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판결]미성년자 성폭행 70대 남성 무죄 이유?

”성기에 점 봤다” VS ”발기부전이라니까”

미성년자를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70대 남성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건의 직접적인 증거는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데 이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피의자가 지난 15년 동안 발기부전을 앓아왔다는 사실은 재판부가 무죄 판결을 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피해자와 피의자, 과거의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이 두 사람뿐이다. 과거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고, 재판부는 이를 어떻게 판단했는지 사건을 재구성했다.

상습 성폭행 미성년자 진술에도 재판부는 ‘무죄’ 
당뇨 합병증으로 발기부전 성폭행 ‘증거 불충분’

미성년자 상습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70대 남성에게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다.

전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는 지난 21일 미성년자를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혐의(청소년 강간 등)로 기소된 서모(70)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또 검찰이 청구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 청구도 기각했다.

4차례 성폭행이 무죄?

서씨는 전남 고흥군 점암면에서 과수원을 운영하면서 장애인 부부에게 일자리를 내줬다. 2004년 당시 장애인 부부에게는 9살 난 딸 A양이 있었지만 장애를 가진 몸으로 과수원 일에 전념하느라 A양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부부의 우려와 걱정 속에서도 A양은 건강하게 자라줬다.

그렇게 5년의 시간이 흘렀고, 뜻밖에도 지난해 서씨는 검찰에 구속기소 당했다. 자신이 운영하던 과수원 컨테이너 박스에서 A양을 성추행하는 등 모두 4차례에 걸쳐 성폭행한 혐의에서다.

당시 피해자 A양은 처녀막이 이완됐고, 주로 성교에 의해 전염되는 트리코모나스 질염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서씨의 성기에 점이 있다고 진술하는 등 침착하게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또 4차례에 걸친 성폭행 과정이 5~10분간 이어졌다며 비교적 디테일한 진술까지 덧붙였다. 하지만 법원은 A양의 진술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씨의 강력한 혐의부인과 반론 때문이었다.

서씨는 검찰 구속 과정에서부터 재판에 이르기까지 진술을 번복하지 않고 초지일관 같은 진술을 유지했다. "20여 년 전부터 당뇨를 앓아와 15년 전부터 발기가 전혀 되지 않아 성폭행을 했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무죄를 주장한 것.

실제 당뇨병 환자의 경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40~50%의 환자에게 발기부전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서씨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법원이 병원에 의료감정촉탁을 한 결과, 서씨는 발기부전치료제를 복용하도고 발기가 전혀 되지 않았다.

결국 앞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서씨에게 징역 15년과 전자발찌 착용 10년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서씨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전자발찌 착용 명령마저 기각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이 사건의 직접적인 증거로는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데 피해자에 대한 진찰 결과, 처녀막이 이완됐고, 주로 성교에 의해 전염되는 트리코모나스 질염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또 피해자는 피고인의 성기에 점이 있다고 진술했는데 실제 피고인의 성기에 점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점 등을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성폭행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도 "하지만 피해자는 성폭행 당시 5~10분간 관계를 가졌다고 진술하고 있는 반면, 피고인은 병원에서 발기부전치료제를 복용하고도 발기가 전혀 되지 않은 점, 고령인 점 등을 볼 때 피해자의 진술이 진실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결국 재판부는 피의자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피해자의 진술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이 사건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거로 볼 수 없다"며 무죄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의 이 같은 판결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피해자의 진술이 과학적 실험을 통해 부정됐기 때문에 피고인이 무죄를 선고받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증거가 없어, 증거가…

하지만 이번 재판결과와 관련 일각에서는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지금까지 고령의 남성이 성폭행 사건을 저질렀을 때 단골로 등장하는 범행 부인 이유가 발기부전 이었고, 실제 발기부전임에도 불구하고 상습적으로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2001년 1월 서울 양천구에서 발생한 아동성폭력 사건의 가해자는 당시 62세의 신모씨였다. 신씨는 1999년 이미 아동성폭행 혐의로 구속,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지만 유예기간을 넘기지 못하고 또 아동성범죄를 저질렀다.

당시 신씨는 집행유예기간 동안 저지른 범행 혐의를 모두 부인하면서 "10년 동안 발기부전이었기 때문에 성폭행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건은 2년 가까운 법정 공방 끝에 신씨의 성폭행 사실이 인정됐다. 60대의 발기부전환자가 상습적으로 미성년 아동들을 상대로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피해자들에게 성폭력을 가할 수 있는 수단이 가해자의 성기만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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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