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시장 패닉’ 대검 범정 해체 막전막후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7.31 17:55:49
  • 호수 1125호
  • 댓글 0개

우병우 수족 자른 총장님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검찰총장의 오른팔로 불리는 대검 범정(범죄정보기획관실)이 해체됐다. 범정은 중수부가 해체된 이후 대검의 유일한 칼날이었다. 각종 범죄정보를 수집· 분석하며, 사실상 인지수사에 버금가는 역할을 해왔다. 새 정부의 검찰개혁 기조와 ‘우병우 라인’ 청산 등 검찰 개혁 작업의 신호탄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대검 범정이 발칵 뒤집어졌다. 예고도 없이 해체된다는 언론보도에 범정 수사관들은 당혹한 기색이 역력했다. 대검은 이날 오전 범정 소속 수사관 40여명에게 “이달 말 정기 인사서 전원이 일선 검찰청으로 내려갈 것”이라며 “기존 업무를 중단하고 희망 근무지를 적어내라”고 지시해서다. 

내부 대수술 
살벌한 물갈이

외부서 평상시처럼 정보활동을 하던 수사관은 물론 휴가자도 대검에 복귀했다. IO(Intelligence Officer) 단체 카카오톡 방에서도 나가버렸다. 이날 부로 수사관들은 사무실서 짐을 빼고 대외 정보활동을 중단했다. 지난 31일자로 검찰 수사관 정기인사가 예정돼있는 점을 감안해도 수사관 전원 물갈이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통상 범정은 각종 경로를 통해 범죄정보를 입수해 분석·평가한 뒤 내사를 본격화할지 판단하며 내사 이후에는 다음 단계의 수사로 나아갈지를 결정한다. 

범정은 범죄정보1담당관과 2담당관 체제로 구성된다. 범정1담당관은 부정부패 정보, 경제 사범, 언론·정보통신을 포함한 각종 범죄 첩보를 수집 및 관리한다. 2담당관은 공안, 선거, 노동, 대공, 사회단체 및 종교 등과 관련한 각종 정보 동향을 수집·관리한다. 


범정 수사관들은 전국 각지와 관계기관 등에서 범죄 첩보와 정보를 입수해 생산하며 범정기획관실은 이를 토대로 분석한 뒤 각급 검찰청에 사건을 배당하는 역할을 한다. 

범죄 수사의 단서가 되는 범죄정보는 물론 검찰 조직이나 총장과 관련한 동향 정보도 광범위하게 수집한다. 이뿐만 아니라 국회와 정부 부처, 기업 등을 상대로 얻은 정부 기관 동향과 정보를 검찰총장에게 직보하고 있다. 이런 점들이 검찰총장의 힘을 과도하게 키운다는 지적이 이어지며 적절성 논란을 빚기도 했다. 

문무일 취임 첫날 전격 지시 
대대적 조직 개편 단행 예정

이명박·박근혜정부서 범정은 검찰 출신들이 주축이 된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긴밀하게 소통하는 ‘핫라인’으로 활용됐다. 특히 정치권과 재계가 연루된 권력형 부패 사건 등의 기초 범죄정보를 수집해 검찰 일선 수사 조직을 지원해왔다. 

따라서 이번 조치로 범정의 업무가 대폭 축소되면 검찰의 수사 시스템 변화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의 검찰개혁 기조와 문무일 검찰총장의 임명에 따라 검찰의 특수수사와 공안 분야 수사가 대폭 재편될 전망이어서 범정 분야에 대해서도 재편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검찰은 이번 기회에 전반적인 범죄정보 수집 및 생산, 관리 체계를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향후 범정의 정보수집 대상과 내부 보고 체계 등이 손질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조직 축소는 현재 고려 대상이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 관계자는 “범정의 역할과 대외 활동 방식 등에 대해 구체적 방침을 정하는 등 ‘리빌딩(조직 재편성)’을 한 뒤 다시 인력을 충원해 범정을 운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범정을 해체하거나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 같은 조직 개혁은 검찰 권한 축소, 정치적 중립성 확보 등을 꾀하는 문 총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범정 소속 검사와 수사관들은 정해진 업무 영역을 벗어나 청와대 하명수사에 동원되거나 정치적 활동을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상대 전 검찰총장 재임 시절 박영선 당시 법제사법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출입국 기록을 조회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눈·귀 역할
스스로 막아

범정 물갈이의 표면적 이유로 조직 개편을 내세웠지만 실질적으로는 검찰 내 ‘우병우 사단’ 솎아내기 의도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재임한 박근혜정부 시절에 이뤄진 검찰 수사 가운데 부적정 처리된 사건 중 이러한 수사의 근거를 제공한 범정을 대상으로 한 ‘적폐 청산’으로 볼 수도 있다는 취지다. 

검찰 안팎에서는 정권 교체 이후 단행된 검찰 간부 물갈이 인사에도 불구하고 검찰 내 ‘우병우 라인’이 계속 남아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우병우 라인으로 지목된 정수봉 전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은 최근 서울고검으로 좌천됐다. 당시 청와대는 정 전 기획관을 포함한 고검장·검사장급 인사에 대해 과거 중요 사건의 부적정 처리를 명분으로 사실상 좌천하는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파견 당시 우 전 수석 지시를 받아 ‘삼성 경영권 승계’ 문건 작성에 관여한 이영상 범죄정보1과장은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검사들의 팔다리 역할을 해온 수사관들 전면 교체는 솎아내기의 연장선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일선 수사관까지 전원 교체한 것에 대해 ‘가혹하다’는 말도 나온다. 전직 범정 관계자는 “범정 수사관 중에는 오로지 묵묵하게 첩보활동만 한 사람들도 많다”며 “범정이 사실상 물갈이 되면서 소신을 갖고 일한 수사관들이 도매금으로 전정권 부역자로 낙인이 찍혀버렸다”고 말했다. 

수사관 40여명 일선 복귀 
서울지검도 업무중단 지시

일각에선 이번 대선 전후 범정서 현 여권 인사들의 정보를 수집했고 이 때문에 청와대 눈 밖에 났다는 말도 나온다. 또 박근혜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서 우병우 전 민정수석비서관과 함께 근무했던 검사가 검찰로 돌아와 범정에 근무하며 청와대와 자주 연락하는 업무를 담당해 미운털이 박혔다는 얘기도 돌았다.

이와 더불어 서울중앙지검 범정도 일시 폐쇄 조치됐다. 지난 27일 서울중앙지검은 문 총장이 취임한 직후 2차장 산하 총무부 소속 검사들을 보내 3차장 산하 범죄정보과를 전격 폐쇄조치했다. 
 


서울중앙지검 범정과는 특별1부 소속으로 3차장의 지휘를 받는다. 대검 범정처럼 각종 범죄 관련 정보·첩보를 수집하고 관리하며 지검장을 보좌해온 곳이다. 대검 범정기획관이 검찰총장의 ‘눈과 귀’였다면 서울중앙지검 범정과는 서울중앙지검장의 눈과 귀였다. 

총무부 소속 검사들은 서울 서초동 청사 8층에 위치한 범정과 사무실에 갑자기 들어가 수사관 등 직원들의 업무를 중단시키고 모두 밖으로 내보냈다. 이후 개인 소지품 외 모든 업무일지, 메모지 등은 물론 컴퓨터에 내장된 자료들을 수거하거나 봉인하고 사무실을 폐쇄했다. 

범죄현장 압수수색을 방불케 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날 현재까지도 해당 사무실은 폐쇄 중이다. 

이들은 역시 지난 31일자 직원인사에 따라 전원 다른 지방검찰청 등으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중앙지검 범죄정보과는 현재 3차장 산하서 향후 ‘소윤(작은 윤석열)’이라는 별칭을 가진 윤대진 1차장 산하로 옮겨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윤 차장은 현 정부 개혁인사의 상징인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사이가 각별한 것으로 유명하다. 검찰이 제 살을 일부 깎아내면서까지 문재인정부 개혁 기조에 일단 부응하는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검찰 개혁 의지
과거 라인 정리


문 총장은 지난 25일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서 취임식을 갖고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문 총장은 “권위적인 내부 문화를 바꾸는 등 검찰을 투명하고 열린 조직으로 만들겠다”며 “수사기록 공개 범위를 전향적으로 확대해 불필요하게 제기되는 의심과 불편도 거둘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1일 이재명정부의 첫 정기 국회가 열리면서 100일 대장정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 각종 입법과 개혁, 예산안 등을 두고 여야가 거세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회 첫날부터 기싸움이 만연한 가운데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고삐를 틀어쥐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9월에 접어듦과 동시에 빽빽한 일정이 여야를 기다리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오는 10일, 국민의힘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고, 15~18일 나흘 동안 정부를 상대로 ▲정치▲외교 ▲통일·안보 ▲사회 ▲교육 ▲경제 등 대정부질문이 예정됐다. 벌써부터 국정감사 제보센터를 개설하는 의원실도 눈에 띄었다. 사면초가 국민의힘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과 성장, 개혁 안전 등 4대 핵심 과제를 골자로 한 224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금융위원회 등 정부조직법 개정을 포함해 언론개혁, 대법원 개혁 등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안도 지체 없이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계획을 ‘입법 폭주’라고 비판하며 ‘경제·민생·신뢰 바로 세우기’를 기조로 하는 100대 입법 과제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비롯한 경제 활성화 및 민생경제 회복, 청년 희망 및 취약계층 돌봄 등을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이번 정기국회는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인사청문회서 국민의힘은 최교진·주병기 후보를 정조준하면서 이정부의 ‘인사 실패’ 프레임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국민의힘은 최 후보의 과거 음주 운전 전력과 천안함 폭침 관련 음모론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내 교육위원회 간사인 조정훈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음주 운전, 학생 체벌, 막말, 천안함 음모론 제기, 부산·대구 폄하 발언, 입시 비리 조국 사태 옹호 등 셀 수 없는 범죄와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며 “그 사과가 진심이라면 자진 사퇴하라. 이재명정부는 후보를 즉각 지명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 후보에 대해선 세금 ‘상습 체납’ 이력 등을 파고들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주 후보와 배우자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에는 압류 등기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주 후보는 종합소득세 납부기한도 여러 차례 어겼으며 2023년(406만원)과 2024년(183만원) 종합소득세도 올해 6월에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민주당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요구서에 대한 국회 표결을 벼르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국회의장은 요구서가 접수된 후 다음 본회의인 오는 9일에 국회 보고를 거쳐 72시간 이내에 표결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다만 국민의힘 교섭단체 연설일인 10일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어 이날을 제외한 11일 또는 12일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정부 첫 정기국회 100일 대장정 권성동 체포동의안 변수도 ‘주목’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주도하에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권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며 체포동의안 처리와는 관계없이 구속 적부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은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에 저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집어넣으려 한다”며 “이는 야당 대표 연설을 덮으려는, 국회를 정치 공작 무대로 삼으려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당과 정치적 일정 거래에 저의 체포동의안을 이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국회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던 만큼 결국 개원 첫날부터 여야가 격돌했다. 우 의장은 “차이보다 공통점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화합의 메시지”를 예로 들며 개회식에서 한복 착용을 권유했지만, 국민의힘은 “국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정권의 독재정치에 맞서자는 심기일전의 취지”라며 검정 양복과 검정 넥타이, 근조 리본을 맨 상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에 항의하는 차원의 퍼포먼스라고 들었지만 정작 애도해야 할 대상은 국민의힘 자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 역시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것은 희망과 미래지, 장례식이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크고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검찰개혁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표결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석 앞으로 몰려가 항의했고, 초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가시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어”라고 반말로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굽히지 않는 강대강 매치 이를 두고 범여권에서는 나 의원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고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초선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5선 의원이 가만히 있으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냐. 초선 의원이 가마니인가”라고 직격했다. 정 대표는 “초선 의원이 무엇을 모른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 의원은 일단 예의를 모르는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검찰개혁 관련 공청회에서도 설전이 오갔다.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길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분리 및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신설인데, 국민의힘이 이를 두고 “검찰해체법을 통해 독재 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반발하면서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다는 점을 들어 추석 전에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오는 25일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개혁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3대 특별검사(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수사 인력과 기한을 확대하고 재판 중계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더 센 특검법(특검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상정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검 수사 기간은 기존 한 차례 30일 연장에서 두 차례, 최대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된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재판의 녹화 방송 중계도 가능해진다. 재판 내용이 공개돼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교훈을 후손에 남겨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노란봉투법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이 ‘사용자’와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제한하는 보완 입법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여야의 입법 주도권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형사처벌 규정 개선,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오는 12월까지인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기업 달래기에 나서면서 경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저항해도 질질∼ 국민의힘은 매일같이 보이콧과 논평을 쏟아내지만 무용지물이다. 의석수로 민주당을 이길 수 없을 뿐더러, 특검의 대대적 압수수색 등 당 내부도 시끄러운 만큼 민주당이 휘두르는 대로 속절없이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야당 탄압’ ‘야당 말살’ 프레임 씌우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정치 특검이 연이틀 국민의힘 심장부에 쳐들어왔다”며 “법사위에서는 특검 기간을 연장하고, 특별재판부도 설치하고, 재판까지 검열하겠다는 무도한 법들이 통과될 예정”이라고 소리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민주당을 향해 “요즘 정부여당을 보면 폭주 기관차를 떠올리게 된다”며 “역사적 전례를 보면 폭주 기관차는 반드시 궤도를 이탈해 전복된다”고 꼬집었다. 특검이 국민의힘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민주당이 내란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금처럼 과도한 행태를 계속 보이면 국민의 냉엄한 견제가 시작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금 국민의힘은 정권을 잃어버리고 이제 겨우 전열을 재정비하는 중”이라며 “그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과도한 정치 공세로 야당을 뒤흔드는 폭주 기관차의 모습에서 저는 정말 전복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번 특검은) 이재명정부의 앞잡이를 자처하고 있는 조은석 정치특검”이라며 “국회의 권위와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이재명정권과 특검의 야당 탄압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풍 기우제” 오히려 똘똘 뭉쳤다 윤석열·김건희 지지율 올리는 주역 오히려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뭉치면서 “역풍 기우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당시 개혁을 앞세워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려고 하면 역풍 타령이 이어졌다”며 “이는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 지금이 개혁 적기다. 순풍이 부는데 이를 자꾸 역풍이라 하는 건 민주당이 돛을 펼치는 걸 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당원 전체의 목소리로 인식돼 당분간은 이들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치 효능감을 느낀 강성 지지층이 당 분위기는 물론 방향까지 주도하는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강경한 태도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날이 갈수록 민주당 의원들의 혀가 독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강성 지지층에게 있어 지금은 ‘이재명과 개혁의 시간’이다. 아직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범’이라는 꼬리를 떼지 못한 만큼 여야 협치에서 국민의힘은 논외 대상으로 여겨진다. 범여권 의석수를 합하면 180석이 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눈치를 보거나 숙일 필요가 없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다시 솟아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일수록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다시 우호적으로 변하는 상황을 노리는 것이다. 그 예시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의 구치소 CCTV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속옷만 입고 있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관심이 다시 전 정권으로 쏠렸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자신의 SNS에 “체포영장을 모면하려 한참 나이 차이가 나는 젊은 교도관들을 상대로 온갖 술수와 겁박을 늘어놓는 궁색하고 옹졸한 모습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한때 대통령이셨던 분 아닌가, 옷을 입어달라”는 말에 “나 검사 27년 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이거 따르면 앞길이 구만리인 여러분 어떻게 할 거냐” 등 극구 반발했다.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내란의 밤에 불법 명령을 내리고, 사령관들에게 따르라고 거듭 재촉해 군 간부들의 신세를 망쳐 놨다”며 “재판 거부와 수사 방해, 회피로 책임지기를 거부하면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갈수록 첩첩산중 여기에 국정감사까지 줄지어 있어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해석이다. 국정감사는 흔히 야당의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탄핵의 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국민의힘은 갈 길이 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터지니 빠르게 수습해도 세월이 걸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어 “걱정인 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수사가 끝나고 상황이 일단락돼도 속은 여전히 곪아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계속해서 밀고 들어올 텐데 여기에 대응할 현실적인 방법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언제까지나 민주당의 실책에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또 다른 솟아날 구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띄우기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오는 22일부터 지급되는 정부의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언급하며 “지난번 1차 소비쿠폰이 마중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물이 콸콸 나오는, 경제계에 활기가 넘치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것만으로 재계엔 긍정의 시그널을 줬다”며 “주가도 3200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고 시총이 700조원 늘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이정부 출범 이후 실행한 민생소비쿠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2일부터 발급되는 2차 소비쿠폰은 내수와 소비 회복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여당 의원들의 평가로 미뤄볼 때, 민주당은 정기 국회에 돌입하면서 정쟁으로 치우친 국회를 벗어나 민생과 경제로 시선을 돌리며 다시 한번 지지율 견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