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신문고’ 지면을 신설합니다. 매주 억울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담을 예정입니다. 어떤 이야기이든, 어느 누구든 좋습니다. <일요시사>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쉰네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프리드라이프로부터 일방적 해촉 처리된 이운형 설계사입니다.
영업실적 전국 일등을 놓치지 않던 프리드라이프 설계사가 돌연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 경쟁업체 상품을 취급하려던 정황을 입수한 프리드라이프 측의 사전 조치였다. 계약 해지된 설계사는 본사의 결정에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유가 뭘까.
날벼락 소식
이운형 전 프리드라이프 전 서서울 본부장은 프리드라이프서 영업실적이 단연 돋보였던 설계사였다. 지난해 4월 프리드라이프 연도 대상을 수상했던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마냥 잘 나갈듯 보였던 이씨의 프리드라이프 설계사 인생은 지난해 8월31일 들려온 청천벽력같은 소식과 함께 종지부를 찍었다. 프리드라이프의 일방적 ‘해촉’ 결정이 바로 그것.
당시 프리드라이프는 ‘상품판매 및 위탁관리계약’ 위반을 이유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경쟁업체의 상조 상품을 취급했다는 게 주된 골자.
계약 해지에 따라 이씨는 상호, 상표, 의장 및 일체의 광고물 사용 권리를 상실했다. 해촉과 함께 이씨가 운영하던 사무실 및 예하 설계사들은 타 본부에 강제 배치되거나 계약 해지 수순을 밟았다.
그러나 이씨는 경쟁업체 상품을 취급한 일이 전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씨는 “프리드라이프는 경쟁업체 상품을 취급했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나는 일체 그런 적 없다”며 “전국 일등 실적을 기록한 내가 굳이 왜 다른 상품을 취급하면서까지 위험부담을 감수하겠나”고 반문했다.
오히려 이씨는 뜻밖의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지난해 초 결합상품 출시 후 본사와 서먹한 관계에 있던 자신을 프리드라이프 측이 의도적으로 내쳤다는 것이다.
지난해 1월 프리드라이프는 결합상품을 본격 도입했다. 상조서비스는 물론이고 TV, 드럼세탁기, 김치냉장고, 안마의자 등 생활가전제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한 ‘프리드 리빙1호’가 바로 그것. 프리드라이프가 결합상품의 가능성을 타진한 후 나머지 선불식할부거래업자(상조업체)들도 경쟁적으로 결합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러나 상조 상품과 전자제품 등을 결합해 판매하는 방식이 증가하면서 소비자 피해 우려도 한층 커졌다. 결국 피해의 심각성을 직시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1월28일 ‘상조상품에 대한 소비자 피해주의보’를 발령했다. 상조업체들이 끼워팔기 수법으로 소비자를 현혹하는 사례에 주의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잘 다니다…청천벽력 해고 통보
“계약 위반” vs “그런 일 없다”
이씨 역시 결합상품의 폐단을 직시한 인물이었다. 결합상품 비중을 높이기 시작한 본사 방침에 반기를 들거나 일반상품의 중요성을 강력히 주장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6월부터 프리드라이프가 모든 일반상품을 없애고 안마의자 결합상품 위주로 상품을 구성하면서 이씨의 불만은 한층 고조됐다.
안마의자 결합상품으로 인해 상조상품 가격이 급등하자 그만큼 설계사들의 영업 환경이 악화된 탓이다. 이 과정서 선택의 여지가 없게 된 설계사들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안마의자를 판촉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고 이씨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공교롭게도 결합상품에 속한 안마의자는 박헌준 프리드라이프 회장의 아들이 직접 운영하는 회사다. 박 회장은 슬하에 1남2녀를 두고 있다. 이 가운데 장녀인 은혜씨, 차녀 은정씨, 장남 현배씨는 직간접적으로 회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인물이 바로 현배씨다.
현배씨는 일오공라이프코리아의 대표직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설립된 이 회사의 주력상품은 안마의자. 프리드라이프서 결합상품으로 선보인 안마의자는 이 회사 제품이다. 아들 회사 제품을 아버지 회사서 끼워 팔았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씨는 “4∼5년 전만 해도 꽤 모집이 잘되던 때라 모집수당이 400만원을 초과하는 사례가 빈번했다”며 “최근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상조상품 가입자의 포화상태로 인하여 많은 어려움을 겪던 와중에 결합상품을 판매해야 하는 부담이 설계사들에게 엄청난 압박으로 작용했다”고 토로했다.
더욱이 이씨는 대형 전자유통채널과 연계한 결합상품 위주의 판매정책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곤 했다. 각각의 본부 소속 설계사들의 가격경쟁력을 악화시키는 ‘제살 깎아먹기’ 현상을 부추겼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씨가 운영하던 서서울본부의 경우 수입 급감으로 인해 16명의 설계사들이 일시에 떠나가기도 했다.
진짜 심각한 문제는 해촉 결정이 내려진 후 이씨가 잔여수당을 몰수당했다는 사실이다. 잔여수당은 설계사가 모집해 놓은 계약이 유지되는 한 인센티브를 40∼50개월 동안 분급해주는 일종의 후불제 월급 개념이다.
한창 때 매월 3000∼4000만원의 실수령액을 기록했던 이씨는 해촉과 함께 잔여수당을 몰수당했고 지금껏 이씨의 금전적 피해액은 5억원을 훌쩍 뛰어 넘는다.
월급 몰수 봉변
이씨는 “상조 사무실 운영서부터 설계사 관리까지 모든 비용을 충당해가며 십년을 바쳤는데 본사 측의 갑질로 심각한 생계 위협에 직면한 상태”라며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일방적인 폭력을 일삼는 프리드라이프의 행태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성토했다.
한편 이씨는 자신과 동일한 시기에 프리드라이프로부터 해촉 결정이 내려진 전직 설계사들과 함께 ‘잔여수당 반환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