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 샌’ 국정원 특수활동비의 비밀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11.07 10:20:53
  • 호수 11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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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상납 게이트 터졌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문고리 3인방’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수뢰한 혐의로 검찰에 체포됐다. 국정원 특수활동비 논란이 또다시 불거졌다. 그동안 국정원 특수활동비는 국가기밀활동을 이유로 국회 예산 통제에 벗어난 ‘검은돈’이었다. 
 

검찰이 박근혜정부 시절 청와대가 국가정보원 간부들로부터 뒷돈을 상납받은 혐의를 포착해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양석조)는 박근혜정부 시절 국정원 간부들이 특수활동비 가운데 수십억원을 청와대 쪽에 상납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과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지난달 31일 체포했다. 

박근혜도?
공범 여부 수사

이 외에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뿐만 아니라 다른 청와대 수석들에게도 국정원 돈이 전달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조사 결과 2013∼2016년 최소 40억원의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청와대 상납금으로 전달됐다. 국정원 간부는 매달 1억원가량의 현금을 이 전 비서관과 안 전 비서관에게 번갈아가면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근 이헌수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으로부터 “청와대 인근 장소 등에서 이들을 만나 5만원짜리 지폐 1억여원이 든 가방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검찰 조사에서 집권 기간 매달 국정원으로부터 1억원씩 전달 받은 사실을 시인했다. 


이 전 실장 진술 외에 검찰은 최근 화이트 리스트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서 국정원 간부들로부터 뒷돈을 상납했다는 여러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정부 내내 지속적으로 거액이 전달됨에 따라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 등이 전원 뇌물공여 또는 국고손실죄 피의자로 입건됐다.

안봉근·이재만 월 1억 상납 의혹
조윤선도 월 500만원씩 받아 파문

이로써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구속된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과 함께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린 이·안 전 비서관에 대해서도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기정사실화됐다.  

정무수석으로 청와대와 정치권 사이 가교 역할을 해온 조 전 수석(재임기간 2014년 6월∼2015년 5월)에게도 매달 500만원씩 총 수천만원이 제공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6월 취임한 조 전 수석은 다음해 5월까지 매달 500만원씩 5000만원을 챙긴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조 전 수석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이 불거지면서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특수활동비 정보 및 사건 수사, 그밖에 국정 수행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를 말한다. 국정원 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에 사용토록 돼있다. 이에 따라 첩보활동과 비밀수사에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친박계 화들짝
정치자금으로?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획재정부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정부의 특수활동비는 8870억원이었으며 올해는 8990억원으로 책정돼있다. 올해만 해도 지난해보다 120억원 가량 늘었는데 매년 증가 추세다. 

특수활동비를 가장 많이 배정 받은 곳은 국정원이다. 2017년 국정원의 특수활동비 예산은 4947억원으로 지난해보다 86억원 늘었다. 정부 전체 특수활동비 예산의 55%에 해당하는 엄청난 금액이다.

문제는 이렇게 막대한 국민 세금을 예산으로 배정했지만 이 돈들이 어떻게 쓰였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각 정부 부처는 특수활동비와 관련해 “수사와 정보수집 등 사용처를 밝히면 지장을 받을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한해 영수증 등 증빙서류를 생략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수활동비를 받았다는 서명만 하면 현금으로 수령해 사용하고 사용 내역도 제출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국회나 심지어 감사원 등에서도 그 용처를 확인할 수 없다. 

실제 감사원이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19개 정부기관의 특수활동비 집행실태를 점검한 결과를 보면, 49.7%가 현금으로 지원되는 특수활동비를 사용하면서도 언제, 누가, 왜, 비용을 얼마만큼 썼는지를 밝히는 ‘집행내용확인서’를 제대로 남기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그동안 특수활동비를 둘러싼 흑역사도 많다. 공직자들의 식사 접대나 유흥비, 골프 접대 등에 사실상 쌈짓돈으로 사용돼 온 것. 
 

2007년 5월 김성호 법무부장관은 부산시의회 의장 등과의 저녁 식사에 특수활동비로 600여만원을 써서 구설에 올랐다. 당시 비서가 신용카드로 결제했는데 법무부는 특수활동비라고 인정했다. 논란이 일자 김 장관은 뒤늦게 사비 처리했다. 

정권 실세들 
돈줄’역할

2009년 11월 김준규 검찰총장은 출입기자들과의 회식자리서 특수활동비로 기자들에게 50만원이 든 봉투를 돌려 입길에 올랐다. 그는 2011년에도 검찰 고위간부가 참석한 워크숍서 검찰 간부들에게 200만~300만원씩, 총 9800만원의 특수활동비를 봉투에 담아 격려금으로 돌려 물의를 빚기도 했다.

2010년 9월, 당시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서 문화부 제2차관 재임 시절 13개월간 1억9000만원에 이르는 특수활동비를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개인 유흥과 골프 접대비로 사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13년 1월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사퇴한 이동흡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경우 서른여개에 가까운 의혹이 제기됐지만 결정적으로 문제가 된 건 부적절한 특정업무경비 사용이었다. 

월 400만원의 특정업무경비를 개인 통장에 넣어두고 주말 휴일에 수차례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국정원 특수활동비의 경우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박근혜정부 당시 국정원이 특수활동비로 보수 성향의 인터넷 언론을 설립해 ‘여론조작’을 시도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또 이명박정부 당시엔 국정원이 2012년 대선 직전 ‘민간인 여론조작팀’에 30억원의 특수활동비를 사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먼저 국정원은 특수활동비로 여론몰이용 인터넷 매체를 설립했다. 대선 7개월 전인 2012년 5월 국군 사이버사령부 530단이 국정원에 특수활동비를 받아 여론몰이를 위한 콘텐츠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실세에 흘러간 검은돈 정체는?’
‘뇌물죄’ 전직 원장 3명 입건

이들은 정치 댓글 공작 등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은 사이버사에 연간 30억∼60억원의 특수활동비를 지원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사이버사 심리전단 부대원들에게 수당 성격의 활동비로 지급됐다.
 

국정원은 온라인 여론조작과 별도로 오프라인 심리전을 위해 박승춘 전 국가보훈처장이 만든 단체 ‘국가발전미래교육협의회(국발협)’에 자금을 지원했다. 이명박정부 때인 2010년부터 사무실 임대료와 상근자 월급 등의 명목으로 1년간 국발협 한 지회에 5000만원가량 지원했다. 자금 출처는 온라인 여론조작과 마찬가지로 국정원 특수활동비였다.

2012년 대통령 선거 직전에는 ‘민간인 여론조작팀’ 3500명을 조직적으로 운영하며 한해 30억원의 예산을 썼다. 2009년 5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민간인으로 30개팀을 운영하며 인건비로 한 달에 2억5000만∼3억원을 지급했다고 한다. 국정원에선 이를 ‘사이버외곽팀’이라고 불렀다.


노무현정부를 거치면서 사라진 것으로 알려진 청와대의 국정원 특수활동비 전용 구습이 박근혜정부서 부활했다. 꼬리표 없는 특수활동비를 욕심낸 청와대 실세들과 거센 개혁 요구 속에 청와대 지원이 필요했던 국정원 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뒷거래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검찰은 청와대 인사들이 국정원이 준 돈을 착복해 활동비 등 사적 용도에 썼을 가능성을 살펴보는 중이다. 국정원의 청와대 상납금을 뇌물로 보고 있다. 뇌물죄는 ‘부정한 청탁’이 없더라도 공무원이 단순히 ‘직무와 관련해’ 돈을 받기만 해도 인정된다. 

무슨 속셈으로 
갖다 바쳤나 

검찰은 향후 박근혜정부 청와대에 흘러간 국정원 특수활동비 규모를 추가로 밝힐 예정이다. 이 가운데 일부가 박 전 대통령 ‘통치자금’으로 활용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또 전달된 국정원 돈이 친박계 의원들에게 흘러들어갔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정원 돈이 청와대를 거쳐 당시 여당 등으로 흘러들어간 흔적이 나오면 국정원발 게이트 사건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아직 정치권과 관련해 나온 정황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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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