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남자’ 이재오, MB 순방 수행 내막

서먹서먹했던 관계 풀고 ‘은밀한 대화’ 나눌까?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왕의 남자’ 이재오 특임장관이 이명박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에 동행해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장관은 지난 4일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참석한 뒤 곧바로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이동해 순방단에 합류했으며, 11일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함께 귀국할 예정이다. 특임장관이 무슨 일로 대통령 해외순방에 포함된 것일까. 작년 8월30일 취임한 이래 이 대통령의 외국 방문 첫 동행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0개월간 장관직 수행하며 대통령 외국 순방 첫 동행
전대 이후 정국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 나눌 것 예상  


정부 각 부처 장관들은 대통령의 순방 목적에 따라 수행단에 종종 포함된다. 그러나 국내 정치적 문제와 관련한 업무를 다루는 이재오 특임장관이 이 대통령을 따라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7, 8월 소폭 개각설이 나도는 시점에서 전당대회 당일 떠난 이 장관의 이번 아프리카 수행은 지난 재보선 참패 이후 친이계 내부분열 및 혼란에 대해 오해를 풀고 당에 복귀해 새로운 지도부 체제에서 주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란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지원
대통령과 첫 해외 나들이

이재오 특임장관이 지난 4일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참석한 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지원을 위해 지난 2일 시작한 이명박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길에 합류했다.

이 장관의 한 핵심 측근에 따르면 “이 장관이 이 대통령의 아프리카 3개국 순방을 수행하기로 했다”면서 “다만 이 장관이 정부의 대(對)정치권 관계를 담당하는 만큼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잠시 참석한 직후 따로 출국해 수행단에 합류했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방점은 이 장관이 전당대회에 참석하는 것이 아니라 이 대통령과 1주일을 함께 보낸다는 것”이라고 말해 이 대통령과 이 장관이 전대 이후의 정국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고 돌아 올 것임을 시사했다.

그 간 이 장관은 재보선 이후 한 달간 여의도 정치와는 일정한 거리를 뒀었다. ‘왕의 남자’  ‘정권2인자’라고 불리던 여권의 실세 이 장관이 당·정·청 수뇌부 회동에 연달아 두 차례 불참했고 전당대회에도 개입을 하지 않으며 정치행보를 최소화 한 것이다.

이 장관의 한 달여 침묵은 4·27 재보선 참패와 친이계의 원내대표 경선 패배 후 복잡해진 심경과 무관치 않았다. 여당 내에서 자신을 겨냥한 책임론이 대두되자 이 대통령에게도 ‘사의’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때가 아니다’며 만류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청와대와의 사이도 좋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표와 이 대통령과의 회동에 앞서 “유럽특사 활동 보고 이외의 다른 정치적 의미를 낳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오히려 당에 더 큰 혼란을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한 데 대해 청와대가 불쾌감을 표시하면서 미묘한 기류가 형성되기도 했다.
 
또 이 대통령이 ‘남 탓’만 하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고 자신의 페이스 북에 이 대통령을 자신의 아들에 비유해 우회적으로 질타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순방 수행은 지난 4·27 재보선 참패 후 소원해졌던 대통령과의 관계를 불식시킬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크다. 이번 순방을 통해 1주일간 이 대통령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그동안 불거진 온갖 추측을 일축하고 이 대통령과의 돈독한 관계를 재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의 한 측근은 “대통령과의 사이는 전과 다를 바 없다”면서 “이번 수행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장관으로서 힘을 보태기 위한 것”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대통령과의 불화설은 언론이 조장하고 부추겼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하지만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이번 수행은 그간 홀대했던 이 장관에 대해 대통령이 주는 ‘선물’의 의미가 큰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순방에서 둘은 국정운영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눌 것으로 예상된다”고 관측했다.

전대 결과 후폭풍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한편 이 장관은 이번 7·4 전당대회와 관련해 ‘일체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여러 번 밝힌 바 있다. 실제 이 장관은 직원들에게 “전대와 관련해 오해를 받지 않도록 철저히 중립적인 자세를 지키고 국회나 정당 관련 업무를 보는 직원들도 말조심하고 각별히 처신에 유의하라”는 엄명을 내리기도 했다.

이 장관의 이런 입장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대에 나선 홍준표 후보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이재오 계파의 핵심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며 “친이계 전체도 아닌 일부 친이계에서 일부 기관들과 함께 의원들에게 특정후보 지지를 강요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해 ‘계파 줄 세우기’ 논란이 불거졌다.

이 장관은 지난달 27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가만히 있는 사람 끌어들여 온갖 욕설(을) 해대는 것도 부패”라고 반박했다. 홍준표, 남경필 후보 등이 자신의 계파와 친이계가 계파투표를 획책하고 있다고 한 주장을 정면으로 부인한 것이다.

7·4전대 당일 출국, 당과 거리두기냐, 복귀 임박이냐
친이계 내부분열 및 혼란 풀 적임자, 중책 맡을 전망?

이 장관은 “태풍걱정을 많이 했다. 피해복구를 빨리 했으면 좋겠다”고 5호 태풍 ‘메아리’를 짤막하게 언급 한 뒤 “섬사람들은 이 판국에 무슨 돈이 있어 수백명씩 호텔에 불러 밥 사주고, 술 사주고, 표 부탁하고, 그것은 부패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장관이 말한 섬은 여의도, 사람은 국회, 정당 등의 정치권 관계자를 지칭한다. (이 장관은 최근 트위터 글 등에서 여의도 국회를 부를 때 종종 섬이란 표현을 쓰고 있다)

이 장관은 이어 “각종 조사에서 가장 부패한 분야 1등이 항상 정치권이다. 선거관리위원회는 무엇하느냐”고 덧붙여 자신의 개입설을 전면 부정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계파가 움직이고 있다는 소문이 나도는 것은 당내에서 이 장관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따라서 이번 순방 수행은 전대 결과에 따른 당내 후폭풍에 휘말리지 않기 위한 의도로도 해석된다.

전대 결과에 한 발 물러나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 둔 상황에 당내에서 이 장관의 새로운 역할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8월 예정된 소폭개각
장관직 물러나 당 복귀

새로운 임무를 부여 받을 것으로 전망되는 이 장관의 수행 후 행보로는 7월내지 8월로 예정된 개각을 통해 장관직에서 물러나 당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실제로 지난달 말 여권 일각에서는 ‘7, 8월 소폭 개각설’이 흘러나왔다. 이 대통령이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할 장차관들을 7월이나 8월에 교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난달 청와대 참모진 중 총선 출마 예정자들을 내보낸 상황에서 내각에서도 총선 출마자들을 정리해 임기 마지막까지 함께 할 ‘집권 후반기 내각 체제’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28일 “의원 겸직 장관들이 총선 출마를 위해 국회로 돌아갈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고, 검찰총장 교체에 따른 내각 변화 요인 등이 있다”며 “총선 출마자들은 미리 총선을 준비하는 게 좋겠다는 것이 대통령의 생각이므로 총선 출마 예정 장차관들의 조기 교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7월 개각설’은 검찰총장 임기 만료와 법무부 장관의 교체 가능성과 함께 거론되고 있었다. 임기가 8월19일까지인 김준규 검찰총장의 후임을 국회 청문회를 고려해 7월에는 내정해야 한다는 계산에서다. 이에 맞춰 이귀남 법무부 장관의 교체 가능성이 검토되고 있던 차였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로 대검찰청 수뇌부 5명이 대거 사의를 표명했고 김 총장도 지난 4일 사의를 표명해 ‘7월 개각설’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저축은행 사건이 완료 되지 않아 총장과 수뇌부의 공백을 오래 둘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총선 출마 가능성이 높은 장관들은 이재오 특임, 진수희 보건복지,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3명이다. 이 장관과 진 장관은 지난해 8월에 취임해 7월이면 만 1년이 된다. 정 장관은 올해 1월에 취임했다.

이 중 이 장관의 경우 장관직에서 물러난 후 한나라당에 복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따라서 이번 순방 수행이 중심을 잃고 흔들리는 친이계와 내각을 재정비해 당내에서 새로운 역할을 수행할 임무를 부여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점점 레임덕이 가속화 되고 있는 이 대통령으로서는 자신의 의중을 파악하고 일을 맡길 만한 인재로 이 장관만한 적임자가 없기 때문으로도 풀이된다.

특임장관 임명 후 첫 순방 수행 특명을 내린 이 대통령이 그에게 과연 어떠한 ‘선물’을 안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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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