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장 입수> 국세청 ‘표적 사찰’ 의혹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10.10 10:48:37
  • 호수 11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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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 직원에 고소당한 전 국세청장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임환수 전 국세청장이 송사에 휘말렸다. 고소인은 다름 아닌 부하 직원이다. 역대 최장수 임기를 마치고 명예롭게(?) 퇴직한 임 전 청장이 부하 직원에게 고소당한 까닭은 무엇일까.
 

현직 국세청 직원 김모씨가 임환수 전 국세청장을 직권남용죄로 지난 5월24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지난달 13일 고소인 조사를 마친 것으로 전해진다. 광주세무서 납세보호실장인 김씨는 “임 전 청장이 재직 당시 길들이기 식으로 특정 세무서를 표적감사했다”고 주장했다. 

최순실 사건 당시
우병우 조사 주장

먼저 김씨는 왜 자신이 표적 감사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걸까. 김씨는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국세청 내부 게시판에 사건과 연루된 핵심 관계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제안했다. 이뿐만 아니라 당시 박근혜정부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지난해 9월2일 김씨는 내부 게시판에 ‘우병우 수석 처가 탈세 혐의에 대한 세무조사 공개 제안’이라는 글을 썼다. 우 전 수석의 장인 이상달씨와 그의 자녀들이 상속세와 종합소득세 등을 탈루한 혐의를 인정할 만한 자료가 있기 때문에 김씨는 세무조사를 즉시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해 9월5일부터 ‘대통령의 7시간 반드시 밝혀야 합니다’라는 글을 시작으로 ‘지록위마(指鹿爲馬)’ ‘지부상소(持斧上疏) ’ ‘광화문 집회 참여가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이라고요?’ ‘군주민수(君舟民水)’ ‘대통령의 거짓말’ ‘갈 데까지 가보자’ ‘탄핵23456’ ‘국세청도 박근혜게이트서 자유롭지 않다’는 등 박근혜정부와 내부 비판에 관한 글을 아홉 차례에 걸쳐 썼다. 


이를 본 복수의 공무원 관계자들은 혀를 내둘렀다. 김씨의 글이 윗사람에게는 불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입 모았다. 현직에서 근무 중인 한 공무원은 “공무원 조직은 정권 따라 바뀐다. 각 부처 장차관 임명권자는 사실상 대통령이기 때문이다”며 “저렇게 노골적으로 현 정부를 비판하는 건 직속 기관장 얼굴에 침 뱉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외에도 그동안 수많은 내부 비판성 글을 남기며 조직서 ‘문제아’로 찍힌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글을 쓴 이후 김씨는 내부 감사를 받게 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고소장에 따르면 김씨는 약 두 차례의 감사를 받았다. 
 

국세청은 지난 2월9일부터 14일까지 김씨를 상대로 분야별 업무매뉴얼 활용 실태를 감사했다. 업무매뉴얼 감사란 말 그대로 업무를 매뉴얼대로 집행했느냐를 살펴보는 것. 그런데 국세청은 일선 세무서로 서울지방국세청 산하 종로세무서와 광주지방국세청 광주세무서 두 곳만 감사했다.

현 직원 직권남용죄 혐의 임환수 고소
“재임 시절 내부 비판하자 보복” 주장

이에 대해 김씨는 고소장에 “지방 국세청은 6곳이다. 서울·중부·부산·대구·광주·대전이다”며 “일선 세무서 업무 매뉴얼 감사를 하려면 다른 지방 국세청들도 한 곳 씩 감사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고소장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3월14일부터 21일 납세자보호실분야 기획 감사도 받았다. 당시 감사 계획은 3월9일 통보돼 촉박하게 진행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감사는 대전지방국세청에 설치된 감사장에서 진행됐다.


광주지방국세청 산하 14개 세무서가 감사 대상이었다. 당시 감사에서 요구한 자료는 ▲국세심사위원회 심의결과 ▲인용 사건 명세 ▲세무조사 중지 적정 여부 ▲각 민간위원의 주민등록번호를 포함한 소속과 위촉기간 등이었다. 

김씨는 2015년 1월부터 2017년 1월까지 광주지방국세청 산하인 정읍세무서에서 납세자보호담당관으로 재직한 바 있다. 

때문에 김씨는 “국세청에서 본인을 표적 감사하기 위해 정읍세무서에 재직했던 자료가 필요했을 것이다”며 “이런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으려면 직접 현장에 나와 감사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국세청 내부 감사 결과 김씨와 관련된 비위 사실은 드러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자성 목소리 냈다
2차례 감사 받아

일각에선 당시 감사가 급박하게 진행됐다고도 말한다. 일선 세무서는 정기 감사 때도 충분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획 감사라고 할지라도 충분히 예고하고 진행할 수 있었음에도 급박하게 감사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김씨는 ‘표적 감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표적감사는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누굴 표적감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안 된다”며 “감사한 것은 맞으나 특정 감사는 아니고 표본 감사일뿐이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국세청 직원들이 해당 기사를 막기 위해 언론사를 찾아다녔다는 의혹도 있다. 전임 국세청장이 고소를 당했는데 왜 국세청 직원들이 나선 것일까. 이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이게 적극적으로 해명 자료를 낼 사항은 아니다. 국세청 신뢰도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해당 언론사에 찾아가 해명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임 전 청장은 지난 6월28일 퇴임했다. 2014년 8월 취임한 임 전 청장은 문민정부 출범 이후 추경석 전 청장(1991년 12월∼1995년 12월)에 이어 두 번째 장수 청장이 됐다. 

그는 박근혜정부 두 번째 국세청장에 올라 국세 행정에 주력했다. 2015년과 2016년 정부가 세수 결손을 면하고 초과 세수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노력이 한몫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임 전 청장은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박근혜정부의 부역자라는 상반된 평가도 있다. 실제로 임 전 청장이 재직 때 박근혜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사들과 특정 기업에 대한 표적 세무조사를 벌인 의혹이 있다. 

전 정권 부역?
석연찮은 정황

국세청은 2015년 1월 통일교 관련 회사들에 대한 세무조사를 들어갔다. 통일교는 ‘청와대 청윤회 동향 문건’을 처음으로 보도한 <세계일보>를 소유하고 있다. 통일교에 대한 세무조사는 애초 2013년 10월 시작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당시 기업 경기를 살린다는 정부 방침이 세무조사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 정해지면서 세무조사가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가 국세청은 <세계일보>의 정윤회 문건 보도 이후 통일교를 다시 세무조사를 하며 ‘표적 조사’를 받았다.

이외에도 지난해 최순실 태블릿PC를 통해 비선실세 국정농단을 보도한 JTBC가 보도 직전 청와대로부터 세무조사 압박을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청와대가 전방위로 JTBC 보도를 막으려 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며 “JTBC 세무조사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는 청와대 지시로 세무조사를 당했다는 증언이 잇달아 나왔다. 이현주 대원어드바이저리 대표의 경우 2014년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의 부탁을 받고 김영재 원장의 가족회사 해외 진출을 컨설팅 제안을 받고 일이 틀어지자 세무조사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감사 맞으나 특정 감사 아니다”
“우리는 표본 감사했을 뿐”

대원어드바이저리 측에 따르면 당시 세무조사를 받은 곳은 이 대표가 운영하는 헤드헌팅업체 D사와 이 대표 아버지가 운영하는 대원어드바이저리, 이 대표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부동산업체 E사 등 3곳이다.

김 원장과 특허 분쟁을 벌이던 중소기업 대표 이모씨도 국세청으로부터 표적 수사를 당했다는 의혹이 있다. 김 원장 부인이 운영하는 와이제이콥스가 이씨를 상대로 2014년 특허청에 심판을 제기했다. 이후 이씨의 회사는 국세청 등 국가기관 네 곳에서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또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승마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과정서 정씨의 판정 점수에 이의를 제기하던 선수의 아버지에게 대한승마협회 내 최씨의 측근이 세무조사를 거론하며 항의하지 못하게 했다는 의혹도 있다. 

실제로 해당 선수의 아버지의 회사는 세무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청장 개입 여부 
진상 밝혀지나 

이 모두가 임 전 청장이 재직했던 당시 일어났던 일이다. 어쩌면 김씨의 내부 비판이 국세청 고위간부들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향후 국세청 적폐청산기구 격인 국세행정 개혁 태스포크의 진상조사에서 임 전 청장의 표적 세무조사 지시 여부가 드러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치적 세무조사 진상은?

국세청 적폐청산기구 격인 국세행정 개혁 태스크포스(TF)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촉발시킨 태광실업 세무조사의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국세행정 TF는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 ‘정치적 세무조사’ 의혹이 짙은 10여건도 조사하고 있다. 연내에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세행정 개혁 TF 산하 세무조사 개선 분과는 최근 첫 회의를 갖고 과거 정치적으로 논란이 된 세무조사에 대해 본격 점검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세무조사 개선 분과 외부위원들은 국세청으로부터 위촉장을 받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으며 최근 첫 회의를 개최한 것으로 전해졌다.

첫 회의에선 ‘정치적 세무조사’에 대한 대상 및 범위 등 핵심 사안을 논의했으며 개별 조사 사건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또 표적 논란이 없도록 기간과 대표적인 점검대상을 정하고, 필요할 경우 조사당사자나 참고인 조사도 병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TF는 정치적 세무조사와 관련한 개별사건 점검을 완료하고 이를 토대로 정치적 중립성 제고를 위한 세무조사 개선 방안을 연말까지 마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세청이 적폐청산 차원에서 과거 정치적 세무조사를 점검하겠다고 밝힌 이후 세정가에선 그 대상으로 태광실업, <세계일보>, 다음카카오, CJ E&M 등을 올려놓고 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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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