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 중에서 군과 관련 발표 내용을 살피면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군 병력을 62만명서 50만명 수준으로 줄이며 군복무 기간을 현재 육군 기준으로 21개월을 18개월로 단축하고, 현역 감축 및 복무 기간 단축을 보완하기 위해 예비 전력을 강화하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노무현정부서 발표했던 국방개혁의 연장선상인 이 안을 살피면 한마디로 유구무언일 수밖에 없다. 첫째, 병력 감축에 대해서다. 무기와 감시 장비를 첨단화하고 병력을 정예화해 국방력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과연 이게 실효성이 있을까. 삼척동자가 살펴도 이건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다. 왜냐, 군사작전서 병력의 숫자를 결정짓는 주요 변수는 여럿 있지만, 그 중 가장 중요한 게 전장(戰場)의 환경이기 때문이다.
하늘과 바다 혹은 사막과 들판 같이 탁 트인 공간에선 첨단 장비로 인력을 대체할 수 있다. 그런데 주로 산과 계곡으로 형성된 대한민국 지형서, 더군다나 땅굴 파는 데 두더지 저리가라 할 정도로 탁월한 이북을 상대로 첨단 장비를 운운하는 꼴이 정말로 가소롭다.
두 번째는 군복무 기간 단축에 대해서다. 이를 위한 변이다. 그 보완책으로 장교와 부사관을 늘리겠다고 한다. 아울러 그 자체로 공공 부문 일자리가 늘어나기 때문에 현재 사상 최악으로 살인적인 취업난 해결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근 32개월을 복무했던 필자로서는 어안이 벙벙하다. 18개월이란 기간을 통해 정말로 군인다운 군인이 될 수 있는지 여부도 불투명하지만 이어지는 변, 취업난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말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도대체 장교와 부사관의 숫자를 어느 정도로 늘리겠다는 발상인지 모르겠다. 그들의 변을 액면 그대로 살피면 천 단위는 분명 아니어야 한다. 그렇다면 만 단위를 넘어 십만의 장교와 부사관을 양성하겠다는 의미인지 모르겠다. 그런 의미라면 차라리 모병제를 실시함이 옳다.
세 번째는 현역 감축 및 복무 기간 단축을 보완하기 위해 예비 전력, 즉 예비군을 강화하겠다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 육군 동원전력사령부 창설을 검토하고 예비군 훈련장 과학화 등 예비 전력 강화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두 가지 사항도 얼떨떨하기만 한데 이 대목에 이르면 이게 대한민국 국방개혁안인지 북한이 대신 세워준 안인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또한 문재인정권이 국민을 상대로 조삼모사의 술책을 부리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일어난다.
말 그대로 예비 전력은 그저 예비 전력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전선, 아울러 최후의 보루가 되어야 할 상시병력을 보완하기 위해 예비 전력을 강화하겠다는 기상천외한 발상이 어떻게 나왔는지 알 수 없다.
또한 그들의 말대로 예비 전력을 강화한다면 결국 “그게 그거”, 즉 조삼모사의 술책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촛불 민심에 편승해 정권을 잡은 문재인정부가 촛불의 정확한 의미를 알지 못하고 있는 듯 보인다. 촛불이 나타내는 민심은 명확하다. 박근혜정권처럼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이용해 국정농단을 하지 말라는 의미다. 그 촛불 민심을 왜곡한다면 결국 촛불로 망가지는 수 외에는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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