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 베이스볼> 서울 길동초 야구부 김재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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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7.11.13 10:34:38
  • 호수 11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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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봄날이 찾아왔어요”

<일요시사>가 야구 꿈나무들을 응원합니다. 야구학교와 함께 멀지 않은 미래, 그라운드를 누빌 새싹들을 소개합니다.
 

1995년 2월 당시 코치였던 김재일 감독은 지휘봉을 이어받았다. 부임 후 4년 동안 이렇다할 성적이 없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그런 끈기를 하늘도 알아준 것일까. 길동초 야구부에 다시 봄날이 찾아왔다. 부흥기를 이끈 김 감독을 만나봤다.

-감독님의 이력이 궁금하다

▲효재초등학교-보성중학교-보성고등학교를 거쳐 선수 생활을 하다가 송호대 2년제를 다녔다. 그러다 91년에 여기(길동초)로 코치로 오게 됐다. 물론 군 문제 때문에 7개월 정도 있다가 군대를 갔지만... 제대 후에도 길동초로 돌아왔다. 친정집 방문하듯 왔다가 93년도에 코치로 2년 정도 있었고, 95년 2월에 감독 부임한 후 지금까지 이곳서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다. 제 청춘이 이곳 길동에 있다고 보면 된다.

-23년째 길동초와 함께 하고 있는데...

▲91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길동초등학교 야구부와 함께 하고 있는데, 25세때 처음 지도자로 시작을 했다. 당시 팀의 부득이한 사정으로 95년 2월에 길동초등학교 감독으로 부임하게 됐다. 아무래도 코치가 감독을 맡는다고 하니 보는 눈들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더군다나 선수도 많지 않고, 갑작스레 맡다보니 어떻게 꾸려 나가야 할지 막막하기도 했었다. 


그래서 부임하고 한 4년 동안 성적이 없었다. 8강도 힘들었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제가 감독이긴 했어도 어딜 가나 제가 막내였다. 제 밑으로는 안 오시고 다들 제 위로만 오시더라. 제 스승님과도 결승을 했었으니 말 다 했다. 지도자하면서 막내 생활만 거의 10년은 한 것 같다.

-지도자로 쉽지 않은 길을 걸은 듯하다.

▲처음에는 시스템을 몰라 고생한 일이 많았다. 불리한 판정을 받기도 했다. 그렇게 3∼4년 하니깐 시스템을 알겠더라. 그 후부터는 성적이 나기 시작했다. 99년을 시작으로 4강에 들더니 2000년도에 처음으로 제 1회 LG 트윈스기 왕중왕전 우승을 했디. 2004년에도 제 5회 LG 트윈스기 왕중왕전 우승했는데 그때가 부임 이래 제일 성적이 좋았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2000년대가 부흥기였던 것 같다. 2004년도에는 선수가 많지 않았다. 6학년이 4명뿐이라 김성훈 선수랑 동생이 5학년 사이에서 뛰고도 3관왕을 했었다. 다들 기적이라고 하더라. 그 뒤로 또 다시 침체기를 걸었다.

-든든한 동반자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솔직히 초등학교 야구부 지원은 상당히 미미한 편이다. 그런데 반해 저희는 학교서 매년 야구부가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을 책정해주시고, 쓰게끔 해준다. 근방에 있는 초등학교 야구부 중에선 저희가 제일 많은 지원을 받고 있지 않나 싶다. 솔직히 사립도 아니고 공립서 지원을 많이 해준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금전적인 것 외에도 성적에 대한 부담을 주지 않는다. 성적보다는 아이들이 부상 없이 경기를 뛰기를 바란다. 교장선생님이라는 느낌보다는 누나 같은 느낌이랄까?


교장선생님만큼이나 체육부장 선생님이 도움을 많이 준다. 말로 다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도와준다. 특히 저희가 주말에는 잘 못 쉬고 월요일에 쉬는 편인데 야구부에 대한 교육을 전적으로 맡아서 한다. 매주 계획을 짜셔서 아이들에게 교육도 시켜주시고, 아이들이 쉴 때면 견학 같은 것도 해주신다. 

재작년에 부장님이 하시다가 육아휴직을 내서 1년을 쉬셨다가 올해 복직 후 다시 도와주고 계신다. 사실 힘든 일이라는 거 너무 잘 안다. 담임선생님 역할도 하고, 체육부장 역할도 하시다 보니 이중으로 일을 하고 계신다. 그래서 더 많이 죄송하고 감사하다.

1982년 창단해 2000년대 부흥
잠시 주춤하다 올들어 재도약

-올해 큰 대회서 좋은 성적을 냈다.

▲서울시 대회에서는 성적이 좋지 못했다. 팀 내 부상자도 많다보니 자연스레 U-12 전국 유소년 야구대회도 큰 기대를 하고 가진 않았던 것 같다. 그러던 중에 아이들이 한 경기, 한 경기 하다 보니 내재된 실력들이 나오더라. 그날 투수들이 잘 던졌다. 방어율이 거의 2점대도 안 됐고, 매 게임 한두 점 정도 나왔다. 결승경기서도 1:0으로 한 점도 안 줬다. 투수들이 제 역할을 잘해준 덕이라고 생각한다.

경기 직후에 들었는데 아이들이 장염에 걸렸었다. 팀 내 3∼4명 정도가 심했는데 그 중에 주전 선수들은 증세가 심한데도 불구하고 참고 경기에 임했더라. 본인이 뛰겠다는 의지가 워낙 강해서 말릴 수가 없더라. 그래서 그때 아이들에게 많이 미안하고 고마웠다.

-리그에선 성적이 그다지 좋지 않았는데…

▲겨울 동계훈련을 갈 때만 해도 기대가 컸다. 투수력도 좋고, 연습경기도 한두 경기를 제외하고 다 이겼었다. 그러다가 2월에 23일부터 27일까지 서울 구의야구장서 열린 전국 초등학교 야구부 30개팀이 참가한 ‘2017 이스턴배 대한스포츠기 전국 초등학교 스피링 리그 야구대회’가 있었다. 

그때 아이들이 무리를 했던 것 같다. 매일 하루에 2게임씩 하다 보니 피로가 쌓였던 거다. 그래서 정작 소년체전 때는 에이스들이 부상을 당하면서 주춤하게 됐다. 올해 멤버가 워낙 좋아서 저 나름대로 욕심을 부렸는데 그게 결과적으로는 실패였던 것 같다. 멀리 보고 운영을 했어야 했는데 앞에 놓여진 것만 보고 달리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감독님의 손을 거쳐 간 선수들이 많을 것 같다.

▲최근 KT WIZ의 지명을 받은 조대현 선수도 있고, 기아 타이거즈에 지명된 문장은 선수도 있다. 문장은 선수는 1학년 때부터 저한테 야구를 배운 친구다. 조대현 선수의 경우에는 우선 청소년 대표가 됐다. 본인이 잘 해왔기 때문에 프로 지명을 두 선수 다 받은 거라고 생각한다. 이 친구들 외에도 전 프로야구 선수 두산 베어스의 유재웅, LG 트윈스 김기표, 박기남 선수도 제자들이다.

-그런 제자들을 보면 기분이 어떤가?


▲사실 저는 야구선수로 성공한 삶은 아니었다. 그래서 선수로 성공하고 싶은 그 마음을 너무 잘 아니까 그런 친구들을 한 번 가르쳐보면 어떨까라는 마음에 지도자를 시작하게 됐다. 오래 전이지만 저를 거쳐 프로 진출을 한 선수들이 종종 연락한다. 그때마다 같이 고민을 나누기도 하고 때론 인생 선배로 조언도 해준다. 

그 친구들은 이제는 꿈에 한발 더 다가 선 친구들이니까 지금처럼 성실하게 자기 일을 묵묵히 하다 보면 좋은 결과는 자연스레 따라 오리라 믿는다. 저 친구들을 보면서 저도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전보다 발전하는 모습으로 매년 아이들을 맞이하려고 노력한다.

제가 23년 동안 이 자리에 있다는 건 성실하게 열심히 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니 제자들도 성실하게 열심히 하다 보면 꼭 지금이 아니더라도 좋은 자리가 날 거라고 생각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초등학교 감독, 그 무게감이 상당할 것 같다.

▲다들 쉽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쉽지 않은 자리임을 알려드리고 싶다. 이제 야구에 관심을 가진 친구들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것을 기반으로 하나씩 알려줘야 한다. 제가 처음 지도자를 시작할 당시에는 지금과는 달리 조금 강압적인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제약이 많다 보니 과거보다 아이들 가르치기가 더 힘들다. 규제도 많고 아이들도, 시스템도 과거와는 다르기 때문에 매 해 다른 마음가짐을 가지게 된다.

요 근래에는 ‘내 아들들이다’라는 마음을 갖고 아이들에게 다가가되, 훈련을 할 때에는 아빠처럼 엄격하게 지도하고, 훈련이 끝난 후에는 엄마처럼 어루만져주는 감독이 되고자 노력 중이다. 23년 동안 초등학교 지도자를 해보니 다른 것보다는 사명감이 필요하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올 시즌 마무리를 앞두고 있다.

▲5학년 선수들이 총 10명이다. 그런데 야구는 9명이서 하다 보니 선수들끼리 경쟁도 다른 팀보다 더 심하고, 저 또한 엔트리를 짤 때 고민이 많은 것 같다. 왜냐면 저도 부모다 보니 내 아이가 경기에 뛰었으면 좋겠고 그런 마음이 크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엔트리에 못 들면 실망할 테고… 그래서 지금은 비슷한 실력의 친구들을 번갈아가며 경기를 경험하게끔 만들고 있다. 지금도 아이들이 알게 모르게 경쟁하는 모습이 보인다.

저희가 서울시 우승은 많이 했는데 전국대회는 이번이 첫 우승이다. 저 이전에 다른 감독님이 계셨고, 저도 감독하면서 전국대회 우승은 한 번도 한 적 없었다. 그래서 상당히 제 나름대로 포부도 있고, 긍지로 삼고 있다. 5학년 친구들이 지금 6학년 친구들에 비해 투수력은 약하지만 타력이나 기본기를 충실히 다져 둔다면 올해보다 더 괜찮은 경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직까지 이곳에 있을 수 있는 이유는 저를 믿고 따라 와주는 선수들과 학부모님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른 팀은 빠른 시일 안에 멤버 구성도 끝나고, 저희와 달리 경쟁력이 생겨 성적이 잘 난다. 반면에 저희는 구색을 맞추다 보니 다른 학교에 비해 약하다. 

그러다 보니 1년이 금방 가버리더라. 우승권은 꿈도 못 꿨다. 그러다 2년 전부터 6학년들이 9∼10명씩 되니까 다른 팀과도 경쟁력이 생기더라. 그래서 성적도 나게 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제가 지도자를 시작할 당시에 마음에 새겼던 말이 ‘최선을 다하자’라는 말이었다. 이 말은 제가 졸업생들을 위한 졸업선물에도 꼭 쓰는 말인데, 중·고등학교를 가든 사회에 나가든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 하다보면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말한다. 

이건 제 자신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다. 저도, 아이들도 어떤 자리에 있든 최선을 다 하다 보면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본인의 위치서 열심히만 한다면 그 외 부수적인 것들은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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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기사> 길동초 야구부는? 작지만 강하다!

서울 강동구 양재대로에 위치한 길동초등학교는 공립 초등학교로 1974년 개교한 뒤 1982년 3월 야구부를 창단했다. 창단 36년째에 접어든 길동초 야구부는 전 프로야구선수 김기표·박기남(LG트윈스), 유재웅(두산베어스) 등과 2018년 KBO 신인 지명을 받은 문장은(기아타이거즈)·조대현(KT WIZ) 등을 배출했다.

2000년대 부흥기 이후 잠시 주춤하던 길동초 야구부는 지난 7월22일부터 8월1일 국내 최대 규모의 유소년야구대회(U-12)에서 우승을 하며 전환점을 맞았다. 이후 8월21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된 대구광역시장배(제47회 회장기) 전국 초등학교 야구대회에서도 3위를 차지하며 재도약에 시동을 걸었다.

길동초 야구부 5학년은 총 10명으로 내년 시즌 캡틴 자리에 오를 중견수 지강, 유격수와 투수를 보는 장동효와 한재희, 포수 김태양, 좌익수 홍성현, 우익수 겸 2루수 강지훈, 1루수 이도우, 2루수 김홍민, 3루수 겸 투수 홍성우가 있다. 정유찬은 지난 대회 부상으로 인해 훈련에 참석하지 못하고 있다.

4학년은 최근 4명이 전학을 와 2명에서 6명으로 인원이 늘었다. 포수 유지훈, 1루수 고민제, 2루수 서은철, 3루수 원영서, 좌익수 원민, 유격수 양지웅이 있다.

올해를 끝으로 학교를 떠나는 6학년의은 9명으로 구성돼 있다. 올 시즌 캡틴이었던 투수 홍윤재를 비롯해 포수 김보선, 1루수 원종해, 2루수 고민수, 3루수 이서준, 좌익수 한결, 유격수 정윤호, 중견수 김노준, 유격수 유재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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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음성군청-살처분 업체
짬짜미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연못이 흙탕물로 변하기까지 미꾸라지 한 마리면 충분했다. 사람들은 물을 맑게 만드는 대신 더 많은 미꾸라지를 연못에 밀어 넣었다. 이제 연못은 바닥을 볼 수 없는 진흙탕으로 변해 버렸다.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긴급’이라는 두 글자의 힘은 엄청났다. 촌각을 다투는 일일수록 담당자의 재량권은 커지게 마련이다. 일단 진행하고 추후에 상황을 수습하는 게 용인이 되는 일도 많이 있다. 시간 단위로 수십㎞까지 확산할 수 있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구제역 등 가축전염병 문제가 대표적이다. 확산 방지 죽여서 처리 가축전염병 예방법 제20조(살처분 명령)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제1종 가축전염병이 퍼지는 것을 막는 데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역학조사·정밀검사 결과나 임상증상이 있는 가축의 소유자에게 살처분을 명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제1종 가축전염병은 우역, 우폐역, 구제역, 돼지열병, 아프리카돼지열병,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 등이다. 제1종 가축전염병은 치사율이 높고 백신으로도 감염 확산을 막기 어려우며 전파 속도가 빨라서 바이러스 숙주 자체를 죽이는 방법을 사용한다. 또 ‘예방적 살처분’이라고 해서 가축전염병 매개체와 직접 접촉했거나 접촉했다고 의심되는 경우 그 장소를 중심으로 확산하거나 그런 우려가 있는 지역의 가축 소유자에게도 지체없이 살처분을 명할 수 있다. 실제 지자체에 가축전염병 의심 신고가 들어오면 진단부터 살처분까지 길게 잡아도 이틀을 넘기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20년가량 가축 살처분 일을 해온 업계 관계자는 “산란계(알을 낳는 닭) 6만 마리 정도는 퇴비화 작업까지 하룻밤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살처분한 가축을 땅에 묻는 대신 퇴비로 만들어 농가에 무상으로 나눠준다고 했다. 이어 “최근에는 자루에 동물을 잡아 넣고 탄산가스를 주입해 처리한다. 살처분한 동물로 퇴비를 만드는 작업도 동시에 진행된다. 살처분에 참여한 업체는 바이러스 확산 문제 때문에 1~2주는 일을 맡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긴급’ 이유로 입찰 없어 최저가 낙찰 안 하고 왜? 문제는 감염된 가축을 살처분하는 일을 맡을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가축전염병이 의심된다는 신고가 접수되면 지자체 담당 공무원은 업체에 연락을 돌린다. 연락을 받은 업체가 견적서를 제출하면 이를 바탕으로 공무원이 업체를 선정한다. 지자체에서 용역 사업을 진행할 때 거치는 공고, 입찰, 평가, 선정 등의 절차가 전부 생략되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5조(수의 계약에 의할 수 있는 경우) 제1항 제2호에 의한 조치다. 시행령에 따르면 ‘입찰에 부칠 여유가 없는 긴급복구가 필요한 재난 등 행정안전부령에 따른 재난 복구 등의 경우’ 수의 계약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돼있다. 더 큰 문제는 절차의 불투명성 외에도 업체를 평가하는 잣대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어떤 기준으로 업체를 선정하는지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살처분할 수 있는 업체가 많지 않다. 그렇다 보니 지자체에서는 업체 상황을 훤히 알고 있다. 기계는 몇 대가 있는지, 인력은 몇 명이나 보유하고 있는지, 과거에 일은 어떻게 했는지…. 일종의 데이터베이스가 갖춰져 있다. 업무 능력이 비슷하다는 전제라면 비교할 건 가격뿐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최저가 낙찰이 어느 정도 지켜졌다. 다른 지역에서 AI나 ASF가 발생해 살처분했다면 그 단가에 맞춰 견적을 넣거나 공무원하고 협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런 풍토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공무원 손에 다 달렸다 문제가 제기된 곳은 충북 음성군. 음성군청에서 다른 업체와 비교해 1마리당 단가가 상대적으로 비싼 곳을 선정한다거나 살처분 업무 경력이 적은 곳을 고르는 등 석연치 않은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잣대나 투명한 절차까지는 아니어도 업계에 통용되는 규칙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엔 그런 규칙이 다 깨지고 있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말부터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음성군청 가축방역팀 관계자는 AI 등이 발생했을 때 살처분 업체를 선정하는 기준에 대해 “가축전염병이 발생하면 업체로부터 견적서를 받아 가격이 가장 낮은 곳을 선정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취재 결과 음성군청 관계자의 답변과 달리 지난해 11~12월 음성에서 AI가 발생했을 당시 살처분 업체 최저가 낙찰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1월7일 한 오리 농장에서 AI가 발생해 살처분이 이뤄졌다. 당시 살처분을 맡은 업체는 A사다. 업계 관계자는 “A사는 당시 1마리당 가격을 3500원에 (견적서를)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B사는 담당 공무원에게 구두로 1마리당 2000원에 일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살처분 일을 맡은 건 A사였다. A사와 B사의 1마리당 단가 차이가 1500원에 달했지만 더 비싼 곳이 맡은 것이다. 당시 폐사한 오리 수는 5만7000여마리라고 한다. 전체 가격으로 따지면 8500여만원 차이다. 지난해 12월30일 닭 농장에서 AI가 발생했을 때도 똑같은 상황이 재현됐다. 당시 일을 따낸 업체는 C사로, 1마리당 가격으로 2800원을 적어냈다. B사도 1마리당 가격을 1900원 견적으로 내 음성군청에 제출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1마리당 가격이 900원 비싼 C사가 낙점됐다. 싸게 해도 안 줬다 당시 폐사한 닭 수는 4만3000여 마리로 전체로 보면 3800여만원 차이다. B사 관계자는 “심지어 C사는 원래 인력 업체다. 우리가 살처분 업무할 때 사람이 필요하면 C사에 연락해 공급받았다. 등기부등본에도 C사의 업종은 인력 공급업으로 나와 있다”고 주장했다. B사는 살처분한 가축을 퇴비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받은 업체다. C사와 비교해 살처분 업무 능력에 있어서 밀리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음성군청 가축방역팀 관계자는 “11월7일에 AI가 발생했을 때는 업체 3곳에만 전화했고 그중 A사의 가격이 가장 낮았다”고 해명했다. 12월30일 상황을 묻자 “B사가 견적을 늦게 냈다”고 답했다. B사는 음성군청 관계자의 해명에 반박했다. B사 관계자는 “11월7일 우리가 AI 발생 소식을 알고 담당자에게 먼저 연락해 단가를 말했다. 그런데도 1500원이나 비싼 A사에 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음성군청 공무원이 B사에 연락하진 않았지만 상황을 알자마자 단가를 제시했는데 무시당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12월30일 AI가 터졌을 때는 C사 관계자와 군청에 함께 있었다”며 “나란히 서서 이야기하는데 (단가가 더 비싼) C사가 일을 따갔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후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1900원보다) 더 싸게 일을 할 수 있다고도 했는데 이미 정해진 업체가 있다는 말만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 가 입수한 당시 통화 녹음에서 음성군청 관계자는 상당히 곤혹스러운 듯한 목소리로 B사 직원을 응대했다. 이미 업체가 정해졌다는 음성군청 관계자의 말에 B사 직원이 “(해당 업체의) 단가가 더 싼가 보죠?”라고 물었을 때도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말끝을 흐리기도 했다. 통화 내용대로라면 가격이 정해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업체 선정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기준도 잣대도 불명확 퇴직 공무원 연결고리? B사 관계자는 “보통 의심 신고가 들어온 뒤 역학조사를 거쳐 실제 살처분에 돌입하는 건 다음 날부터다. 아무리 급해도 업체 간 가격을 비교할 시간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 살처분 업체들이 퇴직 공무원을 영입하면서부터”라고 주장했다. 지자체에서 동물방역 등을 담당했던 공무원이 퇴직한 후 관련 업체에 취업하면서 이른바 업계에 ‘전관예우’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B사 관계자는 “A사의 경우 충북도청에서 동물방역과장을 지낸 분, 경기도에서 동물방역과장을 지낸 분을 영입한 이후 비싼 단가에도 일을 많이 했다”고 주장했다. 음성군청 관계자도 충북도청에서 2023년까지 동물방역과장을 지낸 D씨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D씨는 와의 통화에서 “A사에 정식으로 소속돼있는 것은 아니다. 영업 일을 하고 있다”면서 “단가 같은 얘기는 다른 사람이 안다. 내가 그분께 말해 전화하라고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D씨는 경기도에서 동물방역과장을 지낸 사람의 이름을 언급했다. 적어도 두 사람이 A사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은 확인된 것이다. 음성군청 관계자는 살처분 업체를 선정하는 데 학연이나 지연 등 인맥이 영향을 미치는지 묻자 “그런 건 없다”면서도 “견적서만 내는 것보다 (군청에) 찾아와서 일은 어떻게 하겠다, 뒤처리는 이렇게 하겠다 등 설명해주는 업체를 더 선호하긴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아무리 급한 일이라도 최소한의 기준은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체 선정 과정에 공무원의 입김이 개입될 여지가 큰 만큼 일정 정도의 제동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여기만? 다른 데는? B사 관계자는 “불과 몇 년 사이에 업계가 망가져 버렸습니다. 이대로 두면 걷잡을 수 없을 겁니다. 지금껏 누구도 말하지 못했고 기사도 제대로 나지 않은 이유는 문제를 제기하는 순간 밥줄이 끊길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일 겁니다. 그만큼 공무원이 업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강하다는 방증입니다. 지금이라도 이 문제를 바로 잡아야 합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