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둘러싼 ‘설~설~설~’ 긴급추적

‘미래권력’은 고달프다! 왜? 너무 앞서가니까!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요즘 한나라당은 너도나도 “나는 친박이다”라는 선언이 쏟아지고, 박근혜 정치를 상징하는 ‘천막당사 정신’을 잇겠다는 다짐이 잇따른다. ‘박근혜 기대기’가 가속화 되고 있고 그의 대세론은 더욱더 무게를 실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최근 ‘대세 박근혜’를 둘러싸고 온갖 루머들이 나돌면서 대세론에 생채기를 내고 있다. 그 내막을 살펴봤다.

6·3 청와대 회동 박근혜 · MB 공천합의설 나돌아
홍준표와 밀약설… 친박측 "전혀 사실무근" 강력 부인


박근혜 전 대표의 대선행보에 가장 큰 영향과 파괴력을 가져 올 요인은 ‘내년 총선’이다. 즉 대선으로 가는 마지막 ‘퍼즐’인 셈이다. 나올 듯 말듯 정치권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는 박 전 대표도 대선 전 총선에 대한 중요성을 알고 있기에 노심초사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우호적인 인물이 7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되길 바라고, 총선 승리를 위해 자연적으로 공천권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미래권력’이 총선 주도권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양측 모두 부인하지만 계속되는 밀실거래 의혹

지난 17일 이명박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내년 총선 공천을 위한 3대 원칙에 합의했다는 설이 제기돼 정치권에 큰 파문이 일었다. 당내 공식 논의에 앞서 여당의 2대 주주 간 ‘밀실 합의’를 한 셈이어서 적잖은 후폭풍이 예상됐다. 청와대와 박 전 대표 측은 파장을 의식한 듯 즉각 해명하며 부인에 나섰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공천 3대 원칙 합의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고,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도 “박 전 대표는 이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일이고, 그런 내용을 알지도 또 들은 적도 없으며 대통령과 그런 대화를 나눈 적도 없다고 확인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 의원은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그런 원칙을 정할 입장도 위치도 아니지 않은가”라고 강력히 부인했다.

사전 조율 당사자로 거론된 이 대통령 측의 정진석 전 청와대 정무수석, 박형준 사회특보, 박 전 대표 측의 이락재, 최경환 의원 등도 모두 부인했다.

논란이 됐던 3대 원칙은 ‘기존의 친이·친박 비율에 구애받지 않는다’, ‘양 계파가 따로 공천자를 추천하지 않는다’, ‘공정한 시스템으로 공천자를 정한다는 것’이다. 계파 간 구분 없이 공정한 공천을 하자는 의도가 깔려 있긴 하지만 친박계와 소장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시점에 이 같은 설이 흘러나온 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에서 친박계로 힘이 쏠리는 걸 사전에 막기 위한 친이계 측의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화합의 장’으로 기대했던 6·3 회동에서 박 전 대표도 이 대통령과의 원만한 관계 형성을 위해 합의했고, 대세로 자리 잡고 있는 시점에 비율 구분을 두지 않는다면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양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당 내에서는 “충분히 논의됐을 법한 내용”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한 시간 넘게 진행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단독회동에서 공천 관련 사안을 나눴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아니 땐 굴뚝에도  연기는 난다”?

친박계는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간 회동이 있을 때마다 ‘뒷말’이 나오는 데 대해 대단히 불쾌하다는 반응이고, 소장파도 냉소적인 입장이다. 정태근 의원은 “당에서 상향공천을 제도화하려는 마당에 그런 논의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만약 사실이라면 대단히 부적절하며 정치적으로도 의미 없는 합의”라고 평가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독대할 때 이런 대화를 나눴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양측 실무진 간의 이 같은 합의를 전제로 두 분이 대화를 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해 두 사람의 합의설에 무게를 실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도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지난 3일 청와대 단독 회동에 앞서 양측 실무진이 의제를 조율하면서 공천 시스템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고 말했으며 “이후 계파를 뛰어넘어 경쟁력 있는 인물을 뽑을 수 있는 공천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을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에게 각각 보고했고, 두 사람은 필요성에 적극 공감했다”고 전했다.

이어 “청와대측은 이와 관련해 1996년 15대 총선 때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 등을 영입한 신한국당(한나라당 전신) 공천이 가장 성공적이었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박 전 대표측에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고도 했다.

그러나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이에 대해서도 “공식 접촉 라인에서는 공천과 관련한 얘기가 오가지 않았고 대통령과 대통령실장에게도 그런 얘기는 전혀 보고되지 않았다”며 “실무선에서 개인적 견해를 주고받았을 수 있겠지만 공식라인에선 그런 얘기가 전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양측 모두 부인하고 있지만 이를 둘러싼 ‘후폭풍’과 ‘여진’은 여전하다.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실무선에서 개인적 견해를 주고받았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한 대목이 그것이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와의 직접적인 합의는 없었더라도 실무선에서 말이 오갔다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볼 수 있다.

그간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총 7차례 회동을 가졌다.

그러나 이중 5차례 회동은 양측의 갈등만 증폭시켰다. 지난 2007년 12월 대선 직후 가진 첫 만남에선 ‘총리 제안설’이 흘러나와 협력관계 정립에 실패했고, 2008년 5월 총선을 전후한 회동에서도 친박 무소속 및 친박연대 의원들의 복당 문제를 놓고 갈등이 치열했다 결국 당시 공천갈득이 폭발하면서 둘의 사이는 만날수록 멀어져만 갔다.

회동이 아무 성과 없이 끝나자 박 전 대표 측은 “왜 만나자고 했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는 후문이다. 이어 2009년 1월 말에도 극비회동을 했고, 석 달 뒤 여권 관계자를 통해 회동 내용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파문을 몰고 왔다.

하지만 지난해 8월 회동에선 세종시 수정안 등을 놓고 벌인 양측의 갈등이 봉합되고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 당시 두 사람은 ‘이명박 정부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 노력하자’고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 부인에도 일파만파 커지는 의혹 
‘대세’ 박근혜가 넘어야 할 과제와 산

이번 회동에서도 두 사람이 ‘민생’ 현안에 초점을 맞추는데 합의하며 시종일관 밝은 분위기속에 회담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동 논란과 관련해 지난해 ‘8.21 회동’ 이전까지 만날 때마다 이런 저런 뒷말이 나오면서 양측의 갈등이 심화하는 양상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표 측 한 의원은 “더 이상 근거 없는 루머로 양측의 분열을 일으키고 국정혼란을 일으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진정성을 가지고 대승적 차원에서 두 사람의 관계를 봐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넘어야 할 ‘여섯 개의 산’

이번 논란에 정몽준 전 대표는 “양 측 모두 부인하고 있지만 이런 보도가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실망스러운 일이다”고 언급했다. 또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자는 논의가 활발한 시점에 만우절의 농담도 아니고, 자괴감을 갖게 된다. 당이 변화와 쇄신을 말하고 있는 지금, 청와대가 총선 공천에 권한을 행사한다는 것도, 계파 보스인 박근혜 전 대표가 공천의 틀을 만든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이 대통령과의 공천 합의설 외에도 오는 7·4 전당대회와 관련해 지난 21일 홍준표 후보 측과 접촉이 있었다는 이른바 ‘박근혜-홍준표 밀약설’이 퍼져 당이 시끄러웠다.

홍 전 최고위원이 지난 20일 “곧 시작될 정기국회에서 야당이 우리 대선후보에 가할 무차별 공세를 막는 전사가 필요한 시기가 왔다”며 “당 대표가 되면 박 전 대표를 비롯한 당의 대선후보들을 야당의 공세로부터 막고 그분들이 상처 입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박근혜를 지키는 ‘전사’ 역할을 자처했다. 일전에 비슷한 발언을 한 적이 있는 홍 전 최고위원의 이 같은 발언은 ‘박근혜 보완재’를 선언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홍 전 최고위원의 이 같은 발언이 전해지자 부산지역의 한 언론은 친박계 의원들이 홍 후보와 친박계 단일후보격인 유승민 후보를 사실상 ‘러닝메이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보도하고, 이는 박 전 대표와 홍 전 최고위원의 측근들이 회동해 모종의 ‘딜’을 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해 루머의 진원지가 되었다.

이과 관련 이정현 의원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강하게 부인하며 홍 전 최고위원측과 모종의 ‘딜이 있었다는 추측에 대해 “박 전 대표가 전대와 관련해 어떤 밀약을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있을 수도 없다”고 강조하며 진화에 나섰다.

홍 전 최고위원은 ‘빅딜설’과 관련, “각자 정무적 판단을 하는 것”이라며 “박 전 대표 측은 자신들이 대권을 가려고 어떤 정무적 판단을 하는 게 옳을까 하는 것이고, 나는 나대로 총선과 대선을 돌파하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정무적 판단을 할 뿐”이라고 답변했다.

온갖 추측과 루머들이 난무 하는 데는 이번 총선이 박 전 대표에게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박근혜당’ 만들기의 마지막 ‘퍼즐’이자 대권으로 가는 가장 중요한 승부처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친박계 의원 모임인 여의포럼이 지난 17일 창립 3주년을 기념해 국회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한나라당은 내년 총선보다는 대선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재집권하기 위해서는 대선보다는 총선에 집중하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사’ 자처한 홍, 밀약설로 불거져

김 교수는 “한나라당의 재집권을 위협하는 가장 무시 못 할 요인은 바로 2012년 총선 결과”라며 “만일 한나라당이 과반수 획득에 실패해 ‘여소야대’가 만들어지면 재집권에 적신호가 켜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현재의 대세론을 유지, 강화하면서 대권을 잡기 위해서는 ▲검증의 산 ▲아버지의 산 ▲이명박 대통령의 산 ▲연대의 산 ▲여성의 산 ▲소통의 산 등 최소한 ‘여섯개의 산’을 넘어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번 전대를 놓고 일어난 루머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흔들기’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2선에서 일종의 ‘조정정치’를 하는 그를 자극해 전면에 나오게 하려는 의도와 ‘원칙공주’ 이미지에 상처를 주려는 의도로도 풀이 된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대권을 노리는 박 전 대표가 극복해야 할 과제임에 틀림없다. 대세 박근혜가 이러한 흔들기에 어떻게 대처할지 그의 향후 행보가 무척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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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