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장 입수> 국세청 ‘표적 사찰’ 의혹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10.10 10:48:37
  • 호수 11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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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 직원에 고소당한 전 국세청장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임환수 전 국세청장이 송사에 휘말렸다. 고소인은 다름 아닌 부하 직원이다. 역대 최장수 임기를 마치고 명예롭게(?) 퇴직한 임 전 청장이 부하 직원에게 고소당한 까닭은 무엇일까.
 

현직 국세청 직원 김모씨가 임환수 전 국세청장을 직권남용죄로 지난 5월24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지난달 13일 고소인 조사를 마친 것으로 전해진다. 광주세무서 납세보호실장인 김씨는 “임 전 청장이 재직 당시 길들이기 식으로 특정 세무서를 표적감사했다”고 주장했다. 

최순실 사건 당시
우병우 조사 주장

먼저 김씨는 왜 자신이 표적 감사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걸까. 김씨는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국세청 내부 게시판에 사건과 연루된 핵심 관계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제안했다. 이뿐만 아니라 당시 박근혜정부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지난해 9월2일 김씨는 내부 게시판에 ‘우병우 수석 처가 탈세 혐의에 대한 세무조사 공개 제안’이라는 글을 썼다. 우 전 수석의 장인 이상달씨와 그의 자녀들이 상속세와 종합소득세 등을 탈루한 혐의를 인정할 만한 자료가 있기 때문에 김씨는 세무조사를 즉시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해 9월5일부터 ‘대통령의 7시간 반드시 밝혀야 합니다’라는 글을 시작으로 ‘지록위마(指鹿爲馬)’ ‘지부상소(持斧上疏) ’ ‘광화문 집회 참여가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이라고요?’ ‘군주민수(君舟民水)’ ‘대통령의 거짓말’ ‘갈 데까지 가보자’ ‘탄핵23456’ ‘국세청도 박근혜게이트서 자유롭지 않다’는 등 박근혜정부와 내부 비판에 관한 글을 아홉 차례에 걸쳐 썼다. 


이를 본 복수의 공무원 관계자들은 혀를 내둘렀다. 김씨의 글이 윗사람에게는 불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입 모았다. 현직에서 근무 중인 한 공무원은 “공무원 조직은 정권 따라 바뀐다. 각 부처 장차관 임명권자는 사실상 대통령이기 때문이다”며 “저렇게 노골적으로 현 정부를 비판하는 건 직속 기관장 얼굴에 침 뱉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외에도 그동안 수많은 내부 비판성 글을 남기며 조직서 ‘문제아’로 찍힌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글을 쓴 이후 김씨는 내부 감사를 받게 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고소장에 따르면 김씨는 약 두 차례의 감사를 받았다. 
 

국세청은 지난 2월9일부터 14일까지 김씨를 상대로 분야별 업무매뉴얼 활용 실태를 감사했다. 업무매뉴얼 감사란 말 그대로 업무를 매뉴얼대로 집행했느냐를 살펴보는 것. 그런데 국세청은 일선 세무서로 서울지방국세청 산하 종로세무서와 광주지방국세청 광주세무서 두 곳만 감사했다.

현 직원 직권남용죄 혐의 임환수 고소
“재임 시절 내부 비판하자 보복” 주장

이에 대해 김씨는 고소장에 “지방 국세청은 6곳이다. 서울·중부·부산·대구·광주·대전이다”며 “일선 세무서 업무 매뉴얼 감사를 하려면 다른 지방 국세청들도 한 곳 씩 감사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고소장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3월14일부터 21일 납세자보호실분야 기획 감사도 받았다. 당시 감사 계획은 3월9일 통보돼 촉박하게 진행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감사는 대전지방국세청에 설치된 감사장에서 진행됐다.


광주지방국세청 산하 14개 세무서가 감사 대상이었다. 당시 감사에서 요구한 자료는 ▲국세심사위원회 심의결과 ▲인용 사건 명세 ▲세무조사 중지 적정 여부 ▲각 민간위원의 주민등록번호를 포함한 소속과 위촉기간 등이었다. 

김씨는 2015년 1월부터 2017년 1월까지 광주지방국세청 산하인 정읍세무서에서 납세자보호담당관으로 재직한 바 있다. 

때문에 김씨는 “국세청에서 본인을 표적 감사하기 위해 정읍세무서에 재직했던 자료가 필요했을 것이다”며 “이런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으려면 직접 현장에 나와 감사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국세청 내부 감사 결과 김씨와 관련된 비위 사실은 드러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자성 목소리 냈다
2차례 감사 받아

일각에선 당시 감사가 급박하게 진행됐다고도 말한다. 일선 세무서는 정기 감사 때도 충분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획 감사라고 할지라도 충분히 예고하고 진행할 수 있었음에도 급박하게 감사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김씨는 ‘표적 감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표적감사는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누굴 표적감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안 된다”며 “감사한 것은 맞으나 특정 감사는 아니고 표본 감사일뿐이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국세청 직원들이 해당 기사를 막기 위해 언론사를 찾아다녔다는 의혹도 있다. 전임 국세청장이 고소를 당했는데 왜 국세청 직원들이 나선 것일까. 이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이게 적극적으로 해명 자료를 낼 사항은 아니다. 국세청 신뢰도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해당 언론사에 찾아가 해명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임 전 청장은 지난 6월28일 퇴임했다. 2014년 8월 취임한 임 전 청장은 문민정부 출범 이후 추경석 전 청장(1991년 12월∼1995년 12월)에 이어 두 번째 장수 청장이 됐다. 

그는 박근혜정부 두 번째 국세청장에 올라 국세 행정에 주력했다. 2015년과 2016년 정부가 세수 결손을 면하고 초과 세수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노력이 한몫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임 전 청장은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박근혜정부의 부역자라는 상반된 평가도 있다. 실제로 임 전 청장이 재직 때 박근혜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사들과 특정 기업에 대한 표적 세무조사를 벌인 의혹이 있다. 

전 정권 부역?
석연찮은 정황

국세청은 2015년 1월 통일교 관련 회사들에 대한 세무조사를 들어갔다. 통일교는 ‘청와대 청윤회 동향 문건’을 처음으로 보도한 <세계일보>를 소유하고 있다. 통일교에 대한 세무조사는 애초 2013년 10월 시작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당시 기업 경기를 살린다는 정부 방침이 세무조사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 정해지면서 세무조사가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가 국세청은 <세계일보>의 정윤회 문건 보도 이후 통일교를 다시 세무조사를 하며 ‘표적 조사’를 받았다.

이외에도 지난해 최순실 태블릿PC를 통해 비선실세 국정농단을 보도한 JTBC가 보도 직전 청와대로부터 세무조사 압박을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청와대가 전방위로 JTBC 보도를 막으려 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며 “JTBC 세무조사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는 청와대 지시로 세무조사를 당했다는 증언이 잇달아 나왔다. 이현주 대원어드바이저리 대표의 경우 2014년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의 부탁을 받고 김영재 원장의 가족회사 해외 진출을 컨설팅 제안을 받고 일이 틀어지자 세무조사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감사 맞으나 특정 감사 아니다”
“우리는 표본 감사했을 뿐”

대원어드바이저리 측에 따르면 당시 세무조사를 받은 곳은 이 대표가 운영하는 헤드헌팅업체 D사와 이 대표 아버지가 운영하는 대원어드바이저리, 이 대표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부동산업체 E사 등 3곳이다.

김 원장과 특허 분쟁을 벌이던 중소기업 대표 이모씨도 국세청으로부터 표적 수사를 당했다는 의혹이 있다. 김 원장 부인이 운영하는 와이제이콥스가 이씨를 상대로 2014년 특허청에 심판을 제기했다. 이후 이씨의 회사는 국세청 등 국가기관 네 곳에서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또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승마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과정서 정씨의 판정 점수에 이의를 제기하던 선수의 아버지에게 대한승마협회 내 최씨의 측근이 세무조사를 거론하며 항의하지 못하게 했다는 의혹도 있다. 

실제로 해당 선수의 아버지의 회사는 세무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청장 개입 여부 
진상 밝혀지나 

이 모두가 임 전 청장이 재직했던 당시 일어났던 일이다. 어쩌면 김씨의 내부 비판이 국세청 고위간부들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향후 국세청 적폐청산기구 격인 국세행정 개혁 태스포크의 진상조사에서 임 전 청장의 표적 세무조사 지시 여부가 드러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치적 세무조사 진상은?

국세청 적폐청산기구 격인 국세행정 개혁 태스크포스(TF)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촉발시킨 태광실업 세무조사의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국세행정 TF는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 ‘정치적 세무조사’ 의혹이 짙은 10여건도 조사하고 있다. 연내에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세행정 개혁 TF 산하 세무조사 개선 분과는 최근 첫 회의를 갖고 과거 정치적으로 논란이 된 세무조사에 대해 본격 점검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세무조사 개선 분과 외부위원들은 국세청으로부터 위촉장을 받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으며 최근 첫 회의를 개최한 것으로 전해졌다.

첫 회의에선 ‘정치적 세무조사’에 대한 대상 및 범위 등 핵심 사안을 논의했으며 개별 조사 사건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또 표적 논란이 없도록 기간과 대표적인 점검대상을 정하고, 필요할 경우 조사당사자나 참고인 조사도 병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TF는 정치적 세무조사와 관련한 개별사건 점검을 완료하고 이를 토대로 정치적 중립성 제고를 위한 세무조사 개선 방안을 연말까지 마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세청이 적폐청산 차원에서 과거 정치적 세무조사를 점검하겠다고 밝힌 이후 세정가에선 그 대상으로 태광실업, <세계일보>, 다음카카오, CJ E&M 등을 올려놓고 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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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