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집안에서 손가락질 받는 사연

차별화로 ‘정권 재창출?’, 잘못하면 ‘정권 재교체!’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한나라당의 ‘청와대 때리기’가 점점 노골화하고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에 잇단 반기를 들며 당·청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공공연하게 ‘레임덕’을 언급하면서 대통령과의 차별화 시도를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이 대통령의 임기가 아직 1년 반이나 남은 점을 감안하면 때 이른 변화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역대 정권처럼 대통령의 탈당 요구가 거세게 나올 수 있다는 섣부른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집권 후반기 대통령 노골적 공격하는 과거 관행 답습
홍준표 “MB, 딴 건 잘하나 정치는 잘 못해” 직격탄

노태우 정권부터 여당 대표가 집권 후반기 들어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공격하는 관행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는 차기 대선을 위해 당·청 차별화가 시작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당권을 잡자마자 청와대와 차별성을 강조하는 듯 연일 정권을 향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그동안 공개석상에서 ‘당·청 일체’를 강조하며 “정부와 청와대와 당이 충돌하면 공멸한다”고 강조했던 홍 대표이기에 스스로 자신의 발언을 뒤집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최근들어 최고위원과 중도 쇄신파들까지 청와대 공격을 서슴지 않고 있다.


홍반장의 MB 비난
청, ‘살살 좀 하지...’


홍 대표는 지난 19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한나라 포럼’ 강연에서 “대통령이 정치를 잘못하고 있다”, “인사를 잘못해 국민들이 실망하고 마음이 떠나간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자기 혼자만 잘나고 똑똑하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고 같이 가야 하는데 ‘나 혼자 가야 하니까 따라와라’ 해서는 국가를 이끌기 어렵다”며 “(이 대통령이) 회사 경영하듯 국가를 경영해 지난 3년 반 동안 여의도 정치를 멀리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밤 12시에 주무시고 새벽 4시에 일어나는데, 이 노력이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정치를 잘못하기 때문”이라고 힐난했다.

발언의 수위를 놓고 본다면 여당 대표가 한 발언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위험천만(?)한 발언이다. 평소 당·청 일체를 강조해왔던 홍 대표였기에 급격한 입장 돌변을 둘러싸고 당 안팎의 파문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청와대측은 “반응을 보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한나라당 내에서는 “왜 갑자기 그런 발언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비판적인 의견과 “홍 대표의 지적이 맞다”는 반응이 뒤섞여 나오고 있다.

청와대가 즉각적인 반론을 펼치지 않는 것은 여당 지도부와 각을 세우기보다는 당·청간의 협력모드를 지켜나가겠다는 의지가 강해 보인다. 특히 8월 임시국회에서 여당의 협조를 통해 주요 국정과제 관련 법안들을 처리해야 한다는 점도 맞대응이 부담스러운 이유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홍 대표의 비판과 관련해 “강연을 직접 듣지 않아서 어떤 의도로 말씀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대통령을 비난하기보다는 본인이 생각했던 아쉬움들을 말씀하신 것으로 본다”며 “대통령이 정치를 못한다거나 인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보는 사람의 입장과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이처럼 홍 대표의 비판에 수세적으로 대응하는 이유는 홍 대표 취임 이후 공을 들여온 당·청 간 협력관계를 훼손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청와대는 그동안 홍 대표가 요구한 ‘당·정·청 9인 회동’ 폐지, 국정현안조정회의 신설, 주요 인사 발표 전 사전 통보 등을 모두 수용했고 실천했다. 주요 국정과제의 마무리와 임기 말 안정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여당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이 대통령이 한나라당 내의 부정적인 기류 속에서도 임명을 강행한 ‘권재진 법무부장관·한상대 검찰총장 카드’가 홍 대표의 지원으로 반발이 수그러들자 일종의 고마움의 표시라는 견해도 있다.


당·청관계 주도권
잡기 위한 포석?


홍 대표의 이 같은 비판에 당 안팎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반응은 대체로 두 갈래로 엇갈린다.

우선 ‘한나라포럼’에서 공개적으로 직격탄을 날린 것은 집권 후반기 당·청관계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잡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홍 대표는 이날 당 ‘선도론’을 언급하며 “과거에는 청와대가 인선 해서 통보하면 당이 감싸주는 거수기 역할을 했지만 앞으로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내년 양대 선거를 앞두고 청와대와의 차별화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역대 집권여당이 차기 대선 승리를 위해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지지도가 낮아지는 대통령을 공격하면서 상대적인 차별화를 꾀했던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홍 대표 체제’를 조기 안착시키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당직 개편 등을 둘러싸고 지도부간 불협화음이 극도로 표출됐다는 점에서 당·청 간 긴장감을 높이는 방식을 통해 당내 장악력을 제고하겠다는 고도의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홍 대표의 이날 발언을 민감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홍 대표 특유의 직설화법이 정제되지 않고 그대로 표현된 것일 뿐이며 실제로 홍 대표가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는 구체적 행동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홍 대표는 이날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 참석, 권재진 법무부장관 후보자와 한상대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문제 제기와 관련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는 점에서 이 같은 관측이 나온다.


MB 조기 탈당
압력 넣기 해석도


이 대통령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는 홍 대표만이 아니다.

MB정권의 산파역을 담당했던 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이 지난 20일 “지금 정부·여당에 대한 민심은 노무현 정부 말기와 똑같다”면서 “이대로 가다가는 총선에서 완패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 소장은 “(대통령) 레임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 “이를 막기 위해 민심을 거스르는 일들이 나오면 결국 재집권을 놓치는 것이고, 그것은 소탐대실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듣기에 따라 청와대 측에 무리수를 두지 말라는 뜻의 경고성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다.

유승민 최고위원은 “당도 그렇고 대선 예비후보인 박근혜, 김문수 등도 ‘MB노믹스’와는 결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최고위원은 ‘행복한 경제’를 위해 지금까지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했고 전당대회 직전 “정권 재창출을 위해 (대통령과) 차별화를 해야 하고, 대통령은 참고 따라와야 한다”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남경필 최고위원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온 나라가 썩었다’는 말을 했는데 남 말 하듯이 할 말은 아니다”고 밝혔고, 중도 쇄신파의 정태근 의원은 “당 개혁 핵심은 이명박 정부에 종속된 한나라당을 ‘국정운영의 중심이 되는 당당한 한나라당’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이 대통령과 거리를 뒀다.

이 같은 움직임에 이윤성 의원 등 중진들은 “시각에 따라 오해의 소지가 크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입조심을 당부하고 나섰지만, 친박계와 중도 쇄신파들의 분위기는 간단치 않다.

영남권의 한 친박계 의원은 “이미 친박 진영에서는 내년 선거를 위해 해야 할 것이 MB와의 단절뿐이란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다”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쇄신파의 한 의원은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여권 권력구도가 당 중심으로 재편돼야 하며, 여의치 않을 경우 역대 정권처럼 대통령의 탈당 요구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과거 정부에도 현직 대통령에 대한 여권의 차별화 전략은 반복돼왔다. 정국 장악력이 떨어진 대통령을 비판한 뒤 종국에는 탈당까지 유도해 현 정부와 단절된 새로운 이미지로 대선에 임하곤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92년 당시 노태우 대통령의 탈당 이후 대선에서 승리했고, 그 자신도 역시 15대 대선을 한 달 앞두고 이회창 신한국당 후보와 갈등을 겪다가 탈당했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도 각각 대선 7개월과 9개월 전에 당적을 정리했다.


지나친 차별화는
국정파행 부를 수도


말로만 하는 차별화는 종종 당사자뿐 아니라 국민에게 불쾌함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차별화를 하되 대통령직에 대한 존경을 해하지 않고 말로만 하는 차별화가 아닌 정책적 차별화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감정적으로 격앙되고 서로 원수지간이 되는 차별화는 여권의 차기 대권후보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이회창 후보 진영이 김영삼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위해 ‘YS 인형 화형식’을 가졌지만, 이는 YS의 방관을 불렀고 이인제 후보의 탈당과 독자출마로 이어져 대선 패배라는 쓴잔을 들었다.

대통령 짓밟기 시점도 너무 빠르다는 분석도 있다. 이 대통령의 임기는 아직 1년 반이나 남았다. 너무 빠른 현직 대통령과의 차별화는 국정운영의 파행을 부를 수 있을 뿐 아니라 결국 국민에게 손해가 돌아가게 된다. 게다가 차기 대권주자도 아닌 홍 대표의 발언은 격과 시점, 방식이 모두 정상적이지 않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이 임기 말에 이를수록 국민적 식상감이 커지기 때문에 선거를 앞둔 여당에서는 정권과 대립각을 세우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하지만 여당이 청와대와의 공동운명체로서 힘을 모으지 않고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은 정당정치의 본질을 벗어난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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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