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net세상> ‘지하철 매너손’ 논란 일파만파

지하철 타면 남성들은 모두 ‘성자’ 돼야?

지난 한주 ‘지하철 매너손’이라는 제목의 글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이 글에는 4600여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며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이 치열했고, 특히 남성들의 반발이 거셌다. 논란이 계속되자 여성으로 추정되는 글 작성자는 사과의 해명 글을 올렸고 ID를 삭제했다. 그러자 이번엔 여성 네티즌들이 “왜 사과하냐”며 반발에 나섰다. 각종 패러디물이 넘쳐나고 ‘신종 성차별’로 대두되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지하철 매너손’ 파문의 전말을 살펴봤다.

사과 했지만 끊이지 않는 논란 ‘신종 성차별’
지하철 성추행 경각심 일깨워준다는 시각도


지난 6일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ID ‘예비약사’가 올린 글이 수많은 네티즌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이 네티즌은 “아침 7시 반에 지하철을 타는 여성”이라고 밝히면서 “말 안해도 알겠지만 그 시간대에 꽉 끼어서 가게 된다. 지금부터 하고 싶은 말은 남자들의 ‘매너손’이다”고 말했다.

이어 “앞뒤좌우에 남자들 틈에 끼어 가게 됐는데 옆에 있는 할아버지가 두 주먹 불끈 쥐고 차렷 자세로 서 있어 제 옆 엉덩이를 자꾸 툭툭 치더라”면서 “지하철 운행의 반동으로 그러겠지만 너무 신경 쓰여 최대한 닿지 않고 가고 있었다.

그런데 뒤에 한 아저씨는 서류가방을 두 손으로 잡고 서 있는데 제 엉덩이가 닿을만한 곳에 위치해 신경 쓰였다”고 자신의 불쾌했던 경험담을 전했다.

대한민국이 ‘와글와글’

그녀는 특히 “제가 오버(과장)하는 것 같아 아저씨들한테도 미안하기도 하지만, 진짜 나쁜 의도로 손위치를 두는 것 아닌지 생각도 든다”며 “지하철을 타는 남성분들이 손을 조금만 올리고 있으면 진짜 감사할 것 같다.

나는 늘 기도하는 자세(양손을 가운데로 모은 형태)로 간다”고 밝혔다. 그녀는 이어 “퇴근시간 지하철에 한 회사원이 자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눈을 감은 채 다른 여성에게 손을 엉덩이에 두고 밀착해 가는 것을 보았다”며 “이건 정말  아니다 싶어 티나게 쳐다봤다”고 황당했던 순간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남자들 기도하는 손 어려운가요?”라고 글을 끝맺었다.

이글은 트위터 등 각종 SNS는 물론 커뮤니티 사이트들로 광범위하게 퍼졌으며 글을 접한  대다수 남성 네티즌들은 “남자를 다 변태로 보는 거냐? 기분 나쁘다” “이건 역차별이다. 여자들도 매너손을 해라” “접촉이 싫으면 만원 지하철 타지 말고 택시를 타세요” 등의 글로 비난에 나섰다.

ID ps***는 “이런 사고방식과 개념은 어떻게 하면 나올 수 있는 것이냐”면서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나오는 이기주의 발상이다. 공동체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한 사람의 쓸데없는 하소연일 뿐이다”고 힐난했다.

반면 “의도적인 신체 접촉은 기분 나쁜 게 사실” “꼭 기도하는 모습이 아니더라도 요령껏 매너손 가능할 텐데요” “서로 간에 오해 없게 미리 조심하자는데 왜들 이러시나” 등 옹호하는 의견도 보였다.

또한 일부 남성 네티즌들은 “남자들도 성추행범으로 오해 받을까봐 얼마나 신경을 쓰는데...” “만원 지하철에서는 부득이 신체접촉이 있을 수밖에 없다. 남자들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며 모든 남성을 이상한 시선으로 보지 말아 달라는 의견도 많았다.

한 남성 네티즌은 “남자들도 여자들 가슴이 와 닿으면 좋은 줄만 아느냐. 아침부터 상당히 짜증난다. 매너손 요구하기 이전에 매너가슴부터 해달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자신의 글로 논란이 가중되자 최초 글의 작성자인 여성 네티즌은 “내용이 과장되고 있어서 당황스럽다”며 “매너손 강요가 아닌 넋두리일 뿐, 경솔했다”라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모든 남성을 변태로 만들어 놓고 문제가 불거지자 이런 글을 올렸다”는 비난이 지속됐다.

이에 작성자는 ‘예비약사’였던 아이디를 ‘죄송합니다’로 바꿔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는 두 번째 사과문을 게재하고 아이디를 삭제했다. 두 번째 사과 글에 그녀는 “우선 이런 글을 다른 분들이 어떻게 느낄지는 생각 안하고 그냥 제가 느낀 감정만을 올린데 대해 죄송합니다”는 말로 논란의 종식을 바라는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그녀는 자신의 글이 남성비하의 의도로 작성한 것은 아니라는 뜻을 강조했고 “지금 너무 당황스럽고 무서워 어떻게 죄송하다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짧게라도 정식으로 사죄의 글을 올려야 할 것 같았다”며 자신의 글로 파문이 커져 두려웠고 악플로 상처받은 마음을 나타냈다.

이같은 그녀의 사과에 네티즌들은 “사과까지 할 일 아닌데”, “여성의 입장에선 당연한 말인데 무서워 마세요” 등 위로와 격려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또 다른 남성 네티즌은 “남녀 모두 매너손을 하자고 제안했다면 논란이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일방적으로 남자들에게 매너손을 하자고 말해 불쾌감을 줬다”라고 반박했다.

‘불꽃남***’는 자신의 트위터에 “세상이 갈수록 삭막하고 각박해져가면서 사람으로서의 정은 많이 없어진 듯하다. 자신의 불편만 생각하는 이기주의 발상이 세상을 점점 살기 어렵게 만드는 듯해 안타깝고 씁쓸하다”고 말해 많은 알티(트위터상에서 전파하는 것)를 받았다.

성추행 재각성 필요

지하철 성추행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따라서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서는 안 된다는 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게다가 지하철 성추행이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여서 여성의 조심스러운 입장을 서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지하철 매너손 논란 당시 단순히 매너손이 문제가 아닌 거시적인 측면에서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 바 있어 만원 지하철에서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