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다스는 누구 겁니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이 조만간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명박 전 대통령 실소유주 의혹을 받는 다스의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수사팀이 정식 출범하고 공소시효와의 사투에 들어갔다. 이번 다스 수사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검찰이 비자금 조성 및 실소유주 논란이 계속 제기되고 있는 다스(DAS) 의혹에 대해 전담 수사팀을 꾸리고 본격 수사에 나선다. 이번 수사의 관전 포인트는 ▲다스의 2008년 120억원 횡령 의혹 ▲정호영 전 특별검사 ‘BBK’ 수사 축소 내막 ▲다스 실소유주 논란 ▲이시형 다스 일감 몰아주기 등이 될 전망이다.
대검찰청 반부패부(부장 김우현 검사장)는 문찬석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를 팀장으로 하는 ‘다스 횡령 관련 의혹 고발사건 수사팀’을 지난 22일 출범했다고 밝혔다. 수사팀은 문 팀장을 포함해 노만석 인천지검 특수부장(부팀장)과 평검사 2명 등 검사 4명과 수사관 및 자금추적 및 회계분석을 위한 인력 등 모두 10여명으로 구성된다.
수사내용은 대검 반부패부를 통해 검찰총장에 보고하며 사무실은 서울동부지검에 꾸린다. 문 팀장은 이날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일단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고발사건 수사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스와 관련한 검찰의 이 전 대통령 수사는 크게 ‘비자금 조성’과 ‘직권남용’의 두 갈래로 나뉜다. 수사팀은 ‘(성명불상의) 다스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의 형 이상은 다스 회장과 공모해 2003~2008년 다스의 해외 수입 원자재 가격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만들고, 국세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차명계좌로 관리했다는 혐의를 수사 중이다.
120억 비자금 실체?
참여연대는 지난 7일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스가 수입 원자재 가격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조성된 비자금 120억원이 모두 17명 명의의 43개 계좌에서 관리됐고 2008년 다스 계좌로 입금됐다는 것이다.
가장 많은 6개 계좌를 보유한 이모씨는 은행과 보험, 신탁 등에 총 11억7000만원을 넣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명의로 기업은행과 하나은행 등 금융기관에 예치된 돈은 약 120억이다. 명의를 변경하거나 해약한 후 재입금을 통해 옮겨졌다. 전문가들은 문건이 실제 다스 내부문건이라면 다스가 차명으로 운영한 불법 비자금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해왔다.
횡령 등 고발 사건 수사팀 출범
잇단 내부자 폭로로 의혹 재점화
수사팀은 비자금이 개인 횡령인지 회사 차원서 조성된 것인지에 중점을 두고 수사를 시작할 방침이다. 자료 검토에 주력하고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라며 대검찰청서 회계 요원을 지원받아 정밀 분석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수사팀은 비자금의 실체와 함께 문제의 ‘다스 실소유주’가 누구인지 파악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이 전 대통령은 다스의 ‘왕회장’” “이 전 대통령이 다스 돈을 가져다 썼다” 등 다스 내부자들의 증언이 다수 언론에 보도되는 등 이 전 대통령 당선 전후와 재임 시에 진행된 과거 수사보다 관련자들의 협조를 받기 수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검 알고 덮었나?
정호영 전 특별검사의 소환 여부도 이번 수사의 핵심 요소다. 검찰 측은 정 전 특검 소환에 관한 질문에 “피고발인이기 때문에 소환해야겠지만 그러기 위해 거쳐야 할 과정이 있다”며 “비자금 조성 행위가 2003년서 2007년 사이라 10년 이상 경과된 만큼 자료들이 남아있을지 우려되는 건 사실이다. 일단 할 수 있는 한 정석대로 수사할 것”이라고 답했다.
정 전 특검은 2008년 1∼2월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던 이 전 대통령의 다스, 도곡동 땅 실소유 의혹, BBK 주가조작 관여 의혹 등을 수사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이번 수사는 정 전 특검이 당시 120억원의 다스 비자금을 파악하고도 덮었다는 의혹서 출발한 사건이기 때문에 당시 자료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수사팀 판단이다.
수사팀이 원래 이 사건을 배당받았던 서울중앙지검 형사 1부에서 넘겨받아 검토 중인 수사기록 일체에는 당시 정 전 특검이 광범위한 자금흐름 추적을 통해 확인했던 비자금 관련 내용이 구체적으로 포함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자료 양이 방대해 며칠은 매달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필요하다면 서울중앙지검의 2007년 ‘도곡동 땅’ 수사와 ‘BBK 의혹’ 수사 자료도 살필 계획이다. 수사팀은 앞으로 비자금의 실체를 확인하고, 정호영 특검이 이를 알고도 인계하지 않은 것이 직무유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 과정서 다스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란 의혹이 해소될지도 이목이 집중된다. 수사는 속도전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 전 특검의 특수직무유기 혐의 공소시효가 채 2개월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스 내부 관계자는 “특검이 왔는데 특검 검사가 와서 사장실 가서 커피 한 잔 먹고 바로 갔어. 그게 다야. 금방 왔다가 금방 갔다”라고 밝혔다. 앞서 정호영 전 특검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대면조사서 꼬리곰탕을 먹으며 2시간 만에 끝내 부실수사 논란이 이어졌었다.
BBK 무슨 관계?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는 이 전 대통령이 재임 중 다스의 투자 피해금 140억원 회수에 국가기관을 동원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BBK 주가조작’ 사건 피해자들이 지난 10월 이 전 대통령과 김재수 전 로스앤젤레스 총영사를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사건이다.
피해자들이 주가조작을 저지른 김경준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진행하는 와중에 이 전 대통령 측이 외교부 등을 동원해 다스가 BBK에 투자했다가 회수하지 못했던 140억원을 먼저 돌려받도록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최근 전 청와대 행정관 출신 검찰 사무관을 불러 당시 청와대가 BBK 관련 소송에 관여했는지 물었다. 또 이상은 회장 밑에서 운전기사를 지낸 김모씨도 참고인으로 조사했다. 김씨는 최근 언론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고 주장한 인물이다.
실제로 이명박이 주인?
실소유주 규명에 초점
다스 실소유주 의혹은 2007년 대통령선거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된 BBK에 거액을 투자한 다스가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이 전 대통령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BBK는 이 전 대통령과 Lke뱅크를 설립한 김경준씨의 회사다. 이 전 대통령의 차명재산으로 의심받던 이상은씨 명의의 도곡동 땅 매각대금이 다스를 통해 BBK로 흘러들어간 수상한 흐름이 있다면서 다스 실소유주 논란이 떠올랐다.
2007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한 차례 수사했고, 이듬해 정호영 특검이 BBK 의혹을 수사했다. 당시 검찰 수사팀은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는 이상은씨가 아닌 제3자로 보이나 제3자가 누구인지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고 정 전 특검은 “BBK와 다스는 이 전 대통령과 무관하다”고 결론내렸다.
2011년 이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거주할 서울 내곡동 땅을 사는 과정서 이상은씨가 현금 6억원을 빌려줬는데 이 돈이 다스 비자금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실소유주 의혹이 또 불거졌다.
이광범 특검팀이 관련 수사를 진행했지만 끝내 돈의 출처를 밝히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이 전 대통령이 재임 중 다스의 BBK 투자금 회수를 위해 움직인 정황이 포착되는가 하면 ‘다스 실소유주는 이 전 대통령’이라는 내부자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이시형도 수사?
이 전 대통령은 ‘다스’의 주식을 1%도 소유하지 않았고 법적으로는 어떤 직책도 맡고 있지 않다. 하지만 이상하리 만큼 다스의 요직을 차지한 인물들 중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즐비하다.
최근에는 다스의 회계총괄이사와 주요 해외법인의 대표이사 자리, 그리고 국내 주요업체 여러 곳의 지분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에게 집중됐다. 다스의 전직 직원은 “아들이 입사한지 5년 만에 과장서 전무를 달았으니까. 역시 (다스는) 이명박 전 대통령 거다. 그렇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조카라고 하지만 입사한지 5년 만에 전무까지 초고속 승진을 한 그는 제 2의 ‘다스’라고 불리는 SM을 설립해 다스의 핵심 하청업체들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 다스의 한 하청업체 대표는 “제2의 ‘다스’를 만들어서 핵심 부품 업체를 인수하고 거기에 일감을 몰아주고 상속받게 하는, 그 과정에 이런 일들이 들어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과 아무 관련이 없다는 다스가 이시형씨의 회사인 SM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전 대통령 아들 시형씨가 다스의 핵심 납품업체를 잇따라 인수하는 등 다스를 ‘승계’받는 모양새가 연출되는 점도 실소유주 의혹을 부추긴다.
이번 수사를 통해 2007년 이후 검찰과 특별검사의 잇단 수사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다스와 이 전 대통령의 연관성이 규명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플란 다스의 계’ 동향
다스의 실소유주를 밝히기 위한 국민 모금 운동 ‘플랜 다스의 계’가 목표금액인 150억원을 초과 달성했다. 지난 26일 국민재산되찾기운동본부 홈페이지에 공개된 ‘플랜 다스의 계’ 참여자는 3만6477명, 누적 대여금은 150억824만2068원으로 목표금액인 150억원을 초과 달성했다.
국민재산되찾기운동본부는 모금액을 통해 자산관리공사가 매각 공고한 다스 주식을 사들이기 위해 이번 모금을 진행했다.
2대주주인 권영미 씨가 상속세를 다스 주식으로 납부하며 기획재정부에 귀속됐고 이를 자산광리공사가 세 부분으로 나눠 올해 초에 매각 공고했다. 운동본부 측이 1만주, 145억원치를 획득하게 될 경우 소액주주 자격으로 다스에 대한 주주총회 소집 청구권을 비롯해 회계장부 열람권 등의 권한을 얻게 된다.
대구지방국세청장인 안원구 국민재산되찾기 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다스 주주가 될 경우 최대 주주인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은 씨가 실소유주가 아니므로 의결권을 제한해달라는 소송을 법원에 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