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 정치학교가 쏟아지고 있다. 각 정당은 정치학교를 통한 인재 영입에 사활을 건다는 방침이다. <일요시사>는 정당별 정치학교 특징 및 목적을 살펴봤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 ‘정치학교’가 쏟아지고 있다. 각 당은 인재 영입을 위한 통로로 정치학교를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정치학교의 목적은 유사하지만 이름은 상이하다. 더불어민주당 ‘더민주 정치대학’, 자유한국당 ‘정치대학원’, 국민의당 '정치연수원/폴리세움' 바른정당 ‘청년정치학교’ 등이다.
우후죽순
민주당부터 살펴보면 민주당은 ‘더민주 정치대학’ 1기를 개설했다. 민주당 정치대학은 시·도당 차원에선 지속적으로 진행됐지만, 중앙당 차원서 정치대학이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민주 정치대학에는 50명 정원에 217명이 몰려 4.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엄선된 50명은 등록에 앞서 민주당에 서류를 제출했다. 학력 및 주요경력이 기재된 일종의 이력서인 셈이다.
수강생에 대해 민주당 교육연수국 관계자는 “교육을 받을 50여명은 교육연수위원장 등 심사위원들의 심사를 받고 선발된 인원”이라며 “지역서 정치활동을 하고자 하는데 아직 발을 못 디디신 분들, 정치 신인들이 주로 포함됐다”고 말했다.
더민주 정치대학의 교육기간은 지난 23일부터 다음달 27일까지로 약 한 달간 진행된다. 더민주 정치대학은 ‘대한민국 최고의 차세대 정치 리더 등용문’ ‘최고의 전문가로 구성된 교수진’ ‘문재인정부의 국정철학, 민주당의 비전, 리더십 훈련 등 최적의 정치인재 양성 프로그램’ 등으로 본 과정을 소개했다.
특히 더민주 정치대학은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 유력 정치인과의 인적 네트워크 형성을 강점으로 부각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박원순 서울시장, 박광온 국회의원 등 유력인사들이 강연자로 나선다.
이들은 ‘문재인정부의 국정철학과 주요과제’ ‘분권형 개헌과 지방정부 혁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말하기’란 주제로 강의를 진행한다. 강사 섭외는 이번 교육을 진행하는 당 교육연수국서 진행했고, 강의료는 강사별로 지불할 계획이다.
더민주 정치대학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교육비를 내야 하는데 90만원으로 책정됐다. 다른 당과 비교해 보면 적게는 2∼3배 정도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
비용이 과하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민주당 교육연수국 관계자는 “홍보비, 강사료, 교재비, 기념품, 단체복, 현장 견학, 식비 등이 포함된 금액”이라며 “당의 지원을 일절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수강생이 낸 돈을 다 쓰고 간다고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지방선거 앞두고 아카데미 봇물
인재 양성 코스…진짜 목적은?
더민주 정치대학을 이수하면 졸업생 특전도 주어진다. ▲공천심사 시 가산점 부여 ▲우수 수료자 당 대표 1급 포상 ▲국회의원 멘토 연결 ▲동기회 네트워크 구축 및 활동 지원 등이다.
공천심사 시 가산점 부여에 대해 당 관계자는 “당헌·당규에 나와 있는 대로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이라며 “공천 신청하는 사람은 대부분 이수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정치대학은 이번으로 19기를 맞았다. 자유한국당은 해당 정치대학에 대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정치인재 최고 등용문”이라며 “2018 지방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정치지망생들에게 적극 추천한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정치대학원'의 교육기간은 오는 9월5일부터 11월14일까지다. 자유한국당 정치대학원에는 교육 예정 인원 150명이 넘는 331명이 지원해 2대 1의 최종 경쟁률을 보였다. 지원자 중 20∼40대가 155명으로 총 지원자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이 같은 젊은 층의 높은 참여율에 자유한국당 강효상 대변인은 “이번 19기 정치대학원 수강생은 내년 지방선거를 목표로 인재를 양성하려는 목적”이라며 “지방선거에 도전하려는 정치지망생들과 정치 신인들의 지원 열기가 뜨거웠다”고 말했다.
이번 자유한국당 정치대학원의 수강료는 50만원이다. 단 35세 미만은 30만원으로 책정돼 젊은 정치인들의 유도를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에 쏟아지는 정치대학 중 여론의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곳은 바른정당의 ‘청년정치학교’다.
바른정당은 지난 7월18일부터 지난 18일까지 한 달간 ‘제1기 청년정치학교’에 참여할 수강생을 모집했다. 마감 결과 50명 정원으로 운영될 본 과정에 최종 330명이 지원회 6.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직업별로 보면 학생이 119명으로 가장 많았고, 회사원 104명, 자영업 및 CEO가 22명으로 뒤를 이었다.
청년정치학교의 열띤 반응에 바른정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0일 “지원자들이 매우 고무적이다. 어떻게 선발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바른정당은 청년정치학교서 10년, 20년에 걸쳐 인재를 키워낼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기간은 다음달 5일부터 내년 2월까지 약 6개월에 달해 타 정당에 비해 긴 시간 동안 진행된다. 수강료는 24만원으로 기간에 비례해 따져보면 각 정당 정치학교 중 가장 저렴한 축에 속한다.
청년정치학교 강사진은 다른 당에 뒤처지지 않는 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사로 지난 대선서 인상을 남긴 유승민 의원이 참여하고 김무성 의원을 비롯해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등이 나설 것으로 알려진다. 외부 연사로는 오준 전 유엔대사와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등도 포함됐다.
교육비 비싼 민주당
흥행 성공 바른정당
다른 정당과의 또 다른 특징은 만 39세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다. 개혁보수를 지향하는 만큼 젊은 피를 수혈해 당의 체질을 바꾸고 지방선거를 준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청년정치학교의 경우 졸업생 특전이 일반혜택과 우수학생 특전으로 나뉜다.
일반혜택에 속한 졸업생은 ▲국회명예보좌관 프로그램 참가 기회 제공 ▲졸업생 간 네트워크 형성 및 운영 ▲바른정당 청년정치학교 졸업장 발급 등이다.
우수학생으로 선발된 졸업생은 ▲바른정당 사무처 채용 시 가산점 적용 ▲취업, 진학, 유학 시 바른정당 대표 명의 추천서 발급 ▲공천심사 가산점 부여 등 보다 큰 혜택을 받는다.
우수졸업생 비율에 대해 바른정당 관계자는 “아직까지 딱히 정해진 것은 없다. 운영을 하면서 비율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도 민주당 및 바른정당과 마찬가지로 이번에 처음 정치학교를 개설했다.
국민의당은 내년 지방선거 인재영입을 위해 국민정치 아카데미 ‘폴리세움’을 공식 출범했다. 폴리세움에 대해 이계안 정치연수원장은 “폴리세움이란 많다는 뜻의 폴리와 정치를 뜻하는 폴리틱스의 폴리, 그리고 우리말 ‘세움’의 합성어”라며 “다당제 정치를 세우기 위한 정치리더를 양성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폴리세움은 지방자치단체장반과 의원반으로 나눠 30명씩 모집했다. 프로그램에는 정치평론가 유창선 박사와 박성민 정치컨설팅 대표, 국민의당 유성엽 의원 등이 연사로 나선다. 비용은 단체장반, 의원반 각각 35만원, 25만원이다.
스펙쌓기용?
이 정치연수원장은 처음 출범하는 폴리세움에 대해 “국민의당이 내년 지방선거서 3당으로서 입지를 공고히 다질 수 있도록 충실하게 준비할 것”이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이처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서 정치학교를 개설하며 세를 늘리고 있는 가운데 정치학교가 ‘스펙쌓기’용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