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 베이스볼> 서울 길동초 야구부 김재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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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7.11.13 10:34:38
  • 호수 11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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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봄날이 찾아왔어요”

<일요시사>가 야구 꿈나무들을 응원합니다. 야구학교와 함께 멀지 않은 미래, 그라운드를 누빌 새싹들을 소개합니다.
 

1995년 2월 당시 코치였던 김재일 감독은 지휘봉을 이어받았다. 부임 후 4년 동안 이렇다할 성적이 없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그런 끈기를 하늘도 알아준 것일까. 길동초 야구부에 다시 봄날이 찾아왔다. 부흥기를 이끈 김 감독을 만나봤다.

-감독님의 이력이 궁금하다

▲효재초등학교-보성중학교-보성고등학교를 거쳐 선수 생활을 하다가 송호대 2년제를 다녔다. 그러다 91년에 여기(길동초)로 코치로 오게 됐다. 물론 군 문제 때문에 7개월 정도 있다가 군대를 갔지만... 제대 후에도 길동초로 돌아왔다. 친정집 방문하듯 왔다가 93년도에 코치로 2년 정도 있었고, 95년 2월에 감독 부임한 후 지금까지 이곳서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다. 제 청춘이 이곳 길동에 있다고 보면 된다.

-23년째 길동초와 함께 하고 있는데...

▲91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길동초등학교 야구부와 함께 하고 있는데, 25세때 처음 지도자로 시작을 했다. 당시 팀의 부득이한 사정으로 95년 2월에 길동초등학교 감독으로 부임하게 됐다. 아무래도 코치가 감독을 맡는다고 하니 보는 눈들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더군다나 선수도 많지 않고, 갑작스레 맡다보니 어떻게 꾸려 나가야 할지 막막하기도 했었다. 


그래서 부임하고 한 4년 동안 성적이 없었다. 8강도 힘들었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제가 감독이긴 했어도 어딜 가나 제가 막내였다. 제 밑으로는 안 오시고 다들 제 위로만 오시더라. 제 스승님과도 결승을 했었으니 말 다 했다. 지도자하면서 막내 생활만 거의 10년은 한 것 같다.

-지도자로 쉽지 않은 길을 걸은 듯하다.

▲처음에는 시스템을 몰라 고생한 일이 많았다. 불리한 판정을 받기도 했다. 그렇게 3∼4년 하니깐 시스템을 알겠더라. 그 후부터는 성적이 나기 시작했다. 99년을 시작으로 4강에 들더니 2000년도에 처음으로 제 1회 LG 트윈스기 왕중왕전 우승을 했디. 2004년에도 제 5회 LG 트윈스기 왕중왕전 우승했는데 그때가 부임 이래 제일 성적이 좋았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2000년대가 부흥기였던 것 같다. 2004년도에는 선수가 많지 않았다. 6학년이 4명뿐이라 김성훈 선수랑 동생이 5학년 사이에서 뛰고도 3관왕을 했었다. 다들 기적이라고 하더라. 그 뒤로 또 다시 침체기를 걸었다.

-든든한 동반자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솔직히 초등학교 야구부 지원은 상당히 미미한 편이다. 그런데 반해 저희는 학교서 매년 야구부가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을 책정해주시고, 쓰게끔 해준다. 근방에 있는 초등학교 야구부 중에선 저희가 제일 많은 지원을 받고 있지 않나 싶다. 솔직히 사립도 아니고 공립서 지원을 많이 해준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금전적인 것 외에도 성적에 대한 부담을 주지 않는다. 성적보다는 아이들이 부상 없이 경기를 뛰기를 바란다. 교장선생님이라는 느낌보다는 누나 같은 느낌이랄까?


교장선생님만큼이나 체육부장 선생님이 도움을 많이 준다. 말로 다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도와준다. 특히 저희가 주말에는 잘 못 쉬고 월요일에 쉬는 편인데 야구부에 대한 교육을 전적으로 맡아서 한다. 매주 계획을 짜셔서 아이들에게 교육도 시켜주시고, 아이들이 쉴 때면 견학 같은 것도 해주신다. 

재작년에 부장님이 하시다가 육아휴직을 내서 1년을 쉬셨다가 올해 복직 후 다시 도와주고 계신다. 사실 힘든 일이라는 거 너무 잘 안다. 담임선생님 역할도 하고, 체육부장 역할도 하시다 보니 이중으로 일을 하고 계신다. 그래서 더 많이 죄송하고 감사하다.

1982년 창단해 2000년대 부흥
잠시 주춤하다 올들어 재도약

-올해 큰 대회서 좋은 성적을 냈다.

▲서울시 대회에서는 성적이 좋지 못했다. 팀 내 부상자도 많다보니 자연스레 U-12 전국 유소년 야구대회도 큰 기대를 하고 가진 않았던 것 같다. 그러던 중에 아이들이 한 경기, 한 경기 하다 보니 내재된 실력들이 나오더라. 그날 투수들이 잘 던졌다. 방어율이 거의 2점대도 안 됐고, 매 게임 한두 점 정도 나왔다. 결승경기서도 1:0으로 한 점도 안 줬다. 투수들이 제 역할을 잘해준 덕이라고 생각한다.

경기 직후에 들었는데 아이들이 장염에 걸렸었다. 팀 내 3∼4명 정도가 심했는데 그 중에 주전 선수들은 증세가 심한데도 불구하고 참고 경기에 임했더라. 본인이 뛰겠다는 의지가 워낙 강해서 말릴 수가 없더라. 그래서 그때 아이들에게 많이 미안하고 고마웠다.

-리그에선 성적이 그다지 좋지 않았는데…

▲겨울 동계훈련을 갈 때만 해도 기대가 컸다. 투수력도 좋고, 연습경기도 한두 경기를 제외하고 다 이겼었다. 그러다가 2월에 23일부터 27일까지 서울 구의야구장서 열린 전국 초등학교 야구부 30개팀이 참가한 ‘2017 이스턴배 대한스포츠기 전국 초등학교 스피링 리그 야구대회’가 있었다. 

그때 아이들이 무리를 했던 것 같다. 매일 하루에 2게임씩 하다 보니 피로가 쌓였던 거다. 그래서 정작 소년체전 때는 에이스들이 부상을 당하면서 주춤하게 됐다. 올해 멤버가 워낙 좋아서 저 나름대로 욕심을 부렸는데 그게 결과적으로는 실패였던 것 같다. 멀리 보고 운영을 했어야 했는데 앞에 놓여진 것만 보고 달리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감독님의 손을 거쳐 간 선수들이 많을 것 같다.

▲최근 KT WIZ의 지명을 받은 조대현 선수도 있고, 기아 타이거즈에 지명된 문장은 선수도 있다. 문장은 선수는 1학년 때부터 저한테 야구를 배운 친구다. 조대현 선수의 경우에는 우선 청소년 대표가 됐다. 본인이 잘 해왔기 때문에 프로 지명을 두 선수 다 받은 거라고 생각한다. 이 친구들 외에도 전 프로야구 선수 두산 베어스의 유재웅, LG 트윈스 김기표, 박기남 선수도 제자들이다.

-그런 제자들을 보면 기분이 어떤가?


▲사실 저는 야구선수로 성공한 삶은 아니었다. 그래서 선수로 성공하고 싶은 그 마음을 너무 잘 아니까 그런 친구들을 한 번 가르쳐보면 어떨까라는 마음에 지도자를 시작하게 됐다. 오래 전이지만 저를 거쳐 프로 진출을 한 선수들이 종종 연락한다. 그때마다 같이 고민을 나누기도 하고 때론 인생 선배로 조언도 해준다. 

그 친구들은 이제는 꿈에 한발 더 다가 선 친구들이니까 지금처럼 성실하게 자기 일을 묵묵히 하다 보면 좋은 결과는 자연스레 따라 오리라 믿는다. 저 친구들을 보면서 저도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전보다 발전하는 모습으로 매년 아이들을 맞이하려고 노력한다.

제가 23년 동안 이 자리에 있다는 건 성실하게 열심히 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니 제자들도 성실하게 열심히 하다 보면 꼭 지금이 아니더라도 좋은 자리가 날 거라고 생각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초등학교 감독, 그 무게감이 상당할 것 같다.

▲다들 쉽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쉽지 않은 자리임을 알려드리고 싶다. 이제 야구에 관심을 가진 친구들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것을 기반으로 하나씩 알려줘야 한다. 제가 처음 지도자를 시작할 당시에는 지금과는 달리 조금 강압적인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제약이 많다 보니 과거보다 아이들 가르치기가 더 힘들다. 규제도 많고 아이들도, 시스템도 과거와는 다르기 때문에 매 해 다른 마음가짐을 가지게 된다.

요 근래에는 ‘내 아들들이다’라는 마음을 갖고 아이들에게 다가가되, 훈련을 할 때에는 아빠처럼 엄격하게 지도하고, 훈련이 끝난 후에는 엄마처럼 어루만져주는 감독이 되고자 노력 중이다. 23년 동안 초등학교 지도자를 해보니 다른 것보다는 사명감이 필요하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올 시즌 마무리를 앞두고 있다.

▲5학년 선수들이 총 10명이다. 그런데 야구는 9명이서 하다 보니 선수들끼리 경쟁도 다른 팀보다 더 심하고, 저 또한 엔트리를 짤 때 고민이 많은 것 같다. 왜냐면 저도 부모다 보니 내 아이가 경기에 뛰었으면 좋겠고 그런 마음이 크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엔트리에 못 들면 실망할 테고… 그래서 지금은 비슷한 실력의 친구들을 번갈아가며 경기를 경험하게끔 만들고 있다. 지금도 아이들이 알게 모르게 경쟁하는 모습이 보인다.

저희가 서울시 우승은 많이 했는데 전국대회는 이번이 첫 우승이다. 저 이전에 다른 감독님이 계셨고, 저도 감독하면서 전국대회 우승은 한 번도 한 적 없었다. 그래서 상당히 제 나름대로 포부도 있고, 긍지로 삼고 있다. 5학년 친구들이 지금 6학년 친구들에 비해 투수력은 약하지만 타력이나 기본기를 충실히 다져 둔다면 올해보다 더 괜찮은 경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직까지 이곳에 있을 수 있는 이유는 저를 믿고 따라 와주는 선수들과 학부모님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른 팀은 빠른 시일 안에 멤버 구성도 끝나고, 저희와 달리 경쟁력이 생겨 성적이 잘 난다. 반면에 저희는 구색을 맞추다 보니 다른 학교에 비해 약하다. 

그러다 보니 1년이 금방 가버리더라. 우승권은 꿈도 못 꿨다. 그러다 2년 전부터 6학년들이 9∼10명씩 되니까 다른 팀과도 경쟁력이 생기더라. 그래서 성적도 나게 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제가 지도자를 시작할 당시에 마음에 새겼던 말이 ‘최선을 다하자’라는 말이었다. 이 말은 제가 졸업생들을 위한 졸업선물에도 꼭 쓰는 말인데, 중·고등학교를 가든 사회에 나가든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 하다보면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말한다. 

이건 제 자신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다. 저도, 아이들도 어떤 자리에 있든 최선을 다 하다 보면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본인의 위치서 열심히만 한다면 그 외 부수적인 것들은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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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기사> 길동초 야구부는? 작지만 강하다!

서울 강동구 양재대로에 위치한 길동초등학교는 공립 초등학교로 1974년 개교한 뒤 1982년 3월 야구부를 창단했다. 창단 36년째에 접어든 길동초 야구부는 전 프로야구선수 김기표·박기남(LG트윈스), 유재웅(두산베어스) 등과 2018년 KBO 신인 지명을 받은 문장은(기아타이거즈)·조대현(KT WIZ) 등을 배출했다.

2000년대 부흥기 이후 잠시 주춤하던 길동초 야구부는 지난 7월22일부터 8월1일 국내 최대 규모의 유소년야구대회(U-12)에서 우승을 하며 전환점을 맞았다. 이후 8월21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된 대구광역시장배(제47회 회장기) 전국 초등학교 야구대회에서도 3위를 차지하며 재도약에 시동을 걸었다.

길동초 야구부 5학년은 총 10명으로 내년 시즌 캡틴 자리에 오를 중견수 지강, 유격수와 투수를 보는 장동효와 한재희, 포수 김태양, 좌익수 홍성현, 우익수 겸 2루수 강지훈, 1루수 이도우, 2루수 김홍민, 3루수 겸 투수 홍성우가 있다. 정유찬은 지난 대회 부상으로 인해 훈련에 참석하지 못하고 있다.

4학년은 최근 4명이 전학을 와 2명에서 6명으로 인원이 늘었다. 포수 유지훈, 1루수 고민제, 2루수 서은철, 3루수 원영서, 좌익수 원민, 유격수 양지웅이 있다.

올해를 끝으로 학교를 떠나는 6학년의은 9명으로 구성돼 있다. 올 시즌 캡틴이었던 투수 홍윤재를 비롯해 포수 김보선, 1루수 원종해, 2루수 고민수, 3루수 이서준, 좌익수 한결, 유격수 정윤호, 중견수 김노준, 유격수 유재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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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VS 윤석열 탄핵 지연전 비교

박근혜 VS 윤석열 탄핵 지연전 비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된 지 10여일 만에 첫 단추를 끼웠다. 헌법재판소의 강행이 있어서 가능했다. 윤 대통령 측은 여전히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변호인단은 준비기일 당일에 겨우 구성됐다. 앞서 수사와 탄핵심판에 당당히 나서겠다고 밝혔던 윤 대통령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이에 최장 180일인 탄핵심판 기간이 초과할 것이라는 우려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2주가 지났지만 관련 절차는 아직 시작조차 못했다. 윤 대통령이 변호사 선임을 이유로 서류조차 받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변호인을 통해 “탄핵 심판에 당당히 나서겠다”고 말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겨우 겨우 첫 단추 지난 14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재적 의원 300명 가운데 300명이 표결에 참석해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가결됐다. 탄핵안 가결 이후 우원식 국회의장은 탄핵소추의결서를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에게 전달했다. 정 위원장은 탄핵소추의결서 정본과 사본을 각각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와 대통령실로 보냈다. 지난 14일 오후 7시24분 탄핵소추의결서가 대통령실에 전달되면서 윤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됐다. 이제는 수사기관과 헌재의 시간이 된 것이다. 하지만 첫 단추 끼우는 것부터 문제가 되고 있다. 윤 대통령이 헌재의 탄핵 심판 관련 접수 통지 및 준비명령 수취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 16일부터 우편과 인편을 통해 윤 대통령에게 탄핵 심판 접수 통지와 출석요구서, 준비명령 등 서류를 보냈으나 송달에 실패했다. 관저에 보낸 우편은 경호처가 수령을 거부했고, 대통령실로 보낸 우편은 수취인이 없다는 이유로 반송됐다. 구체적으로 인편으로 총 세 차례, 우편으로는 네 차례 대통령 관저와 비서실에 전달됐지만 배달되지 않았다. 계엄포고령 1호와 계엄 관련 국무회의 회의록 등 준비명령서는 인편과 우편으로 각각 두 차례 전달됐으나 수취인 부재, 경호처 수취 거부 등으로 직접 송달에 실패했다. 과거 대통령 탄핵심판 때와 비교하면 어떨까?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 통과된 것은 2016년 12월9일이다. 박 대통령 쪽은 일주일 만인 같은 달 16일 헌재에 소송위임장과 답변서를 제출했다. 201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심판의 경우,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 5일 만에 소송위임장과 의견서가 헌재에 제출됐다. 헌재는 이에 형사소송법 제65조, 민사소송법 제187조에 따라 지난 20일 서류가 도달해 송달 효력이 발생한 것으로 간주했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 제65조, 민사소송법 제187조, 관련 대법원 판례를 종합하면, 정당한 사유 없이 소송서류 송달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등기우편으로 발송할 수 있고 송달의 효력은 소송서류가 송달할 곳에 도달된 때에 발생한다. 10일 동안 서류 수취 안 해 ‘버티기’ 미루다 준비기일 당일 변호인단 제출 따라서 헌재가 대통령 관저로 보낸 탄핵 심판 서류들은 지금껏 경호처의 수취 거부로 송달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헌재의 발송송달 조치에 따라 송달이 이뤄진 것으로 간주한다. 헌재 측은 이번 발송 송달을 통해 서류가 지난 20일 목적지에 도달한 것으로 보고 효력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그간 있어왔던 심판 서류 ‘송달’에 대한 법리적 논란을 해소한 것이다. 그러면서 지난 24일까지 계엄 관련 국무회의록, 증거 목록, 입증 계획 등을 제출하라고 명령했고, 27일 계획된 윤 대통령의 변론준비기일은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고지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 측은 지난 24일에도 헌재가 명령한 국무회의록과 증거 목록, 입증 계획 등을 제출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27일 변론준비기일은 무리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 대외 공보 역할을 수행 중인 석동현 변호사는 지난 24일 오전 기자회견서 “형사소송서도 기소 사실을 인지한 후, 변호사를 선임하고 공소장 부본 확인하는 시간이 제법 걸린다”면서 “27일 변론준비기일은 무리”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대통령의 워딩”이라고도 했다. 이에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을 지낸 노희범 변호사는 “지금까지 대통령 탄핵심판이 두 차례 있었는데 그렇게 많은 기간을 주지도 않았다”면서 “답변서를 준비할 수 있는 기간, 대리인을 선임할 수 있는 기간을 충분히 줬다”고 지적했다. 이어 “헌재는 변론준비절차를 27일로 정해서 고지했고, 대통령도 충분히 알았을 것”이라며 “ 지난 14일 담화문을 통해 윤 대통령은 스스로 계엄 선포가 정당하다고 주장하지 않았나. 법적·정치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탄핵 심판이든 수사든 당당하게 맞서겠다고 얘기했으면서 계속 지연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계속 (탄핵 심판)서류 송달을 거부하고 대리인 지정도 안 하면서 송달됐다고 하니까, 준비 기간이 부족하다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고 적반하장”이라며 “이렇게 (절차를)지연하거나 서류 송달조차 거부하는 경우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어렵사리 헌재의 탄핵심판절차가 시작됐지만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이 헌재 심판을 늦출 변수가 남아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재 재판관 임명이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우선 윤 대통령이 대리인단을 확정하지 않은 것이 문제로 꼽혔다. 실제로 지난 26일까지도 오직 윤 대통령과 40년 지기라는 석동현 변호사가 기자회견을 하는 정도로 대응하고 있을 뿐이다. 대리인단 불출석에 따른 재판 지연은 앞서 변론준비절차기일이 연기된 ‘검사 탄핵 심판’ 사건서도 나왔다. 그대로 따라하기? 지난 18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 변론준비절차는 3분 만에 끝났는데, 국회 측 대리인단이 불출석했기 때문이다. 국회 측 대리인단은 지난 16일쯤 선정됐지만 선임 절차에 시간이 걸려 불출석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헌재는 윤 대통령이 대리인단 명단을 제출하든 재판에 불출석하든 심판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헌재의 한 관계자는 “첫 변론준비기일에 윤 대통령이나 대리인이 출석하지 않으면 궐석재판으로 진행하자는 의견이 내부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궐석재판이란 피고인이 불가항력의 사고 없이 법정에 출정하지 않는 상태서 피고의 출석 없이 진행되는 재판을 말한다. 재판부가 윤 대통령에 대한 유감 표명과 함께 궐석재판 가능성을 시사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헌재가 윤 대통령이 불출석한 상태서 불가피하게 궐석재판을 진행할 경우에는 늦어도 내년 1월부터 본격적인 변론이 가능할 전망이다. 노 변호사는 “윤 대통령 측에서 나오지 않거나, 나오더라도 준비 기간이 부족하다고 하면 12월30일이나 31일쯤 한번 정도 더 변론준비기일을 갖지 않을까 예상한다”며 “내년 1월부터는 본격적인 변론 절차로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변론준비기일 전날까지 변호인단 명단을 제출하지 않다가 재판 시간 4시가량 전인 지난 27일 오전 9시30분경에 헌재에 헌법재판소 출신 배보윤 변호사와 강력·특수통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 배진한 변호사 등을 선임했다는 소송위임장을 제출했다. 이로 인해 궐석재판이 이뤄지지는 않을 예정이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석 변호사의 예고와 다르게 첫 변론준비기일에도 참석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최 권한대행의 헌재 재판관 임명 여부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신임 재판관 임명동의안 처리를 강행할 경우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해 부당함을 다투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임명동의안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함께 낼 것으로 관측된다. 헌재법 제65조는 ‘헌재가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받았을 때는 직권 또는 청구인의 신청에 의해 처분의 효력을 정지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더라도 결과가 나오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가처분 신청을 병행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지난 3일 더불어민주당이 강행한 ‘상설특검 규칙 개정안’에 대해 권한쟁의심판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함께 신청한 전례가 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권한쟁의심판 청구가 한 대행의 임명 권한에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라 별도의 가처분 신청이 결과론적으로 유의미하진 않겠지만 시간을 끌기 위한 정치적 공세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가처분 가능성도 국민의힘이 권한쟁의심판과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고 여야의 갈등 지속으로 후보자 3인의 임명 시기가 늦어지면 윤 대통령 측에서 이를 재판 지연 전략의 빌미로 활용할 가능성도 크다. ‘9인 체제가 꾸려진 뒤에 공정한 재판을 받겠다’는 이유로 심리 연기를 요청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석 변호사는 현재 헌재가 재판관 3명이 공석인 것을 지적하며 “6인의 불완전한 합의체”라고 말했다. 그는 “변론준비절차는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을 법률가로서 부인하지 않지만, 본격적인 심리를 6인 체제로 할 수 있느냐를 포함한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 논쟁적 요소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석 변호사의 말은 헌재가 6인 체제로 본격적인 탄핵 심판 심리를 진행할 경우 이를 문제 삼아 탄핵 심판을 지연시킬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또 헌재서 본격적으로 변론이 시작된 뒤에 재판관들이 임명될 경우 윤 대통령 측에서 공판 갱신 절차를 요구하며 시간 끌기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탄핵 심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하는데, 형사소송법은 공판 도중 재판부 구성이 바뀌면 증거조사를 다시 하는 등 갱신 절차를 밟도록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지난 26일, 당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여야가 헌법재판관 임명에 관해 대립하고 있는 상황을 거론하면서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하면 즉시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겠다”고 못 박았다. 헌재서 궐석재판을 진행하더라도 차후 윤 대통령 측이 재판의 정당성을 빌미로 재판은 다시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윤 대통령이 탄핵 심판 시작 전부터 지연 전략을 펼쳤다면 박 전 대통령은 탄핵 심판을 진행하면서 지연시키는 전략을 펼쳤다. 과거 박 전 대통령도 탄핵 심판 정국서 고의로 심리를 지연했다는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당시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3차례 열린 변론준비기일에 ‘국회의 탄핵 사유에 객관성이 부족하다’면서 각 기관과 기업에 무더기로 사실조회를 신청하며 노골적으로 지연 전략을 펼쳤다. 이후 형사재판과 같은 엄격한 입증 책임을 요구하면서 90명에 달하는 증인을 무더기로 신청했다. 신청이 기각돼도 거듭 신청해, 당시 일부러 시간을 끄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당시 헌재는 “탄핵 심판 사건은 형사재판이 아니라 헌법재판”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박 전 대통령 측의 요구를 지적했다. 문제는 대행의 재판관 임명 여부 박처럼 무더기 증인 신청 가능성 당시 탄핵심판 주심이었던 강일원 전 재판관은 박 전 대통령 측의 추가 증인 신청에 대해 “피청구인(대통령) 측에서 여러 기관에 사실조회 신청을 많이 했기 때문에, 이게 채택되면 관련 증인은 필요 없을 것 같다”며 탐탁지 않은 기색을 내비쳤다. 결국 헌재는 36명에 이르는 증인을 채택했지만 이 중 상당수가 심판정에 나오지 않아 25명만이 신문을 받았다. 재판부는 반복된 질문엔 제동을 걸며 심리에 속도를 내기도 했다. 이정미 당시 헌재소장 권한대행 입에서는 “생략”과 “효율”이라는 단어가 반복돼 나왔다. 이 권한대행은 증인신문 도중 “비효율적이다” “내용이 지엽적”이라며 박 대통령 측 신문을 여러 차례 막아서기도 했다. 그러면서 “증인이 앞서 답변하지 않았느냐”고 질책하기도 했다. 심리 중반에 들어서자 박 전 대통령 측은 ‘대리인단 전원 사퇴’ 카드를 꺼내 들 낌새를 내비치기도 했다. 새 대리인단이 선임될 때까지 심리는 멈추고, 심판이 재개되더라도 기록 검토를 위한 시간을 요청할 수 있어 심리가 늘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국회 탄핵소추위원 측은 ‘대리인단이 없어도 탄핵 심리는 계속 진행할 수 있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하는 등 시간 끌기 전략 방어에 힘을 쏟았다. 박 전 대통령 측은 막판에는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출석해 최후진술 할 가능성을 보이며 최종변론기일을 늦춰달라는 요청도 했다. 그러자 헌재는 최종변론 기일은 재판부가 정한 날짜를 따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당시 헌재는 “국정 공백과 사회적 혼란이 두 달 이상 지속되고 있다. 1년이고, 2년이고 재판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12월9일에 탄핵안이 가결되고 탄핵 심판이 청구된 지 91일 만인 2017년 3월10일에 재판관 8명 전원 찬성으로 파면됐다. 윤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처럼 정식 변론서도 지연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대국민 담화서 “2시간짜리 내란이 어딨느냐”고 한 데 이어 석 변호사가 연일 내란죄를 전면에 내세우며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을 보면, 내란죄 성립 여부에 대해 우선적으로 다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석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당시 국회의원을 ‘체포해라’ ‘끌어내라’는 용어를 쓴 적이 없다고 하는 등 구체적 사실관계도 부인했다. 탄핵 심판서도 이 같은 주장을 펴며 구체적인 법률 위반 여부는 물론 수사기록이나 언론 보도 등이 증거로 인정되는지를 다툴 수 있다.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박 전 대통령처럼 ‘12·3 비상계엄 사태’의 관련자를 무더기로 증인 신청할 가능성도 있다. 남아있는 변수는?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됐으나 이를 풀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헌재에 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 법조인은 “윤 대통령이 공개 변론서 직접 입장을 밝히거나 가처분 신청을 낸다면 탄핵 심리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되면 탄핵 심판보다 가벼운 가처분에 대한 판결을 우선적으로 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관련 서류조차 안 받으며 지연 전략을 펼치고 있는 윤 대통령이 어떤 변수를 만들고 이에 대처하는지가 중요해 보인다”고 일침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