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총장 내정으로 탄력 받는 저축은행 수사

‘한방’ 노리는 검찰에 정·관계 ‘후~덜덜’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김준규 전 검찰총장의 퇴임식이 지난 13일 오후 3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렸다. 이날 오전 청와대는 지난 4일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이 국회에서 수정 통과된 것에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한 김 전 총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지난 15일에는 청와대가 차기 검찰총장으로 한상대 서울중앙지검장을 내정했다. 새로운 검찰총장이 내정됨으로써 저축은행 수사는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관계는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으며 검찰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 전 총장 “끝장 보라” 당부와 검찰 신뢰회복 위해
정·관계, 금융당국, 브로커 등 강도 높은 수사 이뤄져

김준규 전 검찰총장이 철저한 저축은행 비리 수사를 촉구하며 사퇴함에 따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부산저축은행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김 전 총장은 지난 4일 사의를 표명하면서 “전국에서 진행 중인 저축은행 관련 비리 수사를 철저히 해 주기를 바란다. 특히 저축은행 비리 수사에 대해 국민은 모든 것이 밝혀지기를 원한다. 끝까지 수사하고 ‘끝장’을 봐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청와대는 지난 15일 한상대 서울중앙지검장을 신임 검찰총장으로 내정함으로써 수사는 더욱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방 노리는 검찰

지난달 말 국회에 통과된 검·경 수사권 문제로 검찰 수뇌부들이 줄사표를 내고 검찰총장이 사퇴하는 등 검찰로서는 치욕의 기간이었다. 검찰 내부 분위기도 ‘쉬쉬~’ 하며 태연한 반응을 보였지만 속내는 새로운 수장이 내정될 때까지 분위기를 추스르는 등 내심 칼을 간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총장은 사퇴 직전 서울서 열린 세계검찰총장회의에서 부산저축은행 측 거물급 로비스트 박태규(72?캐나다 체류 중)씨 조기송환과 함께 캄보디아 캄코시티 개발사업 관련 은닉자금 환수를 위해 캐나다와 캄보디아 검찰 측의 협력을 요청했다.

검찰은 또 지난 6일 부산저축은행이 추진한 효성지구개발 관련 전문브로커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도 하는 등 저축은행 관련 수사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검찰 관계자는 “저축은행 비리는 끝장을 볼 것”이라며 “차기 검찰총장과 국정조사에 상관없이 수사는 지속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중수부는 ‘검찰총장이 명하는 범죄사건의 수사’를 담당하는 것으로 돼 있어, 총장의 부재로 수사가 지지부진한 것이 사실이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김 전 총장의 ‘마지막 당부’가 무색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고개를 들기도 했다. 이런 상황 속에 대검 중수부는 지난 6일과 7일 수억원을 받은 이모·유모씨 등 3명을 잇따라 구속했고 지난 8일에는 부산저축은행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을 운영·관리하던 영업팀 소속 전 직원 이모씨를 구속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정·관계 로비 의혹의 핵심 인물이 아니다. 수사 초기에 나올 법한 수사 결과다. 이에 대해 “4개월 가까이 수사해 왔고 지난달까지만 해도 정·관계 거물급 인사들에게 칼날을 겨누던 중수부의 모습과 괴리감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중수부는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의 구속을 시작으로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 김해수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민주당 서갑원 전 의원 등 거물급 인사들을 잇달아 수사 선상에 올려놓고 고삐를 조여 왔다.

특히 김 전 총장은 이 사건을 ‘서민에 대한 범죄’로 규정하고 수사를 독려했다. 그는 지난달 6일 중수부 수사 기능 폐지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검찰은 수사로 말하겠다”고 할 정도로 강한 자신감을 보였지만 초라하기 짝이 없는 수사 결과라는 평가다.

특히 김 전 총장의 사퇴로 검찰이 리더십 공백 상태에 빠지면서 총장 직할부대인 중수부가 구심점을 잃고 무력해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컸다.

후임 총장 임명 등 검찰 인사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컸던 것도 변수였다. 한 검찰 관계자는 “중수부 수사는 총장이 직접 지휘해 왔다는 점에서 총장 부재 상황에선 수사의 맥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현 정부 정·관계 인사에 대한 로비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진 박태규씨의 신병 확보가 어렵다는 점도 발목을 잡고 있다. 반면 김해수 전 비서관에 대한 영장 기각 등으로 인해 잠시 주춤한 것일 뿐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잠시 움츠리고 있다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 15일 한상대 검찰총장이 내정되자 상황은 급변하는 분위기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사퇴하는 김 전 총장과 한 신임 총장의 뜻을 잘 받들어 검찰의 신뢰회복을 위해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 정관계 의혹 등에 대해 강도 높은 수사를 할 것이다”며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정·관계는 부산저축은행이 명절 ‘떡값’을 통해 관리해온 정·관계 인사가 40명 선에 이른다는 첩보에 노심초사하며 수사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검찰은 떡값 수수 사실이 밝혀져 기소된 김광수 금융정보분석원장 외에 관리대상에 포함된 인사들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부산저축은행이 지난 수년간 명절용 떡값 차명계좌를 별도로 만들어 놓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의 고위 공직자들에게 총 3억원의 떡값을 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저축은행이 국회 저축은행 국정조사특위 소속 의원들에게 제출한 떡값 관련 계좌목록 자료에 따르면, 부산저축은행은 조모씨와 임모씨 등 임직원 명의로 명절 떡값 차명계좌를 만들어 놓고 한 번에 수천만원씩을 인출해 고위 공무원들에게 100만~200만원씩의 떡값을 현금으로 돌렸다.

국정조사특위 관계자는 “떡값용 차명계좌는 박연호 부산저축은행 회장이나 김민영 부산저축은행장의 지시로 만들어져 명절 때마다 현금으로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떨고 있는 정·재계

지난 14일 저축은행 국정조사 특위 첫 회의가 증인 채택 문제로 파행을 빚었지만 검찰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분위기다. 새로운 총장이 내정된 만큼 그동안 지지 부진했던 수사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가 크다.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 중 한명인 브로커 박씨를 인터폴에 공개수배하는 등 수사에 물꼬를 트고 있다.

‘한 방’을 노리는 검찰의 움직임과 속속 드러나는 사실에 정치권과 금융당국은 긴장에 떨고 있다. 행여나 불똥이 자신들에게 튈 것을 염려한 탓이다. 사실이 아닐지라도 수사선상에 오르내리는 것만으로 자신의 이미지에 크게 손상이 가는 것은 물론이고 내년 총선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큰 오점으로 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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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