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新풍속도 ‘사진정치’ 실태 열보기

사진 한 장으로 ‘죽거나’ 혹은 ‘살거나’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최근 정치권에 새로운 ‘유행’이 퍼지고 있다. 유력 정치인들이 과거 사진을 공개하고 자서전 발간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이는 현재와는 다른 과거 사진을 보임으로써 인생역정을 보이기도 하는 반면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서고 있다는 평가다. 또한 일반인들의 정서적인 호응을 이끌어내려는 의도가 담겨져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으며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사진 정치’는 더욱더 빈번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사진 공개로 긍정적 이미지 극대화
일반인 정서적 호응 이끌어 내려는 의도

연예인만큼이나 사진에 집착하는 직군은 정치인이다. 사진으로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이미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선거철만 되면 유권자에게 큰절을 올리는 사진과 친서민 행보를 과시하며 시장에서 악수를 하고 어린이를 안고 웃으며 찍는 사진은 정치인들에게 필수코스이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식상하기까지 할 정도다. 

자신들을 홍보하고 이미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진이 애용되고 있지만 자신들의 발목을 잡을 때도 있다.

한나라당 김태호 의원은 총리 후보자로 인사청문회를 받을 당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 집중 추궁을 당했다. 박 회장을 만난 시점에 대한 발언이 바뀌면서 거짓말 논란 등으로 여론이 나빠졌지만 그는 버텼다. 그런 와중에 박 전 회장과 함께 찍은 사진 한 장은 그를 한방에 물러나게 했다.

이렇듯 사진은 정치인들에게 ‘양날의 검’으로 작용됨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사진사랑은 멈출 줄 모른다.

사진정치의 힘
‘이미지 극대화’

최근 유력 정치인들의 사이에서 ‘사진정치’가 부각되고 있다. 딱딱하고 정형화된 정치인의 모습이 아닌 과거의 사진 한 장을 공개함으로써 일반인들에게 더욱더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가기 위한 의도가 담겨있다. 이러한 의도가 잘 반영된 듯 일반인들은 ‘참신하다’ ‘친숙한 이미지다’는 반응이 많다.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공개된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의 특전사 시절 사진이 사진정치의 대표적인 예다. 자신의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에 삽입된 이 사진에서 문 이사장은 베레모를 쓴 전투복 차림을 한 채 다부진 표정을 짓고 있다.

병역면제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기타 정치인들과의 차별화된 느낌과 함께 “역시 문재인은 다르다”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사진의 후광 덕분인지, 문 이사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며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손꼽히고 있다.

사진이 공개된 후 문 이사장은 야권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를 제치고,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순위다툼을 벌이고 있다. 사진정치의 효과를 톡특히 본 것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도 지난달 23일 모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고려대 재학시절 사진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사진에서 홍 대표는 성북구 종암동 하숙집 쪽마루에 앉아 통기타를 연주하고 있다.

홍 대표는 자신의 싸이월드 미니홈피 ‘洪-저의 어린시절’ 폴더에 통기타 사진 외에도 어린 시절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 상의를 탈의한 채 근육을 뽐내고 있는 사진 등이 있다.

문 이사장과 홍 대표의 사진이 화제가 되자 지난해 10월 폭발적 관심을 끌었던 박근혜 전 대표의 비키니 수영복 사진에 다시 세간의 이목이 쏠리기도 했다.

참여정부 시절 국정홍보처가 발간한 ‘대한민국정부 기록사진집’에서 처음 공개된 이 사진은  박 전 대표의 중학교 2학년 시절 풋풋한 소녀의 모습이 그대로 묻어난다.

경상남도 거제시 저도에서 찍은 이 사진의 박 전 대표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의상이라는 점과 앳된 소녀의 모습으로 네티즌들의 관심이 높다. 당시 박 전 대표는 동료 의원들이 이 사진을 화제에 올리자 별말 없이 웃어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이 사진이 다시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자 친박계의 반응은 ‘나쁠 것 없다’는 투다. 수영복 사진의 경우, ‘얼음공주’나 ‘지나친 원칙주의자’ 등과 같이 대중들이 다가서기 어려워하는 이미지를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과거사진 인기
인생역정의 순간

박 전 대표의 사진은 이뿐만 아니다. 지난 2009년 김연아 선수가 4대륙 피겨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직후 박 전 대표는 자신의 미니홈피에 ‘봄이 오는 소리’라는 제목으로 “김연아 선수의 우승 소식이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있듯이, 우리의 몸과 마음이 활짝 펴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갖길 바란다”며 스케이트를 신고 빙판 위에 서 있는 어린시절 사진을 공개했다. 방문자들은 “지금의 연아를 보는 듯합니다” “여전히 순수하시고 아름다우세요” 등등 다양한 반응이 나오며 화제가 됐다.

또한 운동을 즐겨 하는 박 전 대표는 수준급 테니스와 탁구 실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같이 탁구 치실 분 일촌 맺어 달라”는 제목의 사진에는 수백 개의 댓글이 달리며 인기를 모았으며, 환하게 웃으며 탁구를 즐기는 박 전 대표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박 전 대표의 미니홈피에는 어린시절 키웠던 애견 ‘방울이’의 사진과 함께 박 전 대표의 20대 모습, 취미생활인 자수 작품도 볼 수 있다.

또한 지난해에는 모교인 서강대가 일간지에 낸 지면광고에서 활짝 미소를 지은 모델로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이 광고는 서강대 자연과학부와 공학부가 신입생 모집을 위한 홍보용으로, 환하게 미소 지은 박 전 대표의 사진과 ‘서강대학교 이공계가 대한민국을 이끌겠습니다’라는 문구가 크게 적혀있었다.

이 같은 사진과 광고로 인해 박 전 대표는 기존의 차가운 이미지를 벗어나 친숙하고 따뜻한 면모를 구축하고, 서강대는 파생효과를 얻게 되었다는 평이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지난 2006년 경기지사를 마친 뒤 떠났던 100일간의 민심대장정 사진집 <길위에서 민심을 만나다>를 통해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채 논밭이나 탄광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사진들을 공개했다.

최근 사진정치가 각광받자 손 대표 측근들은 기자들에게 당시의 사진을 적극 홍보하고 있으며, 손 대표 미니홈피를 통해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총 225페이지에 달하는 민심대장정 폴더에는 학교, 농촌, 재래시장, 산업현장 등 민심 현장 곳곳에서 함께한 손 대표의 사진이 수록돼 있다.

효과 크지만
부작용도 우려돼

이처럼 사진정치는 이미 중요한 정치수단으로 자리 잡은 듯 보인다. 사진정치의 부각은 물론 효과 때문이다. 사진 한 장을 통해 드러나는 정치인들의 젊은 한때, 혹은 인생역정의 한 순간이 장문의 글보다 훨씬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에이스리서치센터 김봉현 연구원은 “하루에 수많은 정보를 접하는 현대인들에게 장문의 글보다 시각적 이미지의 파급력이 크다. 정치인들의 사진정치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와는 다른 모습이 대중의 호감을 끌 수도 있다. 예컨대 근엄한 이미지를 가진 박 전 대표의 비키니 사진이나, 직설화법을 구사하는 홍 대표가 담배를 문 채 기타를 퉁기는 장면 등은 사람들에게 평소 모습과 다른 친근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자신의 이미지를 더욱더 확고하게 전달할 수도 있다. 바르고 강직한 이미지인 문 이사장과 민생현안을 강조하는 손 대표는 사진을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더욱더 강하게 어필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사진은 이미지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특정 정치인들의 정치적 요소와 합치되기 어렵다’는 평가와 함께 잘못하면 정치인들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심어주고, 선거 등에서 유권자들이 잘못된 판단을 유도할 수도 있다는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여야의 잠룡들과 최근 여론조사에서 차차기 대선주자 1순위로 뽑힌 홍 대표의 사진정치가 상당한 파급력과 영향력을 보임에 따라 다른 정치인과 잠룡들의 ‘따라잡기’도 유행처럼 번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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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