은 지급하지 못하지만 환경은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그들은 열심히 해서 인천대학교를 빛내주면 학교와 개인 모두 상생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평생교육원 야구부 창단배경을 설명했다.
 

평생교육원 야구부는 ‘학점은행제’를 기반으로 한다. 정해진 학점을 모두 채우면 특정대학 학위 혹은 교육부장관이 수여하는 정식 학사 학위가 수여된다. 

학위 취득뿐만 아니라 야구도 계속 할 수 있다. 평생교육원 야구부에 소속된 이들은 수업을 모두 듣고 야구부 훈련을 병행하며 4년 후를 기약한다는 점에서 일반 대학교 야구부와 별반 차이가 없다.

사실 평생교육원 야구부 창단은 많은 문제를 감내한 후에야 가능했다. 가장 큰 문제는 기존 대학야구연맹팀들의 반대였다. 그들은 평생교육원 야구부를 인정하지 않았다. 정식대학이 아니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당연히 리그에 편입될 수 없었다. 그런데 반전이 생겼다.

2017년 엘리트 스포츠와 생활체육이 통합되었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세종대, 가천대 등을 클럽으로 등록시켰다. 

클럽으로 등록이 된 후 대학야구연맹에 소속된 팀들과는 경기를 할 수가 없기에 그들은 독자적인 조직을 만들기로 결의했고 한국대학야구협회(KUBA, Korea University Baseball Association)라는 독립적인 단체를 발족시켰다.

세종대, 가천대 등 평생교육원서 창단된 야구부는 한국대학야구협회에 소속되며 대한야구연맹과 별개로 그들끼리 리그를 만들어서 경기를 가질 예정이다. 인천대학교 평생교육원 야구부는 그 5번째 팀이다. 바야흐로 대학야구의 ‘독립리그’가 태동하는 것이다.

대학야구협회 소속 팀들의 리그전이 사실상의 독립리그가 되는 이유는 이 안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선수는 상위대학으로의 편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종신 인천대학교 평생교육원 야구부 감독은 “이 안에서 탁월한 재능을 보이면 74학점 이상을 이수하는 3학년 때부터 상위 대학으로의 편입이 가능하다. 학교서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정규대학이 아니라고 해서 야구 환경도 허술한 것은 결코 아니다. 인천대학교 평생교육원의 야구 인프라는 매우 훌륭했다. 일단 학교서 오전에 함께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커리큘럼을 마련해준다. 

인천대학교 평생교육원 정병철 담당교수는 “학생들이 학점이 모자라 졸업을 못하는 일이 없도록 체계적으로 수업 스케줄을 관리해줄 것이다. 특히 야구부는 단체 연습이 가능하도록 최대한 오전에 수업을 몰아서 많은 단체 훈련시간을 보장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년별로 수업 스케줄이 다르기 때문에 모여서 훈련이 힘든 기존 대학야구부들의 단점이 평생교육원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국대학야구협회
7∼8개팀 창단 예정

훈련 시설도 이날 입학설명회를 찾은 학생 및 학부모들에게 만족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김형기 팀장은 “인천전국체전이 개최되었던 2면의 야구장을 훈련용도로 제공하고 겨울철 몸을 만들기 위한 제물포캠퍼스 내 최신 웨이트트레이닝장, 식당 등 을 야구부를 위해 제공하겠다”며 “인원이 좀 더 보강이 되면 겨울철 훈련을 위한 실내연습장 또한 마련할 것이며 정원이 25명이 초과되면 코치도 1명 추가 충원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날 훈련시설들을 돌아본 학부모들은 훈련 시설에 대해서 상당히 만족해했다. 한 학부모는 “야구부가 없었던 학교인데도 시설이 상당히 잘 구축돼있다. 언제부터 훈련할 수 있느냐”라며 적극성을 보였다.

여기에 더해서 보다 많은 경기를 통해 경기력 향상을 꾀하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발표했다. 

김종신 감독은 “이들에게는 기록이 필요하다. 기록이 없는데 스카우터들이 이들을 어떻게 평가를 한단 말인가. 기록은 많은 경기를 뛰어야 만들어진다. 7∼8개 팀이 창단이 되면 토너먼트가 아니라 리그전을 통해 기량 향상을 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디자인고교에서 투수로 뛰었던 전상우(21)씨는 “나는 여러 조건 중 경기를 많이 한다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흡족해했다.

단지 야구에 대한 것뿐만 아니었다. 인천대학교 야구부 창단 설명회서 중요한 화두는 제2의 길을 위한 준비였다. 

김 감독은 “모두 프로에 가면 좋겠지만 한계가 있다. 당연히 제2의 길을 준비해야 하고, 우리는 그것까지도 생각하고 있다. 평생교육원 야구단의 진정한 가치는 어쩌면 거기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방치할 경우 심각한 사회문제
대안으로 평생교육원 야구부

실제 작년 11월 개최되었던 프로야구 2차드래프트 지명자 110인에 포함된 대졸 선수는 단 19명뿐이었다. 상위권 대학 엘리트 선수들에게 조차 프로행은 희박한 확률이다. 평생교육원 야구부도 이점을 인정하고 다양한 커리큘럼을 제공함으로써 학생들이 졸업 후 제2의 인생을 걸어갈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김형기 팀장은 “야구심판, 체육교사, 다양한 자격증 취득 등 여러 방면서 진로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할 생각이다. 4년의 시간을 결코 헛되이 보내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스포츠는 엘리트체육서 클럽 및 동호회 중심 생활 체육으로의 방향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제는 아무리 우수한 선수라고 할지라도 일정 학점을 취득하지 못하면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이는 모두가 공감하는 바람직한 발전 방향이다.

문제는 이러한 법이 시행되고 정착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일례로 이제 막 엘리트 스포츠에 입문하는 초등학생들이라면 대학진학에 실패해도 공부와 운동을 병행해왔기에 충분히 제2의 길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현 고등학생들은 그 과도기서 상대적인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이들은 엘리트 체육만을 강요받은 환경서 살아왔기에 체육을 그만두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서형준씨는 “다른 분들은 어떻게 느끼실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게 수업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수업은 잠자는 시간일 뿐이었다. 그것이 옳다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 그렇다는 것”이라며 “그렇게 10년을 지내오다가 바뀐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라며 우리에게 일방적으로 교실에 앉아있으라고 강요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것이 우리의 미래에 도움에 된다고 보는가. 좀 더 현실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항변했다.

즉 그들을 위한 현실적 대안이 필요한데 그런 점에서 평생교육원 야구부는 제도적 완충제 역할을 해줄 수 있다. 

대학야구협회는 현재 전국의 4년제 종합대학교에서 부설 운영 중인 평생교육원들과 연계해 야구부를 창단한 후 2018년부터 리그를 운영할 예정으로, 현재 약 7∼8개의 대학교서 창단을 본격화해 추진하고 있다. 

7∼8개라면 어림잡아 약 150명 이상의 학생들을 흡수할 수 있고, 그들은 4년의 기간 동안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경기력 향상 위한
체계적인 인프라

야구부 창단 설명회에 참석한 한 학부모는 “이런 좋은 제도가 있는 줄 몰랐다. 희망이 생기는 느낌이다. 학위 취득서부터 야구까지 아이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린 것 아니냐”며 반가워했다. 

동산고서 4번 타자를 맡으며 주전 1루수로 활약하기도 했었던 이대한(21)씨는 “나에게도 마지막 기회가 열렸다. 부상만 없다면 내 스스로의 잠재력을 믿는다. 좋은 기회가 주어진 만큼 이곳에서 명문대에 진학한 학생들보다 더 나은 실력을 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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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