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집안에서 손가락질 받는 사연

차별화로 ‘정권 재창출?’, 잘못하면 ‘정권 재교체!’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한나라당의 ‘청와대 때리기’가 점점 노골화하고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에 잇단 반기를 들며 당·청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공공연하게 ‘레임덕’을 언급하면서 대통령과의 차별화 시도를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이 대통령의 임기가 아직 1년 반이나 남은 점을 감안하면 때 이른 변화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역대 정권처럼 대통령의 탈당 요구가 거세게 나올 수 있다는 섣부른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집권 후반기 대통령 노골적 공격하는 과거 관행 답습
홍준표 “MB, 딴 건 잘하나 정치는 잘 못해” 직격탄

노태우 정권부터 여당 대표가 집권 후반기 들어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공격하는 관행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는 차기 대선을 위해 당·청 차별화가 시작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당권을 잡자마자 청와대와 차별성을 강조하는 듯 연일 정권을 향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그동안 공개석상에서 ‘당·청 일체’를 강조하며 “정부와 청와대와 당이 충돌하면 공멸한다”고 강조했던 홍 대표이기에 스스로 자신의 발언을 뒤집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최근들어 최고위원과 중도 쇄신파들까지 청와대 공격을 서슴지 않고 있다.


홍반장의 MB 비난
청, ‘살살 좀 하지...’


홍 대표는 지난 19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한나라 포럼’ 강연에서 “대통령이 정치를 잘못하고 있다”, “인사를 잘못해 국민들이 실망하고 마음이 떠나간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자기 혼자만 잘나고 똑똑하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고 같이 가야 하는데 ‘나 혼자 가야 하니까 따라와라’ 해서는 국가를 이끌기 어렵다”며 “(이 대통령이) 회사 경영하듯 국가를 경영해 지난 3년 반 동안 여의도 정치를 멀리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밤 12시에 주무시고 새벽 4시에 일어나는데, 이 노력이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정치를 잘못하기 때문”이라고 힐난했다.

발언의 수위를 놓고 본다면 여당 대표가 한 발언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위험천만(?)한 발언이다. 평소 당·청 일체를 강조해왔던 홍 대표였기에 급격한 입장 돌변을 둘러싸고 당 안팎의 파문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청와대측은 “반응을 보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한나라당 내에서는 “왜 갑자기 그런 발언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비판적인 의견과 “홍 대표의 지적이 맞다”는 반응이 뒤섞여 나오고 있다.

청와대가 즉각적인 반론을 펼치지 않는 것은 여당 지도부와 각을 세우기보다는 당·청간의 협력모드를 지켜나가겠다는 의지가 강해 보인다. 특히 8월 임시국회에서 여당의 협조를 통해 주요 국정과제 관련 법안들을 처리해야 한다는 점도 맞대응이 부담스러운 이유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홍 대표의 비판과 관련해 “강연을 직접 듣지 않아서 어떤 의도로 말씀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대통령을 비난하기보다는 본인이 생각했던 아쉬움들을 말씀하신 것으로 본다”며 “대통령이 정치를 못한다거나 인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보는 사람의 입장과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이처럼 홍 대표의 비판에 수세적으로 대응하는 이유는 홍 대표 취임 이후 공을 들여온 당·청 간 협력관계를 훼손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청와대는 그동안 홍 대표가 요구한 ‘당·정·청 9인 회동’ 폐지, 국정현안조정회의 신설, 주요 인사 발표 전 사전 통보 등을 모두 수용했고 실천했다. 주요 국정과제의 마무리와 임기 말 안정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여당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이 대통령이 한나라당 내의 부정적인 기류 속에서도 임명을 강행한 ‘권재진 법무부장관·한상대 검찰총장 카드’가 홍 대표의 지원으로 반발이 수그러들자 일종의 고마움의 표시라는 견해도 있다.


당·청관계 주도권
잡기 위한 포석?


홍 대표의 이 같은 비판에 당 안팎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반응은 대체로 두 갈래로 엇갈린다.

우선 ‘한나라포럼’에서 공개적으로 직격탄을 날린 것은 집권 후반기 당·청관계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잡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홍 대표는 이날 당 ‘선도론’을 언급하며 “과거에는 청와대가 인선 해서 통보하면 당이 감싸주는 거수기 역할을 했지만 앞으로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내년 양대 선거를 앞두고 청와대와의 차별화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역대 집권여당이 차기 대선 승리를 위해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지지도가 낮아지는 대통령을 공격하면서 상대적인 차별화를 꾀했던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홍 대표 체제’를 조기 안착시키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당직 개편 등을 둘러싸고 지도부간 불협화음이 극도로 표출됐다는 점에서 당·청 간 긴장감을 높이는 방식을 통해 당내 장악력을 제고하겠다는 고도의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홍 대표의 이날 발언을 민감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홍 대표 특유의 직설화법이 정제되지 않고 그대로 표현된 것일 뿐이며 실제로 홍 대표가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는 구체적 행동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홍 대표는 이날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 참석, 권재진 법무부장관 후보자와 한상대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문제 제기와 관련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는 점에서 이 같은 관측이 나온다.


MB 조기 탈당
압력 넣기 해석도


이 대통령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는 홍 대표만이 아니다.

MB정권의 산파역을 담당했던 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이 지난 20일 “지금 정부·여당에 대한 민심은 노무현 정부 말기와 똑같다”면서 “이대로 가다가는 총선에서 완패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 소장은 “(대통령) 레임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 “이를 막기 위해 민심을 거스르는 일들이 나오면 결국 재집권을 놓치는 것이고, 그것은 소탐대실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듣기에 따라 청와대 측에 무리수를 두지 말라는 뜻의 경고성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다.

유승민 최고위원은 “당도 그렇고 대선 예비후보인 박근혜, 김문수 등도 ‘MB노믹스’와는 결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최고위원은 ‘행복한 경제’를 위해 지금까지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했고 전당대회 직전 “정권 재창출을 위해 (대통령과) 차별화를 해야 하고, 대통령은 참고 따라와야 한다”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남경필 최고위원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온 나라가 썩었다’는 말을 했는데 남 말 하듯이 할 말은 아니다”고 밝혔고, 중도 쇄신파의 정태근 의원은 “당 개혁 핵심은 이명박 정부에 종속된 한나라당을 ‘국정운영의 중심이 되는 당당한 한나라당’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이 대통령과 거리를 뒀다.

이 같은 움직임에 이윤성 의원 등 중진들은 “시각에 따라 오해의 소지가 크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입조심을 당부하고 나섰지만, 친박계와 중도 쇄신파들의 분위기는 간단치 않다.

영남권의 한 친박계 의원은 “이미 친박 진영에서는 내년 선거를 위해 해야 할 것이 MB와의 단절뿐이란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다”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쇄신파의 한 의원은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여권 권력구도가 당 중심으로 재편돼야 하며, 여의치 않을 경우 역대 정권처럼 대통령의 탈당 요구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과거 정부에도 현직 대통령에 대한 여권의 차별화 전략은 반복돼왔다. 정국 장악력이 떨어진 대통령을 비판한 뒤 종국에는 탈당까지 유도해 현 정부와 단절된 새로운 이미지로 대선에 임하곤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92년 당시 노태우 대통령의 탈당 이후 대선에서 승리했고, 그 자신도 역시 15대 대선을 한 달 앞두고 이회창 신한국당 후보와 갈등을 겪다가 탈당했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도 각각 대선 7개월과 9개월 전에 당적을 정리했다.


지나친 차별화는
국정파행 부를 수도


말로만 하는 차별화는 종종 당사자뿐 아니라 국민에게 불쾌함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차별화를 하되 대통령직에 대한 존경을 해하지 않고 말로만 하는 차별화가 아닌 정책적 차별화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감정적으로 격앙되고 서로 원수지간이 되는 차별화는 여권의 차기 대권후보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이회창 후보 진영이 김영삼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위해 ‘YS 인형 화형식’을 가졌지만, 이는 YS의 방관을 불렀고 이인제 후보의 탈당과 독자출마로 이어져 대선 패배라는 쓴잔을 들었다.

대통령 짓밟기 시점도 너무 빠르다는 분석도 있다. 이 대통령의 임기는 아직 1년 반이나 남았다. 너무 빠른 현직 대통령과의 차별화는 국정운영의 파행을 부를 수 있을 뿐 아니라 결국 국민에게 손해가 돌아가게 된다. 게다가 차기 대권주자도 아닌 홍 대표의 발언은 격과 시점, 방식이 모두 정상적이지 않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이 임기 말에 이를수록 국민적 식상감이 커지기 때문에 선거를 앞둔 여당에서는 정권과 대립각을 세우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하지만 여당이 청와대와의 공동운명체로서 힘을 모으지 않고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은 정당정치의 본질을 벗어난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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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