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엄마’들이 모여 지역 정보 공유와 소통을 위한 목적으로 시작된 인터넷 ‘맘카페’가 최근 각종 분쟁에 휩싸이고 있다. 특히 일부 맘카페의 운영자들이 카페를 개인의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운영자의 욕심 때문에 상업화로 물든 맘카페에 피해는 고스란히 회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지역의 엄마들이 가입해 정보를 공유하는 ‘맘카페’. 엄마들은 맘카페를 통해 육아와 교육에 대한 많은 정보를 나눈다. 지역 맘카페는 보통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로 구성돼있다. 초기에는 젊은 가정주부들을 중심으로 육아 정보가 공유됐는데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직접 경험했다’는 점에서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점차 회원 수가 늘어 대형 맘카페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돈 주고 홍보
최근에는 육아는 물론, 이웃끼리 지역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데까지 범위가 넓어져 전국 신도시나 주거공간이 밀집된 곳의 맘카페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문제는 일부 맘카페서 공유되는 정보가 ‘권력화’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지역 상권에서는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한다.
일부 맘카페는 정보 공유로 얻은 권력을 ‘상업화’하기도 한다. 최근 한 맘카페서 수백명의 회원들과 운영자 간에 법적 분쟁이 촉발됐다. 문제의 발단은 운영자가 지역 상인들로부터 받는 협찬비(광고비) 때문이었다.
이 맘카페의 운영자는 매달 협찬비로 수천만원의 금원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운영자가 광고 대행업체를 통해 마치 글쓴이가 맘카페 일반 회원인 것처럼 속여 카페에 지속적으로 협찬사의 광고글을 올리고 수십개의 아이디를 이용해 후기 댓글을 달며, 여론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도 있다.
맘카페 운영진을 맡았던 A씨에 따르면 카페 운영진들은 지역 상인들이 카페에 광고를 올리게 해주는 대신 한 건 당 30만원서 50만원의 광고비를 요구했다.
여기에 일부 업체에는 지역 행사 등이 열릴 때 ‘협찬’을 요구하기도 했다.
A씨는 “관련 업체만 100여개가 넘었다. 단순 계산으로만 홍보 수익이 3000만∼5000만원에 달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광고비를 내지 않은 업체의 ‘후기’ 글이 올라오면 통보 없이 글이 삭제되기도 했다. 회의감이 들었던 A씨가 카페 수익에 대한 글을 올렸다. 이에 동조하며 투명화를 요구하는 회원들이 하나둘 늘어났고 운영자의 운영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운영자는 자신의 운영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회원들이 작성한 게시글을, 단순히 자신의 맘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무런 동의나 사전 경고 없이 임의로 삭제했다. 맘에 들지 않는 회원은 강제탈퇴(강퇴)시키고 활동정지를 시켰다.
카페에 광고 올리고 대가로 광고비 요구
업체만 100여개 수익 5000만원 추정
이에 대해 카페 운영자는 “회원들이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며 “업체가 다양하고 각양각색이라 모두 광고를 허용하면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수 없다. 제한적인 홍보 기회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라고 강조했다.
지역 맘카페는 여타 카페들과는 다른 특징이 있다. 우선 오프라인의 소모임이 매우 활발하다. 엄마들이 온라인에서만 정보를 주고 받는 것이 아니라 자녀들을 동방해 오프라인서 만나 식사도 같이 하고, 대화를 나누며 친목을 다진다.
카페 내에서 주고 받는 질문과 답변들도 ‘우리 아이가 아픈데, 동네 좋은 병원을 알려달라’는 등의 생활에 매우 밀접하고 중요한 내용이 많다. 그런데 이런 카페서 정당한 이유도 없이 강제 탈퇴를 당하고 활동정지를 당하게 된 회원들은 황당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해당 카페는 지역서 가장 규모가 큰 맘카페고 이를 대체할만한 다른 카페는 아직 전무한 상황. 수십명의 회원들이 아이를 기르며, 이웃인 다른 엄마들과 필요한 정보를 나누고, 정을 나누고, 때로는 물건을 공유하면서 즐거움을 함께할 공간을 잃어버렸다.
이곳만의 문제가 아니다. 또 다른 지역의 한 맘카페서도 최근 운영자가 상업화 방침을 밝히면서 회원들의 반발을 샀다. 설립 당시 광고 글을 싣지 않는 ‘클린 카페’로 운영하겠다고 해 놓고 운영자가 임의로 광고 글을 게시하겠다고 나선 것.
이에 항의한 회원들이 운영자의 퇴진을 요구하자 상업화는 없던 일로 됐지만 이를 계기로 운영자의 권한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카페의 한 회원은 “카페의 규모가 커질수록 운영자는 카페 밖에서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라며 “운영자가 지역에 사는 엄마를 대표하는 사람으로 인식돼 정치인, 시장, 시의원뿐만 아니라 조그만 상점 주인에게까지도 VIP로 인식될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운영자가 왕
지역맘 카페서 이뤄지는 협력업체 광고나 이벤트의 경우 매출의 일정 부분이 운영자에 돌아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엄마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카페인 만큼, 개인의 사유물이 돼서는 안된다는 것이 회원들의 지적이다.
회원 B씨는 “카페 운영자라고 해서 카페가 그의 사유재산은 아니지 않느냐”며 “회원들이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고, 정보를 교류하는 곳인 만큼 운영자의 권한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