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성 겨냥한 막후 세력 미스터리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8.11 17:40:52
  • 호수 11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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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뇌부 싸움…조력자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경찰 내부가 뒤숭숭하다. 경찰의 수장인 이철성 경창청장과 강인철 전 광주지방경찰청장 사이 폭로 전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폭로전 양상이 점점 이 청장에게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일각에선 전임 정권에 부역한 이 청장을 끌어내리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강인철 전 광주지방경찰청장(현 중앙경찰학교장)의 부속실장 A씨가 지난달 초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경찰청 감사관실 직원들이 조사 과정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하고 직권남용을 했다’는 진정을 냈다. 

그는 진정에서 감사관실 직원들이 강 전 청장의 예산 유용 제보 등과 관련해 지난 6월 말쯤 중앙경찰학교를 방문해 ‘디지털포렌식을 한다며 제 휴대폰을 반 강제적으로 빼앗아 전원을 껐다’며 ‘추출정보 목록 등에 대한 고지와 통보절차를 지키지 않는 등 불법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진실공방 격화
누구 말이 맞나

디지털포렌식은 휴대폰 등 각종 저장매체에 남아 있는 정보를 분석해 범죄 단서를 찾는 수사기법이다. A씨는 ‘당시 B씨 등이 자신을 흉악 범죄자 취급하며, 비꼬는 말투로 모멸감을 줬다’며 ‘심리적 압박과 강요로 디지털포렌식 동의서에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경찰청은 A씨와 중앙경찰학교 관사·부속실 근무 의경, 광주경찰청 회계·경리담당 직원 등을 5주 동안 조사했다. 조사 결과 ▲중앙학교 예산 70만원으로 경찰청 부하 직원들에게 과일을 선물하고 ▲중앙학교 관사에 개당 20만, 30만원짜리 이불 310만원어치(10여개)를 구입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이에 경찰청은 지난달 강 전 청장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당시 경찰 내부에선 강 전 청장이 ‘표적 감찰’을 당했다는 뒷말이 나돌았다. 이 청장이 강 전 청장과 반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이 청장과 강 전 청장의 갈등의 시작은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갈등은 지난 7일, 강 전 청장이 이 청장에게 외압을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시작됐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광주경찰청은 지난해 11월18일 촛불집회 관련 교통 통제에 대한 양해를 당부하는 게시물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광주시민의 안전, 광주경찰이 지켜드립니다’라는 제목이다. 
 

이 게시물은 “연일 계속되는 촛불집회에 성숙된 시민의식을 보여주신 민주화의 성지∼!! 광주 시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라고 글로 마쳤다. 또 해당 게시글에 첨부된 사진에는 “국정 농단 헌정파괴 박근혜는 하야하라”는 글귀가 적힌 현수막 아래로 경찰이 도로를 통제하는 모습이 담겼다.

시민단체 직권남용 혐의로 이 청장 고발
경찰청장-중앙경찰학교장 “끝까지 간다”

차별화된 문구인데다 시민을 위해 애쓰는 경찰의 모습이 담겨 네티즌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이 게시물은 다음날인 11월19일 ‘민주화의 성지’ ‘광주경찰이 지켜드립니다’는 문구를 삭제하고 집회 예고와 그에 따른 교통 통제 안내글로 수정됐다. 현수막 사진 역시 사라졌다. 이 글의 수정 배경에는 이 청장의 질책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광주청 게시글에 대한 보고를 받은 이 청장은 참모회의서 진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날 오후 이 청장은 직접 강 전 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민주화의 성지서 근무하니 좋으냐” “당신 말이야. 그 따위로 해놓고” 등의 막말을 쏟아내며 언성을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청장의 호된 질책을 받은 광주청은 하루 만에 글을 수정한 것이다. 


이후 강 전 청장은 좌천성 인사를 당했다. 강 전 청장은 논란 발생 10여일 뒤 경기 남부경찰청 1차장으로 발령됐다. 이 자리는 막 승진한 신임 치안감이 가는 자리로 당시 치안감이었던 강 전 청장에게는 사실상 좌천 인사였다. 

또 3개월 뒤에는 인사청탁 업무 수첩 논란으로 감찰 조사를 받았던 박건찬 전 경찰청 경비국장이 이 자리로 오는 바람에 강 전 청장은 경찰중앙학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강 전 청장은 바로 이 게시글 때문에 이 청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청장이 ‘민주화의 성지에 근무하니까 좋으냐’는 등의 비아냥 섞인 질책을 하며 언성을 높였고, ‘바로 글을 내리면 문제가 될 수 있으니까 기술적으로 (처리)하든지 하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민주화 성지글
폭로전 양상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이 청장은 “강인철 당시 광주경찰청장에게 게시글 관련해 전화를 하거나 질책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이 청장은 강 전 청장의 주장을 처음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청구했다.
 

강 전 청장의 폭로 직후 새로운 의혹도 제기됐다. 폭로 나흘 전인 지난 3일 강 전 청장이 이 청장과 독대 자리서 “감찰 결과 비리가 드러나 곧 수사에 착수할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던 것으로 지난 8일 알려졌다. 

이에 따라 강 전 청장이 수사를 받을 상황에 놓이자 이 청장에 대한 ‘반격’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강 전 청장은 자신에 대한 의혹이 불거진 지난 8일 이 청장의 발언을 더 구체적으로 폭로했다. 강 전 청장은 “이 청장이 지난해 11월19일 전화 통화서 ‘촛불 가지고 이 정권이 무너질 것 같으냐’ ‘벌써부터 동조하고 그러느냐. 내가 있는 한 안 된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경찰 사상 초유의 수뇌부 간 갈등으로 내부 분위기는 엉망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지휘부를 새로 짜고 개혁 과제를 논의하는 등 활기를 띄던 분위기에 순식간에 찬물이 끼얹어졌다. 진실 공방전이 진흙탕 싸움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여론은 점점 이 청장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분위기다. 이 청장을 비판하는 언론보도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징계 불복 개인 일탈? 
정치적인 표적 감사?

먼저 정치권서 이 청장의 SNS 삭제 지시에 대한 질책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공식 논평을 통해 이 청장을 비판했다. 


박완주 수석대변인은 “이 청장은 지난 6월 경찰개혁위원회 발족식을 통해 ‘경찰 공권력은 어떤 경우에도 국민 안전을 보장하면서 절제된 가운데 행사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며 “그럼에도 시민 안전을 위한 광주지방경찰청 SNS 글에 분노를 표한 경찰청장의 이중적인 태도에 과연 경찰개혁을 향한 진정성이 있는 것인지 국민은 물음표를 던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당내 인사들도 개별적으로 이 청장을 향해 날을 세우고 있다. 

민병두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관련 기사를 링크한 뒤 “그래. 민주화의 성지, 광주서 근무해 좋다”며 이 청장의 발언을 비판했다. 같은 당 김현 대변인도 “경찰의 안내로 안정적인 집회가 가능했던 광주 현지의 모습은 큰 감동을 줬다”며 “인권 경찰을 탄압한 이철성 청장의 격노는 뭥미?”라고 꼬집었다. 

국민의당도 이 청장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다.

양순필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강인철 전 청장 주장이 사실이라면 경찰청장 자질이 매우 의심스럽다”며 “정부는 이 청장의 언행 논란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진실을 밝히고, 삭제 지시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그에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이 청장에 대한 시민단체의 고발도 이어졌다. 시민단체 정의연대는 광주청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의혹을 밝혀달라며, 지난 8일 이 청장을 직권 남용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청장 관련 사건을 형사3부(부장검사 김후균)에 배당했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이와 더불어 이 청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인용 집회 때 매주 3만원대 육박하는 최고급 양념갈비 도시락을 즐겨 주문했던 것으로 나타나 구설에 오르고 있다. 

촛불집회 때…
불거지는 구설

이 청장과 관련된 구설이 연일 터지면서 일각에선 사임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정부는 최근 고위직 인사를 단행하며 경찰청장 유임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이 청장은 박근혜정부의 핵심 부역자로 지목되고 있다. 최순실씨의 추천으로 경찰청장 자리에 오른 대표적인 인사이기 때문이다. 경찰 내부에선 이 청장이 현 정부랑 함께할 수 없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경찰 수뇌부 감찰설 진상

SNS 게시글 삭제지시 여부를 놓고 이철성 경찰청장과 강인철 전 광주지방경찰청장(치안감·중앙경찰학교장)이 진실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복무관리관실이 이 사안에 대해 직접 감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일 국무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이번 사건과 관련, “총리실서도 문제에 대한 인식은 갖고 있다”며 “총리실 외에 다른 기관서 감찰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선 어떻게 될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민생치안을 책임져야 할 경찰 수뇌부의 ‘진흙탕 싸움’에 여론이 좋지 않고, 경찰 내부의 치부가 여과 없이 드러나고 있는 데 대해 정부로서도 그냥 두고 볼 수 없고, 조치를 취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관할부처인 행정안전부의 경우 외청인 경찰청에 대한 감찰을 한 사례가 없고, 청와대 민정이 직접 나설 경우 파장이 더욱 증폭될 수 있다. 따라서 정부의 감찰은 총리실서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경찰은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내부 직원들의 사기 저하뿐 아니라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에서도 이 같은 파문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일에는 박진우 경찰청 차장(치안정감)이 강 교장을 경찰청 청사로 불러 10여분 간 면담을 하기도 했다. 

경찰청은 “박 차장은 강 교장을 만나 최근 수뇌부 간의 갈등으로 비쳐지는 현 상황과 관련해 국민들과 직원들에게 더 이상 우려를 주지 않도록 자중할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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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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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