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장 입수> 국세청 ‘표적 사찰’ 의혹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10.10 10:48:37
  • 호수 11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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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 직원에 고소당한 전 국세청장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임환수 전 국세청장이 송사에 휘말렸다. 고소인은 다름 아닌 부하 직원이다. 역대 최장수 임기를 마치고 명예롭게(?) 퇴직한 임 전 청장이 부하 직원에게 고소당한 까닭은 무엇일까.
 

현직 국세청 직원 김모씨가 임환수 전 국세청장을 직권남용죄로 지난 5월24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지난달 13일 고소인 조사를 마친 것으로 전해진다. 광주세무서 납세보호실장인 김씨는 “임 전 청장이 재직 당시 길들이기 식으로 특정 세무서를 표적감사했다”고 주장했다. 

최순실 사건 당시
우병우 조사 주장

먼저 김씨는 왜 자신이 표적 감사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걸까. 김씨는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국세청 내부 게시판에 사건과 연루된 핵심 관계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제안했다. 이뿐만 아니라 당시 박근혜정부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지난해 9월2일 김씨는 내부 게시판에 ‘우병우 수석 처가 탈세 혐의에 대한 세무조사 공개 제안’이라는 글을 썼다. 우 전 수석의 장인 이상달씨와 그의 자녀들이 상속세와 종합소득세 등을 탈루한 혐의를 인정할 만한 자료가 있기 때문에 김씨는 세무조사를 즉시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해 9월5일부터 ‘대통령의 7시간 반드시 밝혀야 합니다’라는 글을 시작으로 ‘지록위마(指鹿爲馬)’ ‘지부상소(持斧上疏) ’ ‘광화문 집회 참여가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이라고요?’ ‘군주민수(君舟民水)’ ‘대통령의 거짓말’ ‘갈 데까지 가보자’ ‘탄핵23456’ ‘국세청도 박근혜게이트서 자유롭지 않다’는 등 박근혜정부와 내부 비판에 관한 글을 아홉 차례에 걸쳐 썼다. 


이를 본 복수의 공무원 관계자들은 혀를 내둘렀다. 김씨의 글이 윗사람에게는 불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입 모았다. 현직에서 근무 중인 한 공무원은 “공무원 조직은 정권 따라 바뀐다. 각 부처 장차관 임명권자는 사실상 대통령이기 때문이다”며 “저렇게 노골적으로 현 정부를 비판하는 건 직속 기관장 얼굴에 침 뱉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외에도 그동안 수많은 내부 비판성 글을 남기며 조직서 ‘문제아’로 찍힌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글을 쓴 이후 김씨는 내부 감사를 받게 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고소장에 따르면 김씨는 약 두 차례의 감사를 받았다. 
 

국세청은 지난 2월9일부터 14일까지 김씨를 상대로 분야별 업무매뉴얼 활용 실태를 감사했다. 업무매뉴얼 감사란 말 그대로 업무를 매뉴얼대로 집행했느냐를 살펴보는 것. 그런데 국세청은 일선 세무서로 서울지방국세청 산하 종로세무서와 광주지방국세청 광주세무서 두 곳만 감사했다.

현 직원 직권남용죄 혐의 임환수 고소
“재임 시절 내부 비판하자 보복” 주장

이에 대해 김씨는 고소장에 “지방 국세청은 6곳이다. 서울·중부·부산·대구·광주·대전이다”며 “일선 세무서 업무 매뉴얼 감사를 하려면 다른 지방 국세청들도 한 곳 씩 감사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고소장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3월14일부터 21일 납세자보호실분야 기획 감사도 받았다. 당시 감사 계획은 3월9일 통보돼 촉박하게 진행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감사는 대전지방국세청에 설치된 감사장에서 진행됐다.


광주지방국세청 산하 14개 세무서가 감사 대상이었다. 당시 감사에서 요구한 자료는 ▲국세심사위원회 심의결과 ▲인용 사건 명세 ▲세무조사 중지 적정 여부 ▲각 민간위원의 주민등록번호를 포함한 소속과 위촉기간 등이었다. 

김씨는 2015년 1월부터 2017년 1월까지 광주지방국세청 산하인 정읍세무서에서 납세자보호담당관으로 재직한 바 있다. 

때문에 김씨는 “국세청에서 본인을 표적 감사하기 위해 정읍세무서에 재직했던 자료가 필요했을 것이다”며 “이런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으려면 직접 현장에 나와 감사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국세청 내부 감사 결과 김씨와 관련된 비위 사실은 드러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자성 목소리 냈다
2차례 감사 받아

일각에선 당시 감사가 급박하게 진행됐다고도 말한다. 일선 세무서는 정기 감사 때도 충분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획 감사라고 할지라도 충분히 예고하고 진행할 수 있었음에도 급박하게 감사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김씨는 ‘표적 감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표적감사는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누굴 표적감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안 된다”며 “감사한 것은 맞으나 특정 감사는 아니고 표본 감사일뿐이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국세청 직원들이 해당 기사를 막기 위해 언론사를 찾아다녔다는 의혹도 있다. 전임 국세청장이 고소를 당했는데 왜 국세청 직원들이 나선 것일까. 이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이게 적극적으로 해명 자료를 낼 사항은 아니다. 국세청 신뢰도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해당 언론사에 찾아가 해명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임 전 청장은 지난 6월28일 퇴임했다. 2014년 8월 취임한 임 전 청장은 문민정부 출범 이후 추경석 전 청장(1991년 12월∼1995년 12월)에 이어 두 번째 장수 청장이 됐다. 

그는 박근혜정부 두 번째 국세청장에 올라 국세 행정에 주력했다. 2015년과 2016년 정부가 세수 결손을 면하고 초과 세수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노력이 한몫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임 전 청장은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박근혜정부의 부역자라는 상반된 평가도 있다. 실제로 임 전 청장이 재직 때 박근혜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사들과 특정 기업에 대한 표적 세무조사를 벌인 의혹이 있다. 

전 정권 부역?
석연찮은 정황

국세청은 2015년 1월 통일교 관련 회사들에 대한 세무조사를 들어갔다. 통일교는 ‘청와대 청윤회 동향 문건’을 처음으로 보도한 <세계일보>를 소유하고 있다. 통일교에 대한 세무조사는 애초 2013년 10월 시작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당시 기업 경기를 살린다는 정부 방침이 세무조사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 정해지면서 세무조사가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가 국세청은 <세계일보>의 정윤회 문건 보도 이후 통일교를 다시 세무조사를 하며 ‘표적 조사’를 받았다.

이외에도 지난해 최순실 태블릿PC를 통해 비선실세 국정농단을 보도한 JTBC가 보도 직전 청와대로부터 세무조사 압박을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청와대가 전방위로 JTBC 보도를 막으려 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며 “JTBC 세무조사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는 청와대 지시로 세무조사를 당했다는 증언이 잇달아 나왔다. 이현주 대원어드바이저리 대표의 경우 2014년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의 부탁을 받고 김영재 원장의 가족회사 해외 진출을 컨설팅 제안을 받고 일이 틀어지자 세무조사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감사 맞으나 특정 감사 아니다”
“우리는 표본 감사했을 뿐”

대원어드바이저리 측에 따르면 당시 세무조사를 받은 곳은 이 대표가 운영하는 헤드헌팅업체 D사와 이 대표 아버지가 운영하는 대원어드바이저리, 이 대표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부동산업체 E사 등 3곳이다.

김 원장과 특허 분쟁을 벌이던 중소기업 대표 이모씨도 국세청으로부터 표적 수사를 당했다는 의혹이 있다. 김 원장 부인이 운영하는 와이제이콥스가 이씨를 상대로 2014년 특허청에 심판을 제기했다. 이후 이씨의 회사는 국세청 등 국가기관 네 곳에서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또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승마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과정서 정씨의 판정 점수에 이의를 제기하던 선수의 아버지에게 대한승마협회 내 최씨의 측근이 세무조사를 거론하며 항의하지 못하게 했다는 의혹도 있다. 

실제로 해당 선수의 아버지의 회사는 세무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청장 개입 여부 
진상 밝혀지나 

이 모두가 임 전 청장이 재직했던 당시 일어났던 일이다. 어쩌면 김씨의 내부 비판이 국세청 고위간부들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향후 국세청 적폐청산기구 격인 국세행정 개혁 태스포크의 진상조사에서 임 전 청장의 표적 세무조사 지시 여부가 드러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치적 세무조사 진상은?

국세청 적폐청산기구 격인 국세행정 개혁 태스크포스(TF)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촉발시킨 태광실업 세무조사의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국세행정 TF는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 ‘정치적 세무조사’ 의혹이 짙은 10여건도 조사하고 있다. 연내에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세행정 개혁 TF 산하 세무조사 개선 분과는 최근 첫 회의를 갖고 과거 정치적으로 논란이 된 세무조사에 대해 본격 점검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세무조사 개선 분과 외부위원들은 국세청으로부터 위촉장을 받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으며 최근 첫 회의를 개최한 것으로 전해졌다.

첫 회의에선 ‘정치적 세무조사’에 대한 대상 및 범위 등 핵심 사안을 논의했으며 개별 조사 사건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또 표적 논란이 없도록 기간과 대표적인 점검대상을 정하고, 필요할 경우 조사당사자나 참고인 조사도 병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TF는 정치적 세무조사와 관련한 개별사건 점검을 완료하고 이를 토대로 정치적 중립성 제고를 위한 세무조사 개선 방안을 연말까지 마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세청이 적폐청산 차원에서 과거 정치적 세무조사를 점검하겠다고 밝힌 이후 세정가에선 그 대상으로 태광실업, <세계일보>, 다음카카오, CJ E&M 등을 올려놓고 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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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