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 체육특기자 진학 대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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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7.09.18 13:37:51
  • 호수 11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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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가 운동하면 꼭 체크하세요!

<일요시사>가 야구 꿈나무들을 응원합니다. 야구학교와 함께 멀지 않은 미래, 그라운드를 누빌 새싹들을 소개합니다.
 

지난 8월11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체육특기생이 운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거주지 밖 진학을 허용하도록 권고하는 결정문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충청북도교육청은 2018년부터 일부 학교에 대해 통학구역 외 진학을 허용하기로 했다.

현재 전국의 17개 교육청 가운데 초등학교 체육특기생의 중학교 입학 대상자를 교육청의 관할 내로 지정한 곳은 모두 7개 교육청(경기, 강원, 충북, 충남, 강원, 전남, 경남, 제주)이다. 

이들 지역의 초등학교 체육특기생은 자신의 거주지 기준 교육청(혹은 교육지원청) 관할 지역 중학교로만 진학할 수 있다. 

관할 지역 내에 있는 중학교에 해당 운동부가 없거나 운동부가 있더라도 정원이 초과된다면 거주지를 이전하거나 불법적 위장 전입 등의 방법으로 타 교육청 관할의 중학교로 진학을 해왔던 것이 오래된 관행이었다.

나머지 10개 교육청은 체육특기생의 희망 학교와 지역의 특성, 현실적인 여건 등을 고려해 시·도 전체 지역에 진학을 허용하고 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재학 중인 체육특기생들의 상급학교 진학에 대한 절차와 현행 법규, 그리고 정확한 정보의 전달을 위해 연재 보도를 기획했다. 그 첫 번째로 진학과 관련된 문답 형식으로 풀어봤다.

-현재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체육특기자들의 상급 학교 진학과 배정에 관한 행정적인 진행의 주체는 누구이며 언제부터 진행되는가?

▲체육특기생으로 상급학교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소속된 학교와 해당 학교를 관할 하에 두고 있는 교육청, 혹은 교육청 산하의 지역별 교육지원청이다. 체육특기생의 진학에 대한 절차와 배정은 모두 각 해의 9∼10월 이루어지는데, 중학교 체육특기자의 고등학교 배정이 시기상 먼저 이뤄지고, 초등학교 체육특기자의 중학교 배정이 뒤따라서 이뤄진다. 

매년 9월 각 지역의 교육청(혹은 교육지원청)은 관내의 모든 학교에 ‘체육특기자 지원서’를 보내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 가운데 체육특기생으로 우선배정을 희망하는 학생들로부터 지원서를 접수받는다. 이때 행정적인 절차는 학교 운동부의 체육부장 교사나 담임교사를 통하여 진행된다. 

체육특기생 지원자는 체육특기자 지원서의 작성과 함께 요구되는 증빙서류 등을 구비해 제출해야 한다. 대표적인 증빙서류는 ‘실거주지 확인서’와 ‘경기실적증명서’ 등이다. 이러한 지원서와 증빙서류를 작성 첨부해 기일 내에 교육청(혹은 교육지원청)에 접수해야 한다. 관계 서류는 다음과 같다.(초등학교 체육특기생)

1.중학교 입학 배정원서 1부

2.중학교 입학 체육특기자 서약서 1부


3.20xx학년도 체육특기종목 육성 중학교 입학 배정신청서 1부

4.체육특기자 추천서 1부5.실거주지 확인서 1부

6.20xx학년도 중학교 입학 체육특기자 지원 확인서 1부

7.경기실적 등명서 등 입상실적 증빙 서류 1부 (서울강남서초교육지원청 자료 기준)
 

-체육특기생은 어떻게 자격을 얻으며 어떤 학생들이 그 자격을 취득할 수가 있는가?

▲일단 자격을 부여하는 주체는 체육특기생 지원자가 재학하고 있는 학교의 학교장이다. 체육특기생 자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첫째는 교육청이 인정한 해당 종목의 대회에 출전한 선수 학생이고, 두 번째로는 학교장이 추천하는 ‘학교장 체육특기생 추천자’다. 그런데 학교장 체육특기생 추천자는 기준이 모호하고 객관적이지 않아 현재도 많은 논란이 있다.

-지원서의 접수 이후에는 어떠한 절차와 내용으로 체육특기자들의 배정이 이뤄지나?

▲일단 지원서의 양식 내용에 보면 체육특기자 지원 학생 선수들이 진학을 희망하는 상급학교를 세 군데로 지정해 지망할 수 있다. 1차·2차·3차 지망(고입의 경우)으로 나뉘는데, 그중 고입 절차에만 있는 3차 지망의 명칭을 ‘임의배정’이라고 한다.

지원서의 접수와 취합이 끝나면 교육청(혹은 교육지원청)은 ‘배정위원회’를 구성하고 지원자들의 상급학교 배정에 착수해 일반학생들의 배정이 시작되기 전, 10월 중으로 체육특기자들의 배정 절차를 모두 완료한다. 

거주지 이전 등 불법위장전입 기승
10개 교육청 거주지 밖 진학 허용

이를 ‘우선배정’이라고 한다. 우선배정은 각 교육청(혹은 교육지원청)마다 배정의 방법이 다르다. 대상자들의 주거지를 기준으로 거리가 가장 가까운 학교로 배정할 수도 있고 무작위 추첨을 통해 관내 학교로 배정하기도 한다.

이제까지는 1·2차 지망에 따른 배정과 3차인 임의배정(고입)이 시간차를 두고 이루어졌는데 2018년 입학생들을 배정하는 올해부터는 이 모든 절차가 한 번에 같이 이루어진다. 이것은 아주 중대한 변화다. 이제까지 체육특기자들의 진학에 있어 만연했던 운동부 지도자들 간의 선수 ‘사전 스카우트’를 방지하기 위한 이유 때문이다.


-사전 스카우트는 무엇인가?

▲이제까지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모든 스포츠 운동부서 상급학교로 진학할 때 오랜 관행으로 굳어져 버린 사전 스카우트 형태의 진학이 운동부와 상급학교 운동부, 학교와 상급학교, 학교와 교육청(혹은 교육지원청) 사이에 암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정확히는 학교 운동부 지도자들간에 상급학교로 진학하는 선수를 대상으로 선수 수급에 관해 행하고 있는 일종의 ‘거래’다.

앞서 기술했던 체육특기자 학생 선수들의 우선배정에 의한 상급학교 진학 절차 이전에, 미리 진학할 학교를 결정하고, 우선배정의 형식과 절차에 그러한 결정을 짜서 맞춰놓는 것이다. 
 

우선배정을 한다고 가정하면 이제까지 1차 지망에서의 지원율은 항상 1:1이 되는 구조였다. 지도자들 간에 미리 진학을 결정했으니 제외된 학생 선수들은 해당 학교를 지원할 필요가 없고, 운동부 인원수에 맞게끔 사전에 결정된 것의 결과물이다.

-사전 스카우트 문제는?


▲사전 스카우트는 세 가지의 문제가 파생이 된다. 첫째, 학생 선수들이 자기가 희망하는 학교로의 진학이 원천적으로 봉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사전 스카우트의 관행 하에서도 대다수 운동부의 지도자들은 학생 선수 혹은 학부모들과의 면담과 의견 교환을 통해 본인들이 원하는 학교로의 진학을 주선하고 진학이 이뤄지도록 노력해왔다.

문제는 이 과정서 일부 지도자들과 학부모들의 소위 ‘명문학교’ 진학에 대한 쏠림의 과열현상으로 여러 가지의 부작용이 발생된다는 것이다. 

둘째, 이러한 사전 스카우트 과정서 철저히 소외되는 학생 선수와 그 학부모들이 갖게 되는 불만이다. 우리나라 같이 교육열이 높은 나라에선 체육 특기생들의 진학서도 부모들이 갖는 관심과 지원이 예외일 수는 없기에, 이러한 진학의 절차와 결정의 과정서 공정하지 못하다는 판단을 학생 선수와 학부모들이 갖게 되면, 예외 없이 심한 부작용이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교육부 당국과 각 교육청들은 이러한 부작용을 방지하고자 ‘초중등교육법시행령’에 체육특기자들의 진학에 관한 규정을 명시하고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가장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이른바 ‘위장전입’이다. 사전 스카우트로 인해 관내 밖의 학교로 진학이 결정되면 해당 학생 선수는 우선배정의 절차 이전에 주소지를 진학할 학교 관내로 옮겨야 한다. 
 

실제로 이사를 하며 주소지를 옮기는 학생 선수들도 있지만, 아직도 많은 학생 선수들과 그 학부모들이 주민등록법과 관련 시행령 등을 위반하며 위장전입을 한다. 이 경우 학부모들이 스스로 관내의 지인 등을 통해 주소지를 변경할 때도 있지만, 많은 경우 진학할 학교의 지도자들이 재학 중인 학생 선수들의 학부모에게 협조를 요청해 그 가정으로 임대 형식의 주소지 등록을 할 수도 있고, 학교 근처의 주택을 임대해 사적인 기숙사 운영을 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하면서 자연적으로 실정법들을 위반하게 된다.

-사전 스카우트를 어떻게 방지할 수 있는가?

▲일단 사전 스카우트로 우선배정의 절차 이전에 체육특기생들의 진학대상 학교가 미리 정해졌다고 가정해보자. 이들은 모두 결정된 학교로 1차 지망을 하게 되며 이 경우 지원율이 1:1이 돼 절차상으로도 하자 없이 자동적으로 입학하게 된다. 

문제는 나머지 선수들의 진학서 발생된다. 

해당 학교로 진학을 희망했으나 원천적으로 지망할 수도 없었던 학생 선수들과 사전 스카우트서 처음부터 배제됐던 학생들과 부모들은 2차 지망이나 3차의 임의배정을 통해 진학할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당사자들과 부모들이 갖게 되는 소외감과 상실감, 그리고 그것들로부터 유발되는 분노와 반발이 많은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사전 스카우트를 방지할 목적으로 1차와 2차, 그리고 3차(고입, 임의배정)에 걸친 우선배정을 동시에 할 예정인데 그 이전에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할 요소가 있다. 바로 학생 선수들과 그 학부모들이 아무 전제 없이 1·2차 지망으로 자신들이 가고 싶은 관내의 학교를 정확하게 신청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관계 법령에 의해 규정된 학생 선수 자신의 진학에 대한 권리다. 그렇게 하면 사전 스카우트로 진학할 경우와 다르게 각 상급학교들의 지원율은 1:1을 넘어서는 구도가 될 것이고 배정위원회의 기준에 따라 학교의 배정이 진행될 것이다.

사전 스카우트로 이미 진학 학교가 결정된 선수라 할지라도 실제 그 학교로 배정이 안 되는 학생 선수들이 나타날 것이고, 지도자들과 학부모들이 이러한 규정과 절차를 계속 인식하게 되면 문제가 되는 사전 스카우트의 관행도 점진적으로 사라질 것이다. 

1차서 3차까지의 우선배정 과정을 동시에 실시하면 그러한 문제점들을 상당 부분 배제시킨 채로 공정한 배정이 이뤄질 수 있다고 교육청 등에서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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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VS 윤석열 탄핵 지연전 비교

박근혜 VS 윤석열 탄핵 지연전 비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된 지 10여일 만에 첫 단추를 끼웠다. 헌법재판소의 강행이 있어서 가능했다. 윤 대통령 측은 여전히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변호인단은 준비기일 당일에 겨우 구성됐다. 앞서 수사와 탄핵심판에 당당히 나서겠다고 밝혔던 윤 대통령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이에 최장 180일인 탄핵심판 기간이 초과할 것이라는 우려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2주가 지났지만 관련 절차는 아직 시작조차 못했다. 윤 대통령이 변호사 선임을 이유로 서류조차 받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변호인을 통해 “탄핵 심판에 당당히 나서겠다”고 말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겨우 겨우 첫 단추 지난 14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재적 의원 300명 가운데 300명이 표결에 참석해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가결됐다. 탄핵안 가결 이후 우원식 국회의장은 탄핵소추의결서를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에게 전달했다. 정 위원장은 탄핵소추의결서 정본과 사본을 각각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와 대통령실로 보냈다. 지난 14일 오후 7시24분 탄핵소추의결서가 대통령실에 전달되면서 윤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됐다. 이제는 수사기관과 헌재의 시간이 된 것이다. 하지만 첫 단추 끼우는 것부터 문제가 되고 있다. 윤 대통령이 헌재의 탄핵 심판 관련 접수 통지 및 준비명령 수취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 16일부터 우편과 인편을 통해 윤 대통령에게 탄핵 심판 접수 통지와 출석요구서, 준비명령 등 서류를 보냈으나 송달에 실패했다. 관저에 보낸 우편은 경호처가 수령을 거부했고, 대통령실로 보낸 우편은 수취인이 없다는 이유로 반송됐다. 구체적으로 인편으로 총 세 차례, 우편으로는 네 차례 대통령 관저와 비서실에 전달됐지만 배달되지 않았다. 계엄포고령 1호와 계엄 관련 국무회의 회의록 등 준비명령서는 인편과 우편으로 각각 두 차례 전달됐으나 수취인 부재, 경호처 수취 거부 등으로 직접 송달에 실패했다. 과거 대통령 탄핵심판 때와 비교하면 어떨까?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 통과된 것은 2016년 12월9일이다. 박 대통령 쪽은 일주일 만인 같은 달 16일 헌재에 소송위임장과 답변서를 제출했다. 201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심판의 경우,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 5일 만에 소송위임장과 의견서가 헌재에 제출됐다. 헌재는 이에 형사소송법 제65조, 민사소송법 제187조에 따라 지난 20일 서류가 도달해 송달 효력이 발생한 것으로 간주했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 제65조, 민사소송법 제187조, 관련 대법원 판례를 종합하면, 정당한 사유 없이 소송서류 송달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등기우편으로 발송할 수 있고 송달의 효력은 소송서류가 송달할 곳에 도달된 때에 발생한다. 10일 동안 서류 수취 안 해 ‘버티기’ 미루다 준비기일 당일 변호인단 제출 따라서 헌재가 대통령 관저로 보낸 탄핵 심판 서류들은 지금껏 경호처의 수취 거부로 송달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헌재의 발송송달 조치에 따라 송달이 이뤄진 것으로 간주한다. 헌재 측은 이번 발송 송달을 통해 서류가 지난 20일 목적지에 도달한 것으로 보고 효력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그간 있어왔던 심판 서류 ‘송달’에 대한 법리적 논란을 해소한 것이다. 그러면서 지난 24일까지 계엄 관련 국무회의록, 증거 목록, 입증 계획 등을 제출하라고 명령했고, 27일 계획된 윤 대통령의 변론준비기일은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고지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 측은 지난 24일에도 헌재가 명령한 국무회의록과 증거 목록, 입증 계획 등을 제출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27일 변론준비기일은 무리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 대외 공보 역할을 수행 중인 석동현 변호사는 지난 24일 오전 기자회견서 “형사소송서도 기소 사실을 인지한 후, 변호사를 선임하고 공소장 부본 확인하는 시간이 제법 걸린다”면서 “27일 변론준비기일은 무리”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대통령의 워딩”이라고도 했다. 이에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을 지낸 노희범 변호사는 “지금까지 대통령 탄핵심판이 두 차례 있었는데 그렇게 많은 기간을 주지도 않았다”면서 “답변서를 준비할 수 있는 기간, 대리인을 선임할 수 있는 기간을 충분히 줬다”고 지적했다. 이어 “헌재는 변론준비절차를 27일로 정해서 고지했고, 대통령도 충분히 알았을 것”이라며 “ 지난 14일 담화문을 통해 윤 대통령은 스스로 계엄 선포가 정당하다고 주장하지 않았나. 법적·정치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탄핵 심판이든 수사든 당당하게 맞서겠다고 얘기했으면서 계속 지연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계속 (탄핵 심판)서류 송달을 거부하고 대리인 지정도 안 하면서 송달됐다고 하니까, 준비 기간이 부족하다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고 적반하장”이라며 “이렇게 (절차를)지연하거나 서류 송달조차 거부하는 경우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어렵사리 헌재의 탄핵심판절차가 시작됐지만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이 헌재 심판을 늦출 변수가 남아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재 재판관 임명이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우선 윤 대통령이 대리인단을 확정하지 않은 것이 문제로 꼽혔다. 실제로 지난 26일까지도 오직 윤 대통령과 40년 지기라는 석동현 변호사가 기자회견을 하는 정도로 대응하고 있을 뿐이다. 대리인단 불출석에 따른 재판 지연은 앞서 변론준비절차기일이 연기된 ‘검사 탄핵 심판’ 사건서도 나왔다. 그대로 따라하기? 지난 18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 변론준비절차는 3분 만에 끝났는데, 국회 측 대리인단이 불출석했기 때문이다. 국회 측 대리인단은 지난 16일쯤 선정됐지만 선임 절차에 시간이 걸려 불출석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헌재는 윤 대통령이 대리인단 명단을 제출하든 재판에 불출석하든 심판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헌재의 한 관계자는 “첫 변론준비기일에 윤 대통령이나 대리인이 출석하지 않으면 궐석재판으로 진행하자는 의견이 내부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궐석재판이란 피고인이 불가항력의 사고 없이 법정에 출정하지 않는 상태서 피고의 출석 없이 진행되는 재판을 말한다. 재판부가 윤 대통령에 대한 유감 표명과 함께 궐석재판 가능성을 시사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헌재가 윤 대통령이 불출석한 상태서 불가피하게 궐석재판을 진행할 경우에는 늦어도 내년 1월부터 본격적인 변론이 가능할 전망이다. 노 변호사는 “윤 대통령 측에서 나오지 않거나, 나오더라도 준비 기간이 부족하다고 하면 12월30일이나 31일쯤 한번 정도 더 변론준비기일을 갖지 않을까 예상한다”며 “내년 1월부터는 본격적인 변론 절차로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변론준비기일 전날까지 변호인단 명단을 제출하지 않다가 재판 시간 4시가량 전인 지난 27일 오전 9시30분경에 헌재에 헌법재판소 출신 배보윤 변호사와 강력·특수통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 배진한 변호사 등을 선임했다는 소송위임장을 제출했다. 이로 인해 궐석재판이 이뤄지지는 않을 예정이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석 변호사의 예고와 다르게 첫 변론준비기일에도 참석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최 권한대행의 헌재 재판관 임명 여부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신임 재판관 임명동의안 처리를 강행할 경우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해 부당함을 다투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임명동의안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함께 낼 것으로 관측된다. 헌재법 제65조는 ‘헌재가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받았을 때는 직권 또는 청구인의 신청에 의해 처분의 효력을 정지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더라도 결과가 나오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가처분 신청을 병행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지난 3일 더불어민주당이 강행한 ‘상설특검 규칙 개정안’에 대해 권한쟁의심판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함께 신청한 전례가 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권한쟁의심판 청구가 한 대행의 임명 권한에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라 별도의 가처분 신청이 결과론적으로 유의미하진 않겠지만 시간을 끌기 위한 정치적 공세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가처분 가능성도 국민의힘이 권한쟁의심판과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고 여야의 갈등 지속으로 후보자 3인의 임명 시기가 늦어지면 윤 대통령 측에서 이를 재판 지연 전략의 빌미로 활용할 가능성도 크다. ‘9인 체제가 꾸려진 뒤에 공정한 재판을 받겠다’는 이유로 심리 연기를 요청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석 변호사는 현재 헌재가 재판관 3명이 공석인 것을 지적하며 “6인의 불완전한 합의체”라고 말했다. 그는 “변론준비절차는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을 법률가로서 부인하지 않지만, 본격적인 심리를 6인 체제로 할 수 있느냐를 포함한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 논쟁적 요소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석 변호사의 말은 헌재가 6인 체제로 본격적인 탄핵 심판 심리를 진행할 경우 이를 문제 삼아 탄핵 심판을 지연시킬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또 헌재서 본격적으로 변론이 시작된 뒤에 재판관들이 임명될 경우 윤 대통령 측에서 공판 갱신 절차를 요구하며 시간 끌기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탄핵 심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하는데, 형사소송법은 공판 도중 재판부 구성이 바뀌면 증거조사를 다시 하는 등 갱신 절차를 밟도록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지난 26일, 당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여야가 헌법재판관 임명에 관해 대립하고 있는 상황을 거론하면서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하면 즉시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겠다”고 못 박았다. 헌재서 궐석재판을 진행하더라도 차후 윤 대통령 측이 재판의 정당성을 빌미로 재판은 다시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윤 대통령이 탄핵 심판 시작 전부터 지연 전략을 펼쳤다면 박 전 대통령은 탄핵 심판을 진행하면서 지연시키는 전략을 펼쳤다. 과거 박 전 대통령도 탄핵 심판 정국서 고의로 심리를 지연했다는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당시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3차례 열린 변론준비기일에 ‘국회의 탄핵 사유에 객관성이 부족하다’면서 각 기관과 기업에 무더기로 사실조회를 신청하며 노골적으로 지연 전략을 펼쳤다. 이후 형사재판과 같은 엄격한 입증 책임을 요구하면서 90명에 달하는 증인을 무더기로 신청했다. 신청이 기각돼도 거듭 신청해, 당시 일부러 시간을 끄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당시 헌재는 “탄핵 심판 사건은 형사재판이 아니라 헌법재판”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박 전 대통령 측의 요구를 지적했다. 문제는 대행의 재판관 임명 여부 박처럼 무더기 증인 신청 가능성 당시 탄핵심판 주심이었던 강일원 전 재판관은 박 전 대통령 측의 추가 증인 신청에 대해 “피청구인(대통령) 측에서 여러 기관에 사실조회 신청을 많이 했기 때문에, 이게 채택되면 관련 증인은 필요 없을 것 같다”며 탐탁지 않은 기색을 내비쳤다. 결국 헌재는 36명에 이르는 증인을 채택했지만 이 중 상당수가 심판정에 나오지 않아 25명만이 신문을 받았다. 재판부는 반복된 질문엔 제동을 걸며 심리에 속도를 내기도 했다. 이정미 당시 헌재소장 권한대행 입에서는 “생략”과 “효율”이라는 단어가 반복돼 나왔다. 이 권한대행은 증인신문 도중 “비효율적이다” “내용이 지엽적”이라며 박 대통령 측 신문을 여러 차례 막아서기도 했다. 그러면서 “증인이 앞서 답변하지 않았느냐”고 질책하기도 했다. 심리 중반에 들어서자 박 전 대통령 측은 ‘대리인단 전원 사퇴’ 카드를 꺼내 들 낌새를 내비치기도 했다. 새 대리인단이 선임될 때까지 심리는 멈추고, 심판이 재개되더라도 기록 검토를 위한 시간을 요청할 수 있어 심리가 늘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국회 탄핵소추위원 측은 ‘대리인단이 없어도 탄핵 심리는 계속 진행할 수 있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하는 등 시간 끌기 전략 방어에 힘을 쏟았다. 박 전 대통령 측은 막판에는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출석해 최후진술 할 가능성을 보이며 최종변론기일을 늦춰달라는 요청도 했다. 그러자 헌재는 최종변론 기일은 재판부가 정한 날짜를 따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당시 헌재는 “국정 공백과 사회적 혼란이 두 달 이상 지속되고 있다. 1년이고, 2년이고 재판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12월9일에 탄핵안이 가결되고 탄핵 심판이 청구된 지 91일 만인 2017년 3월10일에 재판관 8명 전원 찬성으로 파면됐다. 윤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처럼 정식 변론서도 지연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대국민 담화서 “2시간짜리 내란이 어딨느냐”고 한 데 이어 석 변호사가 연일 내란죄를 전면에 내세우며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을 보면, 내란죄 성립 여부에 대해 우선적으로 다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석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당시 국회의원을 ‘체포해라’ ‘끌어내라’는 용어를 쓴 적이 없다고 하는 등 구체적 사실관계도 부인했다. 탄핵 심판서도 이 같은 주장을 펴며 구체적인 법률 위반 여부는 물론 수사기록이나 언론 보도 등이 증거로 인정되는지를 다툴 수 있다.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박 전 대통령처럼 ‘12·3 비상계엄 사태’의 관련자를 무더기로 증인 신청할 가능성도 있다. 남아있는 변수는?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됐으나 이를 풀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헌재에 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 법조인은 “윤 대통령이 공개 변론서 직접 입장을 밝히거나 가처분 신청을 낸다면 탄핵 심리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되면 탄핵 심판보다 가벼운 가처분에 대한 판결을 우선적으로 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관련 서류조차 안 받으며 지연 전략을 펼치고 있는 윤 대통령이 어떤 변수를 만들고 이에 대처하는지가 중요해 보인다”고 일침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