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스캔들’ K사-대기업 수상한 거래 추적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7.24 10:18:55
  • 호수 11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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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들 집만…어떻게 알고 뚫었나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재계서 사랑받던 인테리어 시공업체 K사가 세금 탈루 혐의로 압수수색을 당했다. 공사 계약서나 공사비 입금 내역 등이 경찰 측에 넘어갔다. 사실상 고객 장부가 넘어간 셈이다. 여기에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주요 일간지 오너 이름도 포함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가 떨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경찰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자택 인테리어 공사에 회삿돈이 들어간 정황을 포착하고 대한항공 본사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지난 7일, 수사관 13명을 투입해 서울 강서구 하늘길 대한항공 본사와 칼호텔네트워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공사 관련 자료와 세무자료, 계약서 등을 확보했다.

발주한 기업
발목 잡히나           

경찰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2013년 5월부터 2014년 8월 조 회장의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 인테리어 공사비를 충당하기 위해 한진그룹 계열사인 칼호텔네트워크의 인천 영종도 호텔 신축 공사비를 전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를 받고 있다. 그룹 회장의 집을 꾸미는 공사에 회사 공금이 투입됐다는 것이다.

경찰은 대한항공이 조 회장 자택 공사와 호텔 신축 공사가 동시에 진행된다는 점에 착안해 이 같은 일을 저질렀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호텔 공사비 중 최소 10억 원이 조 회장 자택 공사비로 쓰였다고 의심하고 있다. 

조 회장의 평창동 자택은 지하 3층, 지상 2층으로 연면적은 1403.7m²(약 420평)에 이른다. 올 1월 기준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산정한 개별주택가격은 33억6000만원이다. 공사가 한창이던 2013년 말에는 ‘공사비와 땅값을 합치면 100억원이 넘는다’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다.


경찰은 대기업 회장들의 자택 인테리어 공사를 주로 맡아 하던 K사 대표의 횡령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서 이 같은 비리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모 K사 회장은 5월 경찰 조사에서 “대한항공 측이 먼저 조 회장 자택 인테리어 비용을 영종도 호텔 공사 대금에 포함시키자고 제안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진 오너 자택 인테리어 공사
회삿돈 들어간 정황 포착 수사

K사는 일반인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건설업계나 재계에선 누구나 다 아는 유명 시공사다. 지난해 시공능력순위 국내 9위에 올랐으며, 건설업계 지망생들이 ‘가장 일하고 싶은 회사’ 순위서도 1위를 기록했다. 
 

K사는 호텔 및 상업·사무·주거공간 인테리어를 전문으로 설계하는 회사다. 1965년 반도조선 아케이드에 L사로 처음 문을 열었다. 외국 항공사의 티켓 부스 인테리어를 시작으로 국내 유수의 호텔과 외국계 기업의 디자인을 맡으며 인테리어 디자인 분야의 전문성과 독창성을 인정받았다. 1975년 부천공장을 준공, 1979년에는 K사로 법인 전환해 사세를 확장했다. 

1980∼90년대 상공부장관상인 수출의 날 100만불 수출의 탑을, 건설부장관상인 전문건설공사 유공자 표창을 수상했다. 현재까지 그랜드하얏트서울, 신라호텔, 웨스틴조선서울, 반야트리, W서울워커힐을 비롯해 국내 유명 호텔의 인테리어와 분더숍, 10코르소코모, 랄프로렌 플래그쉽 스토어, 벤츠 등 상업 공간, 골프 클럽, 크루즈 등의 수많은 프로젝트를 도맡아 했다.

재계서 사랑받던 인테리어 회사가 어쩌다 고객 등에 칼을 꽂은 ‘키맨’이 된 걸까. 시작은 K사 오너 형제간의 갈등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진다. 

회사 공사 맡기고
덤으로 회장 집도

K사는 설립 초기부터 가족기업이었다. 형인 장모 회장과 동생인 장모 부회장이 회사를 경영했다. 장 회장은 1939년생으로 한양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뒤 한 인테리어 회사를 운영하다 K사를 세웠다. 네 살 아래인 장 부회장은 경기대 건축공학과를 나와 형의 회사 경영을 도왔다. 


두 사람 간 역할이 명확하게 구분돼 있어 초창기만 해도 형제간 별다른 잡음이 없었다. 2008년까지만 해도 장 회장이 61.00%, 장 부회장이 27.83%, 그리고 장 회장 아들인 장모 사장이 1.7%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었다. 

2011년 장 회장은 다른 지분들을 대거 인수해 지분율을 71.00%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다가 2015년부터 아들 장 사장이 37.83%로 최대주주로 올라섰고, 장 회장 지분은 34.33%로 줄었다. 후계경영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해석된다. 그리고 나머지 27.84%는 K사가 보유하는 형식을 취했다.

그런데 돌연 장 부회장이 지분 매각을 하면서 경영에 손을 뗐다. 업계에서는 형과 동생이 K사 경영권 승계 관련해서 다툼이 있었다고 입 모았다. 이에 장 부회장은 회사 경영서 손을 떼면서 장 부회장 쪽 인사들이 회사 내부 비리(대기업 오너 간의 커넥션)를 폭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관계자가 참여연대를 찾아가 관련 내용을 제보했으며, 참여연대가 경찰에 자료를 넘기면서 수사는 시작됐다. 

초창기 경찰 수사의 표면적인 이유는 K사의 무자료 거래에 의한 세금 탈루 혐의였다. 하지만 경찰의 칼끝은 재계로 향했다는 것. K사 수사 과정서 “이건희·이재용씨 자택 공사비용을 삼성물산이 수표로 줬다”는 증언을 확보하고 사건은 특수수사과에 배정됐다. 

경찰은 이런 증언을 토대로 K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여, 공사 계약서나 공사비 입금 내역 등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지난 5월30일 경찰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등 일부 대기업 회장 개인 주택 공사 비용으로 회삿돈이 사용되거나 불법 조성된 비자금이 활용됐다고 볼 정황과 증언이 확보돼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오너 형제 불화
세금 탈루 조사

K사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의 보수와 각종 인테리어 공사를 2007년부터 2014년까지 맡았으며, 삼성물산 한 직원이 비용 결제를 전담했다. 이들 부자의 집은 화장실 보수, 정원 조성 및 상주 직원들의 숙소 개선 등을 이유로 수시로 공사가 이뤄졌다. 경찰은 공사비용의 규모가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했다.  

 

대부분 삼성물산과 삼성증권으로 출처가 추정되는 수표가 사용됐다. 이같은 내용의 언론보도가 보도가 나가자, 삼성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도 일부 언론을 통해 “공사는 이 회장 개인이 삼성물산에 의뢰하고 삼성물산이 다시 업체에 맡기는 방식으로 이루어진 것이며, 공사대금은 회장 개인 돈에서 나간 것이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고 밝혔다.

K사는 그동안 수많은 재벌 기업 공사를 해왔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신세계·대림·아모레퍼시픽·LG·현대자동차그룹·미래에셋대우 등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대한항공만 해도 인천 영종도 하얏트호텔 외에 서울 서소문빌딩 임원실 공사 등을 이 업체에 맡겼다. 

특히 범삼성가 쪽 공사가 많다. 삼성그룹의 경우 서울 서초타운 실내인테리어 공사부터 삼성전자 서천연수원·홍보관, 삼성SDS VIP존, 삼성서울병원, 안양베네스트 클럽하우스 등 계열사 공사 여러 개를 이 업체에 맡겼다. 


신세계그룹으로부터는 신세계백화점 본점·강남점, 이마트 일부 매장, 트리니티CC 클럽하우스 공사를 따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중에서는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이 일부 시설 공사를 이 회사에 발주했다. 

호화 주택·대형 빌딩 전문
의심스런 공사비…알고도?

이 뿐만 아니라 재벌기업 오너 소유로 추정되는 자택 공사도 많이 했다. 감사보고서에는 유엔빌리지 23호 주택, 한남동 65호 주택, 한남동 22호 주택, 판교 대장동 주택(경기도 판교신도시), 한남동 5호 주택, 평창동 주택, H주택 등이 공사 내역으로 적혀 있다. 하나같이 재계인사들이 모여 사는 부촌으로 정평이 나있는 곳들이다.

사정기관에 따르면 재계에서 K사에 일감을 맡기는 이유가 법인 공사비를 부풀려, 이중 일부를 오너 일가의 자택 공사하는 수법에 능통하기 때문이라고 입 모아 말했다. 재계 관계자와 사정 기관 관계자의 증언을 종합하면 K사가 유력 일간지 오너 자택도 공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일요시사> 취재결과 K사는 2013년 해당 일간지 본관 임원실 인테리어 공사를 수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뿐만 아니라 해당 일간지 오너와 장 회장은 친분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인테리어 업계 관계자는 “2000년도 초반 해당 일간지 오너의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K사 회장이 조문객으로 오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경찰에서도 관련 내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수사까지 진행될지 미지수다. 


일각에선 경찰이 해당 일간지까지 수사하는 것은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K사에 답변을 요청했지만, 연락이 오지 않았다.

내부 자료 확보
재벌가로 불똥 

다만 경찰이 확보한 K사 자료를 토대로 재계를 향한 수사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는 노심초사다. 한 재계 관계자는 “대부분 대기업들이 걸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회사도 K사에 일감을 맡겼는데 경찰 수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또 터진 오너 리스크

한진그룹이 또 다시 오너 리스크에 떨고 있다. 그룹 총수가 공사비 횡령 의혹에 휩싸이면서 그룹 재무개선의 한 축인 진에어 기업공개(IPO)는 물론 한진 회사채 발행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당장 진에어과 한진은 최종 수사결과가 나온 상황이 아닌 만큼 예정대로 조달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선 반복적 행태의 한진그룹에 대한 싸늘한 시선이 신정부의 재벌개혁 기조와 맞물리면서 부정적 여론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기관투자자 입장에선 거듭된 오너 리스크로 청약 참여에 대한 부담감은 커지고 있다. 일부에선 최악의 경우 IPO가 심사과정서 철퇴를 맞을 수 있단 분석도 나온다.

지난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지난 7일 조양호 한진 회장이 자택공사 인테리어 공사비 중 상당액을 인천 영종도 호텔 신축공사비(약 10억 원)에서 빼돌려 쓴 혐의로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경찰의 압수수색 대상은 한진칼 자회사인 칼호텔네트워크 자재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의 오너 리스크가 재부각되면서 자연스레 초점은 진에어 IPO와 한진 회사채로 쏠리고 있다. 당장 진에어와 한진 측은 노심초사하면서도 진행 중인 딜엔 큰 변수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계획대로 2017년 연말 상장, 이달 말 회사채 발행을 강행할 예정이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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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