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고-억울한 사람들> (57)한국공인중개사협회와 맞선 서주원씨

“부당해고는 살인이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신문고’ 지면을 신설합니다. 매주 억울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담고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좋습니다. <일요시사>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겁니다. 쉰일곱 번째 주인공은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홀로 맞서 분투 중인 서주원씨 이야기입니다.
 

지난해 12월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63시티에선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이하 한공협) 창립 30주년 기념식이 있었다. 이날 행사에는 여야 유력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1986년 창립한 한공협은 전국 23개 시·도지부를 갖춘 회원수 10만명(개업 공인중개사)의 방대한 조직이다. 

3개월 만에 해고

2015년 2월 한공협 홍보실 실장으로 입사한 방송작가 서주원씨는 그해 5월 거대 조직을 상대로 싸움을 걸었다. 입사 3개월 만이다.

서주원 작가의 고향은 전북 부안군 위도다. 위도는 전래동화 <효녀 심청>의 인당수와 조선시대 문인 허균의 소설 <홍길동전>에 등장하는 이상향 율도국의 배경이 된 섬이다. 서 작가는 2남3녀 가운데 장남으로 태어났다. 

서 작가에 따르면 당시 위도에는 고등학교가 없었다. 그는 전북 전주 상산고에 진학하면서 섬을 벗어나 뭍으로 나왔다. 섬에서 뭍으로, 지방서 서울로. 서 작가의 삶은 떠돌이 생활의 연속이었다.


“욕심이 많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늘 현재보다 나은 삶을 꿈꿨고, 변화를 바랐고 도전해보고 싶은 욕망이 컸어요. 그런 제 성격이 굴곡진 삶을 만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기자를 꿈꿨지만 실패했다. 이후 드라마 작가가 되기 위해 한국방송작가협회의 문을 두드렸지만 교육과정 이수 후 사무국 직원으로 2년 근무했을 뿐 결국 원하는 길로 가지 못했다. 글에 대한 욕망은 방송작가가 되면서 분출됐다. 

국악방송서 우리 고유 음악과 명창들의 인생을 조명하기도 했고, KBS에선 북한 전문 프로그램 <통일 열차>를 구성하는 등 많은 방송에 참여했다.

수습 3개월 끝나자마자 해고
23개월간 법정 투쟁 ‘승리’

글쟁이의 생활은 팍팍했다. 서 작가가 한국외식업중앙회를 거쳐 한공협까지 흘러간 것은 생계에 대한 압박 때문이었다. 2015년 2월 서 작가는 온라인 채용공고 홈페이지에 올라온 한공협의 홍보실장 공채에 지원했다.

“면접을 두 번 봤는데 그때 집행부서 저한테 물어본 건 협회보인 <한국부동산뉴스>를 잘 만들 수 있는지, 회장의 대내외 인사말을 잘 작성할 수 있는지, 보도자료를 잘 쓸 수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글을 썼고, 집행부서도 그 점을 높이 샀던 것 같습니다.”

2015년 2월10일부터 근무를 시작한 서 작가의 홍보실 체제는 수습 3개월이 끝나는 날, 정확히 5월8일에 끝났다. 한공협 중앙인사위원회는 당시 회장과 사무총장이 평가한 근무성적 평정을 들어 서 작가의 본 채용을 거절했다. 


입사 3개월 만에 해고된 서 작가는 즉시 반발했다. 

그는 자신이 협회의 희생양이 됐다고 주장했다. 정부서 협회에 불리한 정책을 발표했고, 그로 인한 회원들의 불만이 고조되자 자신을 방패로 일을 무마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가 말한 정부 정책은 부동산 중개수수료 조정, 이른바 ‘반값 복비’ 논란이었다.

2014년 11월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부동산 중개수수료제도 개선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집을 사고팔거나 임대·임차할 때 공인중개사에게 지급하는 중개수수료를 조정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공인중개사법에 따르면 주택 중개에 대한 보수는 국토부령이 정하는 범위 내에서 지자체 조례로 정하게 돼있다. 권고안이 발표되자 반값 복비를 둘러싼 논쟁이 시작됐다.

공인중개사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한공협은 반값 복비 정책에 크게 반발했다. 한공협 회원만 이용 가능한 홈페이지 ‘회원광장’ 게시판에는 2015년 2∼4월 사이 국토부의 중개수수료 권고안에 대한 불만이 쏟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집행부의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고 한다.

“당장 생계에 영향을 미칠 정부 정책이 나왔는데 협회서 제대로 대응을 못하니 회원들의 불만이 컸습니다. 제가 해고당한 건 반값 복비 정책에 대한 대응 실패를 홍보실 책임으로 몰아가려는 집행부의 술수라고 생각합니다.”

서 작가는 맨 몸으로 한공협과의 싸움에 돌입했다. 변호사와 노무사도 없이 진행한 23개월간 다툼에서 지방노동위원회·중앙노동위원회·행정법원·고등법원은 모두 그의 손을 들어줬다. 

지방노동위는 “회장과 사무총장이 실시한 근무성적 평정은 중앙인사위원회의 평가 자료가 된다. 그런데 이 같은 평가에 이르게 된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한공협이)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공정성과 객관성이 의심된다”는 이유를 들어 그의 해고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중앙노동위 역시 “근로자의 경력과 입사 당시의 근무환경 등에 비춰볼 때 그 업무 평가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가 부족하다. 부당해고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서 작가는 올해 3월31일 한공협으로 복직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또 나타났다. 그의 직책이 홍보실장이 아니라 그보다 한 직급 낮은 홍보과장으로 결정된 것이다.

복직했지만 직급은 낮아져
휴가 돌아온 날 지부 발령


서 작가의 해고 기간 동안 홍보과장을 맡고 있던 J씨는 <한국부동산뉴스> 발행, 회장 인사말 작성, 언론 응대 등 홍보실의 실무를 맡고 있었다. 또 대내외 행사 촬영과 취재 역시 과장의 몫이었다. 

다시 말해 서 작가는 복직과 동시에 홍보실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업무 일부와 홍보실의 실무까지 도맡아 담당하게 됐다.

“글은 큰 부담이 아니었지만 카메라는 다뤄본 적이 없어 정말 어려웠습니다. 몇 번이나 홍보실장에게 사진 업무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했지만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과장급으로 강등된 서 작가는 행정과 경리 업무는 물론 협회 1층 게시판에 게시물을 붙이는 작업까지 맡아서 처리했다. 여기에 홍보실장은 서 작가에게 매일 업무일지를 요구했다. 팩스를 통해 들어온 문서를 늦게 확인했다는 이유로 경위서를 써서 낸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마저도 4개월이 끝이었다.

“7월31일 여름 휴가 마지막날 서울 서부지부로 발령이 났더라고요. 휴가 전에 어떤 언질도 없었습니다.”

그는 현재 서울 서부지부 정보망사업 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회원 관리와 전화 상담을 맡고 있다. 한공협서 최근 공들이고 있는 사업, 즉 한방에 대한 질문이 많아 공부도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로 홍보 일을 해왔던 그에게 전화 응대는 말 그대로 ‘생전 처음 해보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공협 총무부 관계자는 서 작가가 홍보과장으로 복직한 것에 대해 “서주원씨가 복직할 무렵 이미 2년 가까이 업무를 수행한 홍보실장이 있었다”며 “서씨가 복직하기 전 대법원 판례 등 검토를 마친 사항이고 지방노동위원회서도 정상 복직으로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또 “그가 서부지부로 간 것은 협회 순환보직에 의해 회장님이 인사 발령한 것”이라며 “현재 서씨가 이 사안과 관련해 지방노동위원회에 제소한 상황이기 때문에 다퉈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장서 과장으로

“다 뒤엎고 그만두고 싶지만 먹고 살 길이 막막해서 참고 또 참으면서 있습니다. 부당해고는 살인입니다. 저는 노동 인권 사각지대 한공협의 노동자에 대한 슈퍼 갑질은 하루 빨리 청산해야 할 적폐라고 생각합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