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新풍속도 ‘사진정치’ 실태 열보기

사진 한 장으로 ‘죽거나’ 혹은 ‘살거나’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최근 정치권에 새로운 ‘유행’이 퍼지고 있다. 유력 정치인들이 과거 사진을 공개하고 자서전 발간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이는 현재와는 다른 과거 사진을 보임으로써 인생역정을 보이기도 하는 반면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서고 있다는 평가다. 또한 일반인들의 정서적인 호응을 이끌어내려는 의도가 담겨져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으며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사진 정치’는 더욱더 빈번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사진 공개로 긍정적 이미지 극대화
일반인 정서적 호응 이끌어 내려는 의도

연예인만큼이나 사진에 집착하는 직군은 정치인이다. 사진으로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이미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선거철만 되면 유권자에게 큰절을 올리는 사진과 친서민 행보를 과시하며 시장에서 악수를 하고 어린이를 안고 웃으며 찍는 사진은 정치인들에게 필수코스이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식상하기까지 할 정도다. 

자신들을 홍보하고 이미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진이 애용되고 있지만 자신들의 발목을 잡을 때도 있다.

한나라당 김태호 의원은 총리 후보자로 인사청문회를 받을 당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 집중 추궁을 당했다. 박 회장을 만난 시점에 대한 발언이 바뀌면서 거짓말 논란 등으로 여론이 나빠졌지만 그는 버텼다. 그런 와중에 박 전 회장과 함께 찍은 사진 한 장은 그를 한방에 물러나게 했다.

이렇듯 사진은 정치인들에게 ‘양날의 검’으로 작용됨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사진사랑은 멈출 줄 모른다.

사진정치의 힘
‘이미지 극대화’

최근 유력 정치인들의 사이에서 ‘사진정치’가 부각되고 있다. 딱딱하고 정형화된 정치인의 모습이 아닌 과거의 사진 한 장을 공개함으로써 일반인들에게 더욱더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가기 위한 의도가 담겨있다. 이러한 의도가 잘 반영된 듯 일반인들은 ‘참신하다’ ‘친숙한 이미지다’는 반응이 많다.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공개된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의 특전사 시절 사진이 사진정치의 대표적인 예다. 자신의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에 삽입된 이 사진에서 문 이사장은 베레모를 쓴 전투복 차림을 한 채 다부진 표정을 짓고 있다.

병역면제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기타 정치인들과의 차별화된 느낌과 함께 “역시 문재인은 다르다”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사진의 후광 덕분인지, 문 이사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며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손꼽히고 있다.

사진이 공개된 후 문 이사장은 야권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를 제치고,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순위다툼을 벌이고 있다. 사진정치의 효과를 톡특히 본 것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도 지난달 23일 모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고려대 재학시절 사진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사진에서 홍 대표는 성북구 종암동 하숙집 쪽마루에 앉아 통기타를 연주하고 있다.

홍 대표는 자신의 싸이월드 미니홈피 ‘洪-저의 어린시절’ 폴더에 통기타 사진 외에도 어린 시절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 상의를 탈의한 채 근육을 뽐내고 있는 사진 등이 있다.

문 이사장과 홍 대표의 사진이 화제가 되자 지난해 10월 폭발적 관심을 끌었던 박근혜 전 대표의 비키니 수영복 사진에 다시 세간의 이목이 쏠리기도 했다.

참여정부 시절 국정홍보처가 발간한 ‘대한민국정부 기록사진집’에서 처음 공개된 이 사진은  박 전 대표의 중학교 2학년 시절 풋풋한 소녀의 모습이 그대로 묻어난다.

경상남도 거제시 저도에서 찍은 이 사진의 박 전 대표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의상이라는 점과 앳된 소녀의 모습으로 네티즌들의 관심이 높다. 당시 박 전 대표는 동료 의원들이 이 사진을 화제에 올리자 별말 없이 웃어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이 사진이 다시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자 친박계의 반응은 ‘나쁠 것 없다’는 투다. 수영복 사진의 경우, ‘얼음공주’나 ‘지나친 원칙주의자’ 등과 같이 대중들이 다가서기 어려워하는 이미지를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과거사진 인기
인생역정의 순간

박 전 대표의 사진은 이뿐만 아니다. 지난 2009년 김연아 선수가 4대륙 피겨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직후 박 전 대표는 자신의 미니홈피에 ‘봄이 오는 소리’라는 제목으로 “김연아 선수의 우승 소식이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있듯이, 우리의 몸과 마음이 활짝 펴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갖길 바란다”며 스케이트를 신고 빙판 위에 서 있는 어린시절 사진을 공개했다. 방문자들은 “지금의 연아를 보는 듯합니다” “여전히 순수하시고 아름다우세요” 등등 다양한 반응이 나오며 화제가 됐다.

또한 운동을 즐겨 하는 박 전 대표는 수준급 테니스와 탁구 실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같이 탁구 치실 분 일촌 맺어 달라”는 제목의 사진에는 수백 개의 댓글이 달리며 인기를 모았으며, 환하게 웃으며 탁구를 즐기는 박 전 대표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박 전 대표의 미니홈피에는 어린시절 키웠던 애견 ‘방울이’의 사진과 함께 박 전 대표의 20대 모습, 취미생활인 자수 작품도 볼 수 있다.

또한 지난해에는 모교인 서강대가 일간지에 낸 지면광고에서 활짝 미소를 지은 모델로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이 광고는 서강대 자연과학부와 공학부가 신입생 모집을 위한 홍보용으로, 환하게 미소 지은 박 전 대표의 사진과 ‘서강대학교 이공계가 대한민국을 이끌겠습니다’라는 문구가 크게 적혀있었다.

이 같은 사진과 광고로 인해 박 전 대표는 기존의 차가운 이미지를 벗어나 친숙하고 따뜻한 면모를 구축하고, 서강대는 파생효과를 얻게 되었다는 평이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지난 2006년 경기지사를 마친 뒤 떠났던 100일간의 민심대장정 사진집 <길위에서 민심을 만나다>를 통해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채 논밭이나 탄광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사진들을 공개했다.

최근 사진정치가 각광받자 손 대표 측근들은 기자들에게 당시의 사진을 적극 홍보하고 있으며, 손 대표 미니홈피를 통해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총 225페이지에 달하는 민심대장정 폴더에는 학교, 농촌, 재래시장, 산업현장 등 민심 현장 곳곳에서 함께한 손 대표의 사진이 수록돼 있다.

효과 크지만
부작용도 우려돼

이처럼 사진정치는 이미 중요한 정치수단으로 자리 잡은 듯 보인다. 사진정치의 부각은 물론 효과 때문이다. 사진 한 장을 통해 드러나는 정치인들의 젊은 한때, 혹은 인생역정의 한 순간이 장문의 글보다 훨씬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에이스리서치센터 김봉현 연구원은 “하루에 수많은 정보를 접하는 현대인들에게 장문의 글보다 시각적 이미지의 파급력이 크다. 정치인들의 사진정치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와는 다른 모습이 대중의 호감을 끌 수도 있다. 예컨대 근엄한 이미지를 가진 박 전 대표의 비키니 사진이나, 직설화법을 구사하는 홍 대표가 담배를 문 채 기타를 퉁기는 장면 등은 사람들에게 평소 모습과 다른 친근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자신의 이미지를 더욱더 확고하게 전달할 수도 있다. 바르고 강직한 이미지인 문 이사장과 민생현안을 강조하는 손 대표는 사진을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더욱더 강하게 어필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사진은 이미지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특정 정치인들의 정치적 요소와 합치되기 어렵다’는 평가와 함께 잘못하면 정치인들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심어주고, 선거 등에서 유권자들이 잘못된 판단을 유도할 수도 있다는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여야의 잠룡들과 최근 여론조사에서 차차기 대선주자 1순위로 뽑힌 홍 대표의 사진정치가 상당한 파급력과 영향력을 보임에 따라 다른 정치인과 잠룡들의 ‘따라잡기’도 유행처럼 번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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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