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검찰총장, 어디서 뭐하나?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11.15 12:58:19
  • 호수 11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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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마조마’ 발 뻗고 못 잔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검사들이 무더기 구속됐다. 개국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가운데 전 정권 검찰총장들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재임 시절 부하 검사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마당에 김수남·김진태 전 총장의 책임도 중하다는 것. 퇴임 후 편치 않은 나날을 보내고 있을 전 총장들의 근황을 살폈다.
 

박근혜정부 시절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장호중 검사장 등 현직 검사 2명이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판사는 지난 7일, 위계 공무집행방해 및 위증교사 등의 혐의로 청구된 장 검사장, 이제영 대전고검 검사,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 고모 전 종합분석국장 등 4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편치 않은 나날
돌연 미국행 왜?

강 판사는 구속영장 발부 배경에 대해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밝혔다. 

장 검사장 등은 국정원 파견 당시 내부 태스크포스(TF)팀 소속이었다. 현직 검사장이 구속되기는 게임회사 넥슨서 각종 특혜를 받은 혐의로 지난해 7월 구속된 진경준 전 검사장에 이어 검찰 역사상 두 번째다. 

이들은 이미 구속된 김모 전 심리전단장, 문모 전 국익정보국장과 함께 검찰의 국정원 압수수색에 대비해 미리 위장 사무실을 마련하고 수사나 재판과정서 직원들에게 증거를 없애고 허위 진술을 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장 검사장은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앞서 영장심문포기서를 제출했다. 

지난달 30일 부산지검장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된 바 있다. 이제영 의정부지검 형사5부장검사 역시 같은 날 대전고검 검사로 발령났다.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비지휘 보직으로 인사조치된 것이다. 

이날 영장심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는 당시 법률보좌관이었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수사팀은 “고인 및 유족에 대해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하는 바이며 매우 안타까움 심경을 금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문무일 검찰총장 역시 이날 변 검사 빈소를 찾아 “비통한 심정이다. 고인과 유족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일각에선 변 검사의 죽음과 관련해 ‘문무일 책임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정권교체 후 진행된 ‘적폐 수사’ 방식에 대한 이견이 검찰조직 내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적폐 수사 과정에선 전임 검찰총장이 정권 입맛에 맞춰 외면 혹은 은폐했던 정황도 드러나고 있는 상황. 이 때문에 일각에선 김수남·김진태 전 검찰총장이 공수처 1호 대상에 오를 것이라고도 입을 모으고 있다. 

전 정권 정치 검사들 줄줄이 구속 
적폐 낙인 찍힌 구세력 숙청 작업


김수남 전 총장은 지난 5월 문재인정권이 들어선지 한 달도 안 돼 중도 하차했다. 김 전 총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2015년 12월2일 취임했으며, 내달 1일이 임기 만료일이다. 그는 임기를 6개월여 남겨두고 검찰을 떠났다. 

이후 김 전 총장은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은 채 지난 8월 돌연 미국으로 출국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김 전 총장이 미국 서부의 한 대학서 연수받으며 장기 체류할 계획이다. 실제로 김 전 총장은 검사 시절 미국 동부의 조지 워싱턴대로 연수를 간 적이 있다. 
 

일각에서는 김 전 총장이 현 정부의 ‘적폐 청산’ 수사라는 소나기를 피해 미국에 간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했다. 김 전 총장이 정권 입맛에 맞는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김 전 총장은 박근혜정부서 굵직한 사건들을 진두지휘했다. 수원지검장 시절(2013년)엔 ‘이석기 전 국회의원의 내란음모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박근혜정권의 눈엣가시였던 통합진보당 해산에 혁혁한 역할을 했다.

그해 말 서울중앙지검장에 발탁돼 이듬해 11월의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최순실씨 전 남편인 정윤회씨가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 이른바 ‘문고리 3인방’ 등과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담긴 문건 관련 수사였다. 검찰은 문건 내용보다는 유출 경위를 집중 수사했다. 

박 대통령이 “시중의 근거 없는 풍설을 모은 ‘찌라시’”라며 수사 가이드라인을 밝힌 이후였다. 이에 대해선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당시 민정비서관이었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밑그림을 짠 것으로 전해진다.

자주 통화한 정황
김기춘 꼭두각시?

서울경찰청 정보분실에 있는 청와대 문건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서 집행유예를 받은 한일 경위도 “당시 민정비서실서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하라는 회유가 있었다. 당시 검찰이 압수한 휴대전화에 ‘최순실이 대통령의 개인사를 관장하고 대한승마협회 등에 갑질을 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당시 검찰은 문건이 언론에 유포된 불법 유출 경위에 대한 수사만 이루어졌으며 비선 개입 의혹 등은 전혀 수사하지 않았다. 비선 개입 관련 수사를 하지 않은 게 결국 ‘최순실 게이트’로 번지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당시 박영수 특검은 “‘정윤회 문건유출 사건’ 관련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김 전 총장 역시 수사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특검 과정서 김 전 총장이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 됐음에도 그와 수차례 통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3월2일 박영수 특별검사는 김 전 총장이 2016년 8월16일, 8월23일, 8월26일 세 차례에 걸쳐 우 전 수석과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다.


김진태 전 총장은 2012년 12월부터 대검찰청 차장검사를 지냈으며 이듬해 4월 현직서 물러나 8월부터 법무법인 ‘인’의 고문변호사로 재직했다. 그러다 채동욱 전 총장이 중도 하차하면서 2013년 12월2일 제40대 검찰총장에 임명됐다. 김진태 전 총장은 2년의 임기를 마치고 2015년 12월에 퇴임했다.

세월호 의혹에
문건 은폐 의혹

퇴임 후 김진태 전 총장은 현재 변호사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한변호사협회는 김진태 전 총장에게 지난 5월 변호사 개업 자제를 권고했다. 그는 검찰총장 임명 전 이미 변호사 활동을 한 바 있어서 개업 신고만 하면 사건 수임이 가능하다. 

김진태 전 총장은 <경북일보>에 지난해 1월부터 현재까지 ‘김진태의 고전시담’이라는 칼럼을 쓰고 있다.
 

김진태 전 총장 역시 김수남 전 총장과 마찬가지로 정권 입맛에 맞는 수사를 해 비판을 샀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사건, 청와대 문건유출 사건 등 정치권과 연루된 사건 처리 당시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김진태 전 총장은 청와대의 ‘광주지검 세월호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 당시 김진태 전 총장이 변찬우 광주지검장에게 전화를 걸어 세월호 해경 수사팀을 해체하라고 압력을 넣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2014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청와대가 당시 검찰총장까지 동원해 수사팀에 압력을 넣은 것으로 해석된다. 

광주지검은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사고가 터진 이후 윤대진 형사2부장을 팀장으로 한 해경 수사 전담팀을 꾸렸다. 당시 광주지검은 ‘해경 부실구조 의혹’이 제기된 만큼 해경이 참여하는 검경 합동수사본부와 별개로 자체 팀을 꾸렸다.

임기 못 채우고 중도 하차
언제 불려갈까 ‘좌불안석’

하지만 청와대는 6·4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서 해경 수사를 부담스러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총장이 변 지검장에게, 우병우 전 수석(당시 민정수석비서관)은 윤 팀장에게 각각 전화를 걸어 수사팀 해체는 물론 지방선거 뒤까지 수사를 미루도록 압력을 행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 김 전 총장과 우 전 수석은 검찰 수사 과정서 번번이 훼방을 놓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도 정윤회 문건 파동 당시 김진태 전 총장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수시로 통화한 사실도 드러났다. 또 2014년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 당시 정윤회씨 집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김진태 전 총장의 지시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전현직 검찰 관계자들은 김진태 전 총장이 일과 중 김기춘 전 실장의 전화를 수시로 받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김진태 전 총장이 대검 8층 집무실서 간부들과 회의를 하다가도 ‘실장 전화다’면서 받았다” “어떤 사안을 논의하기 전에 ‘실장한테서 전화를 받았다’는 말을 하는 일이 자주 있었다”고 털어놨다. 

또 “그 때 김기춘 실장이 총장에게 수시로 전화를 건다는 것은 대검 과장급 이상 간부들이면 다 아는 일이었다”는 말도 소개했다.

‘대통령의 뜻’
청 하명 증거?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일지에도 김진태 전 총장이 김 전 실장의 하명을 받았다는 사실이 기록돼있다. 정윤회씨 집을 제외한 압수수색 이틀 전, 일지 메모엔 ‘령뜻 총장 전달-속전속결, 투트랙’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이 메모서 령뜻은 ‘대통령의 뜻’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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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