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시즌 ‘의원실 갑질’ 백태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9.18 10:21:10
  • 호수 1132호
  • 댓글 0개

밥값 계산은 기본…간식 셔틀까지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상임위원 간식 사다리타기’ ‘국회의원 동생에 일감주기’ ‘음식 심부름’ ‘주차장 무료로 이용하기’. 국회의원실 관계자들이 피감기관을 상대로 한 갑질 사례들이다. 국정감사의 계절이 도래했다. 피감기관들에게는 무덤이지만 국회 관계자들은 대놓고 갑질할 수 있는 시기다. <일요시사>는 국감을 앞두고 여의도서 전설처럼 회자되고 있는 국회 관계자들의 ‘갑질’ 사례를 모았다. 
 

“국회의원실 관계자들이 식사 중 밥값 내라고 피감기관을 부르는 것은 애교 수준이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피감기관들이 국회 보좌진들의 ‘갑질’에 몸서리치고 있다. 피감기관들은 김영란법이 버젓이 시행되고 있지만 국회 보좌진의 밥값 계산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그것보다 더한 것도 요구하기 때문이다. 

피감기관들 사다리타기 

지난 2015년 국정감사 하루 전. 당시 안전행정위원회(현 행정안전위원회) 소관 피감기관 및 단체의 대관업무 담당자들이 국회 본청 4층 상임위 회의실에 모였다. 이날 피감기관 담당자들은 일명 사다리를 탔다. 상임위원들을 위한 음료와 떡, 과일, 쿠키류, 일회용품 등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웃지 못할 상황에 참여한 한 피감기관 관계자는 “국회(상임위 행정실)서 협조사항으로 피감기관이 상임위원들의 간식을 준비하라고 했다”며 “피감기관들의 ‘형편’이 제각각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사다리타기로 상임위원들의 간식을 분담키로 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2015년 국회 안행위 협조사항에 따르면 떡은 A기관, 과일은 B기관, 과자, 차와 다과, 그리고 일회용 비품은 C기관이 준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영란법’이 시행되기 전까지는 관례적으로 국감 때 늦게까지 국정감사를 하는 상임위원들에게 피감기관이 다과 등을 준비한 것으로 전해진다.

예산이 넉넉한 피감기관에선 편성되지 않은 예산이라도 다과비용이 부담스럽지 않겠지만 그렇지 못한 피감기관은 가위바위보나 사다리타기 등으로 십시일반 비용을 갹출해 다과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종종 상임위원장실 비서진들이 차려진 다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피감기관을 질타하는 경우도 있다. 

안행위 소속 한 피감기관 관계자는 “나름 고급 다과로 준비해 놨다고 생각했는데 국감 당일 상임위원장실 비서가 전화를 해 ‘XX제과점의 고급 수제쿠키세트를 준비하라’고 했다”며 “이 비서가 ‘국회를 뭘로 보고 모독하냐’라는 핀잔까지 하며 질타했다”고 말했다. 

결국 해당 피감기관 관계자는 수십여만원의 수제 쿠키세트를 다시 차려야 했다.

건설사 오너가 증인 빠진 이유

D의원실서 지난 2013년 국감 때 E건설 오너를 증인 신청했다가 뺀 적이 있다. 당시 E건설 관계자들은 오너의 증인 출석 신청 소식에 발칵 뒤집어졌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통상 국감 때 상임위 간사들은 의원실에 참고인과 증인 신청을 받아 취합한다. 이를 양당교섭단체 간사들이 모여 증인 및 참고인 등을 정한다. 

국회의원 등에 업은 ‘보좌갑’
피감기관 상대로 도 넘은 요구

양당 간사들이 모이기 직전까지만 해도 어느 의원실도 E건설 오너를 증인 신청하지 않았다. 그런데 양당교섭단체 간사들이 모이는 자리서 갑자기 D의원실이 E건설 오너를 증인신청을 했다. E건설 관계자들은 오너를 증인 신청한 실질적인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D의원실서 E건설 오너를 증인신청한 실질적 이유는 이랬다. D의원의 친척 동생이 전문건설업을 하는데 그 동안 E건설의 하청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계약이 종료되면서 E건설과 거래가 끊겼다. 

E건설 관계자는 이 같은 사유임을 확인했다. 이에 D의원실 측에 “회사 측에서 차후 신경쓰도록 하겠다”는 의사를 전했고 E건설 오너는 증인 신청 명단서 빠졌다.

한 의원실서 47명 증인 콜

국감 때 피감기관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기관장이나 기업 오너들의 증인 출석이다. 일단 국감장에 출석하기만 해도 상임위원들의 강도 높은 질타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피감기관들은 어떻게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기관장과 오너의 증인 출석은 피하려고 한다. 

몇몇 의원실에선 이런 아킬레스건을 이용해 복수의 피감기관장을 무더기 증인신청을 해놓은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19대 국회서 국정감사에 불려 나온 기업인 증인은 평균 129명에 달했다. 하지만 이들 중 76%가 채 5분도 안 되는 답변 시간을 받았다. 그나마 12%는 아예 입도 뻥긋 못하고 돌아가야 했다. 
 

이번 정무위 국정감사 주요 증인 요청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총 47명의 기업 오너들이 증인 요청 명단에 올라왔다. 이 많은 증인을 야당 K의원실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를 본 국회 관계자와 기업 대관들은 혀를 내둘렀다. 

한 국회 보좌관은 “국감 앞두고 의원실서 자행하는 전형적인 기업 길들이기 갑질”이라며 “혼자 국감하는 것도 아니고 불러놓고 인사만 해도 질의시간이 모자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기업 대관 관계자는 “알아서 찾아오라는 시그널이다. 안 갈 수가 없다. 이것저것 요구하는 게 많을 것”이라며 “보통 의원실에선 증인 신청을 빼주는 조건으로 후원이나 지역구에 공공시설을 지어달라고 요구한다”고 말했다.  

“들어올 때 먹을 것 좀”

국회의원실 관계자들이 피감기관에 음식을 사오라는 일은 흔하디흔한 일이다. 최근 모 의원실 비서관으로 근무하다 30대 중반에 보좌관으로 승진한 여당 F의원 소속 G보좌관은 피감기관 관계자들에게 인사 오라고 전화를 돌렸다고 한다. 

그런데 G보좌관은 의원실에 올 때 피자나 통닭 등을 피감기관 관계자들에게 각각 지정해서 사오라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한 대관 관계자는 “예전 비서관 때는 이 정도로 갑질하지 않았지만 여당 실세의원으로 평가 받는 의원실서 보좌관 생활을 하다 보니 사람이 변한 것 같다”며 “김영란법이 있지만 이런 식으로 대놓고 요구하는 것을 안 들어주기도 껄끄럽다”며 씁쓸해했다. 

이 외에도 H의원실 보좌관은 백주대낮에 피감기관 관계자에게 보쌈 네 꾸러미를 싸들고 의원실로 오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자료 폭탄 요구 먹이는 방법? 

국감을 앞두고 의원실의 자료 폭탄 요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해양수산부노동조합은 의원실의 무리한 자료요구로 직원들이 업무 마비가 걸렸다며 농해수위 위원들에게 공문까지 보냈다. 

해양수산부 공문에 따르면 필요 이상의 과도한 양과 즉흥적인 자료요구로 담당 직원들은 고유 업무가 마비됐고 야근, 주말 근무 수당도 지급되지 않는 초과근무 등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해 국감 때는 I의원실이 국방부를 상대로 무리한 자료요구를 했는데 이에 견디지 못한 담당 사무직원은 사직서까지 제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외에도 의원실 보좌관들의 갑질 사례는 더 있다. 

▲항공사에 전화해 자리 배정 ▲자차 구매 시 자동차 기업에 직원 할인가 적용 요구 ▲휴가철 피감기관 연수원 및 리조트 예약 ▲통신사에 신형 핸드폰 교체 등 갑질 방법이 수도 없이 많다. 심지어 여당의 경우 피감기관에 국감 질의서를 써오라는 경우도 허다하다. 

국감철만 앞두면 
기세등등 날뛰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감기관은 이들 의원실 관계자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 국회를 담당하는 피감기관 관계자는 “피감기관 먹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자료 폭탄”이라며 “더 나아가면 상임위 예산소위 위원들이 예산 감액을 거론하며 협박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래저래 불편한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최대한 의원실 비위를 맞춘다”고 말했다.  

5년째 기업 대관업무를 담당한 한 관계자는 매년 국감 때만 되면 머리가 빠진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처음에는 의원실 갑질이 짜증나기도 하고 한심해 보였다. 다들 특수 별정직이기 때문에 그 바닥 생리나 조직문화가 묘하다”며 “선임 보좌관들이 후배 보좌진들에게 갑질 비슷한 것들을 교육시키는 것도 봤다”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